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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질풍마검사
작가 : 인기영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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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목전에 두고 체인지 소울을 발동시킨 팔라칸.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 그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질풍 마검사 이안으로 거듭났다.
하얀 매를 등지고 싸우는 그의 무위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제 7 화
작성일 : 16-07-21 11:43     조회 : 718     추천 : 0     분량 : 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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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는 이 호위 기사 셋만 있으면 됩니다.”

 “정말 괜찮겠느냐? 세상에 나가면 신기한 것도 많을 텐데, 용돈을 달라면 쥐여 주겠다. 혹시 모르니 호위 기사도 더 붙여 가는 게 어떻겠느냐? 당장 왕실 제1실력자인 글루번 그류나트 경을 붙여 줄 수도 있단다.”

 “저는 전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가 다스려야 할 백성들의 세상에 나가는 것입니다. 다스려야 할 자가 백성들 앞에서 겁을 먹는다면 어찌하겠습니까? 아버님의 뜻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내 대답에 아버지는 심히 감격하면서도 어리둥절한 복합적인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셨다.

 “그래, 가거라! 네 백성들의 세상을 둘러보고 오너라!”

 나는 고개를 숙이고 어전을 물러났다.

 목적지는 나를 감싸주려다 모함을 받고 쫓겨난 시종장 그렌드의 집이었다.

 

 ***

 

 나는 일부러 내가 왕자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왕가의 문양이 세공된 검을 허리에 차고 밖으로 나섰다.

 옷은 그렇게 화려한 것을 걸치지 않았지만, 내가 타고 있는 말은 그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을 명마였다.

 본래 이 말도, 내가 차고 있는 검도 왕자를 위해 모두 준비되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마에도, 검술에도 관심이 없던 이안은 그것들에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때문에 마구간에 가서 내가 말을 달라고 했을 때도, 왕궁의 무기고에 가서 검을 달라고 했을 때도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곤 했다.

 내 뒤로는 호위 기사 3명이 갈색 갈기의 말을 타고 날 따랐다.

 그 호위 기사들은 왕실 근위대 소속으로, 모두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중 가장 덩치가 크고 실력이 좋으며 호랑이의 상을 가진 기사의 이름은 제인트 막스였다.

 그가 3명의 기사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자로 내 바로 뒤를 따랐고, 그보다 계급이 낮은 2명의 기사 브람스 펠론과 아반 헤드로가 제인트의 뒤를 따라 나란히 말을 몰았다.

 시종장 그렌드의 집이 어디인지는 이미 알아놓은 터였다.

 그는 왕궁과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제법 먼 구역에다 작은 집을 마련해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 거리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러자 정신없이 움직이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는 양 갈래로 쫘악 물러나며 길을 터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겁먹은 표정으로 부들거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누구보다 시민들이 존경하고 마음을 놓아야 할 대상이 바로 왕과 그 뒤를 이을 왕자다.

 하지만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라는 감정으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참 쓸쓸한 결과였다.

 내가 왕자임을 증명하는 검을 차고 나온 것은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고개 숙인 사람들을 거의 다 지나쳤을 무렵, 내 귀에 저 뒤에서 속삭이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그 개차반 왕자가 되살아났다더니, 소문이 사실이었군.”

 “제길! 그럼 영락없이 저놈에게 왕위가 물려진다는 소리 아니야!”

 “망했군, 망했어. 더 늦기 전에 망명이라도 하든가 해야지, 원…….”

 호위 기사들이 들었다면 당장에 목을 베겠다고 난리쳤을지도 모를 대화였다.

 하지만 내 뛰어난 청력에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시장 거리를 지나 한적한 길목에 접어들었다.

 그 와중에도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내 검을 보고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걸어갔을 때였다.

 “왕자님, 여기에서부터는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름길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제인트가 내 앞으로 나와 길을 인도했다.

 아반과 브람스는 내 뒤를 지키며 걸었다.

 제인트가 안내하는 길은 어쩐지 으슥하고, 사람의 발길이 닿은 흔적이 없는 곳이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제인트가 말을 세우고 나를 돌아보았다.

 “내리십시오, 왕자님.”

 “뭐?”

 어느덧 3명의 호위 기사는 모두 말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에 나도 별생각 없이 말에서 내렸다.

 “막스 경, 무슨 일인가?”

 내가 묻자 제인트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용서하십시오, 왕자님.”

 “갑자기 용서라니, 그 무슨…….”

 내가 말을 마칠 새도 없이 갑자기 제인트의 손이 검 손잡이로 향했다.

 챙! 챙챙!

 3명의 호위 기사는 모두 검을 뽑아들고 날 노려보았다.

 

 ***

 

 이안은 갑작스레 검을 뽑은 호위 기사들에게 물었다.

 “무슨 짓인가?”

 “왕자님의 뒤에서 저희들이 모략을 저질렀습니다. 왕자님을… 죽이기로 말입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왕실 기사들 사이에선 수화라는 것으로 대화를 합니다. 한 번도 왕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으셨으니 모르셨겠지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안은 본래 왕궁의 지하실에서 마법 연구만 죽어라 하던 마검사 팔라칸이었다.

 이안의 몸으로 들어온 뒤로는 그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가야만 했었다.

 그러니 기사들이 수화로 대화한다는 건 모를 일이었다.

 이안의 시선이 3명의 호위 기사를 천천히 훑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죽이겠다는 건가?”

 “…용서하십시오. 우리는 왕자님을 죽이고 자수하여 죗값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안은 한 나라의 왕자다.

