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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빛을 쫓는 마법사
작가 : 바람빛달
작품등록일 : 2017.7.13

[환생물/환골탈태/흑막남주/다정한미친놈]

마법학자였던 엘리제 오데이른은 100년 후 다시 엘레나 그란디아로 환생했다. 죽음에 대한 단서도 없고 왜 환생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엘레나가 한 선택은 하나였다.

이번 생은 즐기자. 즐기며 노는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꿈속에 100년전 남사친 리베리오가 찾아온다. 찜찜함을 떨쳐낼 수 없었던 엘레나는 리오의 흔적을 쫓고, 마침내 엘레나의 앞에 리베리오가 나타나는데...

“내가 엘리제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리오를 추궁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엘레나로 태어난 이후 가장 크게 감정표출을 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너라는 걸 알고 있었어.”

슬금슬금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 더 이상 물으면 안 될 것 같으면서도 엘레나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는데?”
“계속 너를 기다렸으니까.”

“너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없었어.”

전우애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리오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이런 사이 였어?

 
변화
작성일 : 17-11-13 22:20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5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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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1달 뒤, 결론부터 말하면 레아르드 황가의 별궁 중 하나에서 열린 엘레나의 사교계 데뷔 겸 황자 윌리엄 레아르드의 약혼녀 로지에 테르드의 생일 파티는 망했다.

 

 연분홍색 드레스와 리오가 데뷔 선물로 가져다준 커다란 루비 목걸이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엘레나의 얼굴이야 매일매일 문제가 없었고. 이제 춤도 제법 봐줄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그 문제란 바로 리베리오였다.

 

 “어머, 저기 저 분은 누구셔?”

 “로이스 후작님이시잖아.”

 “그 대마법사?”

 

 영애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엘레나에게까지 들렸다. 당연히 리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리오는 영애들에게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용감하게 접근해온 영애도 몇 있었으나 리오는 영애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돌려보냈다. 그 핑계로 사용한 방패막이는 엘레나였다.

 

 “보시다시피 파트너가 있습니다.”

 

 그거 나는 처음 듣는 소린데. 엘레나가 사교계 데뷔를 앞두고 춤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리오는 곧바로 엘레나가 레아르드 황가의 파티에 초대받았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분명 리오는 그 파티에 자신도 초대받았으니 같이 가자고 말했다. 엘레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었고. 그러나 엘레나는 파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리오의 말이 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르카이안 로이스?”

 

 윌리엄 황자에게 인사를 갔더니 웬 희귀종을 보는 눈빛이었지. 뜻밖의 상황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로지에 테르드 후작영애도 리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약혼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황태자 제이스 레아르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윌리엄 황자를 보기 껄끄러웠던 엘레나에겐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완전 방치 상태나 다름없었지만 일단 엘레나가 황태자와 엮인 건 사실이니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테르드 영애.”

 “아, 저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소개는 처음 봤다. 그냥 이렇게 가도 되는 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엘레나가 잠깐 갈등했다. 리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엘레나의 손을 붙잡고 잡아끌었다. 다른 쪽으로 물러난 엘레나가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리오에게 물었다.

 

 “내가 언제부터 네 파트너였어?”

 “너에게 춤을 가르칠 때부터.”

 

 생전 처음 듣는 소리를 접한 엘레나가 미묘하게 표정을 구겼다. 졸지에 영애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 엘레나의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딱히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리오 덕분에 더 역효과만 난 것 같았다.

 

 “난 이래서 네 얼굴이 싫어. 너무 튀잖아.”

 “엘, 너는 아니라고 생각해?”

 

 다행이네. 리오의 눈은 멀쩡한 것 같았다. 가끔 엘리제를 보고 예쁘다고 말해서 제정신인가 걱정했는데 드디어 제정신을 찾은 것 같다. 엘레나는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너만큼은 아닐걸.”

 

 주변에서 리오를 힐끔대는 시선들이 낯설지 않았다. 그렇게 보지만 말고 아예 데려가주면 좋을 텐데.

 

 넓은 파티장에서 리오는 그야말로 고귀하게 빛났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인공적인 빛이 리오의 은발에 닿아 더욱 더 반짝반짝해 보였다. 엘레나는 리오와 떨어지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리오가 옆에 있는 이상 다른 귀족들 틈에 섞여드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았다.

 

 내심 다른 귀족영애들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엘레나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리오가 큰 짐덩어리처럼 귀찮았다.

