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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붉은 땅의 주인
작가 : 두부한모
작품등록일 : 2016.8.3

여섯번째 천 년.
전능하며 잔인하고 동시에 자비로운 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심판 받는 세상.
신의 이름을 외치며 인간 세상을 뒤덮은 대규모 민란으로, 남부를 지배해 온 천년 왕국 역시 무너졌다.

그로부터 십 여년.
은둔 왕족. 몰락 귀족. 천출 기사.
저마다의 이유로 통일 왕국을 세우려고 일어선 그들을 이곳에 기록한다.

 
자비로운 신을 위하여 (4)
작성일 : 16-08-12 21:57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1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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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0년 가을 1일 밤

 : 단티아 여름 광장

 

 # 갈란테 일레인

 

 

 ‘어떻게 알았지? 무슨 말을 해야 돼? 뭘 어떻게 해야 돼?’

 남자의 고함이 멎고, 양 볼을 타고 내려온 눈물이 입술을 짜게 적신다.

 

 “야 임마! 고개 똑바로 들어. 안 들어? 여기 봐, 얌마!”

 

 ‘결국 피할 수 없는 건가? 그 개고생은 대체 뭐였던 거야.’

 남자가 횃불을 쥐고 있는 오른 주먹으로 어느새 떨어져 있던 내 턱을 밀어 올린다. 그는 내 코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 뒤, 내 눈을 노려보기 시작한다.

 

 “너 새끼 배불뚝이. 지금 불어, 안 그럼 애새끼라도 용서 없으니까.”

 “으아… 아아, 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건 발악인지 절망인지 알 수 없는 한숨뿐.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 해야 돼.’

 문득 고개를 돌려 조금 전 말을 건네 준 아주머니를 쳐다 봤다. 날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던 눈이 내 시야를 벗어나는 데 눈 깜빡 할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마지막 기대마저도 사라졌다.

 

 짝! 짝! 짝!

 예고 없이 오른쪽 귀청을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 오른쪽 볼이 불이 난 듯 아파온다.

 

 “이 새끼가.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눈을 감으며, 양 주먹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나는 이제 칼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는 다 큰 성인이다. 나는 어려서 작고, 그는 성인이라 크다. 나는 어려서 약하고, 그는 성인이라 강하다. 그래서 나는 맞는다. 그에게 맞고도 가만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어리기 때문에 이 따위 이교도에게 맞설 수 없다. 나는 어리기 때문에 너무나 분하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더 힘주어 눈을 감았다. 말아 쥔 손톱들이 금방이라도 손바닥을 파고들 것 같지만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

 

 “더 맞기 싫으면 일단 눈부터 뜨자? 어… 어?”

 

 남자의 손이 다시 올라가는 듯한 느낌에 어깨가 움츠러든 찰나, 갑자기 그의 말이 멎었다.

 또 다시 그 역겨운 구호를 외치려는 심산일까? 뺨 때리는 것보다 더한 걸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도 아니면 이 더러운 이교도에게 천벌이 내린 것일까?

 

 “그만 하자.”

 

 아주 낮고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

 

 “그, 그만두긴. 뭘? 여태 가만 있던 사… 아, 아아! 이… 아!”

 

 여태껏 날 쏘아붙이던 남자의 갑작스런 비명소리. 곧이어 바닥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와 무언가 돌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 젠장! 뭐야 당신! 갑자기 이게 무… 아!”

 “말이 많다. 그만하자면 그만하자.”

 “야! 이… 아! 그, 그만! 알았어! 아파! 아, 아프다고!”

 “알았으면…”

 “놔 쫌! 그만. 어, 그만 둘 테니까! 이… 일단. 노, 놓고! 놔야 얘기를… 아흐….”

 

 ‘왜? 무슨 일인데?’

 살짝 고민하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들며 실눈을 뜬다.

 

 어느새 반걸음 정도 물러선 남자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손을 감싸 쥐고 있다. 살짝 시선을 내리자 조금 전까지 그가 들고 잇던 횃불은 광장을 메운 돌들 사이에 그 머리를 반쯤 박아 넣고 있다. 남자의 표정을 보고 싶지만, 고개를 더 들지 않고선 가늘게 뜬 눈으론 그의 가슴팍 이상은 볼 수 없을 듯하다.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자 그간 말 없이 무리에 섞여 있던 두건을 쓴 남자가 보인다. 굵은 목소리는 그의 것이겠지.

