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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나틱
작가 : 0kim
작품등록일 : 2017.7.4

주인공의 그림자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생만 10년! 눈치 없는 주인공 옆에서 소꿉친구의 짝사랑을 바라본 기간 또한 10년! 수다스럽지만 불만 많고, 유쾌하지만 겁 많은 그림자와 세상 비관적인 주인공, 호기심 많은 여자 소꿉친구와 함께하는 판타지 세계 모험물.

 
바올리언스 대학교
작성일 : 17-07-06 21:39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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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자, 잠시 만요. 블리스님, 긴급 구속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리온은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젊은 사내에게 존댓말을 썼다.

 “리온, 너무한 건 사람을 실루엔노틀에 하루 동안이나 방치한 당신의 행동입니다.”

 블리스가 작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방치한 게 아닙니다. 제가 옆에서 같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실루엔노틀에 해를 끼칠 만한 행동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무단으로 침입한 게 아니라, 하울릿들에게 쫓겨 어쩔 수 없이 실루엔노틀로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제 이름을 걸죠!”

 “딱 당신의 이름까지만 받겠습니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공무집행방해죄로 함께 잡아가겠습니다.”

 블리스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키네도 리온에게 이제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리온이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키네는 밧줄을 공중에 던지고 뼈지팡이를 휘둘렀다. 갑자기 밧줄이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주영의 팔을 꽁꽁 묶었다. 그녀는 막상 자신의 팔에 수갑 비슷한 것이 채워지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시다.”

 블리스는 몸을 훽 돌리고 그대로 가게를 빠져나갔다. 스키네가 뼈지팡이를 휘두르자 밧줄이 허공에 들려지며 움직였고, 자연스럽게 주영의 몸이 튕기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졌다.

 “아니, 잠깐. 난 진짜…….”

 그녀는 넘어질 듯 말 듯 휘청거리며 끌려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난 진짜 이런 경험 안 내키는데! 이곳 감옥은 별로 구경하고 싶지 않다고요!”

 리온이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면서 고민하고, 당황한 머그 벅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의자, 테이블과 연결되어 있는 뿌리를 꿈틀거릴 때였다.

 현우가 뛰다시피 쫓아가 스키네의 어깨를 붙잡았다. 스키네가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돌리는 순간, 현우는 주먹으로 냅다 얼굴을 후려쳤다.

 “내 친구 놔…….”

 해골이 시끄러운 뼈소리를 내며 바닥에 우당탕탕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현우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통증에 말도 못하고 오만상을 찡그리며 주먹을 부여잡았다. 뼈가 아니라 돌을 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토도 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고스란히 전해져 펄쩍펄쩍 뛰면서 비명을 질렀다.

 “뭐야?”

 스키네는 마치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뼈다귀발로 현우의 배를 걷어찼다.

 “같은 남자여도 이건 도저히 참기 힘들군.”

 스키네는 양손을 위로 뻗어 소맷자락을 주르르 내려뜨린 뒤, 오른손 손목 뼈 사이에서 거무튀튀하고 기다란 뼈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현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뼈를 휘두르려는 순간.

 “그걸 휘두르면, 나도 더 이상 참기 힘드네.”

 머그 벅은 나뭇가지들을 쭉 뻗어 현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간신히 참고 있는 분노가 느껴졌다.

 스키네는 더 이상 달려들지 않았다. 그는 쓴소리를 한 번 뱉고서 서둘러 주영을 데리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 * *

 

 “이건 말도 안 돼요!”

 현우는 리온을 따라 센디버트 너디를 나서면서 소리쳤다. 오장육부가 틀어지는 고통이 전해져 그는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절뚝거리며 걸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오후.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러 이종족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현우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바닥에 일어서서 루너와 함께 걸어가는 게 상식인 그림자 도시에서 현우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마토는 위가 뒤틀리는 통증 때문에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젠장, 나도 이게 말도 안 되는 거 알아.”

 리온은 현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빠르게 걸어가면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세상에는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더라고.”

