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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전생으로 7번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짝사랑 하는 수영과의 끊어진 인륜을 잇기 위해 전생으로 7번 회귀하는 지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포기 또 포기
작성일 : 17-07-07 13:27     조회 : 272     추천 : 1     분량 : 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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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름 도지하, 내 나이 25. 올해 초에 군대도 멀쩡히 다녀온 건장한 남자건만 8월로 접어드는 지금까지 연애경험 無.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

 어디 큰 하자가 있냐고? 그건 아냐. 그냥 이름대로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타입 이랄까...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 붙이기는커녕, 제대로 눈도 못 보는 소심한 성격인데 누굴 만나봤겠어.

 그래,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저기 저 여자.

 

 큰 눈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생머리, 유달리 검은 눈동자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하얀 피부까지.

 

 (수영) 어, 안녕~ 자주 보네?

 

 (지하) 어...어...

 

 같은 동네 살며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그녀가 스쳐 지나간다. 초등학교 때 한번, 고등학교 때 한번 같은 반 된 것도 인연이라고, 마주치면 인사까지 해주는 그녀를 나는 또 등신처럼 보내.

 그렇게 몇 초가 흐르면 뒤를 돌아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는 게 내 마음 표현의 전부다.

 

 (지하) 이 짓도 이제 그만하자. 수영이가 나 같은 것 한테 관심이나 있겠어.

 

 집에 돌아온 지하는 입고 있던 후드를 집어 던진다. 한여름에 후드를 왜 입냐고? 수영이가 알아보면 부끄러워서 뒤집어쓰고 다니는 거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바라본 천장에는 그녀와의 딱 한 번의 추억 아닌 추억이 붙어있다.

 

 【지하의 초등학교 5학년 2반】

 

 (선생님) 자, 여러분 지난 시간에 말했던대로 오늘은 마니또라는걸 해볼 거야.

 

 (초딩들) 우엑~~!!!

 

 반 곳곳에서 사내아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야유가 아우성인 반면 몇몇 성숙한 아이들은 좋아하는 티는 못내도 내심 기다려왔던 눈치.

 

 (선생님) 남학생이 여기 박스에서 번호표를 뽑을 거니까 한명씩 차례로 나와.

 

 앞줄에서부터 하나씩 나가 그까짓 번호표 뽑는데 끝도 없이 재잘거린다. 제법 키가 큰 편이어서 가장 뒤에 앉는 지하는 이 광경을 초조하게 바라본다.

 

 (지하) ‘누가 먼저 수영이 뽑으면 어떻게 하지?’

 

 먼저 뽑는다고 유리한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떨며 손톱을 물어뜯는다.

 

 뽑은 아이들은 누구하나 바로 펴보지 않는다. 누가 볼세라 자리까지 꼭꼭 숨겨 들고와 가랑이 사이에서 조심스레 펼쳐본다.

 

 (초딩 남1) 야, 너 누구냐?

 

 (초딩 남2) 너는?

 

 서로가 기대 안하는 척 하기가 초딩들이라 쉬운 건가? 남학생들은 무심히 서로의 마니또 상대를 묻고, 여학생들은 입만 떠들 뿐 귀는 번호표를 먼저 받은 남학생들의 대화에 온통 쏠려있다.

 

 (초딩 남1) 나 23번이니까...

 

 (초딩 여1) 아, 뭐야! 나 왜 쟤랑 됐어!

 

 해당하는 번호의 여자아이가 먼저 반응이다. 글쎄... 네가 더 구린데?

 드디어 지하의 차례. 한걸음, 한걸음 두근대며 교탁으로 걸어 나간다. 수영이 번호인 32번을 뽑았다는 소리가 들릴까 귀는 뒤를 향하고 있다. 박스로 손이 간다. 마지막에서 꼭 한장 남은 번호표를 집어 들고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

 

 제발... 제발... 제발... 32번...

 

 삐그덕하게 접힌 번호표가 지하의 무릎 사이에서 펼쳐진다.

 33번.

 

 (지하) ‘아이씨! 하나 차이로 망했다.’