 

 “당신이 왜 방해하는 거야? 배불뚝이 새끼들 따까리라도 돼?”

 “그만. 아이한테 무슨 잘못이 있나.”

 “하아… 이 무슨.”

 

 남자는 큰 한숨과 함께 잠시 말을 끊고 오른손으로 팔목을 잡은 채 이리저리 꺾고 돌려보기 시작한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몇 번

 인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본 그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횃불을 집어 든다. 남자는 반쯤 사그라든 횃불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다시 입을 연다.

 

 “당신 지금까지 귀 막고 있었어? 그 두건 쓰고 있으면 막 안 들리고 그래? 그래서 상황 파악이 안돼?”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져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뒷걸음질을 쳤다. 남자는 멋대로의 질책을 마치며 팔은 길게 뻗어 횃불이 날 향하게 한 채, 두건을 쓴 남자를 매섭게 쏘아보며 서 있다.

 

 “오늘 밤만 지나면 이딴 새끼들 모가지는 싹 다 날아간다니까. 대체 얼마나 놈들에게 부려 먹혔길래 이 상황에도 놈들 편을 들어? 미쳤어? 아님 종처럼 백날 부려 먹히다 보니 대가리도 회까닥 했어? 어? 퉤.”

 

 남자가 뜬금 없이 두건 쓴 남자의 바지 자락에 침을 뱉는다.

 

 “당신 큰 실수한 거야. 어디 감히 우릴 건드려? 같잖은 것들 상대한다고 조심조심 말 했더니 만만해 보이나 본데, 내일부터 어떤 세상이 되는지 알면 그 따위론 악.”

 

 두건을 쓴 남자가 별안간 달려들어 횃불을 든 손을 쳐 횃불을 떨어뜨렸다. 소리 지를 틈도 주지 않고 품으로 파고든 그는 곧바로 양 손으로 남자의 목 언저리를 부여 잡고 그대로 들어올린다.

 

 “커… 컥. 캬악….”

 

 남자는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손바닥을 뜯어내기 위함인 듯 계속 손을 놀리며 듣고 있기에 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왜 저 두건을 쓴 남자는 날 구하려는 거지? 날 구하려는 게 맞긴 한 건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가? 검정색 가죽 옷을 입지 않은 걸 보면 수비대원은 아닐 텐데 저 완력은 대체 뭐고.

 

 “저, 저기. 아저씨. 그만 해야 될 거 같은데… 이 사람 까딱하면 죽겠어. 응? 아유, 적당히… 응?”

 

 아주머니가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레 두건 쓴 남자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도 돌리지 않는다.

 

 “내가 저 사람 생각해서 하는 말 아니고, 아저씨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주변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데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 그려 젊은 양반.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것지만. 아닌 건 아닌겨. 자네가 쎈 거 알것으니까. 일단 좀 그만 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건을 쓴 남자는 이쪽을 한 번 돌아보더니 곧바로 팔을 풀어 버린다. 조금 전까지 애처롭게 버둥대던 남자는 돌바닥 위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두 사람의 설득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날 슬쩍 보던 그의 눈이 무언가 말하던 것이었을까.

 

 “컥, 컥! 헉… 헉… 하악… 헉… 카아악….”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의 상체는 넘어지는 모양새로 아무렇게나 앞으로 구겨져 있다. 그는 자신의 양손으로 목덜미를 붙잡은 채, 그저 딱딱한 돌바닥을 향해 가뿐 숨을 뱉어내고 있을 뿐이다. 방금 전까지 횃불을 휘두르던 기세는 전부 사라진 채 바닥에 눌러 붙은 남자. 그를 둘러싼 작은 원을 이룬 사람들은 누구도 선뜻 나서지도, 물러서지도 못 한 채 두 남자를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다.

 

 호흡이 조금 진정된 듯 남자의 숨소리가 잦아들자 아주머니가 그에게 한 발 다가서며 어깨에 손을 올린다.

