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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질풍마검사
작가 : 인기영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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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목전에 두고 체인지 소울을 발동시킨 팔라칸.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 그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질풍 마검사 이안으로 거듭났다.
하얀 매를 등지고 싸우는 그의 무위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제 18 화
작성일 : 16-07-21 12:01     조회 : 660     추천 : 0     분량 : 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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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숲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네 시간 정도 됐습니다.”

 이안의 물음에 대답하는 글루번의 얼굴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나 있었다.

 4시간 동안 숲을 헤매며 수백 단위의 오크들과 세 차례나 큰 전투를 벌였고, 적은 무리의 기습을 받은 것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는 와중 아군의 사망자는 하나 둘 늘어가고 있었다.

 비록 수적인 우세와 글루번의 육감으로 인해 전면전이든, 기습이든 커다란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사망자가 생기면 항상 시간이 지체된다.

 그들의 유품을 챙기고, 시체를 태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태우지 않으면 오크들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해버릴 게 분명했고, 이안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아군의 사망자는 정확히 126명이었다. 부상자는 많았지만, 다행히 커다란 부상을 입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끝이 보일 때도 된 것 같은데.”

 하지만 이안의 바람과는 달리 정벌단은 그대로 2시간이나 더 숲 속을 헤매야 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여러 차례 오크들과 접전을 벌였다.

 그러면서 57명의 사망자가 더 늘어났다.

 총 183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조금 위험했다. 계속되는 숲 속의 전투는 병사들을 빠르게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안이 사태의 심각성을 고심하고 있을 때 그에게로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숲이 끝을 보이고 있었다.

 숲의 끝자락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이안은 병사들을 독려하며 평야 쪽으로 말을 몰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안의 말발굽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히히힝!

 깜짝 놀란 말이 요동을 쳤다.

 “워워!”

 이안은 말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한데, 뒤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무언가 거대한 기계 같은 것들이 일제히 작동하는 소리였다.

 병사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지만, 이안은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끼며 크게 소리쳤다.

 “전군! 전력을 다해 달려라!”

 무조건 숲을 벗어나야 한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안은 미친 듯이 말을 몰아 숲을 빠져나왔고, 그 뒤로 많은 병사들이 따라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미처 숲을 빠져나오지 못한 병사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화살에 맞아 말에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쓰러져 버리는 병사들을 보며 이안은 낮게 읊조렸다.

 “말도 안 돼. 이건… 기관이야.”

 기관(機關).

 적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놓는 함정이다.

 특히 이 숲에 펼쳐진 기관은 있는 그대로의 나무들을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보통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이런 기관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오크들은 지능이 낮다. 결코 녀석들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젠장!”

 이안의 눈에 기관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의 머리를 커다란 화살이 관통했고, 묵직한 죽창은 허리를 분질러놓았다.

 완전히 벌집이 되어 죽어 넘어지는 병사들을 보며 이안은 피가 나도록 주먹을 말아 쥐었다.

 쇄애액!

 마지막 한 발의 화살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가르고 반대편 나무에 꽂힐 뿐이었다.

 이미 기관에 걸린 1백여 명의 병사들이 모두 죽어 넘어졌기 때문이다.

 6천으로 시작됐던 정벌군은 이제 5천7백여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제야 이안은 앞서 정벌을 나갔던 인원들이 왜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먼저 정벌을 나갔던 이들은 끽해야 1천 명 안팎으로 구성되었었다. 숲 속에서 정신없이 튀어나오는 오크들과 기관에 걸려 전멸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안은 참담한 시선으로 죽어버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다크니안을 정벌하는 것이었다.

 이안은 작동을 멈춘 기관 안으로 천천히 발을 디뎠다.

 글루번과 제인트가 황급히 그런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리고 이안 대신 그 둘이 기관 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겨 보았다.

 다행히 기관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시체를 수습한다.”

 이안의 명령에 살아남은 병사들은 죽은 병사들의 시체를 수습해 유품을 챙겨 들었다.

 화르륵!

 시체의 무덤에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가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갔다.