 

 “저리 좀 꺼져.”

 

 엘레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고운 말이 나왔다. 엘레나는 생긋 웃으며 화려한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얼굴이 절반이상 가려지자 엘레나는 리오를 흘겨보았다.

 

 “안 꺼지면 가만안둬.”

 “네 춤 스승으로 걱정이 돼서 떠날 수가 없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만 가줄래?”

 

 춤을 출 기회를 줘야 추지. 이날을 위해 외워왔던 귀족명단은 당연히 쓰레기 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신 엘레나는 드레스를 차려입고 몰래 남에게 보복하는 수십 가지 방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그 연습이 잠시 중단된 것은 두 사람 앞에 테르드 후작영애가 나타난 직후였다.

 

 “로이스 후작님. 제 생일 파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누가 뭐래도 화려하게 꾸민 로지에는 파티의 주인공이었다. 엘레나는 리오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슬쩍 리오를 앞으로 떠밀었다. 리오의 못마땅한 시선이 엘레나에게 향했다.

 

 “이쪽은 누구신지?”

 

 로지에는 그제야 엘레나를 발견하고 엘레나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엘레나는 생긋 웃으며 답했다.

 

 “엘레나 그란디아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란디아 영애, 제가 잠시 로이스 후작님과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겠죠?”

 

 리오를 향해 열렬한 시선을 보내는 로지에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래도 잠시정도는 괜찮겠지.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가 제 곁을 비우면 엘레나도 다른 귀족들 앞에서 알짱대 볼 생각이었다. 엘레나는 적당히 말을 골랐다.

 

 “네, 저는 좀 피곤해서 쉴 생각이라…….”

 “그렇게 힘들면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에스코트를 잘못한 제 불찰입니다.”

 

 뭐? 순식간에 치고 들어온 리오를 보며 엘레나는 헛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어 참았다. 어쩐지 팔에 소름도 돋은 것 같았다.

 

 “제가 휴게실까지 모실테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주시길. 마음 넓으신 테르드 후작영애도 이해해주실겁니다.”

 

 엘레나가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리오의 연극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매끄러운 말과 매너있는 행동, 거절할 여지를 주지 않는 말솜씨까지. 언제 이런 기술은 또 배운 것일까. 그런 훌륭한 걸 배웠으면 이런 곳 보다 더 좋은 곳에서 써먹어야지. 엘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삼켰다.

 

 “……그래요. 가서 쉬도록 하세요, 그란디아 영애.”

 

 저 표정을 안다. 내려다보는 눈빛과 굳어진 입매. 오랜만에 받아보는 비호의적인 시선이었다. 엘레나는 얼떨결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리오와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리오에게 이유를 캐묻는 걸 잊지 않았다.

 

 “후작 영애의 제안은 대체 왜 거절한 거야?”

 “관심 없어. 나중에 귀찮아질 일도 사양이야.”

 

 그럼 애초에 파티장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엘레나는 그런 뜻을 담아 옆에서 걸어가던 리오를 보았다. 그런데 엘레나의 옆에서 걸어가던 리오는 엘레나와 전혀 다른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리오? 왜 그래?”

 “아니,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여기에서?”

 

 한적한 복도에 누가 있었던 걸까. 엘레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엘레나는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잠깐 확인하고 올 테니까 먼저 테라스에 가있어, 엘.”

 “테라스?”

 

 휴게실에 가는 중이었는데? 의문을 담아 걸어온 길을 손으로 가리키자 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더 조용할거야. 데려다 줄게.”

 

 휴게실에 가면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엘레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용한 곳이라는 리오의 말은 엘레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렸다.

 

 “저쪽 테라스에 있어. 마실 것 좀 가져올테니까.”

 “응.”

 

 리오는 사람들 사이로 쑥 들어가 이내 사라졌다. 엘레나는 리오의 뒷모습을 쫓다 눈을 돌려 테라스로 향했다. 그러나 엘레나는 채 몇 걸음도 걷기 전에 멈춰 섰다. 바로 귀족 영애들의 대화 때문이었다.

 

 “이건 마법물품이예요.”

 “어머, 그런가요?”

 “그럼요, 자세히 보시겠어요?”

 

 전직 마법학자였던 엘레나로써 그냥 넘길 수 없는 주제였다. 엘레나의 발걸음이 슬슬 영애들의 무리 쪽으로 향했다. 엘레나는 영애들 무리와 조금 거리를 두고 벽에 등을 기댔다.

