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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너와 함께
작가 : rororiri
작품등록일 : 2017.7.2

인간을 증오하는 드래곤 ‘엘리시아’와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인간 ‘이유하’는 누군가의 음모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차원이동의 부작용으로 하필 유하가 가장 꺼려하는 로리가 된 엘리시아. 곧 죽어도 싫어하던 둘이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감정은 싹트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유하와 엘리의 이세계 모험기.

 
비스티안(9)
작성일 : 17-10-17 18:54     조회 : 464     추천 : 0     분량 : 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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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시에는 그날 이후로 거의 반년 간 매일같이 음식을 싸들고 빈민가로 갔고, 인간이든 비스티안이든 빈민가 인근은 부랑배들이 많아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카르토프가 로시에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그날도, 로시에는 음식을 한아름 싸들고 빈민가로 가던 길이었다.

 

 “음~ 카르토프가 늦네?”

 

 물론 카르토프가 항상 그녀를 지켜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도 그 나름대로 어딘가에서 학대받고 있는 비스티안들을 구해주기도 하고 부자들의 집을 털어 그 돈으로 비스티안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사다 주기도 했다.

 또한 키지브라 외곽의 식료품점이 항상 문을 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매그밴쳐들의 타깃인 그가 인간들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려면 여러 가지로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오늘은 바쁜가 보구나. 조심하면 좋겠는데…….”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카르토프가 오지 않으면 그날은 빈민가에 가지 않고 돌아가는 것으로 얘기했지만, 로시에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몰래 가서 생일 파티 준비를 해야지. 헤헤.”

 

 그날은 카르토프의 생일이었으니까.

 로시에는 손에 들고 있는 음식 재료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종이상자에 들어있는 케이크를 볼 때의 그녀의 눈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와도 같았다.

 그렇게 빈민가 인근의 골목을 지나고 있는데, 골목 너머에서 날카로운 쇠붙이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하지…….”

 

 물론 로시에가 가야하는 골목과 싸우는 소리가 나는 골목은 그 길이 수직으로 맞닿아 있어 잘만 하면 휘말리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흐아앗!”

 

 한 사내의 기합소리와 함께 또 다시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로시에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그 사내의 목소리는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에.

 

 “카, 카르토프?!”

 

 그러면 안 되는 줄은 알고 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분명히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사랑에 빠진 비스티안이었기에, 그녀는 딱 들어도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고 있는 그 소리에 걱정이 된 나머지 그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카르토프――! 괜찮아요?!”

 “로, 로시에?”

 

 로시에의 본능이 그녀의 몸을 이끌고 골목을 꺾자, 눈에 보인 것은 복면을 쓴 세 명의 괴한들이 카르토프를 둘러싸고 있는 광경이었다.

 

 “도망가!”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로시에를 보자마자 카르토프가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에……?”

 

 그가 걱정되어서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와버린 로시에가 어느새 그에게 소리까지 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언제나 이성적이었던 그녀.

 스스로도 이성적인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감성적이 되어버린 자신이 너무나도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로시에였다.

 

 “처리하자.”

 “하지만, 인간인데? 잘못하다간 루비(LUBI)에서 조사 받을 수도 있어.”

 “이미 목격자가 생겼어. 처리해야한다.”

 “이쪽은 찬성이야.”

 “2대 1이군. 그럼, 저 피스트를 둘이 막고 있어. 내가 가지.”

 

 괴한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한 괴한이 로시에의 눈앞에서 투명인간처럼 사라졌다.

 

 “꺄아악――!”

 

 로시에는 죽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비명을 질렀다. 여태껏, 어떤 부랑배들에게 위협을 받았어도 살려달라고 소리쳐 본 적도 없던 로시에가 죽음이 두려워 공포에 사로잡혔다.

 ――죽으면 카르토프를 영원히 볼 수 없으니까.

 

 

 “로시에!”

 

 카르토프에게는 투명인간이 된 그 괴한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괴한이 밟고 있는 땅의 흔들림이나, 냄새 등으로 쉽게 쫓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로시에를 구하지 않으면 그녀는 그 투명 괴한이 쓰는 암기에 죽을 것이다.