 그를 죽이고 자수한다면 참수형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마저 바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들의 애국 놀음에 어울려 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될 상황이군. 하지만 나 역시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

 “그래주시는 것이 저희들로서도 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입을 다묾과 동시에 제인트의 신형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눈 깜짝할 새에 거리를 좁힌 그는 이안의 정수리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는 날카롭게 곤두선 살기가 잔뜩 배어 있었다.

 일격으로 왕자를 죽일 심산인 것이다.

 하지만…

 휘익!

 “……!”

 여지없이 베일 것이라 생각했던 이안이 발을 조금 틀며 그의 검을 피했다.

 허무하게 허공을 가른 제인트의 검을 바라보며 이안이 미소 지었다.

 ‘어떻게?’

 믿겨지지 않았다.

 이안이라는 왕자는 검술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인간이었다.

 예상했던 대로라면 지금쯤 시체가 되어 나뒹굴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제인트는 현재 이안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대마검사 팔라칸의 영혼이라는 것을 몰랐다.

 비록 몸뚱이 자체는 허약하지만, 대마검사 팔라칸의 영혼은 살아생전 익혔던 검술의 기본 초식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몸만 따라준다면 이안이 패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하앗!”

 이안은 놀란 제인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딴에는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친 것이건만 힘도 스피드도 형편없었다.

 덕분에 넋을 놓고 있던 제인트는 그 공격을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카앙!

 “윽!”

 공격이 막히자 대번에 충격을 받은 것은 이안이었다.

 근력이 턱없이 부족한 몸인지라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 새를 틈타 아반과 브람스가 뒤를 찔러왔다.

 이안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뒤를 향했다. 아반과 브람스의 검이 날카로운 선을 그리며 공간을 가르고 있었다.

 지금 이안의 힘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무리였다.

 방법은 하나!

 ‘흘려보내야 해!’

 이안은 몸을 비틀며 먼저 다가오는 아반의 검을 피했다.

 뒤이어 옆구리로 짓쳐 들어오는 브람스의 검에 자신의 검을 비스듬히 엇댔다.

 카가각!

 이안의 생각대로 브람스는 스스로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격 루트가 달라진 채 앞으로 비틀거리며 세 발자국을 움직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 흐트러진 자세로 인해 브람스의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잘될지 모르겠지만… 해보자!’

 팔라칸이 대마검사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검술의 강대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검술만큼 무서운 비기가 그에게는 존재했으니, 바로…

 “끄어어억!”

 혈을 제압하는 기술이었다.

 이안의 엄지손가락이 브람스의 겨드랑이 혈을 깊숙이 눌렀다.

 그러자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브람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놀라워하던 아반이 황급히 이안에게 검을 휘둘렀다.

 횡으로 휘둘러지는 검을 허리를 숙여 피해낸 이안.

 하지만 완벽하진 못했는지 그의 청은발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 나가 하늘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치잇! 역시 맥없는 몸뚱이라 반응 속도가 한참이나 늦어.’

 이안은 자세를 낮춘 그대로 아반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타구니 쪽의 혈을 검 손잡이로 세게 찍었다.

 푸욱!

 “크허억!”

 제대로 들어갔다.

 아반은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끼며 그대로 뻗어버렸다.

 칼에 베인 것도, 어디가 뜯겨 나간 것도 아니건만 그보다 더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를 수 없을 정도였다.

 바닥에 쓰러진 아반과 브람스를 보며 제인트는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본 듯한 얼굴이었다.

 ‘정말… 내가 알던 왕자님이 맞는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인가 대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이에 제인트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어 넋을 놓았다.

 하나, 그게 실수였다.

 “어느 기사가 적을 눈앞에 두고 딴생각을 하는가!”

 갑작스레 들려온 이안의 목소리!

 그것은 마치 야수의 포효와도 같았다.

 그토록 비실비실하던 왕자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기개였다.

 깜짝 놀란 제인트는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이안을 경계했다.

 눈앞의 상대는 더 이상 만만한 개차반 왕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을 물어뜯을 기회만 노리는 야수였다.

 이안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개가 거칠고 거칠었다.

 왜소하고 비쩍 마른 몸 어디에서 저런 기운이 풍겨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기운만으로도 압도되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꿀꺽.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는 제인트.

 그때 이안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제인트의 전신에 섬뜩한 기운이 짓누르듯 몰려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이안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아차!’

 이안의 기운에 압도되어 잠시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제인트는 검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이미 이안의 검이 그의 정수리를 노리며 세로로 휘둘러지고 있었다.

 제인트는 황급히 검을 가로로 들어 정수리를 보호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스륵-

 이안이 검 손잡이를 놓았다.

 ‘이런!’

 정수리를 노리려 했던 것은 속임수였다.

 이안의 검이 허공에서 허무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 그의 몸은 제인트의 품속을 깊게 파고들었다.

 제인트가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안은 뱀처럼 따라붙으며 검집을 들어올렸다.

 곧 그의 손에 들린 검집이 갑자기 제인트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퍼억!

 “큭!”

 제법 타격이 가는 부위에 검집이 박혔다. 하지만 이안이 원했던 혈 자리에는 꽂아 넣을 수 없었다.

 역시 노련한 기사인지라 검집이 목을 때리는 찰나 순간적으로 몸을 비튼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고 있었다.

 제인트는 숨이 막혀 목을 어루만지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겨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안은 아직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던 검을 낚아채 제인트를 겨누었다.

 아반과 브람스는 여전히 몸을 움직이지 못하며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제인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다가 힘겹게 물었다.

 “정말… 왕자님이 맞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을 확실한 얘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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