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혼인식
인사 올립니다, 공주 갈윤희라 하옵니다. 전생은 ‘린’이라고 불리던 작은 신령이었습니다. 신령은 깃들어 있는 것과 함께 일생을 보내지요. 그 존재가 소멸되면 함께 소멸할 혼이었습니다. 사라질 저를 하늘님께서 가엾게 여겨 한 번 더 생명을 연장시켜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곳에 있게 된 겁니다. 윤은 인간이었기에 당연한 굴레로 다시 환생 했습니다. 12살 저희가 만나, 약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와 그를 연결시켜준 오라버니에게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만...
짜증나! 둘이 꽁냥꽁냥! 그냥 확 혼인하지 그래?!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인식 당일이 찾아왔습니다. 인자하신 왕께서는 하준을 믿고, 아끼셨고, 혼인을 허가하셨습니다. 저희는 모두가 축하해주는 행복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전생만 해도, 혼례를 치룰 수가 없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지 모르겠습니다. 후하... 후하...
“윤희, 괜찮아. 괜찮아.”
“준... 우리 정말 부부가 되는 거지?”
“그래. 우리가 가장 바라던 행복한 결말이야.”
“응... 응...”
저를 안아주고 달래주는 그의 눈가에도 잠시 눈물이 고였다가 사라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청혼의 말을 내뱉었습니다.
“언제나 꽃길만 걷게 해줄게.”
“아...”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응...”
“행복하자. 약조할게, 널 혼자 두지 않겠다고.”
“응...”
“사랑해. 사랑한다, 윤희야.”
준에겐 내시들이 따랐고, 저에겐 궁녀들이 따랐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먼저 맞절을 합니다. 서로를 보지 않습니다. 일어서면 다시 한 번 맞절을 합니다. 이번에는 서로를 봅니다. 부끄러워 가리고 싶었습니다.
혼주를 마십니다. 저의 혼례복을 서로 잡으면 콩이나 팥, 마른 과일을 던져 받습니다. 그것을 닭에게 줍니다. 다 먹어치우면 잘산다는 풍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서로 예물을 교환합니다. 반지 문양이 아닌, 진짜 옥 반지를 끼어줍니다. 그리고 짧게 입을 맞춥니다.
지켜보는 전하와 저하를 향해 꽃길을 수놓았습니다. 그 길을 따라갑니다. 조금 가까워지면 멈추어섭니다.
“축하한다, 공주! 지아비를 잘 따르거라.”
“예, 전하.”
“축하한다, 하준 서생. 처를 아껴주거라.”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과인의 존함을 걸고 이 혼인을 승인한다!”
악사들이 나타나, 잔치가 벌어집니다. 서로를 웃으며 바라보고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준, 그리고 윤. 고마워요, 내 소원을 들어줘서.”
“내 선택이었고 당연한 거야.”
“행복해...”
“울지 마. 지금 말고, 초야를 치를 때 울어.”
“정말! 하준!”
“큭큭큭!”
저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 추억과 기억만은 지워지지 않고, 잊혀 지지 않길 바랍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