 

 “괜찮아 총각? 정확히 어쩌겠단 건지 모르겠는데, 애를 그렇게 다루면 좀….”

 말을 건네며 조용히 남자의 어깨에 올려진 아주머니의 손을 남자가 거칠게 쳐 낸다.

 

 “손 떼.”

 

 여전히 오른손으로 자신의 목 언저리를 더듬으며, 남자는 왼손을 옆으로 뻗어 바닥에 떨어진 횃불을 집는다. 횃불을 돌바닥 위로 질질 끌어 자신의 앞으로 가져 온 후 반대쪽 팔로 바닥을 지탱한다.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는 횃불을 이리저리 굴려 조용히 죽어가던 불길을 완전히 잠재운다.

 

 “으아아아아!”

 

 말 없이 주저 앉아 잇던 남자는 별안간 큰 소리를 내지른다. 곧이어 타다 만 헝겊쪼가리가 어설프게 말려 있는 쪽을 바닥에 대고, 마치 지팡이를 짚듯 똑바로 세운 뒤 그 위에 양 손을 올린다. 불꽃이 사라지며 만들어진 연기가 매캐한 냄새를 풍긴다.

 

 “당신 뭔데! 뭔데 이 중요한 날을 망치려는 건데!”

 

 고개를 푹 숙인 채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어낸 남자는, 잠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뜸을 들인 뒤 구부정한 자세 그대로 고개만 치켜든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와 아주머니를 번갈아 쏘아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두건 쓴 남자를 올려본다.

 

 “당신 정체가 뭐야? 뭔데 저 놈을 도와주는 거냐고! 당신도 귀족나부랭이야?”

 “그 왕이니 귀족이니 난 모르겠고, 여긴 장사하러 왔다. 내일 떠나는 날인데 시끄러워 잠을 못 자 나왔을 뿐이고.”

 “떠난다고? 그럼 단티아 사람도 아니란 건가?”

 “난 단티아에 살지 않고, 다노니아 사람도 아니다.”

 “그러면 모른 척 넘어갈 일이지 왜 남의 일에 훼방을 놓는 거야? 왜? 왜? 왜! 왜 갑자기 당신이 날 방해하고 드는 건데! 이런 씨발!”

 

 갑자기 큰 소리를 치기 시작한 남자는 양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동시에 그의 손을 지탱하고 서있던 막대기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군다. 힘껏 내지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일까. 지지대를 잃고 다시 앞으로 무너진 남자는,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거침 숨을 몇 번이나 몰아 쉰다.

 

 벌개진 얼굴을 다시 어깨 사이로 파묻은 남자는 말아 쥔 주먹을 바닥에 대고, 팔꿈치를 쭉 펴 상체를 지탱해 조금 들어올린다.

 

 “당신이 뭔데? 대체 뭘 해 쳐 먹는 인간인데 방해를 하냐고!”

 “난 그쪽이 무슨 일을 하던 상관 없다. 방해한 적도 없다.”

 “그럼 방금 그 짓은 뭔데? 배때기에 기름만 낀 놈들을 잡아내겠다는 데 방해 한 거 아냐?”

 “다시 말하지만 아이는 잘못이 없다.”

 “왜 잘못이 없어? 젠장. 이 새끼들이 커서 그 새끼들이 되는 건데. 그 새끼들이 그러는 게 제 새끼들 먹이려고 그러는 건데. 왜! 왜 잘못이 없어? 누가? 누가 없대!”

 

 남자는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두건 쓴 남자를 노려본다.

 

 “당신이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사는진 모르지만. 여긴 안 그래. 집 안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거리면 다 되는 놈들. 나 같은 놈은 평생 소원인 구운 돼지를 매일 먹는 저 놈들. 저 더러운 놈들은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고! 요만할 때부터 살을 찌워서 다 크면 아무 쓸모 없이 먹고 똥만 싸는 돼지 귀족 나리들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저 새끼 돼지 데려다가 그 더러운 놈들 잡자는 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문제고 잘못이고 나는 모른다. 모르지만. 어쨌든 아이는 잘못이 없다.”

