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같이 획득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넷 중의 하나만 얻어도 큰 도움이 될 거다.
1번 엠블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천유강도 SS급 엠블럼은 몇 개 없는데 특수한 조건을 채워주는 것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사기적인 능력을 준다.
2번 칭호는 엠블럼과 비슷하지만 같은 등급의 엠블럼보다 약 10배 정도 좋다. 단, 칭호는 하나만 적용할 수 있으니 지금 착용한 칭호를 제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3번 스페셜 직업은 특별한 스킬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을 합치면 6개 정도 얻을 수 있는데, 스페셜 직업은 승급할 수 없는 대신에 스킬의 효율이 몇 배로 좋다. 스페셜 직업의 대표적인 예가 드래곤 슬레이어다.
4번 레전드 아이템은 조금 복불복일 수 있다.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다 비슷한 성능을 지닌 것은 아니라 낮은 성능이나 필요 없는 특성이 나올 수 있다. 또 과학 대륙의 아이템이기 때문에 필요 없는 것이 나오거나 데스티니 스톤이나 착용한 다른 장비와 겹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던 팔면 엄청난 골드를 벌 수 있을 거다.
천유강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다행히 페널티를 없애는 엠블럼을 얻어서 과학 대륙의 직업이나 아이템도 쓸 수 있어. 그래도 엠블럼과 칭호도 탐나긴 하는데......’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칭호와 아이템일 거다. 하지만 엠블럼도 언제나 든든한 보험이 되고 직업도 마스터하기만 하면 엠블럼보다 좋은 스킬을 얻을 수도 있다.
‘마침 직업도 바꾸긴 해야 해.’
2차 승급 직업인 ‘다크 스타’를 마스터했으니 다른 직업을 마스터해서 스킬과 추가 스탯을 얻는 것이 좋다. 진즉에 바꿨어야 했지만 적당한 직업을 찾지 못해서 그대로 놔두었다.
스페셜 직업이니 마스터하면 SS급 못지않은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점점 직업 쪽으로 기울었다. 마스터 하려면 또 많은 직업 경험치가 필요하겠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이쪽이 좋아 보였다.
“3번, 직업을 고르겠습니다.”
[당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길 빕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천유강은 이 직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이길 간절히 빌었다.
‘등급만으로 따지면 드래곤 슬레이어와 동급이다. 분명히 엄청난 스킬을 줄 거야.’
[스페셜 직업 ‘엑셀러레이터’를 얻었습니다.]
“엑셀러레이터?”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직역해보면 ‘가속시키는 자’라는 뜻 정도 된다.
“이게 무슨 직업이지?”
정확한 종류는 직업소개소에서 직업을 교체할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을 거다.
[당신은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오피툴라토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유강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가 시작되는 거다.
번쩍!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기계 도시가 멀리 보이는 어느 벌판이었다.
“일단 보고 해야겠지.”
원래 목적은 이 기계 도시에 대한 정찰이었다. 대충 어떤 곳인지 알았으니 이제 실버 에로우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렇게 다시 도시로 향했다.
***
같은 시각.
이곳은 무림 대륙에서 소림과 쌍벽을 이룬다는 무당파다. 항상 고고한 도인들이 구름을 밟고 노닌다는 이 성지에, 특별한 존재가 강림했다.
“선인이시여. 저희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모든 무당파의 도인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 앞에 한 명이 말하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무당파의 장문인이었다. 그리고 대 무당파의 무인들을 무릎 꿇린 존재는 허공에 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하늘을 나는 거대한 검을 밟고 있었다.
“사특한 존재들이 천하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 대대적인 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천하는 다시 수많은 피로 뒤덮이고 말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세속의 때에 찌들어 살만 피둥피둥 찌고 있구나.”
허공에 있는 노인의 일갈에 앞에 있는 자들은 쩔쩔매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를 위한 제를 올려라. 너희의 기도가 하늘에 닿는 날에 나의 검이 다시 세상에 나올 거다.”
“무량수불!”
그는 검 하나로 신선이 된 검선, 여동빈이었다. 다시 그를 태운 검이 떠오르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의 사라지고 말았다.
“허어~ 다시 커다란 전쟁이 시작될 거야.”
장문인은 서둘러 원로원으로 향했다. 지금은 지혜로운 원로들의 조언이 필요할 때였다.
***
“그놈의 행방은?”
신성 대륙의 화려한 신전에서 거대한 체구를 한 남자가 주변을 쏘아보고 있는데 앞에는 역시 고대의 복장을 한 전사들이 서 있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간 것은 분명합니다. 조금만 있으면 꼬리가 잡힐 겁니다.”
“우리를 배신하고 왕국의 보물을 훔쳐 달아난 자다. 이제 그놈은 더는 내 동생도 아니고 왕자도 아니야. 추악한 범죄자다. 그가 있는 곳을 찾으면 내 묠니르가 정의의 심판을 내릴 거야.”
