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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19. 이블린의 두려움
작성일 : 17-08-02 21:26     조회 : 312     추천 : 2     분량 : 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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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물빛 색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빛나는 와중에 간간히 옅은 하늘빛을 품고 있었고,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다리에 느껴지는 감촉에서 유추해 보건데 분명 부드럽고 상냥한 온기를 가진 사람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낯설지 않고 두려우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이블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굴을 보고 싶은데.....’

 

 몸을 일으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한 편으로는 그녀를 치료하는 여인의 손길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평생 참고 인내하는데 도가 튼 이블린은 자꾸만 갈팡질팡하는 스스로가 당혹스럽고 어색했다.

 

 

 -일레인 님 저 더는…….

 -그래, 수고했어, 니아. 이제 그만 쉬어.

 -네 일레인 님.

 

 일레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니아가 풀썩 이불 위로 쓰러졌다. 그런 니아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서둘러 준비해 놓았던 치유력과 신력이 깃든 천을 반으로 찢어 그녀의 뒤틀린 뼈 위에 감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당장은 고통을 줄여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걸 감고 있으면 당분간은 아까처럼 심한 통증이 오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아직 내 힘이 다 회복되지 않아 치료를 시작할 수 없지만, 내일부터 조금씩이라도 치료를 시작해 보기로 해요. 당장은 고통이 줄어드는 수준에서 시작할 테지만 포기하지 말아요. 나도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줄게요.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줘요.”

 

 이블린은 처음으로 그녀를 향해 미안하다 사과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흑요석 같은 두 눈으로 담으면서 심장이 두 눈이 뜨거워졌다.

 

 처음이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그녀를 향해 악마, 괴물이라 부르지 않은 사람은. 심지어 저택에 일하는 하녀들조차 그녀를 마녀라 여기며 그녀의 처소에 오는 것을 꺼리는 것을 알고 있던 이블린은 처음 만난 여인이 해주는 따스한 위로의 말과 따뜻한 눈빛에 마음이 벅찼다.

 

 그녀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물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낯선 여인이 환하게 웃었다.

 

 “일레인님!”

 “에구머니나, 치료사님!”

 

 환한 미소를 마지막으로 이블린의 침대 위로 쓰러진 일레인을 향해 세 쌍의 걱정스러운 눈길이 쏟아졌다.

 

 마틴과 가브리엘은 그들의 소중한 아가씨의 고통을 낳게 해준 일레인을 향해 다급히 몸을 움직여 쓰러지는 여인의 몸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루카스는 주드의 보고 이후 저기압을 유지 하고 있었다. 썩을 황자 놈을 시작으로 욕이란 욕은 있는 대로 퍼부어대는 루카스를 보며 주드와 테오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몸을 내뺀 이후로도 한참을 식식거리며 욕을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기사단을 이끌고 여러 전쟁을 겪으면서 함께 했던 용병들에게 걸쭉한 욕설들을 배웠던 루카스는 평소에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면 그때 들었던 욕설들을 잊지 않고 서슴없이 입 밖으로 꺼내곤 했다.

 

 루카스는 배우고 익힌 모든 욕설을 쏟아내고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자 씻고 잠이나 자자는 생각으로 집무실을 벗어났다. 미처 몸에서 흐르는 살기를 다 막지 못했던 그는 자기 기운을 눈치채고 슬그머니 몸을 숨기는 하인들의 모습을 눈치 챘으면서도 현명하게 모른 척 제 갈 길을 재촉했다.

 

 루카스는 배우고 익힌 모든 욕설을 쏟아내고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자 씻고 잠이나 자자는 생각으로 집무실을 벗어났다. 미처 몸에서 흐르는 살기를 다 막지 못했던 그는 자기 기운을 눈치채고 슬그머니 몸을 숨기는 하인들의 모습을 눈치챘으면서도 현명하게 모른 척 제 갈 길을 재촉했다.

 

 길을 재촉하던 루카스는 하얀색 문이 눈에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진주 방.’

 

 백작 성에는 과거 백작 부인들이 정성을 들여 만든 5개의 방이 있었다. 그중 하나인 진주의 방은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져 있어 진주 방이라 이름 지어졌다.

 

 하얀 대리석 바닥에 이웃 나라인 안데이른에서도 귀한 흰 겨울나무로 만들어진 흰색 침대와 가구, 진주 껍질인 자개로 만든 꽃이 곳곳에 새겨진 벽과 백금과 진주로 만들어진 장식들, 태피스트리와 카펫 역시 흰 바탕에 은은한 색을 입힌 무늬들이 우아하고 은은하게 빛나는 우아하면서도 순수한 이미지의 방이었다.

 

 은빛을 닮은 일레인의 머리에 연한 물색이 감도는 느낌이 진주 방과 비슷하다 여긴 루카스가 하녀장인 헬렌에게 친히 진주 방을 내어주라 일러두었다.

 

 헬렌은 높은 귀족 부인들을 위해 꾸며 놓은 방을 치료사에게 내주라는 말에 움찔 하긴 했으나 주인의 말을 거부할 정도로 멍청한 인물은 아니었다.

 

 이블린과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보고 받지 못했던 터라 일레인이 돌아왔는지 알 수 없던 그는 자꾸만 부풀어 오는 기대심을 억지로 누르며 흰 문에 가볍게 손을 올려 두드렸다.

 

 -똑. 똑.

 

 “루카스 님.”

 

 그의 노크 소리에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님은?”

 “그게….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안 돌아왔다고?”

 

 루카스가 노크한 것은 방에 돌아온 일레인이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지 그녀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한 시간만 있으면 자정이니 그녀가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오랜 여행으로 몸이 피곤했을 일레인을 떠올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는 하녀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곧장 별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루카스가 이블린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일레인 님!

 

 안에서 흘러나오는 마틴의 목소리에 루카스는 노크하기 위해 들었던 손을 내려 그대로 문고리를 잡아채며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루카스가 뛰어들어가며 묻자 마틴이 재빨리 상황을 정리해 보고 했다.

 

 “그게 아가씨가 통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시고는 치료를 하시더니 치료가 끝나고 쓰러지셨습니다.”

 

 마틴이 설명하는 동안 루카스는 그녀를 안아 올린 채 오러로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으나 달리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자 숨을 죽이고 있던 이블린이 조용히 물었다.

 

 “오라버니, 치료사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이블린은 그녀를 고통에서 구해주고 따스한 말을 해준 여인이 그녀로 인해 쓰러진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그녀가 정말로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악마라서 자신을 구해준 여인조차 해치게 된 건 아닌지, 찰나와 같은 순간 동안 별별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헤집어 놓았다.

 

 '만약……. 정말 나 때문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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