 “지금 말장난 할 때에요?”

 “그러게. 말장난은 내 주특기인데 말이야.”

 마토는 여전히 질질 끌려가면서 신체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입을 나불댔다. 현우는 한 번만 더 되도 않는 농담으로 태클을 걸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뭔가 이상해.”

 리온이 심각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오늘 아침 일찍 뭄하프의 넬레 장관님을 만나서 모두 말씀드렸어. 장관님은 조용히 리생계로 되돌려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지, 구소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어. 젠장, 갑자기 긴급구속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리온은 현우의 불신하는 표정을 힐끔 쳐다보았다.

 “나도 이대로 주영을 감옥에 갇히게 하고 싶지 않아. 아니, 그래선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친구를 구하겠어. 이대로 뭄하프로 가서 그녀의 긴급 구속에 대해 항변할 거야.”

 “같이 가겠어요.”

 “아니.”

 그는 단호하게 말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센디버트 너디에서 나오고 처음으로 현우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네가 지금 뭄하프에 가봤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가서 난동이라도 부릴 거야? 스키네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것처럼?”

 현우는 해골의 뼈다귀발에 걷어차인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넌 지금 대학교에 가야해.”

 리온은 현우가 반박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재빨리 덧붙였다.

 “캐브리포 장관이라면 쉐도어인 너도 주영과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등 이상하게 널 엮으려고 할지도 몰라. 그 인간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가 없는 남자야. 만약 그런 연유로 너마저 뭄하프에 구속이 되면……. 일이 엄청 복잡해져. 내 말 이해했어? 지금 네가 실루엔노틀에서 주영의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일은 대학교에 가는 것뿐이라고.”

 현우는 머리가 복잡해서 뭐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평소 까불거리던 마토도 입을 다물었다. 일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거센 급류에 휘둘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현우가 잠시 머뭇거리던 사이, 리온은 품속에서 봉투와 안경케이스를 꺼내 현우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바올리언스 대학 입학 추천서야. 이걸 들고 저기 언덕 위에 있는 대학교로 가면 돼. 그리고 이건 어제 말했던 번안경. 이것만 있으면 수업 받는데 지장은 없을 거야. 번이어도 절대 빼지 말고, 또 웬만하면 대학교에서 만나는 이종족들에게 주영의 이야기는 하지 마. 말해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그리고 분명 말하지만 바올리언스 대학교에 반드시 시간 안에 가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리온은 숨도 쉬지 않고 긴 말을 빠르게 뱉어냈다. 그러다가 현우가 못내 불안한 표정을 짓자 덧붙여 말했다.

 “날 믿어. 난 입 밖으로 뱉은 말은 무조건 지켜. 일개 쉐도어일 뿐이지만……. 주영은 책임지고 구치소에서 빼올게. 다짜고짜 긴급 구속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일처럼 열 받아 하는 리온의 모습이 사실 이해되지 않았다. 어차피 남이었다.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책임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남, 그저 남일 뿐인데. 한 번도 남을 위해서 희생해본 적이 없는 현우로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벅차올랐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을 현우는 이때 처음 느꼈다.

 리온의 두 눈에는 거짓이 없었고, 그의 입은 재촉하지 않았다. 현우가 대답을 할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주었다. 그 모습이 처음으로 현우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온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학교 수업이 끝나는 대로 뭄하프로 와. 그때쯤이면 결과가 나와 있을 거야. 만약 수업이 끝나고 뭄하프로 왔는데 내가 없으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거니까 어제 묶었던 센디버트 너디로 가 있어. 끝나고 바로 갈 테니까. 알았지?”

 “알았어요.”

 마지막으로 리온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현우의 어깨를 툭툭 치고 몸을 돌렸다. 그의 모습은 한순간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현우는 손에 쥐어진 봉투와 안경케이스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리온이 사라진 방향을 한 번 쳐다보고 바올리언스 대학교를 향해 달려갔다.

