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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관상가
작가 : 나우주
작품등록일 : 2017.7.29

대한민국 최악의 돌팔이 관상가, 이상해.

조선 시대로 회귀 후,

조선 최고의 이름난 관상가로 다시 태어나다.

 
관상가들 1
작성일 : 17-07-31 02:01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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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려던 혜걸은 멍하니 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약속입니다.”

  “약속...?”

  “예. 장사꾼에게 있어 약속은 곧 신용입니다. 전 그 놈에게 우리 상단에 받아주겠다 약속했습니다. 그 말인 즉, 이제 그 놈은 제 식구란 소리입니다. 제 입으로 그 놈을 받아주겠다고 말한 이상, 장사꾼으로서 신용을 저버릴 순 없겠지요. 이건 그 놈과 저의 약속입니다. 나으리가 그걸 아시겠습니까?”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혜걸의 모습에 수령 역시 혜걸을 노려보았지만, 뭔가 걸리는 지 연신 목을 켁켁 거렸다.

 

  곧 상해는 수령의 말대로 풀려났지만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었고 일어나지조차 못했다. 그런 상해를 혜걸이 부축하며 나왔다.

  곁에 있던 포졸들이 돕겠다 나섰지만, 혜걸은 괜찮다는 듯 손으로 막으며 홀로 상해를 데리고 나왔다.

 

  밖에는 낯익은 얼굴이 하나 서있었다. 정만이었다.

  정만은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된 채, 혜걸에게 엎혀 오는 정만을 보곤 연신 괜찮냐며 물었다. 상해는 혜걸과 정만을 보며 벅차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하루였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혜걸과 정만이 자신을 잊지 않고 구하러 와줬다니.. 상해는 눈물이 흐르는 걸 참지 못했다.

  그리곤 말에 올라 혜걸에게 기댄 채 상단으로 돌아갔다.

  그 어느 때보다 길고 길었던 지옥 같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저 이 상단을 나가겠습니다.”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상해였다.

  혜걸 앞에 무릎 꿇은 상해는 비장한 얼굴에서 다짐이 느껴졌다.

 

  “네 놈, 나한테 빚진 걸 벌써 잊었느냐? 나가긴 어딜 나간다는 말이냐! 들어 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닌 법이다!”

  “하지만...”

 

  상해는 시무룩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다시 쳐들고 대들 듯 혜걸에게 따졌다.

 

  “아니! 과거시험을 보라니요!? 그게 저한테 가당키나 합니까!?”

 

  고문을 당하던 상해는 얼마 전까지도 몸을 회복하느라 누워서만 지냈다.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나자 힘쓰지 않는 일들 위주로 일을 맞게 되었는데.

  오늘 갑자기 혜걸이 상해를 부르더니, 더 편한 일을 시켜주랴? 묻길래, 옳다구나! 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일이란 게 과거시험을 준비해서 과거 시험에 붙는 거란다.

  나 참, 정말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한 동안 지내보니 혜걸이 생긴 건 무서워도 막상 보면 크게 화를 내진 않는다.

  불같이 화를 내봐야 지푸라기 빗자루 집어던지는 정도였다.

  도자기 같은 값비싼 물건은 던지지도 못한다.

  그래서인지 상해는 제법 혜걸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그걸 제가 왜 봐야하는데요?”

 

  혜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고 이마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언짢은 모양이다.

  혜걸은 억지 미소를 보여 가며 상해를 살살 달랬다.

 

  “내 너를 뽑은 이유가 애시당초 그거 때문이니, 당연한 일이 아니더냐?”

  “네!?”

 

  상해를 뽑은 이유가 과거 시험 때문이라? 왜? 다른 똑똑한 사람들을 놔두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해였다.

 

  “왜 저를요? 똑똑한 다른 사람들 다 놔두고?”

  “넌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지 않느냐? 아주 눈에 띠기 좋은 능력 말이다.”

  “관상 말입니까?”

  “그래, 관상. 너는 곧 과거시험을 보게 될 것이야. 그 중 잡과의 음양과에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합격하여 관상감에 오르게 되겠지.”

  “네!?”

  조선시대 과거제도는 크게 문과, 무과, 잡과 셋으로 나눠졌는데, 그 중 음양과는 잡과의 한 종류였다. 쉽게 말해 음양과는 나라의 흥과 쇠를 점치는 역술인을 뽑는 학과였다.

