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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이벤트 당첨으로 일등석에 탑승한 담월. 그곳에서 한 남자와 크게 다투고 만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가 속삭인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니,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황궁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도망치려는 그녀와 잡으려는 그. 마침내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저도 선물을 준비했어요
작성일 : 17-07-26 20:36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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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휘를 태운 차가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다.

 오늘은 미소가 제안하는 만남을 갖는 날이었다.

 그는 지금 그녀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역시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마치 억지로 치과에 끌려가는 어린아이의 표정 같았다.

 그런 휘의 눈치를 살피며 택원이 서류를 건넸다.

 

 "전하, 이것 좀 한 번 보아 두시지요."

 

 "무엇이냐?"

 

 "오늘 만나시게 될 강미소 씨에 대한 간략한 정보이옵니다."

 

 그의 말에 금세 휘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됐다. 그냥 형식적인 자리일 뿐, 더 알고 자시고 할 사이도 아니다."

 

 휘가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순순히 물러설 택원이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 함께 시간을 보내시게 될 사이인데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정도는 상대에 대한 기본 매너입니다."

 

 "거 참. 별걸 다 신경 써야 하는군.'

 

 휘가 못마땅한 얼굴로 서류를 받았다.

 간단하게 요약된 내용이었지만 그 정도도 들여다보기 싫었다.

 의욕 없는 휘의 눈이 건성으로 서류를 훑었다.

 곧 택원에게 다시 서류를 건네며 휘가 중얼거렸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역시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하려니 영 불편하군."

 

 택원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휘가 곧장 사납게 쏘아보자 택원이 얼른 몸을 사렸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그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한편.

 

 미소는 그녀의 전용 샵에서 한참 데이트를 준비 중이었다.

 사실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지만 방송용으로 쓸 모습을 담기 위해 준비하는 척할 뿐이었다.

 괜히 화장도 다시 매만지고 머리도 손보는 척하느라 스텝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그녀는 그저 들뜬 마음으로 데이트를 준비하는 연기만 하면 되었다.

 항상 카메라 앞에서는 여유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속은 편하지 못했다.

 예리하게 날이 선 감정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위태로웠다.

 

 영선과 휘의 만남이 방송으로 나간 이후.

 

 대중의 호감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영선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한 반면 자신의 호감도는 크게 하락해버렸다.

 

 그렇게 쉽게 하락해 버리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인기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 꿈에도 몰랐다.

 역시, 대중의 관심은 한순간이었다.

 더 추해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마침표를 찍어야만 했다.

 

 '두고 봐. 절대 넘볼 수 없는 수치를 기록해 줄 테니까.'

 

 순간 미소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때마침 휘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소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샵을 나가자 그가 꽃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미소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섰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전하."

 

 "그래, 반갑구나."

 

 휘가 짧게 대답하며 준비한 꽃을 건넸다.

 미소가 마치 난생처음 꽃을 받아본 사람처럼 기뻐했다.

 

 "정말 예쁜 꽃이옵니다, 전하."

 

 꽃을 안아 든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곧 그녀가 휘에게 성큼 다가섰다.

 

 "저도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전하."

 

 순간 미소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동시에 그녀의 입술이 휘에게로 향했다.

 

 '쪽!'

 

 그녀의 입술이 휘의 볼에 닿으며 경쾌한 소음을 냈다.

 순간 지켜보던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그가 얼른 뒷걸음질 쳤다.

 어느새 그의 볼에는 립스틱 자국이 선명했다.

 휘의 사나운 시선이 곧장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쳐다보시면 부끄럽사옵니다, 전하."

 

 미소가 수줍은 얼굴로 몸을 배배 꼬았다.

 너무나 귀여운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웃음 지었다.

 

 그러자 휘가 애써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휘에게 택원이 얼른 다가섰다.

 그가 자신의 몸으로 휘를 가리며 물티슈를 슬쩍 건넸다.

 휘가 몸을 돌려 거칠게 자신의 볼을 닦았다.

 카메라를 등지고 선 휘의 얼굴이 차디차게 굳어졌다.

 지켜보는 택원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다 되었습니다, 전하."

 

 택원이 물러서자 휘가 금세 표정을 다듬으며 차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소가 들뜬 얼굴을 한 채 차에 올랐다.

 뒤이어 휘가 탄 뒤 문이 닫히자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그렇게 다소 요란한 첫 만남을 가진 두 사람.

 이어서 그들이 향한 곳은 근처에 있는 놀이동산이었다.

 미소가 정한 첫 번째 데이트 장소였다.

 

 곧 놀이동산 입구에 그들이 탄 차가 멈춰섰다.

