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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정지로
작가 : 참마도
작품등록일 : 201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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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격류는 그 연무 방법이나 파훼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성하기 힘들다.
하나 분명히 전단격류는 세상에 존재한다. 이미 익힌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

전장에서 거두어지고 자라나, 전장의 사신으로 군림해 온 무정.
생사를 넘나드는 험난한 전장을 겪어온 그가 자유를 얻어 마침내
칼날 위 인생을 사는 무인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데...
무정의 거친 기지개에 무림은 거대한 요동을 시작하는데...... ."

 
6 화
작성일 : 16-07-20 16:39     조회 : 608     추천 : 0     분량 : 6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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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약 이 장여 정도의 거리를 두고 광검과 무정은 바로 섰다. 광검은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뺐다.

 “젠장, 확실히 더 커졌다.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라니…….”

 광검은 눈앞의 인물이 쏟는 기운에 가슴이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오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확실히 오늘 라마는 거의 몸 풀기밖에 안 된 것이 분명했다.

 무정은 초우를 들어 도 끝을 땅에 살짝 닿도록 늘어뜨렸다. 언제 어디서든지 이 자세가 적을 맞이하기 제일 좋았다.

 무정의 눈에 광검의 몸 주위로 옅은 수증기 같은 기운이 넘실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운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이윽고 광검의 눈에서 흐리멍덩한 기운이 사라지고 정광이 어리기 시작하자 그와 함께 그의 옷자락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저것이 강호에서 말하는 무공이란 것인가?”

 무정은 강호의 무공과 그 궤를 달리한다. 내공이란 것도 몰랐다.

 다만 오 년 전부터 조원으로 맞은 낭인들로부터 내공이라는 것을 알았고 어렴풋이나마 자신도 내공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자신의 힘은 의도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전투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몸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비록 지금껏 최대한도로 억누르며 진정시키고는 있지만.

 스슷.

 갑작스럽게 광검의 신형이 지면을 미끄러진다.

 무정이 보이게 좌측으로 일 보 정도 움직이고 있는데 신형 뒤쪽으로 하중을 받치는 왼 발목이 특이하다. 무정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정(丁) 자로 꺾여 있었다.

 속도를 중시하는 검격이 일반적인 것으로 볼 때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한 자세였다. 저런 방어 자세로는 속도가 나질 않기 때문이었다.

 “…….”

 무정도 아무 말 없이 오른쪽으로 신형을 움직였다. 속임수일 가능성도 있지만 광검은 그런 잔재주를 부리는 자가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한 수가 있기에 저럴 것이다. 그때였다.

 “차앗!”

 남궁추의 검이 천돌혈 근처를 겨냥하고 날아들었다. 교묘하게 흔들리는 그의 검 끝이 정확히 어딜 조준하는지도 모르게 흔들리며 빠르게 다가오자 무정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생각보다 어설픈 공격이었다. 무정은 초우의 자루 끝에 오른손을 대고 길게 쭉 뻗었다.

 칠 척 이십 촌의 참마도가 뻗었다.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도 전에 초우는 광검의 몸 앞에 있었다. 사정거리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순간 광검은 앞발을 들었다가 힘차게 땅을 구르며 검을 쥔 오른손을 흔들었다.

 “……!”

 무정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한순간 광검의 신형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무정의 앞으로 폭사되었다. 광검의 얼굴에 득의의 웃음이 살짝 걸렸다. 상당한 속도였다.

 여전히 왼발은 수세 그대로였다. 한 족장 이상 나가고 난 후에 왼발 뒤축을 축으로 발목을 비틀어 양발을 일 자로 만들고 발끝에 힘을 주어 퉁기듯 신형이 앞으로 나온 것이다.

 그렇게 움직이자 광검의 신형이 모로 세워져 다가오기 시작했고 때를 같이해 광검의 오른손이 쭉 나갔다.

 타타타타타탕!

 순식간에 광검의 검이 초우의 넓은 검면을 연타하며 자신의 몸 바깥쪽으로 밀어냈다. 남궁추는 발끝에 다시 힘을 가했다.

 파박!

 땅을 차는 소리와 함께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지며 드디어 검의 사정권 안으로 무정이 들어왔다.

 남궁가의 비기(秘技) 쾌섬보(快閃步)가 펼쳐진 것이다. 무정은 아차 싶었다. 광검의 무공이 상당히 진보한 것이 역력했다.

 거기다가 지금 남궁추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낭인대주 무정은 광검의 입장에서 절대로 경시할 수가 없는 자였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십 년 이상을 이 지옥 같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무슨 수를 쓸 게 분명했기에 선공은 필수였다.