 

  이런 걸 노린 거였어? 상해를 받아 준 이유가 이거 였다니.

  역시 장사꾼은 믿을 놈이 못된다.

  그런데, 보란다고 다 붙을 수나 있나? 조선시대 과거시험 경쟁률은 지금의 공무원채용시험의 거의 몇 백배수준인데, 그걸 붙으라고?

 

  “불가능합니다. 전 우선 한자도 못 읽고, 머리도 나쁘며, 그 높은 경쟁률을 이겨낼 자신도 없습니다. 고로 불.가.능 합니다. 그냥 제가 이 상단을 나갈게요.”

 

  상해가 서둘러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려하자 혜걸이 다급한 듯 붙잡았다.

 

  “어허, 거 참, 사람 말을 끝까지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

  “내 너를 거진 한달 동안 지켜본 결과, 이미 과거시험을 치룰 놈은 못된단 걸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저에게 과거시험을 보라고 하신 겁니까?”

 

  그러자, 혜걸은 기다렸다는 듯 솔깃한 미소를 보이며 본론에 들어갔다.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도 관상감에 오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상해가 솔깃한 듯 눈을 살짝 흘겼다.

 

  “안보고요?”

  “그래.”

  “어떻게 말입니까?”

  “귀를 가까이 대어 보거라.”

 

  상해는 혜걸에게 귀를 가까이 갖다 댔다.

 

  “네!!?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이게 말이 안 되면 세상에 뭐가 말이 된다는 소리냐?”

  “임금님의 눈에 띠라니요.. 그게 무슨.. 임금님이 어디 동네 아저씹니까!?”

  “내게 다 방법이 있다! 넌 내 말대로만 하면 되느니라.”

  “방법이요?”

 

 

 

  ***

 

 

 

  해가 지고 초저녁 무렵의 산 길, 정월과 정만, 소령 그리고 상해가 가득 짐을 싸든 채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상해는 여간 불만스러운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이 상단에 괜히 들어왔어... 거지나부랭이가 되더라도 그냥 관아 앞에 있을 걸...’

 

  혜걸의 생각은 이랬다.

  과거제도 중 시험을 안 치르고 관직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임금의 눈에 띄는 것.

  임금의 눈에 띄면 임금의 특권으로 특별시험을 치룰 수 있는데, 이 시험은 1,2차 시험인 초시와 복시를 한 번에 건너뛰고 바로 3차인 전시를 볼 수 있는 제도였다.

  전시는 임금과의 대면이고 일종의 면접이니 임금의 눈에 띈 사람이라면,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혜걸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그런데, 눈에 띠는 방법이 가능성이 있어야.. 하아...’

 

  상해의 얼굴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옆으로 다가 온 정만은 다 안다는 듯 상해의 등을 툭툭 쳐줬다.

 

  “도대체 관상가들을 어디서 찾으라는 거야!? 관상가단을 만들 거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혜걸이 말한 눈에 띠는 방법은 꽤나 가능성 없고 독특했다.

  조선 전역의 용한 관상가들과 무당들을 모아 관상가단을 만들고 그 관상가들의 소문이 조선전역에 퍼져 임금의 귀에 들어가게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상해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관상가단을 만들어 임금의 눈에 띈다?’

 

  우선 첫째는 용한 관상가를 어디서 찾느냐의 문제가 있고,

  둘째는 찾았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자신과 혜걸을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다.

  좋다, 그래도 용한 관상가를 찾고 그들이 혜걸의 말대로 한다고 치자, 그래서 임금의 눈에 띠었다고 하자, 그 뒤에 임금이 용하다고 관직을 내린다는 보장은 또 무엇인가?

  이건 정말 확률이 극 미미한 도박이다.

  이런 것에 도박을 걸다니, 상해는 자신이 혜걸을 잘 못 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이렇게 떠나게 된 거.

  게다가 혜걸이 말한 용한 무당이 있다는 곳이 상해의 고향이었던 전라북도 김제였다.

 

  “에라 모르겠당! 에라 모르겠다아앙~”

 

  상해는 마음을 편히 갖자 생각하곤 인기곡을 불렀는데, 사방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차, 여긴 조선이다...’

 

  어차피 거의 확률이 없는 게임에 참여한 이상 자포자기다. 이렇게 된 거 즐기고 보자.

