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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전생으로 7번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짝사랑 하는 수영과의 끊어진 인륜을 잇기 위해 전생으로 7번 회귀하는 지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이수영 그리고 연개수영
작성일 : 17-07-07 13:28     조회 : 250     추천 : 1     분량 : 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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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 안 나가네?

 

 치렁치렁 차고 입던 갑주를 거의 다 벗어던진 수영이 문밖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지하) 어, 어디로 가면...?

 

 오빠가 연개소문이라는 말에 얼이 빠져 있던 지하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수영) 어디긴 어디네. 호위무사라면서 문밖에가 지켜야디.

 

 (지하) 네넷, 알겠습니다.

 

 전생으로 돌아와 한 것이라고는 야단 맞은 게 전부지만 그래도 수영이를 지킨다니 기분이 좋은 지하였다. 현생에서는 다가가고 싶어도 늘 발길을 돌렸건만 이젠 내가 그녀의 호위무사다.

 

 문 앞에 칼을 차고 든든하게 시립했다.

 아...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는 거지. 설마 밤새?

 

 

 【지하의 7살 놀이터】

 

 엄마가 죽었다. 다른 애들한테처럼 차라리 몇 밤 자면 엄마가 올 거라고 거짓말이라도 해주지. 무뚝뚝한 아빠는 병에 걸려서 죽었다고 매우 현실적으로 알려줬다.

 

 아직 어린 7살 지하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게 얼마만큼 슬픈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왠지 모를 억누름과 두려움에 놀이터로 뛰쳐나와 그네를 타고 있다.

 

 (???) 나도 옆에서 그네 타도 돼?

 

 예쁘장하게 생긴 또래 여자아이가 꽉 묶어 올린 머리를 하고 있다. 내 것도 아닌 빈 그네에 괜히 허락을 구하는 게 어색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 나는 수영인데 너는 이름이 뭐야?

 

 (지하) ......

 

 (수영) 넌 왜 이렇게 말이 없냐? 어디 아파?

 

 (지하) 어, 엄마가...

 

 갑자기 없던 눈물이 맺히며 목이 멘다.

 아빠한테 직접 들었을 때도 안 이랬는데 갑자기 왜 지금...

 

 (수영) 엄마한테 혼났어?

 

 (지하) 엄마가...... 죽었어...

 

 목과 코는 꽉 막혀버리고 눈물은 터져 나왔다. 이상하다... 왜... 눈물이 어린 뺨을 타고 줄줄 흐른다.

 흘러내린 눈물이 바닥의 모래에 떨어져 뭉글게 만들었다. 고개를 숙인 앞에 두발이 나란히 섰다.

 

 (수영) 울지마. 울지마...

 

 등을 토닥이는 작은 손이 한없이 따뜻하다. 수영의 작은 신발 위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지하가 수영을 다시 본 건 이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터다.

 입학식 멀리 걸어가는 어린 소녀를 한 번에 알아본 지하는 자기도 모르게 뛰고 있었다.

 

 나는 그때도 바보같이 말을 못 걸었지만... 그날부터였던 것 같아...

 엄마가 가면서 대신 널 보내준 것 같아...

 그래, 그때부터.

 

 

 (지하) 수영아, 수영아 윽-!!!

 

 경계를 서다 어느새 앉은 채로 잠이든 지하는 수영의 발길질에 바닥에 나뒹굴었다.

 

 (수영) 너이 간나새끼, 또 내 이름 부르네?

 

 그새를 못 참고 잠들었던 지하는 헐레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잡았다.

 

 (수영) 졸리네?

 

 (지하) 아닙니다!

 

 (수영) 졸리면...

 

  그래, 수영아 어디 가서 자라고 해줘. 나 미친 듯이 졸려.

 

 (수영) 앉았다 일어나기라도 하라우. 잠이 싹 달아난다.

 

 하고는 휙 하니 몸을 돌렸다.

 

 (수영) 올방은 오데서 저런 덜 떨어진걸 보내가지고-

 

 매정하게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데 밖을 보니 아직 달이 중천이다.

 

 졸지 않으려 볼도 꼬집고, 종일 서 있어 아픈 다리도 두들겨가며 버티니 마침내 아침이 되었다.

 

 (지하) ‘진짜 군대에서 야간근무 두 시간 서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정말 하룻밤을 꼬박 경계를 서게 한 수영은 갑옷을 차려 입고 슬슬 나왔다.

 

 (수영) 어이, 어리보기. 또 안 졸안?

 

 (지하) 안 졸았습니다. 잘... 주무셨습니까.

 

 (수영) 기래. 기래도 니 덕에 간만에 좀 잤어.

 

 수영은 미처 안 깬 잠을 떨치려 작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곧바로 지하를 데리고 향한 곳은 어제 싸움이 벌어졌던 서문의 성루였다.

 

 북부 초원 지대의 건조한 공기 너머로 당나라군의 진영이 보이자 지하는 새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지하) ‘그래, 수영이는 대장군으로 당나라 군대가 쳐들어 온 뒤 거의 잠을 못 잤던 거야. 한심한 놈 겨우 하루 못 잔거 가지고...’

 

 (수영) 남평양에서 완 니는 여기 사정이래 잘 모르갔디.

 

 수영은 지휘대를 당군의 진영을 가리켰다.

 

 (수영) 저기 있는거이래 이세적이가 이끄는 당군 7만에, 당태종가 직접 30만 중군을 이끌고 오고 있으메 머지않아 도착할끼야.

 

 (지하) 그렇게나 많습니까?

