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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만인지우
작가 : 야운
작품등록일 : 2017.10.6

만 명의 친우를 사귀어야 하는 주인공 계낙천의 성장물이자 유쾌통쾌한 구주강호 종횡기.

(악인이 개과천선한다는 말은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개소리일 뿐.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4. 아는 놈은 안다.(2)
작성일 : 17-10-13 14:43     조회 : 489     추천 : 1     분량 : 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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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얼굴들이 낯이 익다 생각했던 만임조원은 그들이 이번에 자신들과 함께 새로 수인장에 들어온 신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험험!”

 곽홍은 헛기침을 토해내며 넘어갔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다만 이런 일에 대거리해봤자 분란만 일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좋게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백사웅은 발끈해서 녀석들을 쏘아봤다. 막청지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뚱한 표정만 보였다.

 낙천은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던 자신에게 직접 해코지만 하지 않으면 관심이 아예 없었다.

 낙천이 의자에 앉자 나머지 만임조도 상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어? 지금 우리 씹힌 거냐? 인사를 해도 그냥 가네?”

 먼저 아는 척했던 사내가 자신들이 한 짓은 생각하지 않고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움찔한 곽홍은 연장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마음 상한 동료들을 대신해 인사하려고 했다.

 “냅둬! 재들이 규율이고 예의고 뭐 하나라도 아는 게 있겠냐? 우리가 그냥 이해해야지.”

 “그건 그렇고 부끄러움도 모르나? 어중이떠중이들 주제에 어떻게 본 수인장 소속이랍시고 여길 다 찾아오지?”

 “요새 뻔뻔한 자들이 한둘인가? 그냥 술이나 먹자고.”

 녀석들의 말에 곽홍은 열이 받아 인사고 뭐고 주먹만 꽉 움켜쥐었다.

 백사웅도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막청지가 그런 백사웅의 팔을 힘껏 잡아 말렸다.

 “……이번만 참자.”

 느릿한 말투로 막청지가 말하자 백사웅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탁자만 쏘아보았다.

 “술은 언제 나와?”

 동료들의 기분을 모르는지 낙천이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 말했다.

 셋의 시선이 일제히 낙천에게로 향했다. 상대에게 풀지 못하는 분노가 그대로 담긴 시선이었다.

 이글거리는 그들의 시선에도 낙천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 지금 나랑 해보자고?”

 곽홍은 우리끼리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눈치 없어요.”

 백사웅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터뜨렸고 막청지는 고개를 옆으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낙천이 한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히쭉 웃어 보였다.

 낙천의 반응에 모두가 뭐지 싶어 그가 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녀로 보이는 여인이 술병이 놓인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이 미인형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색기가 흘러나왔다. 그런 데다가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파진 옷에 옆트임이 있는 치마라 걸을 때마다 양쪽 다리가 허벅지 중간까지 슬쩍슬쩍 드러났다.

 만임조 세 명도 숨까지 참으며 넋을 잃고 기녀를 바라봤다.

 기녀가 만임조원과 신입들이 앉은 탁자로 다가오는데 갑자기 한 사내가 기녀의 팔을 낚아챘다.

 “어멋! 조심하셔요. 술병이라도 떨어트리면 어쩌시려고 이럽니까?”

 기녀의 말에도 사내는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누런 이에 음식 찌꺼기가 다닥다닥 눌어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봐, 우리도 술이 마침 떨어졌다고. 이리로 오라고.”

 “그쪽은 저 말고 다른 기녀가 있지 않습니까? 저는 오늘은 저쪽에 계신 분들의 시중을 들어야 합니다.”

 기녀가 신입들이 앉아 있는 탁자를 가리켰다. 그에 신입들의 얼굴이 확 밝아지며 홍조를 보였다. 몇몇은 탁자 아래로 주먹을 움켜쥐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녀의 팔을 붙잡은 사내와 그가 앉은 탁자의 동료들이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 것 같은 얼굴로 신입들 쪽을 쏘아봤다.

 “저런 놈들을 뭐하러 신경 써? 다른 기녀에게 가라 그래!”

 사내의 말에 발끈한 신입들이 탁자에서 일어났다. 몇몇은 기녀에게 다가갔는데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봐! 그 손 안 놓냐?”

 사내는 말한 신입을 힐끔 바라보며 비웃었다.

 “지랄하지 말고 꺼져. 다치기 싫으면.”

 “뭐? 이 새끼가 근데?”

 소리치는 가운데 앉아 있던 신입까지 모두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냥 가라고 했다?”

 “지랄하지 말고 그 더러운 손이나 놓지그래?”

 “아 놔! 요새 어린놈의 새끼들은 왜 이렇게 간들이 부었어?”

 사내가 말을 토해내며 여인의 손을 잡은 채, 가장 지척에 있는 신입의 얼굴을 남은 주먹으로 후려쳤다.

 퍼억! 우당탕!

 신입이 뒤로 날아가 처박히자 장 내는 비명과 소란스러움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저 새끼들 죽여!”

