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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관상가
작가 : 나우주
작품등록일 : 2017.7.29

대한민국 최악의 돌팔이 관상가, 이상해.

조선 시대로 회귀 후,

조선 최고의 이름난 관상가로 다시 태어나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2
작성일 : 17-07-29 20:47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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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상해는 싱끗 미소를 보이더니 여자가 준 약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흐음, 내가 원래 안 이런데, 오늘 좀 과음을 했네요. 고마워요.”

 

  상해는 일어나 여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걸어갔다. 그런데, 누군가가 상해의 손목을 붙잡았다. 바로 그 여자였다.

 

  “도사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도사님께 대접을 좀 해드리고 싶은데 같이 가주실 수 있으세요?”

 

  어라? 이런 여자가 상해에게 먼저 대시라? 상해는 여자의 대시에 음흉한 미소를 짓고 혼자 상상을 해댔다. 순간 여자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지만 여자는 재빨리 미소를 지었다.

 

  “안되시나요?”

 

  안될 리가 있나, 안 그래도 술자리가 빨리 끝나 아쉬웠던 상해였는데, 이렇게 제 발로 술친구가, 그것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가 나타나니 옳다구나 싶었다.

  상해는 여자의 초대에 승낙했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를 따라 알 수 없는 어디론가 향했다.

 

 

 

  ***

 

 

 

  여자가 상해를 데려 간 곳은 낯선 건물이었다.

  한적한 동네 깊숙이 자리 잡은 건물은, 겉보기에도 오래되고 낡아 술집이 있을 만한 곳으론 보이지 않았다.

  평소 쫄보 상해라면 충분히 수상함을 느끼고 돌아섰을 테지만, 이미 한껏 취해 들뜬 기분에 괜찮은 여자가 술까지 같이 마시자 했으니 돌아가긴 아쉬웠다.

  게다가 요즘은 루프탑이다 뭐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옥상에서 술 먹는 게 유행이라니, 건물은 낡아보여도 옥상에 올라가면 꽤나 멋진 장소가 나올 거라 기대하는 상해였다.

 

  그렇게 여자와 함께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는데, 여긴 아무리 봐도 영 술 마실 장소는 아니었다.

  휑하디 휑하고 어두침침한 옥상.

  동네에서는 제법 높은 건물이라 전망은 나쁘지 않았지만, 옥상에 있는 거라고는 쓰레기들과 낡고 녹슨 빨간색 코카콜라 의자들뿐이었다.

  이런 곳에서 술을 먹자고?

  슬슬 상해는 여자가 의심스럽게 느껴졌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 설마 내 장기라도 털러 온 거 아냐!? 누가 숨어있다거나..’

 

  소름이 쫙 돋은 상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정황이 딱 들어맞았다.

  갑자기 어여쁜 여자가 나타나 자신에게 술을 먹자고 권한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외진 곳으로 데려간다.

  맞다. 이 다음 차례는 어딘가에서 검은 복면과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와서 자신을 봉고차에 싣고 낡은 목욕탕 같은 곳으로 끌고 갈 것이다.

  그 다음은 하.. 상상하기도 싫어졌다.

  이 여자, 진짜 장기매매단의 끄나풀 아냐!?

 

  그때, 여자가 옥상의 문을 닫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역시나 였다. 상해는 여자가 자신을 유인한 거라 확신했다.

 

  ‘제길, 역시!’

 

  여자는 상해와는 반대로 몹시 기분이 좋아보였다.

  미끼에 걸려 든 어린 사냥감을 보는 사냥꾼의 그것과 같았다.

  그때 여자가 말문을 열었다.

 

  “진짜 따라올지는 몰랐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당이 언제 나올지,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할지 궁리하던 상해에게 여자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내가 정말 기억 안 나나봐?”

 

  ‘뭐야, 이 여자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인가 본데..’

 

  상해는 긴장한 마음을 추스르고 되물었다.

 

  “.. 그쪽이 누군데요?”

 

  다시 여자를 뚫어져라 봤다.

  하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루에도 많게는 열댓 명에서 적게는 네다섯을 손님으로 받는 데, 이 여자가 언제 자신의 집에 온지도 모르겠고 왔더라도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 쉽게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때, 여자가 부적을 하나 꺼내 보여줬다.

 

  “이 부적도 기억이 안 나시나? 꽤 비싸게 주고 산 거였는데?”

 

  여전히 술 기운에 취했던 상해는 온 정신을 부적에 집중시켰다.

  생각해보자, 부적은 분명 상해 자신이 써 준 부적이 맞는데, 부적 역시 어디 한두 장 써줬겠는가? 기억이 날 턱이 없었다. 그때, 다시 여자가 힌트를 던졌다.

 

  “내가 얼굴이 좀 바뀌긴 했는데, 이렇게 기억을 못 할 줄은 몰랐네.. 다섯 년이랑 바람 난 남편도 기억이 안 나시나?”