 “흐하하하하하하. 이런 씨이발.”

 

 남자는 한껏 찌그러진 얼굴로 건조한 웃음소리와 욕설을 뱉어냈다.

 

 “사람 말을 장난으로 듣는 것도 정도가 있지.”

 “장난 아니다. 그 쪽이 하려는 말은 알겠다. 하지만 나완 상관 없다.”

 “젠장,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알겠단거야 모르겠단거야?”

 “안다 모른다가 아니라, 왕을 죽이던 살리던 외지인인 내가 상관할게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부모의 잘못을 아이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 너도 결국 똑 같은 놈이었군. 하.”

 

 남자는 마치 보라는 듯 크게 억지 코웃음을 친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곤 허리를 곧게 펴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양 팔로 무릎을 짚는다. 그리고 그 자세로 또 다시 몇 번이나 크게 숨을 몰아 쉬며 주변을 한 번씩 돌아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두건을 쓴 남자는 어리다는 이유로 날 보호하려고 한다. 그는 바로 눈 앞에 있는 반쯤 미쳐가는 남자 정도는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나 역시 더 이상 이 자리를 두려워할 필요도 저 자의 시선을 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 알겠어. 힘 쓰는 꼴에다 물건 팔러 먼 길을 왔단 걸 보니, 어디 농장이나 작업장에서 감독질이나 하는 놈이겠지. 그래, 너 같은 새끼들이야 말로 오늘 밤 신의 이름으로 심판 받아야 될 놈들이지. 어차피 그 배불뚝이 새끼들은 너 같은 놈들이 없으면 알아서 굶어 죽을 테니까. 그렇게 왕이니 귀족이니 하는 더러운 놈들한테 빌붙어서 대신 쥐어짜는 너 같은 놈들이 더 더러운 새끼들이라고. 씨발.”

 

 자신의 무릎을 짚고 일어선 남자는, 곧바로 오른팔을 들어 검지손가락을 길게 펴 두건을 쓴 남자의 얼굴을 가리킨다. 비좁은 사람의 원 안에서 그의 손가락은 금방이라도 눈알을 파고들 것처럼 가깝고 위협적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움찔했을 그 움직임에도, 두건을 쓴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니까 좋냐 새끼야? 어? 어차피 너도 너 하나 먹고 살자고 남들이야 굶어 뒤지던 말던, 돼지들한테 허리 숙이고 발바닥이나 핥아주고 그러는 새끼잖아. 너 하나 고운 밀가루빵 먹겠다고, 우린 풀죽이나 끓여 먹어도 상관 없다는 새끼잖아. 그게 무슨 사람 새끼야, 똥통이 어울리는 짐승이지. 새끼를 못 깔 때가 되면 잡아 먹히는. 안 그래?”

 

 멋대로 말을 마친 남자는 팔을 내리고 주위로 시선을 돌린다.

 

 “니들은 뭐 다른 줄 알아? 이게 다 니들을 위해서 왕도 귀족도 다 없애 버린다는데.”

 

 남자는 또 다시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을 계속한다.

 

 “이 더러운 새끼 배불뚝이 하나 잡겠다는 데 그걸 안 도와? 전부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다 똑같은 새끼들이라고! 본보기로다가 여기 있는 놈들 몽땅 잡아다 커헉!”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뚱이가 날 향해 무너진다. 그의 눈을 계속 마주보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단지 반쯤 접힌 남자의 몸에서 자신의 오른팔을 빼내는 두건 쓴 남자의 모습만이 보일 뿐. 곧이어 그는 준비동작조차 없이 반대쪽 팔을 반쯤 접힌 남자의 몸 위로 떨어뜨린다.

 미동조차 없이 바닥에 들러붙은 그를 보며 다시 온 몸에 닭살이 돋는다. 일단 놈은 갔다. 그리고 다음은? 불안한 마음에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안한 마음과는 다르게, 다행히도 이 작은 원을 벗어난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그 역겨운 구호를 외치며 이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보고도 중요치 않다고 여기거나.

 

 “가자.”