 

 “비켜――!!!”

 

 과연 카르토프의 생각대로 투명인간이 된 괴한은 로시에에게 독침과 같은 것을 날렸고, 그는 눈앞에서 방해하는 두 괴한에게 전력으로 칼을 휘둘러 뿌리치고 로시에에게 달려갔다.

 

 ‘저 두 명을 저렇게 쉽게 뿌리쳤다고?’

 

 투명 괴한은 순식간에 자신을 따라잡은 카르토프에게서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라니. 그는 자신이 아는 한, 그 누구보다도 강한 검사였다.

 

 “……하지만 그 여자는 구할 수 없을 거다.”

 

 이미 그 괴한이 날린 암기는 로시에의 혈맥에 닿기 직전이었다.

 

 “로시에에――!!!”

 

 하지만 투명의 괴한은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로시에의 피부에 암기가 닿는 순간, 그 속도를 뛰어넘은 카르토프가 로시에를 구하고 그 대신 자신이 암기에 맞았기 때문이다.

 

 ‘……괴물이다. 이런 녀석을 내버려둔다면 계획이 엉망이 되고 말아.’

 

 그를 처리할 기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다.

 독이 들긴 했어도 워낙 신체능력이 뛰어난 피스트기에 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암기에 맞았으니, 움직임이 둔해질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사라졌다?”

 

 마무리를 지으려고 보니 이미 그는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의 순간적인 성장력에 놀라 머뭇거린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

 

 “아깝군.”

 

 투명한 모습을 해제한 괴한이 복면을 벗자, 차가운 눈빛을 가진 자색 단발의 한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엠피테크놀로지에 의존만 해서는 안 되겠어.”

 

 

 * * *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져있고 곰팡이가 서려있어 을씨년스럽고, 가구라고는 작은 식탁 하나밖에 없어 휑뎅그렁한 작은 방.

 그 한쪽에 이불에 덮여져 누워있는 카르토프가 있고, 앉아서 그를 간호하다가 피곤에 지쳤는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괭이잠을 자는 로시에가 있었다.

 털썩.

 피곤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꾸벅거리던 로시에가 결국에는 이불 위에 엎드려 잠들었다.

 

 “으음…….”

 

 그래서인지, 기절하듯이 잠을 자고 있던 카르토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이곳은……, 내 방인가.”

 

 눈을 떴을 때의 몸에서 느껴지는 중량감은 로시에의 머리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카르토프는 여전히 독 기운에 의해 몸을 일으키는 데에만도 지칠 정도였다.

 

 ‘그래도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시간감각은 정확하지 않지만 며칠은 지난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없으면 굶어가는 비스티안들이―특히 어린 아이들이―이 빈민가에 수두룩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뭐라도 해야했다.

 

 “……가지 마요.”

 

 카르토프가 상체를 일으키자, 엎드려있던 로시에가 그의 손을 꽈악 붙잡았다.

 방금 잠이 들은 그녀가 그렇게 깰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해서 얼마큼 신경 쓰고 있었는지를 방증한다.

 

 “로시에.”

 “가지 마요, 카르토프. 해독은 거의 끝났지만, 아직은 움직이면 안 돼요…….”

 “계속 날 돌봐줬구나.”

 “……카르토프.”

 

 천천히 고개를 일으킨 로시에가 애절한 눈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르토프 역시 그런 로시에를 안쓰럽게 생각하면서, 이미 그녀가 자신에게 어떠한 존재인가를 느끼고 있었다.

 

 “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 같아요……. 아니, 당신을 사랑해.”

 

 로시에가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고백한 뒤,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카르토프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기분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미 본능적으로 자신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널 사랑하고 있어.”

 “카르토프. 나와 결혼해줘요.”

 “로시에…….”

 

 그녀의 청혼은 갑작스러운 것이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미 둘은 서로의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었다.

 

 “인간인 나와 결혼하면, 오늘처럼 그들이 당신을 함부로 건들지는 못할 거야.”