  조선시대의 고향이 어땠는 지나 구경 좀 하고, 또 운 좋으면 조선시대 조상님이라도 만날지 어떻게 알겠는가?

 

  단순한 상해는 금세 들떠 표정이 밝아졌다.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없던 정만이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골똘한 표정으로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이여.. 임금님을 뵐 수 있으면 상해친구가 저번에 말한 그 야기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저번에 한 이야기라?

  맞다! 상해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상해가 고문의 후유증으로 몸조리 차 누워 지낼 때, 정만에게만 조심히 말했던 말이 있었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는 말.

 

  하지만, 아무런 방도가 없었고, 바쁜 상단 생활에 잊고 있었지.

  정만은 그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정만의 말이 맞다.

  임금을 뵐 수 있다면, 부귀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상해는 너무 기뻐 갑작스레 정만을 부둥켜 안아버렸다.

  정만은 상해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상해친구... 와 이려.. 이것 좀 놓아..”

  “정만아! 니 말이 맞아. 임금님을 본다면.. 어쩌면.. 막을 수 있어.”

 

  상해의 눈에는 다시 불꽃이 일고 있었다.

  승산이 있다. 어떻게든 역사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겠다!

  상해가 불타오르고 있는 그때, 다시 정만이 말을 꺼냈다.

 

  “근디 말여... 임금님을 뵐라면, 용한 관상가부터 무당을 모조리 찾아야 하는디 말여.. 그게 가능할까?”

 

  정만이 상해를 들었다 놨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듯 상해는 무심코 던진 정만의 말에 정곡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맞아.. 용한 무당을 어디서 찾냐고!’

 

  그러자 정만이 다시 무심코 말을 던진다.

 

  “그려도, 뭐 또 어디든 있지 않겄어? 없으면 비슷한 사람이라도 데려감 되지.. 흐흐. 그럼 큰일 나불랑가?”

 

  정만 이놈은 진짜 천재다.

  이건 한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용한 무당을 찾지 못하면 용한 사기꾼들이라도 모아 데려 가야한다.

  임금님과 그 신하들을 속일 만큼 용한 사기꾼들로 말이다.

 

  ‘들켰다가는 목이 날라 가려나?’

 

  그래도 어쩌랴, 상해가 중세 역사의 태풍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다.

  상해는 마음속으로 굳은 다짐을 하며 김제의 벽골제로 떠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앞서 가던 정월의 시선이 순간 날카로워 지더니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뭔가 있어...”

 

  뒤에 따라가던 소령과 정만 역시 정월의 말에 사방을 경계했다.

  상해도 주위를 경계하고 서있는데, 수풀 사이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모두는 그쪽을 경계하며 바라보았고 점점 소리가 가까워지는 그때!

  뭔가가 불쑥 튀어나와 상해를 덮쳤다! 상해는 놀라 뒤로 자빠져 버렸다.

 

  “으아아아악!! 뭐,뭐야...”

  “도아우에오..”

  “...?”

 

  상해를 덮친 것은 여자였다.

  여자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상해를 덮쳤다.

 

  “당신 누,누구에요? 무슨 일이에요?”

 

  상해는 서둘러 여자의 재갈을 풀었다.

  그러자 여자는 숨을 가득 내뱉으며 헥헥 거리더니 안절부절 못하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주십쇼!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네..!?”

  “마녀.. 마녀가 오고 있습니다. 저를 붙잡으러 마녀가 오고 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나으리...”

 

  마녀라고? 조선시대에 마녀가 있었나..

  상해와 상단식구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다시 수풀사이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수풀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저것이 마녀여!?”

 

  정월은 재빨리 소령을 제 뒤로 숨겼고, 정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바라봤다.

  그리고 상해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마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 믿지 못했다.

 

  “너 이년 여기 있었구나!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마녀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려 하자 여자는 울부짖었는데, 상해는 마녀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마녀는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상해를 부담스럽게 봤다.

  하지만, 상해는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

  그러자 마녀는 당황스러워 상해의 손을 뿌리쳤다.

 

  “뭐,뭐야..!”

  “아니..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여기 어떻게 있는 거에요...”

  “...?”

  “여기 어떻게 있는 거냐구요!! 혜자누님!!”

 

  그랬다.

  상해의 앞에 나타난 마녀는 분명 그에게 가족과 다름없는 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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