 

  ‘역시,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더니, 조금은 무슨! 거의 4대강 수준으로 뒤엎었구만.. 흠.. 다섯 여자랑 바람이 났다...맞다. 그 여자다!’

 

  상해는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여자의 얼굴! 그 여자였다.

  모녀가 같이 왔던, 처음에는 분명 상해를 보고 몹시 의심했지만, 돌연 태도가 변했던 여자!

  그 뒤로도 여자는 여러 번 상해를 찾아왔었다. 갈수록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남편의 마음을 돌려달라며 간절히 부탁했고 어쩔 수 없이 부적을 몇 장 써주었지.

  그 부적이 효험이 있을 리는 없었겠지만...

  한 반년 전부터는 통 모습을 보이지 않아 잘 살겠거니 생각했었다.

 

  반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자의 얼굴은 완전히 변해있었다. 조금이나마 옛 얼굴이 보이기는 했지만, 여자가 힌트를 안 줬더라면 못 알아봤을 것이다.

 

  “잘 지내셨습니까, 제 덕에 잘 지내시나 봅니다.”

 

  여자는 상해의 말에 어이없는 듯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상해는 어리둥절했다.

 

  “하하하.. 잘 지냈냐고? 당신이 보기엔 내가 잘 지낸 것 같아 보여?”

 

  한참을 웃던 그녀는 팔을 걷더니 자신의 손목을 보였다.

  그녀의 손목에는 여러 줄의 선이 그어져있었다.

  마치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있는 흔적과 같았다.

 

  “이게 뭔지 알아? 이 손목 숫자를 세면 아마 내가 당신을 찾아간 날 만큼일 거야. 난 지난 2년 동안, 오로지 당신의 그 말, 헛된 그 희망만 믿고 살아왔어. 되돌아온다. 조금만 기다리면 남편이 돌아올 거다, 베갯잇 밑에 칼을 넣으면 돌아올 거다, 얼굴을 조금만 바꿔보면 꼭 돌아올 거다..!”

 

  ‘그래서 저렇게 변했군.. 하아.. 성형을 해도 참, 강남언니처럼 했냐..’

 

  상해는 여자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자는 말을 이었다.

 

  “돌아온다는 그 말! 그 헛된 희망만 믿고 살았어! 근데.. 아니, 내 남편은 오히려 갈수록 나를 떠나갔지, 난 그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는데..!”

 

  상해는 몸의 이상을 느꼈다. 점점 여자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벌써 술을 마신 지 한 시간가량 지났는데 점점 더 취해가는 기분이었다.

 

  ‘정신 차려, 이상해!’

 

  그런 상해에게 여자는 계속 말을 퍼부어댔다.

 

  “다 당신 때문이야! 왜 내게 헛된 희망을 줬어! 왜 나한테 살아갈 의지를 줬어! 이제 진짜 다 끝났어.. 그이는 영영 나를 떠났어...”

 

  이건 술에 취해서가 분명 아니었다. 술에 취한 몸이라면 어지럽고 속이 불편한 게 다인데, 지금 상해의 상태는 몸이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여자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지만, 여자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혼잣말을 해댔다.

 

  “그러니, 나랑 같이 이 세상을 뜨자. 당신은 많은 사람을 속인만큼, 그만한 죗값을 치러야 해!”

 

  순간 상해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정신 나간 여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죽자고!? 그것도 같이?’

 

  상해는 여자에게 대꾸하려했으나 몸은 굳어가고 손은 잘 안 움직이고 다리에는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이상했다. 결코 술에 취해 정신이 흐트러지는 게 아니었다. 마치 몸이 마비되 가는 것 같았다.

 

  ‘갈수록 술이 깨야 되는데, 몸이 왜 이러지.. 아까 분명 술 깨는 약도...!?’

 

  술 깨는 약. 여자가 준 술 깨는 약.

  분명 그거다. 그걸 먹은 뒤로 몸이 굳고 있다.

 

  “맞아, 아까 준 그 약. 술 깨는 약이 아니라 마취제야.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애써봤자, 다 헛수고야. 내가 노력했던 것처럼. 이제 당신이 잠 들고 깨어나면 나와 함께 하늘나라에 있겠지, 아니면 지옥에 떨어져있던가.”

 

  상해는 온 힘을 다 해 악을 질러댔지만, 성대도 서서히 굳기 시작해 들리는 소리는 마치 고라니의 울음과 같았다.

 

  ‘이거였나, 혜자 누님이 보인다는 게 이거였어..’

 

  망연자실한 상해가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누님이 써준 부적! 그래! 부적이 있으니 난 죽을 일이 없다!‘

 

  상해는 점점 가눌 수 없는 몸을 갖은 힘을 다해 움직였다. 그리곤 서둘러 항상 지갑 안에 둔 부적을 찾았다.

  그런데, 지갑이 없다.

  지난 2년 동안 365일 아니, 730일 동안 잘 때도 품고 잤던 지갑이 없다.

 

  ‘식당..! 분명 그 식당에 두고 왔다. 어서 찾아야 해!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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