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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너와 함께
작가 : rororiri
작품등록일 : 2017.7.2

인간을 증오하는 드래곤 ‘엘리시아’와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인간 ‘이유하’는 누군가의 음모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차원이동의 부작용으로 하필 유하가 가장 꺼려하는 로리가 된 엘리시아. 곧 죽어도 싫어하던 둘이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감정은 싹트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유하와 엘리의 이세계 모험기.

 
Carmen Puella(소녀의 노래)(8)
작성일 : 17-07-07 15:06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5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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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저 여신이야 말로 지금껏 내가 이세계에서 바라던 이상형!

 가슴라인이 드러나는 것 같으면서도 시스루로 인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검정색 드레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어깻죽지부터 골반라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날 정도로 등 부분이 파여, 여성의 아름다운 굴곡의 미학 위에 덮어진 베일을 벗겨내어 주는 ‘오픈백드레스’라는 것이 그녀의 패션의 핵심이다!

 하지만 누가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그녀의 그림 같은 외모는 옷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나의 심장을 뜨겁게 어루만진드아!

 19년 남짓한 인간 남성으로서의 생전에 이토록 예쁜 여성은 두 번째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첫 번째 여성에 비하면 조금 아래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의 능력을 있는 힘껏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울러, ――――.]

 

 모든 남성들이 홀랑 빠져버린 그녀의 축사.

 목소리조차 사내들의 심장을 녹여버릴 만큼 고상하고 기품이 넘친다.

 

 “――?”

 

 옆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지만, 지금 내겐 저 여신을 바라보는 것과 저 여신의 연설을 듣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

 

 아아아―. 그렇게 말해도 아무것도 안 들려―.

 

 “――유하 님! 조심하세요!”

 “하아?”

 

 마치 수중에 잠수하고 있다가 솟아올라왔을 때처럼 들려온 루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는―

 

 “히이익?!”

 

 엘리가 있던 쪽에서부터 두 개의 작은 돌멩이가 총알처럼 날아와 내 동공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무조건반사.

 급박한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거리거나 하는 행위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미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 혹은 동물의 무의식적인 행동.

 그러나 그 반사적 행동은 돌멩이가 멈춘 다음 ‘한참 후’에야 진행되었다.

 뒤로 자빠질 만큼 놀랐지만, 기울어지지 않는 좌석 등받이였기에, 눈을 꽉 감고 허공에 손을 허우적댔다.

 

 “흐아악!”

 

 정신이 번쩍 든다.

 다른 어떠한 생각도 전부 사라진다.

 누군가 나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싸늘하고 처참한 긴장의 끝을 놓을 수가 없다.

 인간의 유약함을 새삼 다시 깨닫자, 손발에 힘이 풀리며 등줄기에 땀이 피부를 간지럽혔다.

 간만에 죽음의 공포심을 만끽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린 순간――

 ―시야에 보인 것은, 내 쪽을 향한 엘리가 검지와 중지로 눈을 찌르는 듯한 행동이었다.

 

 “미친, 공포 소설인줄?!”

 

 ―한 눈 팔지 말고 자신에게만 집중해 응원하라는 의미냐! 하여튼 맘에 안 들면 죽음으로 협박이나 하는 안 좋은 습관이 있어!

 

 [자아―! 마지막 심사위원이신 유클리아 님의 축사도 끝마쳤으니, WQT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응시자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자신 있는 분부터 심사위원분들께 가서 최고의 마법을 보여주십시오!]

 

 진행자는 그 말을 끝으로 사열대에서 내려갔고,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담당 구역으로 분주하게 이동했다.

 

 “유하 님, 혼자 중얼거리면서 뭐하세요? 이제 시작해요!”

 “아, 어어. 응.”

 

 시험이 시작되자 자신이 있는 응시자들은 먼저 줄을 서서 시험을 치렀고, 한쪽에서는 시험을 치르기 전 막간을 이용해 스스로를 점검하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지 주문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사람,

 원드나 스태프 등 자신의 무기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사람,

 긴장감을 풀기 위해 함께 온 응시자와 서로 어떤 마법을 쓸지 논의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람,

 마렵지도 않는데 괜히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는 사람.

 이 외에도 그저 묵묵히 있거나 간식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 행동들을 보니 이곳이 시험장이라는 실감이 절로 들었다.

 

 “햐, 시험장 풍경은 정말 어디를 가나 다 똑같구나?”

 

 전체를 둘러보면서도 슬쩍 슬쩍 광장의 오른쪽 지역을 보았다.

 나 뿐만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남자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애초에 사열대 오른편 끝 좌석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도 많았다.

 광장 맨 오른쪽은 ‘마법사’ 시험을 치르는 구역이었는데, 바로 유클리아라는 여신님이 그쪽의 담당 심사위원이었기 때문이다.

 

 “유하 니이임――! 시험 시작한다니깐요! 뭘 멍하니 계시는 거예요? 이제 엘리 님 쪽으로 가서 응원해야죠!”