 

 연달아 뽑은 짝꿍인 기혁이가 터프하게도 털썩 옆에 앉는다. 번호도 오면서 그냥 본 듯 시큰둥하게 책상위에 던진다. 키는 나랑 비슷해도 제법 사내다운 성격에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녀석. 펼쳐진 그녀석의 번호표에는 32번이 적혀있다. 왜 하필...

 

 (기혁) 이런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 넌 몇 번이야?

 

 (지하) 나... 33번

 

 (기혁) 그래? 너 나랑 바꿀래?

 

 이유는 없다. 그냥 자신의 시크함을 애써 보여주고 싶은 초딩일뿐.

 바꾸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괜히 소문이라도 나면...그리고 수영이도 나보다는 기혁이가 훨씬 좋겠지...

 

 (지하) 아- 아냐. 그냥 너 해.

 

 (기혁) 그래? 근데 32번이 누구냐?

 

 (지하) ‘수영이다 이 새끼야!’

 

 (기혁) 야 아무튼 이거 버려줘. 난 공이나 차러 나가야지.

 

 기혁은 자신이 뽑은 32번 쪽지를 내 책상위로 툭 치고는 휙 나가버린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에 꾸겨지지 않게 넣었다.

 번호표 뽑기가 끝나 몹시도 소란스러운 교실을 선생님이 정리한다.

 

 (선생님) 자 다들 짝 정해졌지? 마니또가 되면 편지도 써주고 작은 선물도 주고받고 그러는 거야.

  여름방학 올 때 까지 서로 잘 챙겨주며 사이좋게 지내야해~

 

 (초딩들) 네~~~

 

 

 

 (지하) ‘바보 같은 놈. 그때 왜 안 바꾼거지...’

 

 오늘 다시 한 번 수영을 포기한 지금, 12살의 꼬마 지하가 떠올랐다. 천장에 붙여둔 32번 번호표는 여전히 그 자리다. 기혁이 녀석 관심 없는 척하더니 그때 편지도 꽤 주고받았던데, 그 후로 사귀었었지 아마? 어린 것들이...

 

 

 【지하의 고등학교 2학년】

 

 지하는 급히 학교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딱 30분.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 이걸 안사면 시간이 없다. 여기 담벼락을 지나면 드디어 후문이다. 길지도 않은 거리를 뛰었건만 숨이 제법 차올라 걸음을 늦추는데 누가 학교 담을 넘어 오고 있다. 놀랍게도 수영이.

 

 (수영) 어! 너 지하 맞지? 나 좀 도와줘~

 

 월담이 처음인지 되게 못 넘어온다. 지하는 대답도 못하고 엉거주춤 매달린 수영에게 일단 가까이 붙기는 했는데 도무지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지하) ‘안 떨어지게 하려면 손을 잡아야만 하는데- 아- 아- 매너손! ’

 

 수영의 손을 향하던 지하의 손은 방향을 틀어 소매를 붙들어 잡는다. 낑낑 대며 결국 월담에 성공한다.

 

 (수영) 에구, 이거 보기보다 어렵네. 고마워~

 

 

 나를 보며 싱긋 웃는 그녀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수줍게 고개만 숙인다.

 

 (지하) 어... 응...

 

 (수영) 그런데 너도 야자 땡땡이 치는 거야?

 

 (지하) 아니, 난 이제 들어가려고.

 

 (수영) 그래? 난 처음 해봐서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오늘 내 생일이거든.

 

 (지하) ‘알아 네 생일. 6월 2일’

 

 지하는 수영이 가거든 학교로 들어가려 하는데 어쩐 일인지 갈 생각이 없다. 그래, 지금이야. 생일 선물 사온걸 오늘에야말로 줘야겠다. 두근대는 지하의 손이 선물을 안은 품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수영) 이것이 아직도 안 왔네. 내가 분명 시간 맞춰 오라고 했는데.

 

 (???) 야 이수영-!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이다. 초딩때 32번 마니또의 주인 김기혁.

 

 (수영) 누가 나보다 늦게 오래?

 

 (기혁) 이정도면 시간 맞췄지. 어, 너는?

 

 (수영) 지하야. 너도 기억나지? 어릴 때 같은 반이었잖아.

