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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너와 함께
작가 : rororiri
작품등록일 : 2017.7.2

인간을 증오하는 드래곤 ‘엘리시아’와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인간 ‘이유하’는 누군가의 음모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차원이동의 부작용으로 하필 유하가 가장 꺼려하는 로리가 된 엘리시아. 곧 죽어도 싫어하던 둘이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감정은 싹트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유하와 엘리의 이세계 모험기.

 
엘리의 독백(4)
작성일 : 17-07-04 01:00     조회 : 62     추천 : 1     분량 : 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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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 아니고, 정말 힘들게 하는 녀석이로구나.”

 “고, 고마워, 엘리.”

 “혹시라도 착각하지는 말거라. 네 녀석을 짐꾼이나 종으로 부려먹기 위해서 매번 살려주는 것이니. 그래도 자꾸 발목을 잡으면 그냥 죽든지 말든지 내버려둘 테니까.”

 

 엘리는 눈을 지그시 한 번 감았다 뜨고는 나를 끌어올려 주었다.

 

 “젠장,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돼먹은 세계야? 여긴.”

 “글쎄……, 무작정 네놈을 탓만 하기엔 확실히 기괴한 현상이로구나.”

 

 내가 죽을 뻔한 거나, 엘리가 저렇게 말한 데에는 다 어떠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미터의 거리에 울창한 대밀림이 있고, 우리가 있는 곳은 절벽 끝이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저 나무들, 밀림이 공중에 떠있다는 게 문제다. 마치 절벽 너머의 저 빈 공간을 토양으로 삼아 뿌리를 내린 것처럼.

 혹은 바다 위에 떠있는 숲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바닷물이 없다는 점?

 

 “수경재배하는 식물도 아니고, 왜 나무들이 둥둥 떠 있어? 애초에 물도 없는데 저렇게 떠 있다는 게 말이나 돼?”

 “내게 물어봐도 나 역시 이곳은 처음인데 알 리가 없지 않겠느냐. 애초에 이세계에서 상식을 바라는 것부터가 문제이니라.”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혹시라도 마법에 의한 현상이라면 네가 알까 하고 물어봤지.

 

 “―――! ―――줘요!”

 

 어라? 숲 쪽에서 희미하게 사람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엘리, 혹시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헛것을 들은 게 아니다.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여성의 목소리 같은.

 나만 들은 건 아니었는지, 엘리 역시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눈에 마법진 같은 것을 덧입혀 하얗게 빛내고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야를 극대화하거나 미시적 정보를 통찰 마법인건가?

 

 “흐음―. 아무래도 저 건너편 숲속에서 어떤 여성이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하구나. ―엘프족인가? 금발에, 귀가 뾰족한 걸 보면…….”

 

 ―뭐? 엘프?

 폴리모프한 드래곤에 버금가는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궁술이 뛰어나다고 하는 그 엘프 말하는 거 맞지?

 

 “그럼 예쁘겠네?”

 “그래봐야, 이 몸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당장 구해주자!”

 “잠깐―”

 

 오오! 엘프라니, 오오! 로리 아웃! 엘프 인!

 좀만 기다려줘! 이 멋진 용사님이 구해드릴 테니까!

 

 “엘리! 빨리 저쪽으로 건너가서 위기에 빠진 엘프님을 구해드리자!”

 

 지이―긋.

 엘리의 눈초리가 따갑다. 이것은 합리적 시선인가, 아니면 경멸의 시선인가.

 하지만 위기에 빠진 타인을 구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구!

 

 “거절한다.”

 “왜?!”

 “넌 안 보이겠지만 저 엘프를 쫓고 있는 생물체는 상당히 위험해. 게다가 네게는 저 나무의 아래 공간이 보이질 않는 거냐. 그리고 나도 어려진 몸으로 쉬지 않고 무리한 탓에 마력도 벌써 고갈 상태란 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이와 넓이의 어둠 공간. 단순히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이라면 저 멀리에 빛이라도 조금 새어 들어왔겠지.

 하지만 이 어둠의 공간은 이 대밀림에 의해 빛이 가려지는지 암흑천지다.

 대륙 넓이의 싱크홀 위에 대밀림이 떠서 자라있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무튼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만큼 위험해 보였다.

 게다가 저곳으로 건너간다고 하더라도 발 디딜 곳이라고는 나무줄기 뿐.

 

 “도와주세요――!”

 

 어렴풋하게 들렸던 가냘픈 목소리가 이제는 근처까지 도달했다.

 점차 내 눈에도 저 엘프님의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금발 머리, 뾰족한 귀, 그리고 풀잎을 엮어 만든 것 같은 녹빛의 원피스.

 

 “그래도 저렇게 곤란에 처해있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자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내가 봤을 땐 네놈의 정의감보다는 사심 때문에 구하자고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쓸데없는 데에 엮여서 또 사고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먹을 것 해결부터 할 생각을 하거라.”

 

 엘리는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양, 냉정하게 돌아섰다.

