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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마주치다 (1)
작성일 : 18-01-02 19:38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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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두!!!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에 수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도시 밖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그들을 쫓으려는 많은 병력들이 밀려오는 중이었다.

 

 “놈들이 온다!”

 

 “모두 빨리 움직여! 거북이처럼 꾸물거리면 여기서 다 죽는다!”

 

 수많은 총알과 미사일들이 오갔다. 피비린내가 매캐한 화약 냄새와 혼합되어 악취를 풍겼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로 지옥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들의 수는 비슷했다. 하지만 쫓는 자들은 모두 잘 무장된 군인이었는데 쫓기는 자들은 반 이상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민간인들이었다.

 

 민간인들까지 태울 차량이 없기 때문에 살림 기구들을 바리바리 짊어진 채로 힘겹게 겨우겨우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동속도가 쫓는 자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느릴 수밖에 없었다.

 

 “서쪽에서 적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남동쪽의 터널은 겨우 부쉈지만 이미 반은 통과한 후였습니다.”

 

 “민간인들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이대로는······.”

 

 피해 상황을 보고 받는 이는 가장 큰 차량에 타고 있는 어떤 남자였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비고에 이를 악물고 이마를 짚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유비 님!”

 

 도망가는 자들의 대장이자 총지휘권자인 유비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옆의 있는 여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하얀 학 털로 만든 부채를 들고 있었는데 표정 하나 없이 차가운 인상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나? 제갈량.”

 

 제갈량이라고 불린 그녀는 앞에 놓인 지도를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여전히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의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선의 수는 지금이라도 주민들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 말에 유비는 책상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몇 번을 말하나?! 이들은 나를 믿고 여기까지 따라온 사람들이야. 그들을 절대 버릴 수 없어! 그것 말고 다른 방도를 생각하란 말이야!”

 

 “그렇다면 이 방법이 차선책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펼치면 주민과 병사의 3분의 1은 잃겠죠.”

 

 제갈량은 지도에 놓인 깃발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하나의 전선을 만들어냈다. 그 깃발에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방법밖에 없나?”

 

 “제가 생각해낸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오차범위가 높지만 그것은 장수들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알겠다. 그럼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제갈량이 내놓은 작전은 유비 자신이 보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펼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금 상황에서 좋은 작전이니 수세에 몰려 있는 지금,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혹시 제갈량이라면 이 상황을 완벽하게 풀 신의 한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아무리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리는 제갈량이라도 지금에서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서쪽 다리에 간 사람은 누구지? 그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잖아.”

 

 “장판 다리에는 장비 님을 보내겠습니다. 장비 장군님이라면 충분히 막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

 

 “말도 안 되는 괴물이군······.”

 

 서쪽을 뚫기로 되어 있는 조조 군의 순유는 이 강력한 군대가 고작 사람 한 명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겨우 이거냐? 조조 군에는 이런 샌님들밖에 없는 거야?”

 

 다리 한가운데에는 적들의 피로 목욕하고 있는 장비가 서 있고 사방에는 분해된 병사들의 사지가 흩어져 있었다.

 

 장비에게 죽은 병사들은 그냥 평범한 잡졸들이 아니었다. 뛰어난 장수들을 죽이기 위해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우수한 병사들이었다. 다수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합공술로 여포가 다시 살아온다 해도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장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공격을 파훼했다.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이건, 소문보다 더하잖아?”

 

 장비는 폭호파신공를 거의 완벽하게 익혀 강기를 담은 공격에도 버텨낼 수 있는 극한의 육체를 얻게 되었다. 원래는 황제를 수호하는 장군들이나 배울 수 있는 신공이었지만 황실이 실질적으로 공중분해 된 후에 그것이 유비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의제인 장비가 배울 수 있었다.

 

 타타타타!!!

 

 멀리서 병사들이 총을 갈겨내고 있었지만 장비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태연하게 서 있었다.

 

 “멍청이들! 장비에게 총이 통할 것 같아?! 총알 낭비하지 말고 물러서 있어!”

 

 순유의 호통에 병사들이 소총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순유도 고민이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병사들을 더 잃을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고작 한 명 때문에 이 많은 군대가 전진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병사들을 뚫고 나온 사람은 조조 군의 명장으로 알려진 우금과 악진이다. 순수 무력으로는 장비에게 부족하지만 이들도 수 없는 전장을 겪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상대는 장비입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장비가 여포에 비견된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 둘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장비의 목을 바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어서 저 괴물을 뚫도록 합시다.”