 

 (기혁) 야~ 오랜만이다. 여자 친구 데리러 왔다가 너를 다 보네.

 

 여자친구... 헤어졌다더니 또 만나나 보다. 내 인생에 참 끈질긴 놈. 너만 아니면 수영이는 내가 백배는, 아니 천배는 더 잘해 줄 텐데.

 

 (수영) 우린 이만 가볼게. 야자 열심히 해~

 

 선물... 한 번도 주지도 못할 거면서 매년 6월 2일마다 사는 생일선물. 알콩달콩 떠나는 둘을 보며 지하는 씁쓸히 모퉁이를 돌아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지하는 지방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기숙을 했기에 더는 수영을 볼 수 없었다. 제대하던 날 길에서 마주치기 전까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누워있는데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뭐냐? 불은 다 꺼놓고.

 

 (지하) 다녀오셨어요.

 

 퇴근하고 돌아온 지하의 아버지는 몹시도 못마땅하게 아들을 쳐다본다. 대학 교수로 지방대에 진학한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것.

 

 (아버지) 복학은 할 거냐?

 

 (지하) 다음 학기 때 바로 하려구요.

 

 (아버지) 시끄럽고 수능이나 다시 봐. 어디 그걸 대학이라고 다녀.

 

 (지하) ......

 

 (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 싫어?

 

 (지하) 아니요. 그렇게 할게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읜 지하에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언제나 무뚝뚝하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아버지에게 한 번도 말대꾸 한 적도, 반항해본적도 없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뿐. 늘 기대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이렇게 퇴근하고 돌아와 현관에서 마주칠 때면 나누는 1분도 안 되는 대화가 이들 부자간에 나누는 모든 것이지만 지하는 이 1분이 가장 힘들고 괴롭다.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는다.

 

 (지하) ‘하아... 한심한 놈.’

 

 책상에 보지도 않을 고3 수험서를 펼쳐 두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확인할 것만 같아 이 나이에 노트도 그럴싸하게 옆에 두는 자신이 한심해 미치겠다. 그래도 지하는 별수 없다. 늘 주눅 들어 고분고분 할 뿐.

 

 1시간이나 지났나? 멍하게 앉아 있는 것도 고생이라고 기지개를 한껏 폈다.

 

 (지하) ‘이렇게 하니까 꼭 진짜 공부하는 애 같네. 아버지가 이럴 때 들어와서 딱 봐야 하는데.’

 

 이제 슬슬 한번쯤 확인 하고 티비나 보실 시간이다. 그러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는 컴퓨터라도 조용히 가능하다. 그러니 어서 보고 나가세요. 아버지.

 

 응... 저게 뭐지?

 

 책상 위 창문 밖에 누가 서 있다. 여기는 10층인데!? 웬 할머니가 둥실 거리며 떠오다 창을 그대로 통과해 방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할머니 인상이 워낙 인자하게 생겨서 그런가? 지하는 무섭지는 않으나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간다. 잠시 넋 나가서 쳐다보다 천천히 방문을 열고 문간에 섰다.

 

 (아버지) 왜?

 

 (지하) 안에 잠깐만... 아니에요.

 

 (아버지) 하여간 딴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내일부터 과외라도 알아볼 테니까.

 

 (지하) 네.

 

 뒤를 돌아 방안을 슬쩍 보니 할머니는 소매 안으로 팔을 꽂은 채 여전히 책상 머리맡에 둥둥 떠 있다.

 

 (아버지) 하여간 25살에 과외 필요한 놈은 네가 처음일거다. 뭐라 뭐라 뭐라

 

 평소 같으면 꽤나 상처받았을 아버지의 잔소리지만 오늘만큼은 가볍게 등 돌릴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느 시대인지 짐작 안가는 한복에 키는 150cm쯤 되려나? 자글한 주름에 머리는 새하얗게 센 그야말로 인자하게 생긴 할머니다.

 

 (할머니) 그만 쳐다보고 앉아.

 

 지하는 엉겁결에 의자에 앉았다.

 

 (지하) 저기, 누구세요? 귀신같은 건가요?

 

 (할머니) 귀신은 무슨, 삼신할매다. 할 말 있어서 왔으니 잘 들어라 이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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