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로트에 소환을 당했을 때도, 그 이후에도.
항상 밑바닥을 구르며 살아왔다.
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강자의 발을 핥아왔고.
음식이 없다면 시체를 뜯어먹었으며 마실 게 없다면 흙탕물을 마셨다.
아부를 해왔고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무시했다.
다른 사람이 당하더라도 철저히 방관했다, 심지어 그게 나에게 친한 사람일지라도.
별 다른 이유없이, 그저 살고 싶었기에 그랬다.
그랬기에 맨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빈민가에서 비굴하게 설설 기며 생존해왔다.
시체를 뒤집어쓰고, 피를 묻히고. 죽은 척하고. 언젠가는 기득권층이 구해줄 거라고 믿고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류는 멸망했다.
한심하게도, 자신들끼리 싸우다가 갑작스레 침공해온 몬스터와 악마들에게 의해 무차별적으로 말이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천민이니까, 밑바닥에 사는 쓰레기였으니까.
그저 멸망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만 더’
만약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이렇게 한심하게 살아가지 않을 텐데.
죽기 직전까지도 미련이 몰려왔다. 그만큼 한심한 삶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 특성 / 룰 브레이커 (RULE BREAKER) (EX+++)이 발동됩니다. ]
[ 사용자의 염원 감지. ]
[ 시간을 되돌립니다. ]
그리고 그 순간,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던 내 특성이 발현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