 

 “맡겨 주십시오.”

 

 악진과 우금은 예전에도 합을 맞춰서 싸운 적이 있다. 무려 상급 장수 둘이 펼치는 합격진이다. 이제까지 그들의 합동 공격을 버텨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앞의 장비라고 다르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챙!

 

 악진과 우금은 각각 도끼와 도를 들고 살기등등하게 앞으로 나섰다. 무서운 기세가 곧, 장비를 덮었지만 장비는 태평하게 고개만 까딱 옆으로 기울였다.

 

 “웬, 졸자들이 똥폼을 잡으면서 오냐?”

 

 “닥쳐라, 장비. 네 자만도 오늘로서 끝이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우금이 자신들의 위명을 알리려했지만 장비가 손을 휘휘 저어 그것을 방해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으니까, 덤빌 거면 잔말하지 말고 덤벼라.”

 

 “건방진!!!”

 

 마치,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장비의 말과 표정에 격분한 악진과 우금이 이를 바드득 갈며 돌진했다.

 

 팟!

 

 달려가던 우금이 높이 점프해서 위를 점하고 악진은 도끼를 아래서부터 위로 휘두르며 장비의 하체를 노렸다.

 

 완벽한 타이밍에 엄청난 힘이 담긴 공격이 동시에 들어왔다. 하나만 해도 막을 수 있는 자가 전국에 그리 많지 않을 거다. 하지만······.

 

 “가소롭다!!!”

 

 퍽!!!!!

 

 장비가 주먹을 크게 휘두르자 악진과 우금이 동시에 나가떨어졌다. 수십 톤의 트럭이 수없이 지나가도 꿈쩍 않는 합금으로 만든 다리가 부서질 듯 휘어질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우엑!!”

 

 악진과 우금은 장비의 주먹을 맞고 비틀거리며 일어서지도 못했다. 상급 장수들을 순식간에 두 명이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지만 장비는 만족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장비는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투덜댔다.

 

 “쳇! 역시 주먹으로는 힘드나? 자꾸 창이 부서지니 매번 번거롭네.”

 

 장비의 기공이 너무 강해서 그의 힘을 받아낼 무기가 없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산산이 조각나니 여러 개의 창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일이었다. 지금은 그나마도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맨손으로 상대해야 했다. 만약, 장비의 손에 창이 쥐어져 있었으면 저 둘은 형태도 찾아볼 수 없었을 거다.

 

 “마무리를 지어볼까?”

 

 장비가 쓰러져 있는 악진과 우금에게 이동하는 것을 본 순유가 기겁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두 장수를 잃을 수 없다.

 

 “전 병력 돌진!!! 저 둘을 구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장비의 기에 눌려도 신중하게 판단하던 순유였지만 두 장수의 위험 앞에서 모든 이성이 날아가 버렸다. 결국, 병사들을 조급하게 장비에게 밀어 넣었다.

 

 “불나방들 같으니!”

 

 어느 한 명도 장비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었다. 개미 떼처럼 많은 병력이 촘촘하게 장비를 에워쌌지만 모두 가랑잎처럼 허무하게 쓸려가 버렸다.

 

 “내가 바로 천하무적 장비다!!!”

 

 ***

 

 “그럼 관우는 어디로 보냈지? 어딜 막으라고 했나?”

 

 지도에 관우의 표시가 보이지 않자 유비가 턱수염을 쓸며 제갈량에게 물었다. 현재 아군 장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장비도 아닌 관우다. 무력 자체는 둘이 비등했지만 판단력이나 지략은 관우가 장비를 압도했다.

 

 “관우 장군님이 저들을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뜬금없는 제갈량의 말에 유비는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그럼?”

 

 “저들이 관우 장군님을 막아야죠.”

 

 ***

 

 “관우······.”

 

 사방이 뚫린 벌판에 관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우의 앞을 막은 사람들은 조조 군에서 유명한 장수들이다.

 

 “겁도 없이 이곳에 혼자 온 것이냐?”

 

 하후돈이 거대한 도끼를 보이며 이를 갈자 옆에 있던 부관 문빙과 조인이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들었다. 장료와 장합은 관우의 뒤에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오너라. 조조의 개들이여.”

 

 관우가 오만한 표정으로 가지고 있던 언월도를 한차례 휘두르자 분노한 조조 군의 장수들이 무기를 부서질 듯 세계 움켜쥐었다.