 그의 손에 힘이 배가되며 힘껏 내밀어지자 무정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생각을 떨쳐 버린 채 광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몸 안에서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알 수 없는 힘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광검은 눈을 의심했다. 무정의 신형이 자신의 검 끝에 붙은 것처럼 보였다. 자신은 분명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한데 무정의 신형이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와 함께 왼쪽 뒷덜미에서 섬뜩한 예기가 느껴졌다.

 무정이 밀려나는 도를 신형을 뒤로 날리면서 오른손으로 당겨 초우를 잡아챈 것이다.

 남궁추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후웅~

 묵직한 도라고는 믿기지 않을 속도로 지나가면서 남궁추의 머리카락 몇 올을 공중으로 날리자 남궁추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대로 사타구니가 땅에 닿도록 다리를 벌리며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검을 든 오른손을 몸 앞으로 당겼다가 다시 힘껏 내밀었다.

 그의 검에는 푸른색의 옅은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다.

 “거, 검기?”

 패도의 눈이 커졌다. 대장이야 그렇다 치고 남궁추까지 검기를 쓸 줄은 몰랐다.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지켜보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정은 흠칫했다. 공격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런 동작은 의외였다. 철저히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인지 동작이 조금 늦어지자 왼쪽 옆구리 부근으로 예기가 느껴졌다. 무정은 물러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되자 오른발을 뒤가 아닌 앞으로 크게 디디며 허리를 힘껏 돌렸다.

 팟!

 간발의 차이로 옅은 혈흔이 옆구리에서 튕기듯 나왔다. 흘깃 본 무정의 눈에 앉아 있는 광검의 뒤로 쭉 뻗은 채로 검결지를 맺은 왼팔이 보였다.

 그는 몸의 중심을 잡자마자 왼발을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오른발을 들어 그대로 돌려 찼다.

 “헛!”

 쉬잉~

 광검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자신의 오른편으로 튕기듯이 굴렀다.

 뇌려타곤이지만 그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것은 지켜보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는데 춤처럼 멋들어지게 보이기 위해 배우는 무공이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광검 앞에서 거리가 벌어지자 참마도를 치켜 올리는 인간은 맹세컨대 상식이 안 통하는 인간이었다.

 무정은 도를 들었다. 여유 있는 상대는 아니다. 광검은 전장에서 부딪친 그 어떤 사람보다 강했기에 그는 힘을 끌어올렸다. 초우의 도신에 묵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광검은 긴장했다. 드디어 저 묵기가 나왔다. 이를 악물며 자신의 검에 내력을 모두 실어내자 그의 검에서 더욱 진한 푸른빛이 이 촌 이상 검 끝으로 흘러나왔다.

 이윽고 무정의 도가 육중한 그의 몸무게를 싣고 내려쳐졌다. 무정의 신형이 보여주는 크기로 봐서 도저히 저 몸에서 나오는 속도라고는 볼 수 없는 빠르기였다.

 쩌쩌저저정!

 “우욱!”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동시에 광검의 잇새로 신음이 비집고 흘러나왔다. 두 팔이 떨어질 듯이 흔들렸다.

 분명 공격은 한 번이었는데 타격은 수 번이나 지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타격에 가슴도 뒤흔들리고 있었다.

 광검의 신형이 뒤쪽으로 일 장 이상 미끄러져 나갔다.

 “…꿀꺽!”

 목까지 차올라 온 기혈을 울대를 크게 놀리며 그대로 삼켰다.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고 신형을 추스른 광검은 무정을 찾았다. 한데 없었다.

 그가 보이지 않자 광검은 빠르게 좌우로 눈을 돌리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좌우에도 없었다. 섬뜩한 느낌과 함께 그의 고개가 들렸다.

 “헛!”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고 있었다.

 묵빛 아지랑이가 맺혀 있는 도가 그의 이마에서 이 척 남짓한 거리를 두고 떨어지고 있었기에 피할 시간 따윈 없었다.

 광검은 아직 기가 맺혀 있는 그의 검을 들어 비스듬히 부딪쳤다.

 카가각!

 귀를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무정이 휘두른 초우의 진행 방향이 비스듬히 꺾였다. 광검은 또 한 번 가슴이 연타당한 듯 울렁거림을 느끼며 자신의 오른쪽으로 원호를 그리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눈을 치켜뜨며 정신을 추스르자 현 상황이 순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그려졌다.

 이 싸움, 어쩌면 이 한 수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정의 도는 저만치 튕겨져 있었고 다시 잡아 휘두를 시간이면 자신의 검이 빨랐다. 하나 광검은 미소를 지워야만 했다.