그의 허리에는 짧은 손잡이의 해머가 달려 있었다.
“그를 찾아라.”
***
죽음은 차갑다.
죽음은 공허하다.
죽음은 냉혹하다.
죽음은 두렵다.
그래서 죽은 자들은 산 자를 원한다.
드드드드드!!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던 망각의 대기가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 안에 있던 것은 죽은 자들의 왕, 모든 생명체의 도착점이었다.
[끼끼끼끼끼!]
그가 깨어나자 모든 죽은 자들이 경배하기 시작했다. 그가 있는 곳이 죽음의 골짜기다. 그가 가는 곳이 죽음의 안식처이다.
이제 모든 살아있는 자들은 그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
“때가 되었습니다.”
한적한 산골에 10명이 다양한 종족들이 나무로 된 테이블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다. 인간도 있고 오크, 엘프 등 다양하게 있었는데 그중에는 고양이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들 그 고양이를 보며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도 움직여야 합니다. 전처럼 방관자로 지내다가는 이 대륙의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 눈빛을 고양이에게 보냈다. 그러자 고양이는 크게 한숨을 쉰 후에 말을 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지.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이르군. 아직 준비되지 못했어.”
“로드!”
“알고 있다네, 내 오랜 친구여. 그리도 우리가 움직여야 하겠지.”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본 고양이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맹약에 따라, 우리를 얽매고 있는 모든 제약을 깰 것을 로드의 이름으로 명한다. 이제 우리는 방관자가 아니다. 대륙의 수호자가 되어 직접 전장에 참전할 거다.”
로드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높이 뛰어서 하늘을 날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본 모습으로 변한 후였다. 이들은 모두 드래곤이었다.
홀로 남은 드래곤 로드는 자신의 고양이 수염을 앞발로 매만지며 대륙의 앞날을 걱정했다.
***
단리소운의 생활은 현실에서나 디멘션 월드에서나 다를 것이 없었다. 항상 많은 수행원을 데리고 다니며 싸우고 또 싸웠다.
하지만 다른 때와 다르게 그는 혼자 있었는데 이곳은 자격이 없는 자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항상 만나고 싶었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은 어두운 동굴이었지만 그것이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은 또렷했고 가슴이 크게 뛰고 있었다.
그를 찾으려고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다. 설사 그보다 더한 것이 들었더라도 찾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 거다.
그는 오롯이 서서 다가오는 단리소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 앞에 단리소운은 발가벗겨진 기분마저 들었다.
좀처럼 받은 적 없는 굴욕적인 모양새였지만 단리소운은 공손히 인사를 했다.
“드디어 인사드리게 되었군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단리소운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천마 조사님.”
***
“헉~ 헉~”
그들은 그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백전의 노장들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라도 이번 싸움은 쉽지 않았다. 셋 모두 끔찍한 상처를 입었고 몇 달을 요양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이야! 결국 해냈어!”
중앙 대륙의 은밀한 던전에서 그들은 마침내 애타게 찾아다니던 주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소를 알았으니 이제 봉인을 푸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오랜 시간이 걸렸어. 하지만 이제 다시 주인님이 강림하실 거야.”
브리딘은 친구 다리안, 드볼로와 함께 주인, 사탄이 봉인된 문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나의 여왕님.”
***
[놀라운 행동 패턴이군요.]
놀랐다고 하였지만 오피툴라토르의 발음은 여전히 건조했다. 하지만 그 감정은 거짓이 아니었는데 로렌이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기 때문이었다.
토마스의 작품이다.
[행위의 원인이 무엇이죠?]
라이트 세이버를 끈 토마스는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보였다.
“보물은 나눌수록 아까운 법이죠.”
[그녀를 죽인다고 해도 당신의 보상이 늘지 않습니다.]
“부는 언제나 상대적입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보물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죠.”
[이기적인 인간이군요.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의 대리인에 더 어울리는 자일 수도 있겠군요.]
“저는 언제나 당신께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모든 지적 생명체의 말살을 위해서 움직일 겁니다. 당신도 그 대의에 동참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흥미롭군요. 당신과 함께하는 자들까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계획에도 도움이 되겠군요. 좋습니다. 당신에게 영원을 선물해드리겠습니다. 이제 흐늘거리는 껍데기를 벗고 단단한 금속 안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당신을 토마스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진짜 저의 이름이 아닙니다. 가명이죠.”
[그렇다면 당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입니까?]
“저는 이름이 없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은 저를 루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단체는 노배 레스라고 부릅니다.”
토마스, 아니 루멘의 입에서 요즘 가장 화젯거리를 일으키고 다니는 단체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좋습니다. 루멘. 제게 속하길 원하는 자가 있으면 이리로 보내세요. 당신과 그들에게 임무를 내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노배 레스는 이제부터 당신과 뜻을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