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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1만 특성이다.
작가 :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7.10.30

재능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죽음과 함께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
이번에는 1만 개의 특성과 함께한다!

 
스테이지 제로 (Stage Zero), 시련 (2)
작성일 : 17-10-30 00:31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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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내의 시련.

 

 말이 좋지, 사실상 정신력 노동이나 마찬가지다.

 

 ‘더럽게 덥네.’

 

 푹푹 찌는 더위에 땀이 풀풀 나기 시작했다. 시련이라는 게, 바로 사막에서 무한정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물도 없이 최대한 오래 걷는 자를 선별하는 시련. 모두가 스텟 10인 상태에서 시작하기에 공평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겠지.

 

 [ 특성 / 화염 저항 (Flame Resistance) (B-)이 발동됩니다. ]

 [ 특성 / 고통 저항 (Pain Resistance) (A+)이 발동됩니다. ]

 

 나 같은 특성 괴물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거기에 스텟까지 남들보다 높은 상태로 시작했고. 힘들다면 스텟 포인트 중 일부를 체력에 투자해도 된다. 정신력도 침착이라는 사기 특성이 있기에 썩 약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이 시련은 말하자면, 그냥 공짜로 보상 얻어가라는 얘기다.

 

 [ 5분 경과 ]

 [ 사마엘이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

 

 박수 소리와 함께 칭찬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반인은 이쯤 되면 와, 정말? 하면서 주저앉고 시련을 포기할 타이밍. 하지만 이건 거짓말이었다. 5분을 못 버티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칭찬의 말 한마디로 더 이상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저번 생에 걸렸던 거에 또 걸릴 수는 없지.’

 

 부끄럽지만, 저번 생에서는 여기에 걸려 더 걸을 여력이 있었음에도 포기하고 말았다. 당연히 시련의 성적은 D, 최하까지는 아니어도 사마엘의 화를 돋우기엔 충분한 수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유롭다 못해 기운이 아주 펄펄 넘치는 상황이었다. 정말로 더운 것만 빼면 다 좋았다.

 

 [ 10분 경과 ]

 [ 사마엘이 당신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

 

 그렇게 다시 5분 후에는 C 랭크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메시지가,

 

 [ 20분 경과 ]

 [ 사마엘이 당신에게 경외를 표합니다. ]

 

 또다시 10분이 지나자 B 랭크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니, 대체 이걸 맨몸으로 S 랭크를 어떻게 받아낸 거야?’

 

 이전 생에서 이름을 떨쳤던 자들은 대부분 B 랭크 이상을 기록했다고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 명, ‘언더독’이라는 이명을 가졌던 남자. 로버트 카르프(Robert Carp). 그는 인내의 시련에서 S랭크을 기록하고 어마무시한 이점을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막연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걸와서 보니 보통 대단한 게 아니다. 온갖 특성으로 둘둘 두르고, 체력 스텟마저 남들보다 높은 내가 겨우 B 랭크에서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 30분 경과 ]

 [ 사마엘이 당신에게 경악합니다. ]

 

 그렇지만 꾹 참고 계속해서 견뎠다.

 

 [ 50분 경과 ]

 [ 사마엘은 다물어진 입을 차마 닫지 못합니다. ]

 

 ‘…눈 딱 감고 스텟을 찍을까?’

 

 ‘스타트 부스터!’로 인해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한 12개의 스텟 포인트. 슬슬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는 지금 그 일부만 투자한다면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체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스텟. 특성의 보정마저 1.2배밖에 받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금방이다. 잔여 스텟이 넉넉한 것도 아니니 신중해져야 했다.

 

 견뎌내야만 한다. 이를 꽉 다물고 멈추려는 몸을 억지로 끌고 앞으로 걸어나간다. 시발, 견디라고! 나 자신을 채찍질을 해가면서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다음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혹시 S랭크이 끝이라 그런 게 아닐까? 쓸모없는 고생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계속 생각해 나가는 머리. 침착해라, 침착. 특성도 만 개나 있는 새끼가 뭐 그렇게 변명이 많아, 그냥 걸어나가란 말이다.