 

 * * *

 

 주위 풍경은 산만하면서 동시에 몽환적이었다. 현우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바람에 시야 옆과 위로 보이는 굼뜬 협곡, 숲, 하늘 바다가 조금씩 뒤로 떠밀려갔다. 오로지 정면으로 보이는 검회색 도시 만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쉐도어들의 그림자들은 사람처럼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 그림자가 바로 옆에 마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꼭 사이좋은 친구 같았다. 하지만 현우와 마토는 판이하게 달랐다.

 “으아아악!! 잠깐, 잠깐만! 나, 좀, 일어나서, 가자!”

 울퉁불퉁한 돌바닥 때문에 그림자인 마토의 몸은 통통 튕겨졌고, 그에 따라 목소리가 뚝뚝 끊겼다. 주위 이종족들은 모두 비명소리를 들었는데 정작 현우만 듣지 못한 듯, 그는 오로지 대학교만을 바라보며 달려갔다. 마토는 등이 너무 아파서 일어서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현우가 걸음을 멈추지 않아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현우가 걸음을 멈춘 것은 굼뜬 협곡이 기지개를 켜서 땅이 흔들리는 그 순간뿐이었다. 그는 휘청거리면서 재빨리 가까이에 있는 건물로 가 등을 벽에 기대었다. 그 틈을 타서 마토도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현우 옆의 벽에 등을 딱 붙이고 섰다.

 “여긴 무슨 지진이 매일 같이 나는 거야!”

 마토는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일부러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동의 세기는 어제보다 약했지만 시간은 더 길게 이어졌다.

 “큭, 여기 진짜 이상한…….”

 순간, 현우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넋을 잃었다. 잠시 후 땅을 울리던 진동이 끝났는데도 움직이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마토가 현우를 바라보았다. 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마토는 현우의 시선을 쫓아가며 말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굼뜬 협곡을 마주보고 있는 숲이었다.

 “마토.”

 “응?”

 “어제 저 숲……. 나뭇잎 색이 녹색 아니었어?”

 마토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숲은 붉은색과 노란색, 주황색의 단풍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있었다.

 마토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어제 저녁, 처음 실루엔노틀로 넘어왔을 때만 해도 숲은 짙은 녹음으로 우거져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숲 전체의 나뭇잎에 단풍이 물든 것이다.

 “어, 어라? 그러고 보니……. 어, 어제 분명 녹색 숲이었는데?”

 마토의 목소리는 더없이 불길했고, 그것이 분위기를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한참 후에야 현우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옮겨 다시 달려갔다. 그는 달려가는 내내 옆으로 보이는 숲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바올리언스 대학교는 높은 언덕에 있어서 수많은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현우는 허리를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꼬불꼬불하고 높이가 불규칙한 계단이 뱀처럼 휘어져 돌아가는 게 보였다. 계단을 만들 때 주변에 오래된 건물,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쓴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문득 현우는 한국에서 이런 달동네 끝자락에 위치한 대학교였다면 가차 없이 낡은 건물들을 밀어버리고 도로를 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그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심한 구간은 마치 등반을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바올리언스 대학교는 청남색의 돌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탑이 있고, 그것을 회오리 모양으로 에워싸듯이 두 개의 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몽당연필처럼 생긴 크고 작은 탑들과 사각형의 건물들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청남색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휘유! 멋있는데? 특히 저 가운데는 뭐야? 뱀인가?”

 마토가 휘파람을 불러가며 감탄했다. 그는 원래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서슴없이 말하는 타입이었다. 그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편했다.

 잠깐 숨만 돌리고 현우는 걸음을 재촉했다. 성문처럼 생긴 아치형 모양의 입구를 통과하자 더 장관이었다. 이상하게 생긴 건물들과 이종족들이 기묘하게 어울리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부분의 종족이 쉐도어였고 가끔씩 골덴과 듄 종족이 보였다.

 골덴 종족이 몰려다는 무리는 시끄러웠다. 목소리는 천차만별이었지만 대체로 얇고 가늘었다. 그들이 현우 옆으로 지나가자 돌로 된 몸 때문에 땅이 쿵쿵쿵 울렸고, 마토는 또다시 지진이 난 줄 알고 기겁했다.