 어느 틈에 그의 얼굴 한 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있었다. 무정의 오른손에 끼워져 있는 묵빛 수투였다.

 “…….”

 무정은 광검을 바라보았다. 떨리는 다리를 추스르며 이를 악물고 무정의 주먹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정의 주먹은 광검의 얼굴 한 치 앞에서 우뚝 서 있었고 왼손에는 초우가 굳건하게 잡혀 있는 채로 그 위에 광검의 검이 포개어져 있었다. 무정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비무는 끝났다.

 아마 광검은 초우를 흘려내면 무정의 신형이 비틀거릴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하긴 맞부딪칠 줄 알았는데 그대로 그 힘을 흘려버린다면 당연히 무정의 신형은 비틀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광검의 검이 날아와 그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무정은 광검의 동작을 읽었다.

 검날을 비스듬히 숙이고 무정의 초우를 흘려보내려는 동작을 한순간에 본 것인데 모든 것은 광검이 무정의 묵기를 너무 의식해서 생긴 일이었다.

 그 힘을 와해시키기 위해 몸이 너무나 긴장했기에 한순간에 동작이 읽혀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공중에서 한순간에 몸을 바꾸어 움직이는 무정의 균형 감각은 정말 놀라웠다. 광검은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하며 그대로 서 있었다.

 “삼 일 후 자시 경에 출발한다. 그때까지 준비하도록.”

 저음의 중후한 목소리가 광검의 귀에 천둥 치듯 들려오는데도 광검은 말이 없었다. 무정은 옆구리의 상처를 흘깃 보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피가 꽤 흐르고 있었다. 흉터야 온몸에 수백 개 이상 있으니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광검의 검은 닿지 않았다.

 그 검이 머금은 기운이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상처가 났다. 그는 광검의 검을 힐끔 보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싸구려 청강검.

 하나 자신의 도는 저 검과는 달랐다. 대장장이 목 노야가 만든 보도 수준이었다.

 웬만한 검은 그냥 부딪치면 박살이 나버렸다. 그러나 광검의 검은 그 검신에서 흐르는 기 때문에 무사한 듯했다.

 무정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곧 어둠에 묻혀 사라졌다.

 광검은 허무했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대장의 무공 특성도, 그의 투로도 확인했다.

 아니, 일정한 투로는 없었지만 그래도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드시 대장은 선공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 점을 노렸다. 일 초식 후 연환 반격. 그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일부러 어설픈 공격으로 대장의 공격을 유도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이었다. 아까 자신이 했던 동작에는 제병섬격(劑兵閃擊)이라는 초식 이름도 붙였다.

 “후우우우우우……”

 긴 한숨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대장의 내력은 정말 알 수 없었다.

 검 전체를 두드리는 불규칙한 타격, 그리고 그 묵기. 결과적으로 가슴을 진탕시킨 권력 이상의 힘은 예의 그 이상한 힘이었다.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야, 우리 대장이란 인간은. 아하하핫!”

 공허한 웃음소리와 함께 광검은 신형을 돌렸다. 찰나의 비무였지만 내력 소모가 상당했다.

 삼 일 후 출발이니 부지런히 몸을 만들어야 했다. 그의 신형도 어둠에 묻혔다.

 “카악, 퉤! 니미, 저 쇄이, 인제 미쳤구만, 미쳤어!”

 좌우로 번갈아 가래침을 뱉으며 상귀가 이죽거렸다. 한 방 맞을 것 같을 때는 얼굴이 노래져서 다리까지 떨더니 한숨을 푹푹 쉬지를 않나, 그리곤 뭐가 좋은지 하하대지를 않나……. 상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앗따, 성님, 광검 아니오, 광검! 성님은 그것도 모른다요?”

 “에이, 씁새. 누가 몰라 그래? 쓰벌, 너 잘났다 그래, 이 씁새야!”

 하귀의 대꾸에 한소리 툭 내뱉고는 상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귀는 그런 상귀를 쪼르르 좇아갔다.

 나머지 일행은 얼굴이 굳은 채로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반 각도 안 되는 비무였지만 그 여파는 오래갔다.

 그들은 오늘 무정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비록 자신들의 대장이기는 하지만 이젠 두렵기까지 했다.

 “저는 이만 들어가요.”

 비연 화수련이 작은 입으로 꾀꼬리처럼 말하고는 신형을 돌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사라졌다. 반뇌 우세중만이 숙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패도 구서력은 계속 서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대장이 보여주었던 움직임이 계속 그려지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그러나 결코 약하지 않은……. 패도는 그렇게 한참을 더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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