 “어어? 어어어?”

 

 루리가 내 팔을 잡고 광장 가장 좌측에 있는 대마도사 구역의 ‘응시자 관계인 한계선’으로 끌고 갔다.

 

 “루, 루리, 내 여신님은 반대편 쪽에 있는데? 엘리는 그냥 냅둬도 알아서 잘 통과하지 않을까? 응?”

 

 나는 ‘마법사 구역’에서 다른 심사위원과 함께 평가하고 또, 탈락한 사람들을 지도까지 해주고 있는 유클리아 여신을 가리켰다.

 

 “아휴, 그러다가 엘리 님한테 또 혼나요! 여자가 질투를 하면 한여름에도 폭설이 내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요? 하물며 지금은 가을이라구요.”

 “……그런 속담도 있어? 야, 근데 누가 들으면 나랑 엘리랑 뭐라도 있는 줄 알겠다?”

 

 아무리 엘리랑 오해를 풀고 조금 친해지긴 했어도 드래곤에게 있어서 결국 인간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존재에 불과하다구! 게다가 엘리는 대놓고 나를 ‘시종’ 삼으려 했단 말이다!

 아무리 시선이 좋아졌어도 ‘펫’ 정도이지 않겠냐고!

 

 “잔말 말고 어서 가세요! ……이영차!”

 “아, 앙대해……. 내 여신님이 점점 멀어져! 흑흑.”

 

 지금껏 엘리가 너무 강한 모습만 보여줘서 루리가 약해보이는 거지, 사실 보통 인간인 나는 루리한테도 힘으로 밀린다.

 루리는 내 등을 떠밀면서 결국 엘리가 있는 쪽까지 끌고 왔다.

 

 “엘리 님! 힘내세요!”

 

 한계라인에 바짝 붙어 엘리에게 가까이 다가간 루리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응원한다.

 엘리는 머리를 깜빡이며 우리를 발견하고는, 한쪽 입꼬리를 삐죽 올려 여유로운 미소를 날렸다.

 

 “훗, 걱정할 가치도 없다. 괜히 마음 쓰지 말거라.”

 

 엘리의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대답에 그녀 옆에 있던 장신의 금발 남성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꽤나 비열해 보이는 얼굴.

 하기야, 자존심이 퍽 상했을 만도 하겠지.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초등학생만 한 여자애로 밖에 안 보이는 꼬마가 저런 말을 했으니.

 ―와중에, 먼저 심사위원들 앞에 섰던 백발의 노인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발밑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지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스태프의 끝에서 청록색 빛이 일렁였다.

 

 “……푸르투노스 토르나다!”

 

 그가 영창을 마치자, 날카롭게 회오리치는 압축된 공기가 잔디밭을 찢고 올라가며 폭풍을 만들어냈다.

 

 “으읏……!”

 

 눈을 뜨기 힘들다.

 정교한 타격을 위한 집약된 폭풍마법처럼 보였음에도, 대략 그 노마법사로부터 십 미터 정도는 떨어져있던 우리에게까지 피부를 강타하는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으허, 장난 아니네!”

 “그러게요……! 역시 연마도사 이상의 클래스……!”

 

 나와 루리는 몰아치는 바람을 양팔로 힘겹게 막아내서야 간신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삐딱한 안경을 바로 잡는 건 바람이 잦아들고 나서야 가능했다.

 자리에 앉은 채로 그의 마법을 지켜본 두 명의 심사위원은 담담하게 박수를 쳐주고는 양피지에 무언가를 체크했다.

 ―아마도 심사항목의 기준을 체크하는 거겠지? 무언가 길게 끄적이는 것은 총평인 듯 하고.

 

 “자아. 다음 응시자는 누굽니까?”

 

 푸른색 로브를 입고 있는 두 명의 심사위원 중 나이가 지긋한 노심사위원이 안경을 살짝 내리고 나머지 응시자들을 보며 얘기했다.

 

 “네―, 갑니다, 갑니다!”

 

 젊은 청년의 목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나선 이번 응시자는 강철로 된 갑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검신이 숏소드만큼 짧은 데에 반해 손잡이는 양손검만큼이나 긴, 이상한 비율의 검이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는 ‘철컥철컥’하는 갑옷의 소리가 인상적이다.

 

 “‘알레라곤’ 씨군요. 시작하십시오.”

 

 심사위원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그 기사는 자신이 들고 있는 숏소드에 반대쪽 손을 갖다 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메타스타즈 발보아레.”

 “오, 선창 없이 ‘주문’만으로 마법을?”

 

 제법 보이시하면서 당찬 얼굴을 가진 젊은 여성의 심사위원이 감탄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나저나, 선창? 주문? 노마법사와 달리 저 기사는 짧게 주문을 외친 것으로 보아, 지금의 ‘주문’은 내가 생각하는 주문(呪文)이 아니라 주문(主文)인 건가.