 솔직히 사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저렇게 간절하게 도와달라고 소리치는데 외면하는 건 정말로 아닌 것 같다.

 

 “드래곤인 너에겐 쓸데없어 보이는 행동일 지라도 인간인 나는 안 그렇거든?”

 “……지금 뭐라고 했느냐?”

 

 돌아서서 자리를 뜨려던 엘리가 우뚝 멈춰 서서는 다시 뒤를 돌아서 내게 따지듯이 말했다.

 

 “사심은 둘째 치고, 곤란한 사람을 돕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거라구.”

 “…….”

 

 내게 따지려던 것인 줄 알았는데, 엘리가 갑자기 내 얘기를 듣더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한다.

 

 “마음대로 해라, 그럼.”

 

 뻐엉―!

 그녀가 나지막이 말하고는 내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고, 그 발길질 덕에 나는 건너편 숲 쪽으로 슝―하고 날아갔다.

 ―혹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던 것은 한 대 또 얻어맞을 나를 생각한 동정심 때문이었냐?!

 근데, 꽤나 아프긴 했지만 좀 적응이 돼서 그런가? 비교적 이전과는 다른, ‘순한 통증’만으로 나는 공중을 슈퍼맨처럼 배회하고 있었다.

 

 “오, 혹시, 잘하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때때로 인간은 지능과 신체 잠재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고 했었던가?

 나는 엘리의 발차기에 날아가는 그 기세를 이용해 숲의 나무줄기 위에 착지할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오오! 나 좀 쩌는 듯?! 엘프님, 조금만 기다려줘! 용사님이 나가신다!”

 

 나는 이 기세를 몰아 그 다음 계획으로 나무줄기에 매달려 있는 튼튼한 덩굴을 잡고 그 다음 덩굴을 잡기 위해 타잔처럼 나아갔다.

 

 “으, 으아아!”

 

 용기 있게 나서긴 했지만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발밑으로 보이는 그루터기와 나무뿌리를 제외하고는 빈 공간이었기에, 떨어지면 자칫 저 끝도 없이 밑으로 꺼져있는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자, 잡았다!”

 

 그네를 탈 때처럼 몇 번의 발질을 더해서 겨우 다음 덩굴에 손을 뻗어 잡은 순간―

 ―손아귀에 힘이 빠져버렸다.

 아, 생각해보니 난 지금 2년 넘게 학교를 제외하곤 방구석 폐인생활 중이었지.

 아무리 인간이 잠재력을 발휘한다고 한들 기본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은 금방 방전되기 마련.

 결국 운동부족으로 번지점프 평생 무료이용권 당첨이로구나.

 ―하는 순간.

 부우웅.

 

 “어, 어어? 몸이 뜬다? 게다가 허공을 발판 밟듯이 서 있을 수 있어!”

 

 ―이것이 말로만 듣던 부유마법, ‘레비테이션’인가! 엘리 녀석……. 멋져 보이는걸. 감동이야, 내가 날다니!

 

 “엘리―! 고마워―!”

 

 그러나 엘리는 내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빨리 갔다오라는 듯이 손목을 앞뒤로 휘적거렸다.

 ―근데 표정이 왜 저래? 얼굴을 찌푸리고서는. 그렇게 못마땅한가? 그럼 왜 도와준 거야?

 그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그리고 답답하다는 듯이 발바닥으로 땅을 한 번 치고는, 소리쳤다.

 

 “뒤에 보라고――! 이 멍청한 녀석아!”

 “뒤……?”

 

 ―내 뒤에는, 한 영화에 나오는 공룡괴수만한 크기의 심해괴물처럼 생긴 생물체가 숲을 집어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 하하……. 빨리 가라는 게 아니라 빨리 오라는 뜻이었구나?”

 

 ―엘리의 손의 까딱거림을 반대로 보고 있었다.

 

 

 * * *

 

 

 불과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괴물이 숲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다가오고 있다.

 

 “흐, 흐아아아! 빨리 도, 도망치지 않으면……!”

 “저, 저기! 혹시 ‘아르키메시아’의 모험가님이신가요?! 부탁이니, 저 좀 제발 도와주세요!”

 

 나무줄기를 사뿐사뿐 건너며 도망치던 엘프가, 내가 놓친 덩굴이 걸려있던 줄기까지 도착해서는 줄기 아래쪽에서 공중부양해 있는 나를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누가 누구를 도와달라는 거야! 너야말로 나 좀 살려줘――!”

 

 ―당장 나도 죽게 생겼다고! 저, 저, 저, 괴물은 대체 뭐냐고!

 

 “인간―! 우물쭈물 하지 말고 어서 도망쳐라! 마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아서 레비테이션이 오래 버티질 못해!”

 

 엘리가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마법의 오오라가 일렁이는 것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저 괴물에게 먹혀서 위장 속에서 평생 썩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엘리에게 큰소리 뻥뻥 쳐놓고 이 엘프를 두고 가는 것도 좀…….