 

 “나는.”

 이미 침도 다 메말라서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쩍쩍 갈라진 입술 사이로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러나 다음 말은 내뱉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만 굳게 다짐했을 뿐.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

 실패하지 않겠다.

 

 그렇게 마음먹고선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발을 한 걸음 더 움직였다. 스텟은 투자하지 않았다. 순수한 정신력과 독기. 그 두 가지를 원동력 삼아 걸어나간다.

 

 [ 사마엘이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

 

 ‘이제야 솔직해지셨군.’

 

 아까는 경외한다, 다물어진 입을 차마 닫지 못한다더니. 이제는 그저 관심을 보인단다. 수식어로만 본다면 오히려 안 좋아졌지만, 실제로는 지금까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 하리라.

 지금 멈춘다면 충분히 EX랭크을 받을 수 있을 터. 실제로 이젠 몸도 한계였다. 멈춰야 할 때,

 

 ‘체력에 스텟을 2 투자.’

 

 일리가 없다. 피식 웃으며 미뤄왔던 스텟 배분을 했다. 체력에 2, 그러나 천하장사의 효과로 실제로는 체력이 2.4가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 여유롭진 않았지만ㄹ 몸에 활기가 조금 차오른 게 느껴졌다.

 

 보아라, 사마엘.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십오 년간 쌓아온 독기와 우연히 맞아 떨어진 행운. 두 가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죽을 것만 같았던 육체에 생기가 돌아왔다. 다시 한번 미친듯이 걷는다.

 

 *

 

 [ 인내의 시련이 끝났습니다. ]

 [ 퍼펙트 클리어! ]

 [ EX+++ 랭크로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 칭호가 변경됩니다. ‘초보자’ -> ‘끝없는 인내의’ ]

 

 성공했다.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받은 적이 없다던 EX랭크마저 초월해, EX+++ 랭크를 받았다.

 앞으로 네 개만 더 이런 식으로 통과한다면.

 

 ‘그때는 어떤 보상이 주어지려나.’

 

 이전 삶에서 ‘창조주’로 부터 가장 큰 보상을 받은 자는 리우 란(刘兰). 그녀는 놀랍게도 시련들을 평균 S-로 통과하며 평균 A+로 통과했던 로버트 카르프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세한 보상의 내용은 알려져있지 않았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일신의 무력으로는 몰라도, 최강의 세력은 그녀가 세운 길드인 무림(武林)이었음을.

 기득권층이 서로 연합하고 견제하는 와중에도 그녀만은 도도히 아무런 동맹도 만들었을 정도.

 당연하게도 다른 이들이 가장 견제했던 길드 역시 무림이었다.

 

 S-로 통과했던 실력자가 세운 길드가 그 정도였다.

 그렇다면 EX랭크 이상으로 통과한다면.

 

 ‘이번 생에서는 멸망을 겪지 않는다.’

 

 인류가 멸망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 연합하지 않고, 분열되어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상대하느라 힘을 다 소모하고 말았었다.

 그 후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도 서로를 견제하며 단결하지 못했다.

 자멸이나 다름없었던 결말.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생에서는 내가 바꿔나가야만 한다.

 

 한순간에 천민에서 군림자로.

 누군가 들으면 비웃을만한 이야기였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무엇이 되었건 시련을 통과하고 난 후의 이야기다.

 

 [ 두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

 

 인내의 시련을 이은 두 번째 시련,

 이때부터는 조금 시련이라고 하기엔 불공평한 것들이 많다.

 애초에 창조주라는 게 불공평한 존재니 당연한 일. 그들이 창조해 낸 시련 역시 창조주마다 편차가 있을 뿐 불공평함이 크다.

 예를 들어 이번 시련.

 

 [ 두 번째 시련, 투지. ]

 

 다시 한번 장소가 바뀌었다.

 일종의 훈련장처럼 보이는 장소.

 주변에는 갖가지 병장기들이 널려있다. 창부터 시작해서, 검, 활등의 다양한 무기들.