 주위 시선이 현우에게 모여들었다. 그는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당황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문에 바닥에 몸을 던져 엎드려 있던 마토의 몸이 질질 끌려갔고,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주변의 이목을 더 끌고 있었다.

 현우는 본관으로 보이는, 두 개의 탑이 회오리 모양으로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탑에 들어갔다. 이종족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다채로운 발자국 소리가 메아리처럼 작게 울려 퍼졌다.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헤매다가 안내소로 보이는 곳으로 갔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여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저기…….”

 “네? 무슨 일이시죠?”

 그녀는 대답보다 한 타이밍 늦게 고개를 들었다. 현우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 수업을 받으러 왔는데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1차원적인 말이었다. 여직원은 현우의 초조한 표정을 보고 이맛살을 구기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실제로는 짜증이 났다.

 마토는 현우의 손에 들려 있는 봉투를 낚아채서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저희가 어제 리생계에서 실루엔노틀로 넘어왔는데요. 여기 대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이게 그 사절단 쉐도어의 추천서고요.”

 여직원은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봉투를 북 뜯고 편지지를 꺼내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실루엔노틀 언어로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고, 편지 하단에는 사각형 모양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너, 조금 대단한데?”

 현우가 짐짓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마토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약간 멍청한 거야.”

 한차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지금만큼은 마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건 마토였다. 그는 겁이 많았지만 상황 대처 능력만큼은 뛰어났다.

 여직원은 편지를 다 읽은 뒤 현우에게 돌려주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4층 기초 이론 강의실로 가세요. 이미 수업을 시작했을 테니 서두르셔야 할 거예요”

 현우의 몸이 총알처럼 튕겨져 나갔다. 그는 복도에서 이종족들과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만 짧게 남기며 부리나케 뛰어갔다. 하지만 골덴 종족과 부딪힐 때는 눈을 똑바로 보면서 사과할 수 있었다. 그들과 부딪치면 몸이 뒤로 밀리는 수준이 아니라 바닥에 나동그라졌기 때문이다.

 쿵!

 “커헉!”

 “음?”

 정작 골덴은 바닥에 넘어져 있는 현우를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두 눈을 끔뻑거렸다. 골덴의 몸에 쉐도어가 부딪친 것은 하늘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파리가 인간에게 부딪친 격이었다. 촉감은 느껴지지만, 정작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

 현우는 골반의 통증을 참고 절뚝거리며 뛰어갔다. 양쪽 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꼭 한 발 뛰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토는 필시 골반 뼈가 나갔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이건 또 뭐야?”

 현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흰색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복도를 지나자 사각형 모양의 넓은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현우와 마토가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의 계단이 나왔다.

 미로 계단이었다.

 이리 꺾어지고 저리 꺾어지는, 또는 구불구불하게 꺾어진 계단 십여 개가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10층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꺾여 내려오는 구조가 있는가 하면, 층계가 너무 높아서 어떻게 올라가는지 상상조차 안 되는 계단도 있었다.

 이런 해괴한 모양의 계단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문제는 이 계단들이 각각 어딘가로 연결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어디로 연결이 되어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었다.

 “빌어먹을! 어떤 놈이 계단에다가 이런 장난을 친 거야? 도대체 뭐가 4층으로 가는 계단이냐고?”

 마토는 하늘에 떠 있는 계단을 올려다보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말 할 시간에 찾아!”

 둘은 지나가던 이종족에게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 될 문제를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며 찾기 시작했다. 눈으로 쫓고 손으로 짚어가며 찾기를 수 분, 마토가 외쳤다.

 “저거야!”

 현우는 마토가 가리킨 곳으로 지체 없이 달려들었다. 계단은 오른쪽으로 올라갔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꺾여서 내려가더니 나선 방향으로 올라갔다. 한참 동안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자니 꼭 누군가의 장난에 놀아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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