 

 갑자기 내 왼쪽 어깨에 닿는 손길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두건으로 쓰던 천을 벗어 자신의 힘자랑의 희생양 위에 대충 던져 놓은 그가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다. 가까스로 무너지지 않고 애써 버티고 있는 내 두 다리와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묵직하다.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 보니 두건에 가려져 있던 짧은 머리칼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데보니 수비대의 그 누구보다도 험악하여,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뭐하고 있어. 움직여.”

 

 다짜고짜 따라오라는 말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광장을 나설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인가? 이 시간에도 어김 없이 광장을 향해 몰려 올 사람들이 떠 올랐다. 그렇다면 일단 감사의 표현이라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여전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 조건도 없이 날 도와준 그가 중간에 날 버려두고 가지 않도록.

 서둘러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고 서서 날 빤히 내려다보는 짧은 머리 남자를 다시 올려본다. 그의 험악한 얼굴과 바닥에 나뒹구는 남자의 모습이 잠시 겹쳐지고, 다리가 다시 후들거린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숨이 아직 붙어 있다면, 지금 내가 살 길은 이 사람을 따라가는 것뿐이다. 오히려 그럴수록 이 남자를 따라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터.

 

 “아. 그…”

 

 입을 여는 순간, 검댕 냄새가 나는 손바닥이 갑자기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 말을 끊고 팔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어느새 옆에 다가온 아주머니가 반대쪽 검지손가락을 쭉 펴 자신의 입술에 대고 있다.

 

 “그래. 그래, 얘야. 집에 가자. 아줌마도 같이 가 줄께.”

 

 그녀는 내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입을 막았던 손으로 내 양 볼을 이리 저리 만진 뒤, 머리마저 마구 헝클어 버린다. 걸음을 옮겨 내 옆으로 온 아주머니는 내 양쪽 어깨를 양손으로 감싸며 몸은 붉은 성채의 반대 방향으로 돌려 버린다.

 

 ”자, 잠깐! 여봐들! 그, 쫌. 어? 쫌 가만 서서 여 봐봐.”

 

 등 뒤에서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

 

 “그래 젊은 양반, 여 봐. 자네야 떠나면 그만이것지. 근디 우린 어쩌란겨? 여기… 이, 이 사람 패거리가 와서 말여. 막 머라고. 어? 머라고 하면 우린 어쩌란 말여?”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려고 하나, 내 어깨를 꼭 붙잡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고개를 돌려 위를 보자, 아주머니는 말 없이 고개를 살짝 가로 젖는다.

 

 “젊은 양반. 말 좀 혀 봐. 글케 암치도 않게 가려고 하지말구.”

 “그, 그래. 맞아요! 혼자서 다 벌려 놓고 자기만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짧은 머리의 남자의 표정이 궁금해 좀 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본다. 몸은 이쪽을 향한 상태로 고개만 그들을 향해 돌린 그의 표정은 여전히 험상궂다. 검붉게 보이는 얼굴색과 각진 턱, 두꺼운 코와 깊게 주름진 이마와 깊게 패인 눈두덩까지.

 

 “여기 할아버지랑, 우리 같은 여자 둘만 놓고 도망치는 게 어디 있어?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책임을 져요.”

 “도망이 아니고,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는 거다.”

 “아니 그런 식으로 핑계만 대는 게 어딨어? 이 남자는 어떻게 하라고? 어쨌든 자기가 그런 거니까 책임져요!”

 

 짧은 머리 남자는 굳은 얼굴로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다시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를 올려보자, 그녀 역시 굳은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곳 일에 난 상관 없다. 그러니까….”

 “아니 아니. 다들 뭣들 하는 거람. 왜들 싸우고 있어? 다들 집에 돌아가요. 돌아가면 되잖아.”

 “돌아가긴 어딜 돌아가요? 아줌마도 봤잖아. 이 사람 정신차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니까 정신 차리기 전에 없어지면 되는 거잖아?”

 

 아주머니는 고개를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내려다 본다.

 

 “가자 얘야. 더 이상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돼.”

 

 * * *

 

 @ 880년 가을 1일 밤

 : 단티아, 대장간 구역

 

 

 ““단티아의 주민 여러분. 자비로운 신의 은혜를 입은 모든 형제자매님들. 고맙습니다.””