 

 “이 새끼! 내가 지금······.”

 

 참지 못한 장합이 앞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그것을 장료가 막았다.

 

 “참으시오, 장합 장군.”

 

 “하지만 저 꼴을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이오?”

 

 “이곳을 지나면 바로 주군이 있는 곳입니다. 경거망동 했다가는 바로 주군에게 해가 갈 수 있습니다.”

 

 “으으윽! 이게 무슨 망신인지!”

 

 천하를 호령하는 장수 다섯이 고작 한 명에게 묶여 있었다. 신중한 장료도 이 멤버라면 관우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다가 전열이 무너지면 누군가 이곳을 지나가 조조에게 닿을 수 있다.

 

 ‘제갈량이라고 했지, 그 계집.’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신묘한 수로 아군을 수없이 괴롭힌 희대의 군사다. 이번에도 자칫 잘못해서 그녀의 작전에 말려들면 주군이 위험할 수 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곽가 님에 필적하는 군사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관우만이 아니라 뒤에 있는 제갈량도 상대하는 셈이었다.

 

 “오지 않을 건가?”

 

 관우가 언월도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도발했지만 아무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관우도 무리하지 않았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거겠지?’

 

 모든 것이 제갈량이 알려준 대로였다. 비록 직접 적의 수를 줄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만 여기에 묶어둘 수 있다면 아군에게 큰 힘이 될 거다.

 

 그렇게 관우는 치열한 심리전을 하고 있었다.

 

 ***

 

 「주군! 큰일 났습니다.」

 

 상황을 열심히 정리하던 유비의 차량에 급박한 무전이 들려왔다.

 

 “또 무슨 일이지?”

 

 지금 상황에서는 무소식이 최고의 희소식이다. 들려오는 병사의 떨리는 목소리에 유비 자신도 수명이 부쩍 줄어드는 느낌이다.

 

 「적들이 주모님의 차량을 쫓아서 주모님의 차량이 행로를 이탈했습니다.」

 

 “뭐?!”

 

 유비의 부인이지만 지휘하는 차량에 함께할 수 없어서 따로 차량을 내주었다. 경비도 꼼꼼하게 배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고 추격한 거다.

 

 “연락은?”

 

 「그게······, 먹통입니다. 누군가가 강제로 막고 있습니다.」

 

 “이런!”

 

  유비는 분노해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차량에는 자신의 부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젖도 떼지 않은 딸도 함께 타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유비는 글썽이는 눈망울로 힘겹게 말을 털어놨다.

 

 “······포기한다.”

 

 그 말에 무전을 하던 병사와 옆에 있던 제갈량이 동시에 깜짝 놀랐다.

 

 「네?! 하지만······.」

 

 “지금 그 차량을 쫓는다고 병력을 분산하면 엄청난 사망자가 나올 거다. 내 부인 한 명 살리자고 그들의 죽음을 방치할 수 없어.”

 

 유비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으며 괴로워했다.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준 아름다운 아내의 목숨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은 정말이지 지옥 같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차량을 쫓아간 분이 있습니다.」

 

 “뭐? 누가 쫓아갔다는 말인가?”

 

 「그게······, 조자룡 장군님입니다.」

 

 ***

 

 부릉!!!!

 

 “비켜!”

 

 조자룡은 오토바이를 타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위태롭게 운전했다. 주모가 탄 차량은 적들이 포진한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사방이 적들 천지였지만 조자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저놈은 뭐야!”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에 조조 군이 기겁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조자룡은 빠르게 움직이는 오토바이 위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총알을 발사했다.

 

 “크륵!”

 

 “제길! 방해하지 마!”

 

 「내 동생이 잘 자랐으면 조 장군 만하게 컸겠네요.」

 

 「너무 훈련만 하지 말고 몸조심하면서 하세요. 여기 꿀물 있어요.」

 

 「아니! 마누라! 나한테도 타주지 않는 꿀물을 왜 저놈한테 주는 거요? 이놈! 내 마누라한테 무슨 수작을 부렸어!!」

 

 「쿡쿡! 당신은 따로 주는 보약이 있잖아요.」

 

 「네 이놈! 네가 내 이쁜 마누라한테 꼬리를 쳤구나? 어? 웃어? 와!!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자!」

 

 「조 장군······.」

 

 고아로 자란 자신에게 때로는 누이처럼 때로는 어머니처럼 자신을 챙겨주었던 주모님이다. 절대로 이렇게 잃을 순 없다.