 

 [ 시련에 들어가기 전, 무기를 교체하며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 단, 한 번 교체할 때마다 본 시련에서의 패널티가 증가합니다. ]

 

 이런저런 무기들이 바닥에 널려있다.

 전생에서 내가 사용했던 무기는 검.

 그마저도 창을 사용해보다가,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선 바꾼 것이었다.

 실제로는 검이나 창이나 거기서 거기였지만.

 

 ‘마음 같아선 검을 잡고 싶은데…’

 

 특성 중에서는 당연히 ‘소드 마스터리’ 같은 무기와 관련된 특성도 있을 것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전생처럼 검을 집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활을 잡아야만 한다.

 

 [ 활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예.”

 

 [ 활을 선택하셨습니다. ]

 

 주변에 널려있던 장병기들이 사라졌다. 유일하게 남은 건 손에 쥐고 있는 활밖에 없었다. 그 대신, 주위가 변화하며 양궁장처럼 표적이 생겨났다.

 

 [ 자신 있는 거리에서 맞추십시오. ]

 [ 멀면 멀수록 높은 랭크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

 [ 맞추지 못할 경우, 재시도는 가능하나 랭크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정말 가까운 표적, 꽤나 먼 표적, 그리고 거의 눈에 안 보이는 거리에 있는 표적까지.

 여러 개의 표적이 생겨났지만 노리는 건 오직 하나였다.

 지평선 너머에 있는 표적. 놀랍게도, EX+++를 받기 위한 표적은 보이지도 않는 먼 거리에 있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

 

 [ 특성 / 보우 마스터리 (Bow Mastery) (S)가 발동됩니다. ]

 

 그러나 패시브, 보우 마스터리의 가호와.

 

 [ 특성 / 일발필중 (In One Stroke) (S+)가 발동됩니다. ]

 [ 남은 가능 발동 횟수 1번, 10일간 쿨타임이 지속됩니다. ]

 

 어떤 표적이든 맞출 수 있게 해주는 액티브 특성 일발필중.

 비록 쿨타임은 길고, 단 두 번밖에 쓸 수 없는 특성이었지만 지금 같은 때엔 굉장히 유용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고선 숨을 들이마신다. 활의 시위를 당기고선, 최대한 정밀하게 쏘았다.

 

 화살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간다.

 

 ‘해냈나?’

 

 표적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니 화살이 맞았는지도 알 수 없다.

 특성, 일발필중의 위력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만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 사마엘이 당신을 조금이나마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

 [ 시련의 첫 번째 단계가 끝났습니다. ]

 [ EX+++ 랭크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 ]

 

 결국 해냈다.

 첫 번째 관문이기는 해도, 또 EX+++ 랭크를 받아냈다.

 사마엘도 조금이나마 인정한다는 메시지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 시련의 두 번째 관문이 시작됩니다. ]

 [ 최대한 살아남으십시오. ]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나고, 고블린 한 마리가 나타나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보기 흉한 외모였기에 오래 봐주기엔 좋지 않았다. 망설이지 않고 활을 쏘았다.

 

 “다음.”

 

 고블린의 사체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인간이 나타났다. 다만 어딘가 맛이 간 표정이었다.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며 반쯤 실성한 모습. 이번에도 친절하게 미간을 향해 활을 쏴주었다. 결과는 절명.

 

 “굳이 이런 잔챙이들 잡을 필요 있습니까?”

 

 예상대로라면, 사마엘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굳이 F 랭크부터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

 

 [ 사마엘이 당신의 제안을 흥미롭게 받아들입니다. ]

 [ 시련의 난이도가 재조정됩니다. ]

 [ 흑룡, 발투자르가 나타납니다. ]

 

 ‘설마 이걸 잡으라고?’

 

 하늘을 뒤덮을듯한 거대한 날개와 몸. 보고만 있어도 ‘격’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생명체. 물론 이곳이 시련이니만큼 약체화되어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다. 용, 그것도 용 중에서 가장 흉포하다는 블랙 드래곤을 풀다니.

 인간에서 블랙 드래곤은 아무리 그래도 난이도 변화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시련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인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해내야만 하기에.

 

 활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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