 

 처음 보는 갈색 머리의 영애는 우습게도 장난감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빛이 나는 팔찌라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그 신기한 물품이 100년 전에 아기들의 장난감으로 사용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

 

 100년 전만 해도 취급조차 하지 않았을 물건이 이제는 신기한 물건으로 추앙받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엘레나에게도 비슷한 것이 하나 있었지. 드욘 숲으로 가기 전 받았던 목걸이는 실드마법이 새겨져있다고 했다.

 

 과거 에너지원으로만 마력석을 쓰던 그 때와 달리 엘레나의 목걸이에는 마력석 자체에 마법을 새겨둔 것 같았다. 리오가 오면 물어봐야지.

 

 “페르넨 영애의 댁에는 이런 것들이 많나요?”

 

 감탄을 담은 목소리였다. 몰래 듣고 있던 엘레나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아야했다.

 

 “오래 전에 제 선조분들 중 어떤 분이 오데이른 가문과 친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 집엔 마법물품들이 제법 있는 편이랍니다.”

 

 누가 호의의 표현으로 아이들 장난감을 준단 말인가. 황당한 엘레나의 얼굴은 그런 뜻을 가득 품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에서야 서서히 마법물품들이 하나씩 풀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슬슬 등장하기 시작한 이름이 있었다. 엘리제 오데이른. 바로 엘레나의 옛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여자 굉장한 추녀였다고 들었는데요.”

 

 밝은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눈치 없는 영애의 말에 그냥 지나쳐 가려던 엘레나의 한쪽 눈썹이 불만스럽게 올라갔다. 그런 걸 왜 궁금해 하는 건데?

 

 “물론이죠. 제니아 아카데미에서 도는 유명한 소문 중 하나였답니다.”

 

 그 도움도 되지 않았던 제니아 아카데미? 한 달도 안 되어 때려치웠던 곳인데 그런 소문이 퍼졌다니 굉장히 불쾌했다. 결국 엘레나는 영애들 틈에 끼어들었다. 제 욕을 하는 곳에 가서 하하호호거릴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하나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소문은 소문일 뿐,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영애의 위신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네요.”

 

 밝은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영애는 갑자기 등장한 엘레나를 보고 놀란 듯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대충 인상착의를 외워오긴 했는데 애써 기억하고 싶지는 않았다.

 

 “갑자기 끼어들어 그런 이야기를 하시다니, 그 전에 소개부터 해주시는 게 예의 아닐까요?”

 “예의를 아시는 분이셨다니 실례했네요. 엘레나 그란디아입니다.”

 

 뾰족한 말을 뱉으며 엘레나는 생긋 웃었다. 그런 엘레나를 보는 영애들의 얼굴은 제각각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대체 누구냐는 반응과 어디서 들어봤는데 하는 반응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

 

 “마법물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젠가 저와 마주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엘레나는 페르넨 영애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영애께서 가진 물품은 오데이른이 만든 장난감 같은 것이니 과한 자랑을 삼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엘레나의 말을 들은 페르넨 영애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갑자기 끼어들어 분위기를 뒤집어 놓은 엘레나는 멍해진 영애들을 뒤로 하고 시끌벅적한 댄스홀을 피해 텅 빈 테라스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집에 가고 싶었지만 리오가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간 테라스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훨씬 나아지는 것 같았다. 엘레나는 만족스럽게 난간에 걸터앉았다.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별이 총총히 박힌 하늘을 올려다보던 엘레나의 행동이 효과가 있었던지, 잠시 후 엘레나는 리오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 지어 줄 수 있었다. 리오는 마실 거리와 함께 은쟁반에 이것저것 다과거리도 잔뜩 담아왔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에 엘레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하여간 너무 취향을 잘 알아도 문제였다.

 

 “많이도 가져왔네.”

 “네가 좋아하는 걸 이것저것 담다보니 많아졌어.”

 

 역시 리오는 망할 코르셋의 존재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엘레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제 옆자리를 가리켰다. 리오는 엘레나의 옆에 냉큼 다가와 앉았다. 엘레나는 리오가 가져온 다과를 하나 집어들었다.

 

 “리오, 나 할 일이 하나 생긴 것 같아.”

 “그게 뭔데?”

 “엘리제가 굉장한 미녀였다는 소문을 내는 거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리오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엘레나의 야심찬 계획은 리오의 비웃음으로 대폭 수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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