 이안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평야로 말을 몰았다.

 

 ***

 

 다크니안에 들어선 지 3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오크들과 몇십 번이나 사투를 벌였고, 수천 마리를 죽였다.

 정벌군의 피해는 지금까지 도합 8백여 명 정도였다.

 사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동료 병사들의 손에는 유품이 하나씩 늘어갔고, 하늘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평야는 끝이 없이 넓었다.

 오크들의 본거지는 어디 있는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안의 마음은 조금씩 초조해졌다.

 세스타스 국왕이 다크니안을 정벌하는 데 허락한 시간은 한 달.

 다크니안까지 들어오느라 보름이 지났고, 여기에서 3일을 더 묵었으니 이제 남은 시간은 12일 정도였다.

 그 안에 다크니안을 정벌하지 못하면 모든 것은 끝나고 만다.

 이안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다시 한 번 오크들의 습격이 이어졌다.

 저 먼 곳에서부터 대략 2천여 마리의 오크들이 떼를 지어 달려들고 있었다.

 “끝이 없군.”

 정말 지겨울 정도로 나타나는 오크들이었다.

 하지만 2천이라는 대군이 몰려온 것을 보니 오크들도 드디어 머리를 사용한 모양이었다.

 적은 수로 계속 쑤셔 봤자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터득한 것이다.

 “퀴이이이익! 이번엔 반드시 죽인다!”

 우렁차게 외치는 오크는 저번 전투에서 정벌군과 부딪쳤다가 겨우 살아남은 녀석이었다.

 그놈이 부락으로 돌아가 이 많은 인원을 이끌고 온 것이다.

 이번에는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놈 눈에는 인간과 오크들의 숫자가 엇비슷해 보였다.

 역시 돼지 대가리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오크 무리를 바라보던 이안은 반사적으로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가 가져왔던 5장의 스턴 마법 스크롤 중 이제 남은 것은 2장이었다.

 “와라!”

 이안이 크게 소리쳤다.

 오크들을 도발한 것이다.

 예상대로 오크들은 쉽게 도발에 넘어갔다.

 “퀴이이익! 죽인다, 인간들!”

 “퀴이이이이익!”

 오크들이 성난 기세로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벌군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오크들을 경계만 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전투 경험으로 이안에게 특별한 대처법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안은 오크들이 스턴의 사정거리에 들어오기 전까지 기다렸다. 간혹 들고 있던 검을 집어던지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글루번이 모두 막아주었다.

 아주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대한 많은 놈들을 스턴 상태에 빠뜨릴 수 있도록!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바로 지금!

 오크가 지척에 다가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이안은 스크롤을 확 찢어버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반경 3백 미터 안에 있던 3백여 마리의 오크들은 모두 정신이 나가 해롱거리며 움직이질 못했다.

 “돌격하라!”

 이안의 명령에 모든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다.

 스턴에 걸린 오크들 3백여 마리는 순식간에 도륙 당했고, 남은 수는 1천7백이었다.

 그동안 정벌군의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검에 찔려 나자빠질 때까지 제대로 반격할 수 있는 놈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부터 진짜 전투인 것이다.

 “우아아아아아아아!”

 고함은 점점 더 고조되어갔다. 정벌군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오크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이안은 그런 오크들에게 2서클의 공격 마법들을 정신없이 퍼부었다.

 “파이어볼!”

 콰아앙!

 어른 머리통만 한 불덩어리가 작렬하면서 정통으로 맞은 오크들의 피부가 터져 나갔다.

 “윈드 커터(Wind Cutter)!”

 진공의 날을 형성해 적을 베어버리는 2서클의 공격 마법이다.

 오크들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날에 팔다리가 잘려 피를 뿌리며 죽어나갔다.

 무작정 달려들다가 마법에 호되게 당한 오크들은 그제야 기세가 눌려 점점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쏴라!”

 글루번의 외마디와 함께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화살이 떨어져 내렸다.

 푸욱! 푸우욱!

 “퀴이이이익!”

