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때부터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신성력을 가지고 태어나 보통 신관들과는
또 다른 신성력을 쓰는........그래 성녀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성녀는 쭉 제국의 대신전에서 살았다.
성녀라는 이름아래 소녀에게 두려울건 없었다. 그런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고 악질이란 악질은 다하며 살았다.
저런 사람이 성녀냐며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그들을 때리고 죽이기까지 했다.
'나는 성녀니까 괜찮아.'
항상 그렀게 생각했다. 자신의 아이가 많이 아프다며 살려달라고 성녀에게
무릎까지 꿇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줄거도 아니고...소녀에게는
이득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귀찮다며 쫓아냈다.
신관도 신전의 시녀나 시종도 기사들도 모두 그런 소녀를 싫어했다.
저런 악마가 성녀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자신들한테 무슨힘이 있다고.....게다가 성녀가 저런 악마라도 신성력은 대신관보다 뛰어났다.
소녀의 치유 능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그래서 제국의 황제의 총애를 받기까지 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만을 생각하며 인생을 살았다. 17년동안 계속......그리고 바로 이날
활활.
꺄아아아아악!.
"날 살려라?! 뭣들하는냐! 내말이 안들리는냐?! 난 성녀다! 성녀라고!"
소녀가 아무리 외쳐도 신관들도 시녀 시종들도 몸을 피하기 바빴다. 신전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신전의 사방으로 퍼졌다.
"전쟁의 첫 걸음으로 성녀의 목을 친다! 얼른 성녀를 찾아?!"
'뭐?......날 죽이겠다고?.......난 성녀다....그런데 그런 나를 죽인다고?'
"거기 시녀! 나로 변장해라?! 그리고 나 대신 죽어라?! 성녀를 살리기 위해 바치는 목숨이다. 너 같은
하찮은 것 에게는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겠지?!"
성녀의 말에 시녀가 굳었다. 소녀는 살아야 한다. 자신은 성녀니까.
'신전을 빠져나가면 황궁으로 달려야겠어.'
성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의 생각은 시녀와 시종들의 행동에 산산이 부서졌다.
시녀에게 자신으로 변장하라는 성녀의 말에 몸을 피하던 시종과 시녀들이 멈춰섰다.
그들은 성녀에세 다가와 소녀의 팔을 붙잡고 몸을 끌었다.
"무..무슨짓 들이야! 이거놔! 무례한 놈들?! 내가 니들을 벌할것이다?!"
"이 사단도 전부 성녀 니년 때문이야! 저 녀셕들에게 당신을 넘기면 살수 있을지 누가 알아?"
'뭐?........니들이 어떡해?! 자기들이 먹고 사는게 다 누구 덕인데!'
소녀는 이를 갈았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시종과 시녀들의 말에 소녀의 몸이 굳었다.
"저깄어! 저 사람들에게 성녀를 넘기자?!"
소녀는 발버둥 첬다. 하지만 그 발버둥도 전부 소용없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오늘 소녀는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이다. 머리로는 깨달았지만
생각은 잘따라 주지 않았다. 입이 열였다.
"대채 내게 왜이러는 것이냐?!....내가 뭘그리 잘못했기에!"
소녀는 정말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그말을 들은 시종과 시녀들이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왜? 어째서? 항상 날 웃는 얼굴로 대하던 그들이 왜 이러는 걸까?
........소녀는 몰랐다. 그들이 억지로 웃으며 자신을 떠 받들어 주고 있었다는것을.
"잘못이 없어?.....하.....니년은 태어난것 부터가 죄였다! 성녀라는 이름의 탈을 쓴 악마!
니년 때문에 괴로운 삶을 살고 괴롭게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줄 알아?!"
"....뭐?...."
소녀는 멍한 표정으로 시종의 말을 들었다. 주변의 모두가 그의 말에 동감했다.
자신이 모두에게는 성스러운 존재여야 했다. 자신은 성녀였으니까...........