 

 파르마란스의 법에 의하면, 인간과 퍼리의 하프인 피스트의 경우에 한에서만, 인간 주인에게 완전 종속을 인정받거나 인간과 결혼할 경우 종속된 것으로 간주하여 인간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참정권을 제외한 모든 기본권을 가지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종속의 표시’로서 인식표를 목에 건다면 그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스트와 결혼을 하게 되면 혼인한 인간도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인간 쪽에서는 그다지 좋은 인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은 피스트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었다.

 

 “부모님도 항상 저의 의견을 존중해주시니, 반대는 그리 심하지 않을 거예요.”

 “…….”

 

 로시에는 자신이 조금 비난받는 것으로 그가 다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반면에 카르토프는 자신과 결혼해 로시에가 받을 불행을 생각하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사실 최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결과물을 생각해 봤을 때, 어떤 면에서는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비스티안들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부호들은 점점 더 강한 가디언들을 고용하고 있고, 자신에 대해 특별히 더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현상금까지 내걸고 쫓고 있다.

 하지만 그녀와 결혼한다면 자신도 매그벤쳐가 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며,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몸값이 상당할 것도 알고 있었다.

 

 “난 너와 결혼할 수 없어, 로시에.”

 

 ――길어야 35년.

 게다가 10년 남짓 살아온 자신에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란 고작 20년 정도 뿐이었다. 그것이 피스트인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었다.

 그런 자신 때문에 사람들에게 꽃 같은 청춘을 손가락질 받으며 살게 할 수는 없다.

 

 “카르토프…….”

 

 로시에가 꼬옥 잡은 그의 손을 자신의 천돌에 갖다 대며 흐느꼈다.

 비스티안에 관심이 많고 비스티안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녀가 카르토프가 자신을 거절하는 이유를 모를까.

 알고 있기 때문에, 카르토프 역시 진심은 거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로시에는 더 이상 그에게 애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비스티안이 차별 없이 존중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땐 내가 너에게 청혼하겠어. 그리고 조만간 꼭 그런 세상을 만들 거야.”

 

 그러고 나서 카르토프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네……!”

 

 ――하지만 로시에는 그때 억지로라도 그와 혼인하지 않은 것을 아직도 가슴 깊이 후회하고 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다시 시간이 되돌려진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로시에는 카르토프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음에도.

 

 

 * * *

 

 

 “그 이후 저는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법사가 되기 위해 아르키메시아로 유학을 떠났고, 역대 최단시간 만에 마법사 자격을 인정받고 반년 뒤 파르마란스로 돌아왔죠. 그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하지만…….”

 “…….”

 

 유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로시에가 그 다음에 하게 될 말이 무엇인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하 씨가 제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정하든지 그건 유하 씨 자유예요.”

 

 로시에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유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많아져서 그저 멍하니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넋이 나가있는 유하를 로시에가 스태프로 콩, 쳐서 깨웠다.

 

 “아, 네.”

 “하지만 마법을 배우는 건 강제예요!”

 “네?!”

 “뭘 그렇게 바보 같이 있어요? 어서 일어나요!”

 

 로시에가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하의 양 손을 잡고 일으켰다. 그리고는 광장 중앙의 널찍한 터로 이동했다.

 

 “으앗, 좀 처, 천천히 가요!”

 “자, 맨 처음은 마나 운용법부터……”

 

 여전히 지나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한적한 광장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대는 두 사람.

 그리고 멀찍이 있는 한 건물의 음지에서 그 둘이 하는 이야기를 몰래 듣고 있던 이가 있었다.

 그녀는 찰랑거리는 은발을 흩날리며,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

 

 “응……?”

 

 로시에에게 잡혀 정좌하고 있던 유하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허이, 마나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서는 집중을 해야 하거늘!”

 

 콩.

 이번에도 로시에가 스태프로 유하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아, 아파요! 그게 아니라, 저쪽에서 엘리를 본 것 같아서…….”

 “오호라. 이제는 거짓말까지 한다 이거죠. 유하 씨가 느낀 걸 제가 못 느꼈을 리가 없는데! 아무리 엘스승님이 좋아도 그런 거짓말 하기 있기, 없기?”

 “으, 으앗! 알았어요! 집중 할게요!”

 

 엘리가 아니라면 대체 뭐였을까. 그 찬란한 은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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