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 나간 유렌 카스테야의 몸뚱이는, 금세 유일하게 지면을 딛고 선 두 발목 위로 하나둘씩 꾸물꾸물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본래의 형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조각이 나다 못해 아예 가루로 화해 흩날린 전신의 뼈대가 먼저 발을 중심으로 꼿꼿하게 만들어졌고, 사방으로 튀어나가 새똥처럼 묻어난 유렌 카스테야의 내장과 피, 그리고 살점들은, 그렇게 세워진 하얀 뼈대 이곳저곳에 마치 찰흙을 붙이는 것처럼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그러나 그 광경은 전혀 규칙적이지 않은 광경이었다. 흡사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파괴된 순서의 반대로 빠르게 복구되는 소년과는 달리, 유렌 카스테야의 몸은, 더 이상 '유렌 카스테야'라는 인간의 원형은 복구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난잡하게 뭉쳐져 갔던 것이었다.
살점이 먼저 떠올라 뼈대를 치장하는가 하면, 그 뒤를 그 부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장이 뒤따라 거칠게 살점을 찢어발기며 제 자리를 찾아갔고, 여차하면 살갗을 아예 뜯어 내는 것도 모자라 그 안의 뼈까지 기탄없이 부러뜨리며 억지로 내장을 욱여넣을 정도로 유렌 카스테야의 복구는 더할 나위 없이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소년의 몸을 터뜨리고 난 후와 마찬가지의 현상이었다. 비록 수복의 순서나 방법은 첨예하게 달랐지만, 파괴된 부위의 '복구'란 특징은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불사의 몸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또 재밌는 일이군요. 불사의 저주라기보단 시간이 영구적으로 동결되어 있는 저주 같습니다.
소유의 눈, 그리고 알파와 베타의 눈을 통해 유렌 카스테야에게 일어난 현상을 살펴보던 마더가 다시금 소유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저런 속도라면, 완벽한 복구가 되기 전까진 정확히 5분 32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추측됩니다.
"그래?"
원피스의 끝자락에 묻은 유렌 카스테야의 손톱만 한 살점 하나가, 돌연 옷 속에 번져 든 피와 함께 무슨 자석에 끌려가는 것처럼 퉁겨져 나와 유렌 카스테야의 몸 안으로 삽시간에 빨려 들어가는 기현상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소유에게, 알파가 다가왔다.
"이 틈에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딱히 마더에 의한 명령이 아닌 순전히 '알파'란 이름의 인공지능 스스로가 선택한 최적의 행동이 다름 아닌 지금 이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는 것인 모양인지, 뚱뚱한 검문관을 다시금 한쪽 구석으로 던져 버리는 알파의 목걸이는 아직 하얀 빛을 띠고 있었다.
"그냥 가는 게 좋은 선택일까? 불이익만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얇게 펴 놓았던 검을 다시 손바닥만 한 철 막대기로 변환시키고, 어느새 넓게 포진해 있는 구경꾼들, 그리고 돌부처처럼 굳어 버린 푸른 머리카락의 경비병을 차례대로 쓸어보며 분석하는 베타를, 나아가 여전히 잔뜩 수그리고 주저앉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소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베타를 가만히 지켜보던 소유가, 알파를 돌아보았다.
"어차피 모두 신이란 생명체들이 만들어 낸 인과입니다. 먼저 원인을 만든 건 그들입니다. 그리고 소유 님은 그에 따른 결과를 안겨주었을 뿐이지요."
영롱하게 빛나는 가넷과도 같은 붉은색을 띤 눈으로, 투명하게 반짝이는 흑요석도 감히 견주지 못할 소유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빤히 올려다보던 알파가 곧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