 

 낯선 목소리가 귓속을 그대로 파고 들어온다. 방금 전까지도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웅성거리던 소리들은 순식간에 온데간데 없다. 방금 전 빠져 나온 넓은 광장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큰 예배가 있는 날 으레 그래왔듯 마법으로 키워낸 목소리일 것이다.

 

 ““기다리느라 너무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재 모든 일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약간의 준비만 마치면 이 세상 모든 형제자매님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순간이 드디어 단티아에도 찾아오게 됩니다.””

 

 또 다시 들려오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완전히 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잦아들었다.

 

 ““형제자매님들. 마지막으로 두 번만 더 따라 외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자비로운 신을 위하여,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자비로운 신을 위하여!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자비로운 신을 위하여,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자비로운 신을 위하여!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을 넘어 하늘이 꽉 찰 듯한 함성이 멀리서 들려온다. 동시에 조금이나마 움직이던 모든 이들의 발걸음은 완전히 멈추고, 잠시 사라졌던 웅성거림은 그 강도를 몇 배로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광장을 벗어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혹시나 사람들 사이에 붙잡힐까, 앞서가는 짧은 머리 남자의 발꿈치만 보고 걸어왔다. 이따금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살짝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아픔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뺨의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들을 거슬러 광장 초입의 골목까지 도착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이 곳까지 오는 내내 내 어깨를 뒤에서 잡고 걸어 온 아주머니가 고개를 가까이 붙이며 작게 속삭인다.

 

 “얘야. 우리도 그만 멈춰야겠다.”

 

 살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저마다 앞사람 옆 사람을 붙잡고 입과 손만이 분주하다. 주변 모두의 발걸음이 멈췄지만, 단 한 사람 짧은 머리 남자만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나도 모르게 왼손을 뻗어 그의 등을 가리키며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쳐다본다.

 

 “저, 저기…”

 “괜찮아. 그냥, 그냥 있어.”

 

 내게는 눈길조차주지 않고 짧게 대답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에 올린 손을 살짝 떼 내 팔을 눌러 내린다. 다시 내 어깨를 붙잡은 아주머니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대체 저 남자는 뭐였을까. 정말 그 횃불을 들고 있던 남자의 말대로 어느 상회의 관리자쯤 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말 한대로 그저 나 같은 애들은 이런 일관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어느 쪽이던 상관 없다. 결과적으로 그는 요 몇 일간 내 목숨을 살려 낸 사람들 중 하나이며, 지금은 방법이 없다 해도 언젠가는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이다. 그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그의 무서운 얼굴만을 한 번 더 떠올려보면 된다. 단지 그 뿐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봐요. 저기 안에 뭔 일이 있는지 알아요?”

 “네? 저요?”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그리고 약간 멀어진 듯한 아주머니의 목소리. 너무 놀라 가슴이 내려 앉을 뻔 했지만, 가까스로 비명을 지르는 건 참아냈다. 무슨 일인지 모르나 지금은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나을 듯하다.

 

 “지금 저기, 여름 광장에서 온 거 아녜요?”

 “저쪽에서 온 게 맞긴 한 데, 저도 잘 모르겠네요.”

 “에이. 그럼 뭐하러 힘들게 거까지 갔다 온대. 무슨 예배한다고 안 했어?”

 “저도 궁금하니까 갔다 왔죠.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에이, 매번 정월마다 이러는데 그걸 못 참는데.”

 “그야 그렇죠. 근데 우리 아들이.”

 

 아주머니가 어깨를 붙잡고 있던 한 쪽 손을 내 머리 위로 옮긴다.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또 다른 행인일 뿐. 안심하고 말소리가 들리는 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아주머니는 좀 더 살집이 없는 다른 아주머니와 마주보고 있다.

 

 “얘가 자꾸 졸립다 그래서. 그냥 집에 돌아가려고요.”

 “그래요? 에구 미안해요.”

 “아니, 아니에요. 갑자기 사람들이 다 멈춰 서서 어차피 못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여태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 말을 걸어 온 아주머니도 고개를 돌려 같은 방향을 본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내일이면 다 알게 되겠죠.”

 “그야 그렇겠죠.”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마주본다.