 

 “비켯!”

 

 붕!!!

 

 오토바이를 탄 채로 긴 창을 휘두르니 장갑차도 한 방에 두 동강이 났다. 아직 어리지만 기공에 관한 무공이라면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경지의 오른 조자룡이다. 관우 장비 같은 굵직한 장수들과의 대련으로 그 깊이가 훨씬 깊어지기도 했다.

 

 “저놈 잡아!”

 

 하지만 그의 뛰어난 실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적들의 수는 너무 많았고 한 손으로 열 명의 손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이다. 저 많은 수를 뚫고 앞으로 나가는 것은 자살 행위다.

 

 ‘이대로는 안 돼.’

 

 차량의 흔적을 쫓던 조자룡은 특단의 대처를 내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주모를 구하기 전에 자신이 당할 것이다.

 

 부릉!

 

 조자룡은 흔히 보기 힘든 기행을 저질렀는데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기울어진 건물 위를 오르기 시작한 거다. 건물을 타고 날아오른 조자룡은 그 속도를 유지하고 다른 건물 위로 점프했다.

 

 “저건 또 뭐야? 오토바이가 하늘을 날잖아?!”

 

 조자룡을 쫓던 적들은 한순간에 닭 쫓던 개로 전락했다. 이미 너무 높은 곳으로 이동해서 총을 쏴도 닿지 않을 거다.

 

 붕~

 

 그렇게 조자룡은 빠르게 차량의 뒤를 쫓았다.

 

 부직!!

 

 잘 달리던 조자룡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건물 위를 날아다니다 보니 멀쩡하던 오토바이가 결국 탈이 난 거다.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장이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할 수 없지.”

 

 조자룡은 건물에서 뛰쳐나가 다시 차량의 흔적을 따라 달렸다. 기공을 사용하면 오토바이 못지않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제 흔적이 가까워진 것이 느껴졌다.

 

 “찾았다!”

 

 멀리서 차량이 적들에게 둘러싸여 교전하는 것이 보였다. 그곳은 어느 다리의 위였다.

 

 탁탁탁!

 

 조자룡이 빠르게 움직이자 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뒤에 있던 사람에서 뭐라 뭐라 소리쳤다. 그러자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알몸?’

 

 일어난 사람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머리는 며칠은 안 감은 듯 까치집이 되어 있었고 얼굴은 기름기 하나 없이 수척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멀리 있는 조자룡이 느낄 만큼이나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가 누군지는 상관없다. 앞을 가로막는다면 그게 누구든 간에 치워버리고 앞으로 가야 한다.

 

 “비켯!”

 

 쾅!!!

 

 ***

 

 한편, 전장이 한눈에 보이는 고층 빌딩 옥상에서 한가롭게 파라솔을 펴고 앉아 전투를 구경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해?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너무 질질 끄는 거 아닌가?”

 

 그는 유비를 뒤쫓아 온 장본인인 조조다. 그의 옆에는 그를 늘 지척에서 호위하는 전위와 허저, 그리고 미녀 비서 제니퍼와 곽가가 있었다.

 

 곽가가 조조의 말에 허리를 굽혀 나지막하게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유비, 관우, 장비, 이 셋을 합치면 여포와 비견될 만큼의 파괴력이 있습니다.”

 

 곽가의 말에 조조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말한 여포와의 전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여포, 여포라······.”

 

 여포 하나를 잡으려고 수년간 힘들게 키웠던 호표기들이 반 토막 났고 장수들도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함정에 빠트리지 않았으면 그 피해가 두 배는 되었을 거다.

 

 “그 소리 들으니까 정신이 확 깨는군.”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이렇게 살살 유비 군을 갉아먹는 것이 이득입니다. 이 정도 피해를 주었으면 한동안은 회생하기 힘들 겁니다.”

 

 “흠~ 그래. 아무리 그래도 관우, 장비에 내 소중한 장수들이 쩔쩔매는 것은 보기 좋지 않군.”

 “죄송합니다.”

 

 “아니, 곽가가 죄송할 건 없고······, 근데 이놈은 어디 가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조조가 말한 사람은 현재 조조 군의 최고 무력이다. 그것을 안 곽가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 후방으로 보냈습니다.”

 

 “쯧! 여포의 목숨도 거두었던 놈이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패인이 되다니······.”

 

 “장군의 아내 사랑은 주군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분이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셨으니 슬픔이 클 수밖에요.”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 조조가 옆에 있던 비서를 불렀다.

