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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드래곤 하트 (9)
작성일 : 17-10-17 12:21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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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드래곤 하트라도 용아병의 강대한 힘이 담긴 공격을 감당할 수 없다. 드래곤 하트가 깨지면서 안의 그토록 강대했던 마나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여기서 쓰러지면 모든 것이 끝이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과 영지가 저 용아병에게 풍비박산 날 것이다.

 

 그래도 남은 마지막 힘을 끌어올렸다.

 

 “하아압!!”

 

 빠르게 날아오는 주먹이 기겁한 용아병이 급히 몸을 빼려 했으나 천유강의 다른 손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펑!!

 

 드래곤 하트의 힘이 모인 주먹과 용아병의 머리가 얼굴이 부딪치자 용아병의 얼굴과 천유강의 팔이 동시에 날아갔다. 용아병은 즉사했지만 천유강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미 가슴이 찔렸을 때부터 회복하기 힘든 상태였다.

 

 “커억!”

 

 타오르는 듯한 고통에 천유강이 그대로 쓰러졌다.

 

 “유강!”

 

 제인이 급히 달려와 천유강을 붙잡았다. 빠져나가는 생명력을 붙잡으려 가슴을 동여맸지만 그런 것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제인.”

 

 원래 몸의 의지가 손을 움직여 제인의 뺨에 손등을 가져다 댔다.

 

 “네.”

 

 제인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천유강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것이었다.

 

 말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지만 마지막에 내뱉은 말은 지극히 평범한 말이었다.

 

 “고마웠습니다.”

 

 그 말에 그의 모든 마음이 담겨있었다.

 

 “안 돼!!”

 

 그렇게 천유강이 죽었다.

 

 ***

 

 천유강이 죽은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가장 강했던 송곳니의 용아병이 모두 죽자 용아병도 구심점을 잃었고 다시는 집단행동을 하지 못했다.

 

 간간히 습격 소식이 들려오긴 했지만 거의 모든 용아병들을 잡아내는 데 성공해서 왕국도 평안을 되찾았다.

 

 몬트리샤 백작가도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천유강의 활약에 감명받은 병사들은 더 용맹하게 몬스터들과 싸웠고 드린과 다른 용아병들이 남긴 드래곤 이빨이 강력한 무구로 변신하여 힘을 보탰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해서 주변에 모든 영지를 개간하는 데 성공했고 종국에는 본래의 영지보다 더 넓고 비옥한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용아병들을 잡은 공로를 인정받아 10년간 세금을 면제받은 덕도 컸다.

 

 그리고 오늘은 몬트리샤 백작가의 가장 큰 축제가 열렸다. 바로 영지의 후계자이자 장남인 크리스토퍼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하하러 모였다.

 

 “언니, 너무 예뻐.”

 

 “고마워.”

 

 신부인 제인의 동생인 제이미가 아름답게 꾸민 언니를 보고 밝게 웃었다. 개구쟁이였던 제이미도 어느덧 훌쩍 자라 숙녀티가 물씬 풍겼다. 제인을 닮아 미인으로 자라난 제이미다. 이미 많은 기사들이 그녀를 흠모하고 있었다.

 

 공작가의 영애였지만 이미 가문은 망해버린 후다. 원래라면 북방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몬트리샤 가문의 며느리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크리스토퍼가 백작인 자신의 아버지를 끈질기게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신부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못했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가슴에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크리스토퍼를 수행하던 기사가 그 사실을 넌지시 말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공자님도 다 아시잖습니까? 제인 양은 아직 마음에 다른 이를 두고 있습니다.”

 

 신랑의 입장에서 자신의 신부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겠지만 크리스토퍼는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

 

 “각오한 일이야. 그리고 결혼을 앞둔 신부가 심경이 복잡한 건 누구나 다 똑같지 않은가?”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헷습니까?”

 

 “그래.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를 갖고 싶어. 그게 잘못되었나?”

 

 크리스토퍼의 눈빛은 아직도 밝게 빛났다. 그만큼 제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했다.

 

 “아직 유강 군을 잊지 못해도 괜찮아.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해도 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네. 하지만 나는 확신하고 있네. 제인 양은 행복할 자격이 있고 내가 그것을 이룰 가장 적임자네. 이 세상에서 내가 그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야.”

 

 크리스토퍼의 말을 들은 수행기사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걸리는 것이 없지는 않지만 제인은 훌륭한 여성이다. 꼭 정령사가 아니더라도 선하고 자비롭고 지혜롭다. 백작가의 안주인으로서는 전혀 손색이 없다.

 

 지금은 천유강을 못 잊고 있지만 그것도 한때다. 크리스토퍼의 헌신적인 사랑이라면 힘겨웠던 날은 잊고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며 살아갈 거다.

 

 제인이 크리스토퍼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도 그런 이유이다.