 

 (수영) 고조 후군으로 50만이 더 있다함메 우리 고구려가 그야말로 풍전등화 아니간.

 

 (지하) 우리는 몇 명이나 있습니까?

 

 당태종과 고구려의 싸움은 역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지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곳 성산산성에 몇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까지는 몰랐다.

 

 (수영) 2만.

 

 2만대 7만의 싸움. 지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영) 여기가 무너지면 100만 대군이 평양성으로 향할기야. 그카면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학살 되겠디. 그래서 죽는 한이 있어도 지켜내야 하는기야.

 

 연개수영이 짊어진 짐은 이수영보다 훨씬 컸다.

 내가...어쩌면 처음으로 내가... 그녀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지도...

 

 (수영) 이보라우, 어리보기. 내래 여기서 시집도 못가고 죽어서야 되간? 안죽꺼정 잘 지키라우.

 

 수영의 입에서 시집이라는 말이 나오자 지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수영이를 지킨다. 현생에서는 너무나 바랐건만 상상도 못했던 것이 이제는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 지켜줄게 수영아.

 

 굳은 결심의 지하의 눈에 멀리서 무언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뭐지 저게. 새...? 아니, 돌??

 

 (지하) 피해 !!!

 

 당나라군의 진영에서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날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수십 개가 뒤를 이었다.

 

 지하는 무의식적으로 수영을 잡아끌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첫 번째 돌덩이는 둘이 방금 서 있던 성루를 미처 못 피한 몇 명의 병사들과 함께 날려 버렸다.

 

 쿠쾅쾅 쾅 쾅

 

 곧이어 성에는 돌덩이의 우박이 들이쳐 사방을 깨부쉈다. 자욱한 먼지를 일으킨 첫 번째 포격이 멈추자 둘은 재빨리 일어났다.

 

 둘이 본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눈 없는 돌포격은 군병들만 아니라 수많은 백성들도 죽게 만들었던 것. 사방이 돌과 무너진 성벽에 짓이겨져 고통에 찬 신음으로 가득했다.

 

 (수영) 이 종간나새끼들!

 

 수영은 분노로 눈물이 글썽 맺힐 정도였다. 지하가 보기에 멀리 포차는 달래에 풀어진 줄을 감으며 다시 돌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하) 저것들이 다시 쏘려고 합니다. 어서 피하세요!

 

 (수영) 안 돼. 그럼 돌 날아오는 방향은 누가 일러주네!?

 

 정말 몇 십분도 안지나 2차 포격이 날아들었다. 수영은 정신없이 날아오는 방향을 소리 질러가며 알려 주었다.

 

 (수영) 장대쪽 피하라우! 성가퀴쪽도 날래 움직이라우!

 

 눈으로 짐작해가며 돌이 떨어질 지점을 말하니 정확하게도 그곳에 명중했다. 돌우박 사이를 용감히 뛰어다니며 분전한 수영의 노력 덕에 첫 번째 포격 보다는 피해가 훨씬 덜 했다.

 

 몇몇 장수들이 화급히 준비를 마치고 병졸들과 함께 수영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장수 1) 대장군, 괜찮으십네까?

 

 (수영) 왜 이제야 완!? 저것들 절단 내게 날래 맥궁 준비 시키라우.

 

 (장수 2) 맥궁은 사거리가 오백보에도 못 미쳐 포차에 닿지도 않을겁네다.

 

 고구려군이 자랑하는 쇠로 만든 강력한 활 맥궁. 하지만 포차의 사거리는 그보다 멀어 공격할 수 없었다. 또 다시 달래를 감는 포차를 보며 다들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렇게 3차, 4차 연이어 돌 포격을 받다간 성벽이 무너져 순식간에 당나라군이 들이닥칠게 뻔했기 때문이다.

 

 지호가 가만 보니 포차 뒤에 나열한 당나라군은 가벼운 경무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포차에 의해 성벽이 무너지면 빠르게 돌격하기 위해 궁병이나 창병은 배제한 것 같았다.

 

 그래, 저거면!

 

 (지호) 대장군. 차라리 기병을 성 밖으로 보내서 포차를 부셔야 합니다.

 

 (수영) 기병을 내자고?

 

 (지호) 네, 불화살과 기름 동이를 준비 시켜 포차만 노리고 공격하면 됩니다. 저것들 지금 포차 믿고 궁병이나 창병은 아예 보이지도 않으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수영은 지호의 말을 듣고 대장군답게 침착히 전세를 읽었다. 무모해 보이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작전이다.

 

 (수영) 불로 태우자 이 말이디. 기래 좋다. 내래 직접 기병을 이끌 테니 날래 불 시위랑 알뚝시리 준비 하라우.

 

 자신의 작전이 받아들여져 지하는 용기가 솟았다.

 아, 잠깐 네가 나간다고?

 아니, 그건 아니고!!!

 

 불화살과 기름동이는 금세 준비되었고 삼백의 정예 기병의 손마다 쥐어졌다.

 

 (수영) 문 열라우!!!

 

 수영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소리 질렀다.

 성문이 열리자 저 멀리 일직선으로 나열한 당나라의 포차가 보였다.

 

 (수영) 돌격-!!!

 

 삼백기의 기병들이 일제히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고구려의 최전선 성산산성의 운명이 이번 공격에 달려 있기에 하나 같이 굳세고 결연한 표정이다.

 두려움 따위는 없다.

 

 그들을 이끄는 대장군 연개수영.

 그리고... 그 옆에 도지하.

 

 (지하) ‘흐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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