 스무 명 정도의 신입들이 일곱 명의 사내에게 모두 덤벼들었다. 주위 탁자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싸움이 일어난 곳과는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사건의 발단이 된 기녀는 어느새 도망을 가 그 자리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막청지가 불안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는데 낙천이 히쭉 웃으며 답했다.

 “이러면 안 되긴. 싸움구경처럼 재미난 게 어디 있다고.”

 그러면서 낙천은 품 안에서 말린 과일을 꺼내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우당탕! 꽈직! 퍼퍼퍽!

 “꺼억!” “끄아아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사방을 휘저으며 두 무리가 뒤엉켰다.

 얼굴을 얻어맞은 신입이 오른쪽으로 날아가자 낙천과 만임조 세 명의 머리도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왼쪽으로 신입이 날아가자 낙천과 만임조 세 명의 머리도 왼쪽으로 덩달아 움직였다.

 낙천이 싸움을 구경하면서 손에 쥔 천에서 말린 과일을 꺼내는데 누군가의 손과 부딪쳤다.

 손의 주인을 따라가 보니 백사웅이 구경을 하면서 제 말린 과일을 주워 먹고 있었다.

 빠각!

 낙천의 이마가 백사웅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뽀골뽀골!

 백사웅이 게거품을 문 채 의자에 축 늘어졌다.

 은근슬쩍 말린 과일로 손을 가져갔던 곽홍과 막청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양손들을 탁자 위로 얼른 올려놓았다.

 곽홍이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릴 그리 괄시하더니 어찌 저리 약해빠졌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전 아주 꼬숩네요.”

 잠시 기절했던 백사웅이 몸을 일으키며 말하더니 낙천을 째려봤다.

 “그깟 거 얼마나 한다고…….”

 그때, 신입들이 점점 자신들 숫자가 줄어들자 당황했다. 그중에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 우리가 누군 줄이나 알고 이리 덤비는 거냐? 우린 수인장 무인들이라고.”

 “아, 저 쪽팔린 새끼들!”

 백사웅이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험험! 얼굴이 화끈거리긴 하네.”

 “……저러면 정말 안 되는데…….”

 곽홍과 막청지까지 백사웅의 말에 동조했다.

 낙천만 한쪽 눈썹을 슬쩍 치켜세우더니 말린 과일만 씹어댔다.

 일곱 명의 사내가 남아있는 신입들을 보며 피식 비웃음을 보였다.

 “수인장 놈들이라고? 이거이거 수인장도 인제 보니 진짜 허접스러운 놈들만 모인 거 아니야? 실력으로 안 되니 배경을 들이미네?”

 “풋! 그러게 말이다. 수인장도 큰일인걸. 혹시 지금 하는 행동이 얼마나 쪽팔린 일인지도 모르는 거 아니야?”

 “잇!”

 그들의 말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신입들은 뭐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일곱 명의 사내를 다시 바라봤다.

 이곳 일향루와 선화로는 물론 삼릉현에서조차도 수인장의 영향력은 높다.

 그런 수인장을 저렇게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금전장 사람들이군!”

 곽홍이 긴장한 얼굴로 만임조원에게 말했다.

 “금전장 놈들이냐?”

 신입들도 눈치채고 물었다.

 “놈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맞다, 금전장 소속.”

 일곱 중에 우두머리로 기녀의 팔을 잡아챘던 사내가 대답했다. 모두 쓰러지고 남은 열 명의 신입을 사내는 깔아보며 말을 이었다.

 “뭐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면야 봐줄 수도 있지. 같은 지역의 무가 사람들에 어쩌면 동향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도 못 해 주겠나?”

 “큭큭! 대신 다시는 우리에게 기어오르지 말아야지. 우릴 보면 알아서 깍듯이 허리를 접어 인사하는 것도 잊지 말고.”

 금전장 소속이라는 말에 긴장했던 신입들은 갈수록 자신들을 얕잡아 보는 말에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 새끼들, 웃기지 마라!”

 또 한 번 한쪽 무리만 얻어터지는 싸움이 시작됐다.

 퍼어억!

 순간, 신입을 때리는 금전장 무인의 얼굴이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휘청했다.

 참지 못하고 달려나간 백사웅이었다.

 “뭐야?”

 비틀대던 녀석이 몸을 바로 잡으며 소리쳤다.

 “나도 수인장 소속이다. 새끼들아!”

 버럭 고함을 내지른 백사웅의 뒤쪽에서도 금전장 녀석 중 한 명을 막청지가 남들 두 배만 한 주먹으로 후려치고 있었다.

 “……나도!”

 탁자에 앉아 있던 곽홍이 안절부절못하며 말린 과일만 먹고 있는 낙천에게 물었다.

 “우, 우리도 나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낙천이 힐끔 곽홍을 보더니 시큰둥하게 답했다.

 “내가 왜?”

 곽홍은 일그러진 얼굴로 낙천을 쏘아보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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