 

 “제니퍼!”

 

 “······.”

 

 “제니퍼!”

 

 “······.”

 

 자신의 부름에도 비서가 꼼짝도 하지 않자 한숨을 크게 쉰 조조가 손가락으로 이마 관자놀이를 집으며 말했다.

 

 “제니풔!”

 

 “네, 사장님.”

 

 언제 말을 무시했냐는 듯이 빠르게 다가오는 제니퍼의 모습에 다시 한숨을 쉰 조조가 열불이 난 심정을 애써 넘기며 물었다.

 

 “그놈은 지금 뭐 하고 있지?”

 

 조조의 말에 제니퍼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지금 교전 중입니다.”

 

 “뭐?! 후방으로 보냈다며?”

 

 조조가 놀라 소리치자 제니퍼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을 고치며 말했다.

 

 “차량 하나가 들어왔는데 구출대인 모양입니다.”

 

 “수는?”

 

 “한 명입니다.”

 

 한 명이라는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의 상태를 생각하면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승률은?”

 

 다시 아무 말이 없던 제니퍼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99%입니다.”

 

 ***

 

 퍽!!!!

 

 “어라? 이상하다?”

 

 술에 취해 자신의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남자는 비틀거리면서 나가떨어진 인형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손에 들린 무기를 보고는 피식하고 웃었다. 자신의 검이 아직 검집에서 뽑히지도 않은 것을 본 거다.

 

 “너 아직도 삐져 있는 거냐? 하여간······.”

 

 다시 하품한 남자는 주섬주섬 일어서는 사람에게 소리쳤다.

 

 “쿨럭!”

 

 조자룡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몸도 성치 않은 남자에게 벌써 다섯 번이나 나가떨어진 것이다. 저자의 손에 들린 검에 검집만 뽑혀 있었어도 벌써 죽은 목숨일 거다.

 

 “너, 운이 좋구나. 오늘은 봐줄 테니까 가보는 게 어때? 나도 남은 술이 있는데.”

 

 “······개소리.”

 

 비틀거리며 일어선 조자룡이 창을 굳게 쥐며 상대를 노려봤다.

 

 “하아~ 어린놈치고는 싹수가 있는 놈인데······, 그 실력이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꼬맹아.”

 

 “그럼 비켜! 여길 지나가야 해.”

 

 “그건 곤란해. 여길 지키라는 명을 받았거든. 뭐, 하나는 자다가 놓친 것 같지만······.”

 

 남자가 아직 교전 중인 차량에 손짓하자 조자룡이 기공을 끌어올렸다.

 

 “너, 누구야?”

 

 저런 몸으로 자신을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사람이 흔할 리 없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조자룡도 납득이 가능한 이름이었다.

 

 “하후은이다.”

 

 “······천하제일 검.”

 

 검으로는 적수가 없다는 조조 군 최강의 전사다. 관우와 장비와도 비견되는 그를 상대해야 할 상황이다.

 

 상대의 강함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그를 뚫지 못하는 것이, 주모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조자룡은 창을 꼭 쥐며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신이 있다면 나를 도와주세요.’

 

 그 순간 천유강의 의식이 조자룡의 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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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크러쉬 (1) 2018 / 1 / 15 440 0 8940   
112 별을 품은 소녀 (9) 2018 / 1 / 15 431 0 9886   
111 별을 품은 소녀 (8) 2018 / 1 / 15 448 0 7174   
110 별을 품은 소녀 (7) 2018 / 1 / 15 458 0 5298   
109 별을 품은 소녀 (6) 2018 / 1 / 15 393 0 8802   
108 별을 품은 소녀 (5) 2018 / 1 / 15 446 0 9378   
107 별을 품은 소녀 (4) 2018 / 1 / 15 391 0 5962   
106 별을 품은 소녀 (3) 2018 / 1 / 15 362 0 7949   
105 별을 품은 소녀 (2) 2018 / 1 / 15 389 0 5976   
104 별을 품은 소녀 (1) 2018 / 1 / 15 393 0 7390   
103 마주치다 (5) 2018 / 1 / 10 368 0 6096   
102 마주치다 (4) 2018 / 1 / 9 365 0 8532   
101 마주치다 (3) 2018 / 1 / 7 358 0 9614   
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364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367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364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378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407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387 0 6851   
94 바다 이야기 (3) 2017 / 12 / 26 375 0 6738   
93 바다 이야기 (2) 2017 / 12 / 25 362 0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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