 문이 열리자 굳은 얼굴의 휘가 내렸다.

 뒤이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미소가 따라 내렸다.

 

 "와, 신난다."

 

 그녀는 정말로 들뜬 얼굴이었다.

 마치 밤새 잠을 설치다가 마침내 놀이동산에 도착한 아이의 모습 같았다.

 반대로 휘는 어쩐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런 휘에게 그녀가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전하,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 소원 한 가지가 이루어졌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함께 놀이동산에 오는 게 제 소원이었거든요."

 

 그녀가 수줍은 고백을 하듯 얼굴을 붉혔다.

 순간 휘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이런 말까지 들어버렸으니 더는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게 돼 버렸다.

 꼼짝없이 그녀의 수에 말려든 것 같았다.

 

 "네가 좋다니 다행이구나. 그럼, 들어가자."

 

 휘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그가 막 걸음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어느새 그에게 다가선 미소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순간 휘의 몸이 움찔거렸다.

 난생처음 팔짱을 끼게 된 휘의 얼굴에 금세 곤혹스러운 표정이 나타났다.

 아까부터 너무나 적극적인 그녀였다.

 난데없는 스킨십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휘와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가 태연한 얼굴로 걸음을 재촉했다.

 

 "전하, 빨리 가요."

 

 사람을 살살 녹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휘를 잡아끌었다.

 휘가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끌려갔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곧 냉정함을 되찾은 휘가 꾀를 발휘했다.

 

 "오, 저것이 무엇이냐?"

 

 그가 팔짱을 낀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뭔가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것은 그저 평범한 놀이기구였으나 덕분에 자연스럽게 팔짱이 풀어졌다.

 미소가 슬쩍 눈을 흘기자 휘가 태연한 얼굴로 앞서갔다.

 순간 가소롭다는 듯 미소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디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마침 그녀의 눈에 좋은 게 띄었다.

 그녀가 곧장 길거리에 있는 가판대로 뛰어갔다.

 잠시 후, 커다란 머리띠를 손에 든 채 그녀가 휘에게 다가갔다.

 

 "전하, 우리 이거 하고 다녀요."

 

 휘의 얼굴이 금세 난처하게 굳었다.

 죽기보다 싫은 눈치였다.

 

 "그건 좀 부담스럽구나."

 

 휘가 점잖은 말투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그녀가 마치 투정을 부리듯 볼에 바람을 잔뜩 불어 넣으며 말했다.

 

 "오늘은 뭐든 제가 하자는 대로 해 주시는 게 아니었나요?"

 

 그 모습을 본 휘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꾀가 보통이 아닌 여자구나.'

 

 휘가 곤란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휘를 향해 그녀가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을 보였다.

 결국, 그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잠시 동안만 하도록 하마."

 

 "네!"

 

 휘의 대답에 그녀가 깡충거리며 좋아했다.

 그가 머리띠를 하자 그녀가 휴대폰을 들이댔다.

 

 "전하, 여기 보십시오!"

 

 "응?!"

 

 '찰칵!'

 

 휘가 고개를 돌리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졸지에 커플 머리띠를 한 채 그녀와 나란히 사진을 찍고 말았다.

 휘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미소는 그저 신날 뿐이었다.

 

 그녀가 재빠르게 자신의 메신저에 사진을 올렸다.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휘의 굴욕 사진이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이제 우리 놀이기구 타러 가요, 전하."

 

 미소가 휘의 팔을 잡아끌었다.

 끌려가는 휘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어쩐지 쉽지 않은 하루가 예상되었다

 

 아쉽게도 휘의 이런 불길한 예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녀는 잠시의 쉴 틈도 없이 휘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휘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 온 소처럼 슬픈 눈으로 끌려다니기에 바빴다.

 

 한사코 거절하는 휘를 놀이기구에 앉히고 힘들어하는 그에게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휘의 입장에서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놀이기구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마침내 두 사람이 놀이동산에서 나왔다.

 출입문을 벗어나는 미소의 얼굴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반면 휘는 녹초가 된 얼굴이었다.

 

 택원이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휘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을 쏘아보는 시선을 느낀 택원이 재빨리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데이트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의 보스가 엄청 예민해져 있었다.

 

 "전하, 빨리 오세요. 이러다가 늦겠어요."

 

 미소의 재촉에 휘가 잠시 주춤거렸다.

 할 수만 있다면 여기서 그만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뒷 일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결국, 휘가 비틀거리며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그들이 탄 차가 서둘러 놀이동산을 빠져나갔다.

 

 아직 갈 길이 먼 그들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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