 

 “도와주세요, 모험가님, 제발! 도와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뭐든지’ 해드릴 테니까요!”

 

 ―뭐든지? 지금 ‘뭐든지’라고 했겠다!

 

 “나만 믿으라구! 엘프님.”

 

 찡긋. 느끼하게 윙크를 날려준 뒤 엄지 척!

 

 “일단 내 쪽으로 붙어! 지금 나는 부유중이니까! 너를 안아줄 두 팔이 있어!”

 “네, 네!”

 

 혹시 오해할까봐 말하지만 난 변태도 아니고, 절―대 흑심이 있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솔직히 이 엘프를 구하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 작은 체구의 느낌인 건 기분 탓이겠지?

 

 “엘리! 이제 됐어―! 빨리 그쪽으로 옮겨줘!”

 “저 색골 녀석이! 내 저럴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 엘프를 안고 뛰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구.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마 발목이 부러질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엘프의 체온은 생각보다 따뜻하구나? 차가울 줄 알았는데, 처음 알았어.

 

 “오오, 움직인다, 움직여.”

 “돼, 됐다! 뭍에만 도착하면 살 수 있어요!”

 “그래? 빨리 움직여야겠군! 엘리! 더 빨리!”

 “저 녀석을 그냥……! 큭――,”

 

 ―저 괴물에 쫓기는 것만 아니면 더 천천히 해달라고 부탁하겠지만, 일단 레비테이션도 불안한 상태니까 어쩔 수 없지.

 

 “캬오오오――!”

 “흐으악! 바로 뒤쪽까지 왔어!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고!”

 

 괴물의 아슬아슬한 저작질에 구역질나는 입냄새와 함께 입김이 쌩하고 분다.

 그 때문에, 고정쇠가 풀린 나의 목숨과도 같은 이파리 치마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렸다.

 

 “끼야악! 벼, 변태―!”

 

 짜악―!

 날아간 내 치마와 반라를 번갈아 보던 엘프가 얼굴을 붉히면서 내게 따귀를 날리고는, 아등바등하기 시작한다.

 엘프는 지근거리에 있는 내 얼굴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양손바닥으로 내 뺨을 밀가루 반죽하듯이 밀어냈다.

 

 “으, 으으윽! 는르츠즈 믈르구! 으즉 믙은 능뜨르지른 므리으!

 

 ―난리치지 말라구! 아직 밑은 낭떠러지란 말이야!

 

 “엘릐으으으! 쁠릐, 쁠릐!”

 

 ―엘리이이이! 빨리, 빨리!

 

 “큭, 힘이…….”

 

 엘리가 결국 마력을 전부 고갈해버렸는지, 작게 중얼거리며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어, 어이. 농담이지? 아직 그쪽까지 거리가 좀 된다고!

 

 “빨리 내려줘, 이 변태!”

 “는르츠즈 믈르늬끄으!”

 

 큰일이다. 아직 공중에 부유하고는 있지만 점차 몸에 중력감이 더해지는 게, 조짐이 좋지 않아.

 ―일단 빌어먹을 손부터 좀! 말 좀 하자!

 

 “야, 레비테이션이 해제될 것 같으니까, 발을 허공에 디딜 수 있을 때 여기서 저기까지 한 번에 점프하는 수밖에 없어!”

 

 사뿐.

 ―에?

 지금, 내 발을 디딤돌 삼아놓고 족히 3미터는 넘는 거리를 도움닫기도 없이 뛰었다고?

 아아, 저 녀석. 엘프라서 인간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가보구나. 부럽다.

 

 “―가 아니라! 이제 내가 뛸 차례인가!”

 

 인간은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하면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꼭 뒤를 힐끔 한번 돌아본다.

 

 “캬오오오――!”

 “으아아―”

 

 ―젠장! 괜히 돌아봤어! 벌써 달려들고 있어! 어서 뛰지 않으면……!

 여기서 절벽 끝까지 대략 3미터 정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레비테이션이 해제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2초.

 

 “―생각할 시간 있으면 그냥 뛰자! 괜히 플래그 세우지 말고, 이유하! 흐아앗!!”

 

 뛰었다.

 동시에 레비테이션이 해제됐다.

 반걸음 정도 도움닫기를 하긴 했지만 과연 부족한 운동신경으로 저곳까지 닿을 수 있을까?

 영화 같은 데서 보면 꼭 말이 많은 사람이 제일 먼저 죽던데. 오늘 나는 말이 참 많았는데, 설마 실패―

 

 “―같은 소리! 닿았다! 닿았어! 아슬아슬하지만 닿았어!”

 

 그래, 플래그 따윈 개나 줘버리라지! 그딴 건 현실에서 일어날 리 절대 없다구! 인생은 실전이야!

 ―쿠과과과.

 

 “응, 쿠과과과. 효과음 참 좋네.”

 

 우릴 뒤쫓아 오던 괴물이 우리가 뭍에 닿은 것을 보고는 급하게 몸을 꺾었지만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절벽을 쓸고 지나갔다.

 

 “아하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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