 어쨌거나, 기사의 주문과 함께 그의 숏소드에 불꽃이 이글거렸다.

 

 “음, 이게 끝인가요?”

 “에이, 그럴 리가요.”

 

 여심사위원이 기대했던 것보다 별 볼 일 없는 마법이 나왔다는 듯이 약간 실망한 말투로 얘기하자 기사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는 숏소드를 양손으로 고쳐 잡고 크게 외쳤다.

 

 “파르메크―, 암플리피카레!”

 

 검신을 초의 심지마냥 불타오르던 불꽃이 점차 압축되더니, 플라즈마처럼 빛이 났다.

 이어, 그 빛은 그가 쥔 소드의 검신의 두 배 남짓이나 길어졌다. 쉽게 말해, ‘투 핸드 소드’가 된 셈이다. 그의 손잡이가 길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인 것 같았다.

 형용이나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광선검’.

 

 “오호. 많은 마검사를 보았지만 알레라곤 씨와 같은 마법은 처음 봅니다. 성능은 안 봐도 되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노심사위원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터운 백색의 눈썹을 들썩이며 감탄했다.

 두 심사위원은 마찬가지로 손뼉을 몇 번 치고는 심사항목을 체크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다음 분은…… 사디아 씨 맞나요?”

 

 지금까지 본 엘리의 마법도 멋있었지만, 역시 이런 마법시험은 사람마다 개성이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한 것 같다.

 자, 이번엔 과연 어떤 마법이 나를 설레게 해줄 것인가?!

 

 “시작하세요.”

 

 ―응? 뭔소리래. 아직 아무도 안 나왔는데, ‘시작’?

 그러나 다음에 벌어진 상황이 나의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시켜주었다.

 

 “디클락킹.”

 

 허공에 울린 고아한 목소리와 함께, 특정 공간이 일렁이더니 점차 불투명화 되면서 흑색 단발의 한 여성이 드러났다.

 

 “아아. 그래서 엘리가…….”

 

 여성은 온몸을 감싸는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저 로브에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 심사위원들도 완벽하게는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의 ‘스텔스’, 그리고 ‘비가시모드’의 로브인가. 하지만 고작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요?”

 

 노심사위원이 기대한다는 듯이 목소리를 고조시키며 말했다.

 ‘사디아’라고 하는 응시자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고는 로브를 벗어 던졌다.

 

 “오오옷……!”

 

 그녀의 로브 안에 있던 실체는 온몸이 딱 달라붙은 전신타이즈 같은 슈츠였다.

 물론 이 사람도 유클리아 여신님과 비교하면 아래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밤을 함께―! 읍! 읍!”

 “어휴, 오늘 밤이 아니라 당장 죽을 수도 있어요...!”

 

 루리가 엘리의 눈치를 보며 내 입을 틀어막았다.

 ―알았다, 알았어.

 그나저나, 저건 정통 마법이라기 보단 과학마법에 가까운 느낌이군.

 ―그래도, 엘리의 인식저하에 비할 바는 아니다.

 

 “레인폴스 피지컬.”

 

 차가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주문을 걸자, 그녀의 온 몸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육중한 물리감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녀가 갑자기 쭈그려 앉았다.

 처음엔 뭐하는 걸까 싶었는데.

 

 “우옷!?”

 

 나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

 ―쿠과과과!

 마치 로켓이 발사되는 것처럼 그녀는 지면을 박차고 족히 30m는 올라갔다.

 

 “허허허.”

 

 노심사위원이 털털하게 웃으며 감탄하고는 자신의 짧은 흰 턱수염을 만졌다.

 콰앙――!!

 한참을 공중에 떠 있듯이 뛰어올랐다가 그녀가 인적이 없는 지면에 주먹을 내지르며 떨어졌고, 운석이 떨어진 것 마냥 깊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콜록, 콜록!”

 

 기침이 절로 나올 정도로 먼지가 자욱하게 인다. 그리고 그 먼지 틈으로 조용히 사디아가 걸어 나왔다.

 

 “상당한 물리력! 마법과 신체강화의 조화, 잘 봤습니다.”

 

 자욱한 먼지는 시험장에 있던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그저 겉돌기만 할 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쳤고, 여심사위원이 평온한 얼굴로 사디아를 평가하고는 심사항목을 체크하는 행위가 그 증거였다.

 

 “이제 두 명 남았군요. 다음 응시자?”

 “내 차례군. 어디 잘 지켜봐라. 거만한 꼬맹아.”

 

 금발의 사내가 썩은 미소를 짓고 옆에 있던 엘리를 총으로 쏘는 듯한 손흉내를 내며 도발했다.

 

 “놀라서 오줌지리고 도망가지나 말라구~, 키키킥.”

 

 그러나 엘리는 그의 도발에 끼고 있던 팔짱을 풀지도, 어떠한 대답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에서 하얀색 살기를 내뿜으며 가소롭다는 미소 지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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