 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오크들이 추수하는 밀처럼 우수수 쓰러져 나갔다.

 또한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오크들의 뒤를 말을 탄 기사들이 따라붙었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매서운 창이 들려 있었다.

 “밀어버려!”

 이안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창기병들은 그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그대로 오크들을 짓밟아버렸다.

 푸우욱! 푸악!

 오크들의 몸이 벌집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녀석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살기 위한 노력의 끝에는 죽음이 손짓하고 있었다.

 오크들은 결국 자신들이 어떤 식으로든 죽을 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궁지의 궁지까지 몰린 오크들은 이판사판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본래 제일 무서운 것이 목숨을 포기하고 달려드는 적들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오크들의 마지막 발악에 끝에 가서 사망하는 아군이 하나 둘 생겨났다.

 그러나 그 경미한 피해가 전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기에는 무리였다.

 “크르륵… 크륵!”

 마지막 한 마리의 숨통을 기사가 끊어놓으며 전투는 끝을 맺었다.

 2천의 오크들은 단 2시간 만에 정리되었고, 정벌군 쪽의 사망자는 1백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정벌군은 항상 그래왔듯이 죽어버린 아군의 시체에서 유품을 챙겼다.

 또 한 번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가자.”

 시체가 타는 것을 지켜보던 이안이 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5천여 명의 병사는 다크니안을 정복하기 위해 대열을 갖추었다.

 

 ***

 

 다크니안에 들어온 지 5일째.

 이안이 다크니안에 들어와서 알게 된 것은 딱 2가지였다.

 오크들이 정말 많다는 것.

 그리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비옥한 땅이라는 것.

 지도를 보면 다크니안의 남쪽 끝은 해안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기후적으로 춥지 않은 지방이라 타르가의 재배 환경에 딱 알맞다.

 식물 연구가 리네는 타르가가 따뜻한 기후에서 더욱 잘 자란다고 했다.

 이안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이곳만 정복하면 클라드 왕국의 위세를 대번에 드높일 수 있어.’

 정벌군의 수는 현재 5천.

 그들은 이미 다크니안의 땅덩어리를 3분의 2 이상은 훑고 내려왔다.

 2천여 마리의 오크들과 전투를 벌인 뒤에는 한 차례의 습격도 받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보며 이안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였다.

 오크들이 한곳에 모여 대대적인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못 가 그러한 예상은 사실로 드러났다.

 드넓은 평야를 진군하는 정벌군의 앞에 저 멀리 넓게 펼쳐진 부락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부락의 양쪽으로 두 무리를 지어 나누어진 오크들이 보였다.

 수는 대략 2천 정도 되는 듯했고, 무기를 꼬나든 것이 만반의 준비를 갖춘 모양새였다.

 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오크가 하나 있었다.

 다른 오크들보다 머리 3개 정도 더 크고, 덩치도 엄청났으며, 입 밖으로 삐져나온 송곳니는 양 볼까지 치솟아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갑주까지 착용하고서 한 손에는 방패, 다른 손에는 대검을 든 이 오크는 다크니안의 우두머리인 리쿠암이었다.

 리쿠암은 사나운 눈으로 저 멀리서 다가오는 정벌군을 주시했다.

 그때, 정벌군을 앞에서 이끄는 인간이 크게 소리 치는 게 들려왔다.

 “오크들의 본거지다!”

 이안이었다.

 이안은 검을 뽑아 높이 들어올리며 병사들에게 명했다.

 “오크들을 토벌하라!”

 “돌격하라!”

 이안의 명에 글루번이 재창을 하고, 모든 병사들은 일제히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2천의 오크와 5천의 인간이 서로에게 달려든 것이다.

 드넓은 평원은 인간과 오크의 고함에 파묻혔다.

 “우아아아아아아!”

 “퀴이이이이이익!”

 어느 쪽도 지지 않겠다는 듯 대단한 기합이었다.

 그런데 열심히 달려가던 병사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오크들을 등지고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오크들은 사기충천하여 더욱 큰 괴성을 지르며 병사들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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