그런데 저들은 왜 나를 악마보듯 하는 걸까? 왜? 자신이 어떻게 살았기에?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냥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것이 다 맞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세상의 법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제서야 하나둘 자신이 지금까지 사람들을
어떡해 대했는지 생각났다.
푹.
소녀의 고막을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하느라 잠시 잊고있던 일이,
시종과 시녀들이 도망가다가 베이는 관경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자신을 넘기려다 되려 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그때 소녀를 잡고 있던 시종이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도망갔다. 소녀는 그것이 기화라고 생각했다.
아직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소녀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문득 숨이 차 헉헉대는 자신을 봤다.
여길 벗어나야했다. 도망가야 한다.......도망?....
도망가도 자신이 살수 있을까?....아니...분명 죽을것이다. 자신은 도망가면 안된다. 그들의 죽음을
봤다. 그런데 자신만 살겠다고 이렇게 도망을 쳐도 되는 것일까?..........죽음을 앞에 두자
문득 자신이 어떡해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발자국이 있다! 성녀다! 성녀가 숲으로 들어갔다?! 쫓아라!"
들켰다! 그 외침에 기사들이 숲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녀는 더 이상 달릴수 없었다.
너무 지쳐있었다. 아니 지친것보다 더한 고통이 소녀를 붙잡았다.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데리러온 악마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무게가 너무도 무거웠기에 발이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했다.
그때 소녀의 눈에 띈것은 작은 동굴 이었다. 소녀는 숨을 죽이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아니 자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죽인것이다. 소녀를 죽이러온 마로펜 왕국의 기사들, 전쟁의 첫걸음이라고 했지만
소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배신자라는 걸 들켜 벌어진 일이라는 걸.
소녀의 용서 받을수 없는 죄중에 하나였다. 마로펜 왕국과 협상을 했다. 제국의 성녀인 그녀는 가능했다. 제국의
모든 정보를 빼돌려 그들에게 쥐어 주는것이,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제가 알아버렸다. 정보를 빼돌린
자가 제국 어딘가에 있다는걸. 그래서 소녀는 그것을 기회로 삼았다.
죄없는 시녀장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 씌우고 그 죄를 발켜냈다는 명분으로 황제에게 상을 받았다.
하지만 마로펜 왕국과의 협상은 계속 되었고, 그럴때마다 자신은 그들이 무슨짓을 벌이는지 신에게
들었다며 황제에게 정보를 말하며 총해를 받았다. 그 사실을 알아버린 마로펜 왕국이 배신을 한 자신을 죽이러 왔다.
하.....정말 자신은 어리석었다. 왜 그랬을까.......욕심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그들 말대로 소녀는 악마 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벌을 받을것이다. 분명히.......악마가 악마를 데리러 왔다라.......웃기는군......헛웃음이 나왔다.
숨이 막혔다. 눈시울이 뜨거워 지면서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자신이 이렇게 죽은 뒤에 자신의 잘못을 그들에게 사죄할수 없다는 것이 소녀를 더 힘들게 했다. 이 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수 없다는게 이 무게가 너무커 자신은 계속 그들에게 악마로 남을수 밖에 없다는게 자신이 죽어도 슬퍼해줄 사람이 없다는게
그것이 슬프고 괴뢰웠다.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가 이 세상에 있을까? 아니 없을 것이다.
있을리가 없다. 자신이 어떻게 했는데, 예전에 황태자가 자신에게 한말이 떠올랐다.
<후회할거다. 그렇게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좋지만을 안타는걸 깨닫게 되는 날이.>
<뭐?...그런 날은 없을거라고?........아니 넌 있을거다. 네가 지금 얼마나 추악한지 모르나보지?>
그때 자신은 당연히 기분 나빠하며 화를 냈다. 어릴때부터 궁에 자주 드나들던 소녀는 황태자와
잘아는 사이였다. 5살 때부터 그와의 대면은 자주 있었으니까. 그는 성녀인 자신을 싫어했다.