 

 댕~ 댕~ 댕~

 

 종이 울리고 마침내 신랑 신부가 하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히 차려입은 크리스토퍼와 꽃같이 단장한 제인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다.

 

 “와~ 와~”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주민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후계자를 공고히 하는 건 영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이제 둘이 사랑해서 아이를 낳으면 영지는 더 안정될 거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갑작스럽게 닥쳐서 후계자인 크리스토퍼의 결혼이 너무 늦었다.

 

 정의로운 크리스토퍼와 자애로운 제인이 영지를 다스리면 주민들도 같이 행복해질 거다.

 

 “에~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며…….”

 

 주례가 막바지로 치닫는 순간에 신성한 순간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나타났다.

 

 땡! 땡! 땡! 땡!

 

 갑자기 긴박한 비상종이 울리고 보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침입자다!! 용아병이 다시 나타났다!”

 

 이제는 거의 멸종된 줄 알았던 용아병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흥겨웠던 축제가 아수라장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크리스토퍼도 예식을 그만두고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모두 침착하게 대응해! 훈련했던 대로 움직인다!”

 

 기사들이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상대는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새 성벽을 돌파한 용아병이 빠르게 예식의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제인을 노리는 거다.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기사들도 진영을 갖추기 힘들었고 화살을 쏘지도 못했다. 다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용아병은 거의 제인에게 당도했다.

 

 “실프네! 노움!”

 

 제인이 정령을 소환하여 용아병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송곳니의 용아병은 아니지만 제인의 힘만으로는 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드래곤 이빨로 만든 무기를 든 기사들이 똘똘 뭉쳐서 공격하면 제압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용아병이 지금 이 시기에 습격한 것도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다. 마지막 남은 용아병이니만큼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들어왔다.

 

 퍽!

 

 용아병이 든 단검에 정령들이 허무하게 역 소환되었다. 저들을 불러내려면 정령계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즉, 지금의 제인은 무방비 상태라는 소리다.

 

 다가오는 용아병을 보는 제인은 체념했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막아낼 수 없는 상대다. 추하게 발악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라 생각했다.

 

 점점 커지는 용아병을 보며 그녀의 머리에 떠오른 사람은 신랑인 크리스토퍼나 동생인 제이미가 아니었다.

 

 ‘유강.’

 

 어쩌면 다시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쿵!

 

 검은 로브를 둘러쓴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서서 용아병을 막아내는 광경은 어디서 본 데자뷰 같았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공격을 가슴으로 받아내지 않고 손으로 막았다는 사실이다.

 

 콰직!

 

 방어한 손과 다른 손으로 목을 잡아서 세게 쥐니 악력만으로도 용아병의 목이 쉽게 부러졌다. 용아병의 내구력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한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용아병이 쓰러져서 드래곤 이빨로 변했고 로브를 쓴 사람은 천천히 돌아서 제인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천유강이었다. 비록 흙먼지로 덥혀 있어 지저분했지만 그의 모습을 몰라볼 리 없다.

 

 제인은 자신이 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죽어서 천유강을 다시 만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이제 몸을 조종하는 것은 천유강이 아니었다. 천유강의 의식은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고 본래 몸의 의지가 조종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투가 어수룩했다.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당신, 살아있는 거예요?”

 

 제인은 천유강의 가슴을 만졌다. 그때 분명 칼로 관통당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사라졌던 한쪽 팔도 멀쩡히 달려 있었다.

 

 “나는 마법 생물이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뭐하고 왜 이제야 온 거예요?”

 

 원망과 기쁨이 공존한 그녀의 말에 천유강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팔은 쉽게 재생되었지만 드래곤 하트가 재생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에이션트 드래곤 카르세미르가 마지막 힘을 다해서 만든 몸이다. 막대한 마력과 모성애가 더해져서 심장이 파괴돼도 재생되는 육체가 탄생했다.

 

 다른 용아병과는 달리 죽어도 드래곤 이빨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그때는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돌아왔는데 축제 중이라서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끝나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인이 품에 안겨서 울자 천유강이 곤욕스러운 듯이 그녀를 토닥였다. 그러자 크리스토퍼도 다가왔다.

 

 “자넨가?”

 

 “네, 공자님.”

 

 크리스토퍼는 천유강에게 안겨 있는 제인을 보고는 씁쓸하게 웃었지만 이내 빙긋 웃으며 천유강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생이 많았네.”

 

 “죄송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를 사전에 막지 못했습니다. 축제가 엉망이 되었네요.”

 

 그 말에 크리스토퍼는 입고 있던 정복을 벗어서 천유강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니야. 축제는 이제부터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자네가 되겠군.”

 

 천유강이 정복을 받고 어리둥절해 있자 크리스토퍼는 억지로 옷을 입혔다.

 

 “그녀를 잘 부탁하네, 새신랑.”

 

 그렇게 결혼식 중간에 신랑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있는 주민과 기사들은 그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균열을 클리어했습니다.》

 

 그리고 천유강도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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