 

 “미안하다 얘야. 그럼, 어서 가서 자렴.”

 

 먼저 말을 걸었던 아주머니는 아주머니와 나에게 각각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재빠르게 몸을 돌려 다른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거리에 몰려 나온 수 많은 사람들 중 조금 전 큰소리를 친 누군가와 오늘 밤 벌어지는 횃불 잔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 골목에 들어찬 사람들이 서로에게 질문과 추측만을 던져대고 있다. 하지만 수 많은 질문 속에 제대로 된 대답을 돌려주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나 역시 횃불을 들고 있던 남자가 아니었다면 영문도 모른 채 여전히 광장 어딘가에 붙박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성채에서 멀어질수록 횃불을 든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 * *

 

 똑같은 말만 가득한 식상한 귀동냥도 질려갈 즈음, 아주머니가 왼쪽 어깨에 올려 놓은 손을 떼고 오른쪽 어깨를 뒤로 잡아 당긴다. 잠시 뜸을 들이다 그 손길을 따라 몸을 돌려 아주머니를 정면으로 마주본다.

 

 “얘야. 너 집이 어디니? 아줌마가 앞에까지 데려다 줄께.”

 

 내내 벙어리 연기를 해 왔는데, 갑자기 말을 해도 되는 것일까? 어차피 이 사람은 알고 있으려나? 사실 골목집을 나선 이후 제대로 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또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괜찮아. 이제. 시끄러워서 아무도 못 들을 거야.”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아주머니는 상체를 숙이며 다시 물어왔다. 최근 주변에서 보기 힘들었던 둥그런 몸뚱이와 그 못지 않게 둥그런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집이 어딘지 편하게 말해 줄래? 아까 이쯤부터 같이 걸었던 거 같은데, 서쪽부두? 아니면 옛 신전 근처? 갈림길 지나서 알면 안 되니까.”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아주머니의 시선을 피해 잠시 허공을 바라본다.

 

 “그… 저기.”

 “그래 그래. 이제 괜찮으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 정도로 챙겨주는 사람이라면 믿어도 될 것이다.

 

 “서쪽부두 쪽이에요. 근처에 시장이 서는데. 집 앞에…”

 

 ‘아!’

 깜짝 놀라 양손으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크지 않지만 방과 부엌도 갖추고 있고, 어른 역할을 해 줄 숙모님이 계시고, 벗이 돼 줄 누님과 사촌들이 있고, 그 난리통에도 따라와 준 시종들도 있다. 몇 년이고 숨어 지낼만한 충분한 돈도 있다. 하지만 폭도들로부터 가족들을 지켜줄 그 무엇도 없다.

 눈 앞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이 아주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이교도들로부터 안아서 숨겨주고 여기까지 데려와 줬다고 해도, 언제 또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있는 곳, 그 근처도 데려가면 안된다. 데보니의 일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고, 고맙습니다. 근데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러니? 그야 그렇겠지만. 이 아줌마도 어차피 그쪽 방향이니 이왕이면…”

 

 누구도 믿어선 안 되고 말은 무조건 아껴야 한다. 자루에 옷이나 담고 있던 내 손에 은화자루를 대신 쥐어주며 바던이 해 준 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저택과 창고, 수비대와 선단까지 모든 게 사라졌다. 작은 실수로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집조차 잃어서는 일레인 가문의 남자로써 체면이 서지 않는다.

 

 위험한 순간에 날 보호해 준 은인이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가 버린다면 차갑다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소한 감정 때문에 가문의 남자가 가족들을 위태롭게 할 순 없다.

 

 “어? 저기!”

 

 눈을 크게 뜨고 말 끝을 한껏 올리며 고개를 들고 아주머니의 뒤쪽을 쳐다보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린아이 같은 장난임에도 아주머니는 내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본다. 재빨리 그녀의 양손을 떨쳐내고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지나갈게요.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저마다 어수선하게 길을 틀어막고 있지만, 유독 한 쪽 벽만은 모여선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다. 아마도 건물벽 때문에 여름광장이 보이지 않아서일 듯. 빨리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아주머니로부터, 그리고 방금 전 대화를 들었을지도 모르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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