항상 잔소리를 하며 자신의 속을 긇어 놓았다. 그것이 충고인것을.....그때의 자신은 몰랐다.
"여기에 발자국이 있습니다!"
........자신은 곳 죽게된다. 어릴때는 종종 주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자신이 11살의 밤 시녀를
죽이기 전까지는.........아무도 자신에게 뭐라하지 않았다. 소녀가 사람을 죽였다 해서 힘이 사라진것은 아니니까.
그녀는 여전히 성녀였다.......힘은 그대로 였다. 하지만 신의 음성은 그날 이후로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되어 버린것일까?........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부족한거 없이 자라왔다.
부족한 것은 그녀에게 없었다. 다가졌음에도 불과하고 베풀줄은 모르는 자신이었다. 당연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받기만 하면 된다고........왜이리도 어리석을까..........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소녀는 두번 다시 이런 삶을 살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괴롭게 만든
사람들에게 속죄하며 살것이다. 자신을 위한삶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것이다.
왜 지금 죽음을 앞둔 순간에 깨달아 버린것일까......조금만 빨랐어도..........그랬다면 이렇게
죽음을 맞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머리속에서 자신을 원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죽어! 너도 죽어! 다 너때문이야?! 너 같은건 죽어버려! 다시는 빛을보지 못하게 잡아놔야 겠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녀에게 자신으로 변장해 대신 죽으라 하던 자신이었다.
이제와서 혼자 죄책감에 시달려 봤자. 변하는것은 없었다. 자신의 스승이었던 헤이넬 대신관의
말이 떠올랐다.
<성녀는 누구보다 자비롭고 지혜로워야 한다. 너 처럼 시녀들에게 막말을 하며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알겠는냐? 성녀면 성녀답게 살아라.>
자신은 그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러버렸다. 그의 스승도 자신이 죽였다. 짜증나서 계속 잔소리를 하는것이
짜증나 죽여버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것을 후회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참 어리석지.'
죽을것이다, 자신도. 하지만 저들의 손에 죽고 싶지 않다. 소녀는 자신의 신성력을 모아 단검을 만들어 냈다.
말이 신성력이지 마법과 같았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자신의 배를 찔렀다. 처음에는 괴뢰웠으나 점점 감각이
없어진 몸에서는 편안함이 몰려왔다.
결국 이렇게 죽는다. 그들에게 성녀가 아닌 악마로 남은채 홀로 외롭게 죽는다. 차라리 이것이 나았다. 저들에게
목이 잘릴 바에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을 죽이는것이 더 나았다.
"성녀! 성녀를 찾았습니다!"
동굴안에서 뒤늦게 자신을 발견한 마로펜 왕국의 기사가 외쳤다. 소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천천히 자신은 눈을 감았다. 이제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편안하기만 했다.
* * *
'따뜻해.'
응? 잠깐만.....따뜻하다고?....뭐가? 난 죽었다. 그런데 따뜻함을 어떡해 느끼는가?
착각인가?.......아니 착각이라 하기에는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왠지 이불을 뒤집어 썼을때의 감각이라 눈을 뜨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죽었는데?.......눈을 뜰수는 있나?......왠지 겁이나서 뜨고 싶지만 뜰수가 없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있을수만은 없었다. 왜냐면 내가 너무 찜찜해서 그냥 넘길수가 없었다.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래 죽었으면 죽은거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매우 입숙한 배경이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곳은 분명..............이곳은 성녀의 방안이 었다!
'...아니, 어떡해?'
내가 꿈을 꾸는것인가 하며 다시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똑같았다. 눈을 비벼보기도 하고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치기도 했다. 왼쪽뺨이 얼얼했다.......... 감각이 너무 생생하다.
어떡해 이럴수가 있지?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 앞에섰다.
".....!"
놀랐다.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은.............11살일때의 소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