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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는 내가 아니다
작가 : 사이드김
작품등록일 : 2017.6.9

인류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고민해 봤습니다..

 
찬다의 신
작성일 : 17-06-18 10:4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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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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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빛 속을 떠돌던 그의 의식은 빛이 사라졌음에도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의식이 얼마나 빛 속을 떠돌았는지 또한 가늠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에 빛에 취했던 의식이 돌아왔다. 라스까는 몸속에 숨겼던 돌기를 빼어 어두운 현실을 몸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순간, 힁한 주변을 보고 놀라, 돌기를 그의 몸속으로 다시 집어넣었었다. 그가 존재하던 세상이 사라진 것이었다. 감쪽같이 그리고 순식간에.

 

  그 후 그들은 진성을 지배하는 힘에 밀려 떠내려갔다.

 

 스텀구역이 사라지고 반달 정도 되었을 것이다. 아니 한 달이 지났을 수도 있다. 스텀구역과 십이지장의 경계 부근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 그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점차 검붉게 변하더니 선홍빛과 연분홍빛이 그들의 주변을 수놓았었다. 찬다요새가 사라지면서 흩어진 찬다들의 일부가 그들을 따라왔다.

  떠밀려 내려오다가 거대한 찬다요새에 도착했다. 가네샤의 복제자들이 전이하여 만들어 놓은 찬다요새였다. 그들은 그곳에 이전보다 더 견고한 요새를 구축했다. 제2찬다요새였다. 그때 찬다들은 진성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었다. 복제, 성장 그리고 확장이라는 정의를 지키며 생을 살던 그들이었다. 도덕과 윤리를 벗어나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런 그들을 진성을 다스리는 데바신은 무참하게 버렸다. 배신감에 자란 증오는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지배했었다.

 

  "내려가자."

  "저 어둠 속으로 갈까요?"

  "아니 저 검은 줄기로 가지. 생명의 물줄기 같구나."

  지친 가네샤가 몸을 기대려고 모세혈관에 위족을 감자 메마른 모세혈관이 부러졌다. 그는 언덕 아래로 미끄러졌다. 라스까가 그의 위족을 감았다. 천천히 내려갔다. 기어가는 것인지 미끄러져 가는 것인지 의식할 수 없었다. 올라온 반대쪽 능선이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었다. 기어가든 미끄러져가든 상관없었다. 가네샤의 위족엔 잿빛 이물이 덕지덕지 붙었고, 입이 있는 돌기는 시커멓게 물들어 언 듯 보면 돌기가 사라진 헬리코박터를 연상케 했다.

 

 그들이 내려가는 속도가 점차 줄어들더니 멈췄다. 평지에 도달했다. 지쳤는지 아니면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잠시 의식을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네샤는 평지에 도착하자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라스까도 쉬었다. 봉우리 중턱에 있는 아늑한 평지다. 봉우리 사이로 굽어지면서 사라지는 검은 물줄기가 가깝게 보였다.

  "저곳에 생명이 있을까요?"

  "글쎄"

  "어디로 흐르는 걸까요?"

  "글쎄."

  흐리멍덩한 질문이고 흐리멍덩한 대답이었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신호는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신호는 허공을 떠돌았다. 허공에 흩날리는 신호를 그들은 무작위로 포착했다. 자신이 흘린 신호인지 상대가 흘린 신호인지 조차 분별하지 않았다. 의미 없는 신호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호를 포착하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꼈다. 아주 희미하게. 그뿐이다.

 흐리멍덩하게 떠도는 주인 없는 신호를 포착하면서 그들은 오래 쉬었다. 지칠 때 까지 쉬기로 했다. 누구의 제안인지는 몰랐지만, 서로 그 의견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기어온 만큼 쉰다고 해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쉰다고 해도 지겹지 않을 것이다. 지친 가네샤의 몸은 검은 조직 속으로 녹아들듯이 납작하게 바닥을 덮었다.

 하지만 죽은 강물은 끝없이 흘렀다. 생은 서서히 멈추고 죽음은 끝없이 흘렀다. 진성이 사라졌다면 저 강물도 끊어져야 한다. 지금 진성은 사라져 가고 있다. 사라지기 전에 그것을 찾아야 한다. 선홍빛. 하지만 그는 가네샤에게 차마 떠나자는 말을 건네지 못했다. 시간은 분명히 흘렀고, 지금 저 강물은 봉우리 정상에서 보았던 그 물이 아닐 것이다.

 

 가네샤가 일어났다.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 지쳐 보였다. 다만 오랜 쉼에 지친 것인지 기나긴 여정의 피로가 아직 남아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여튼 다행이다.

  "저길 봐. 뭘까?"

  라스까는 가네샤의 위족이 가리키는 곳을 봤다. 두 개 반의 위족을 가진 생명체였다. 두 개의 위족의 끝은 찢어지고 흩어져 가는 실 뭉텅이처럼 너덜거렸으며, 그나마 하나는 아예 반 이상이 잘려나갔다.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 생명체는 위족을 자신의 몸속으로 숨겼다. 찬다도 아니고 아라자도 아니다.

 대장균도 아니고 세균도 아니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닌 듯 돌기도 그의 몸속에 숨겼다. 그들은 그 물체를 향해 다가갔다.

  "날 섭취해봐야 소용없소."

  "당신은 누구요?"

  "난 썩은 몸이요. 당신들이 만약에 날 섭취하면 내 몸속의 썩은 원형질 때문에 당신들의 핵막이 터져 죽을 것이요."

  "당신은 누구요?"

  "난 죽었소."

  "당신은 뭐냐고요?"

  라스까가 그의 몸을 위족으로 밀쳤다. 동그랗게 말은 몸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위족과 돌기를 그의 몸속에서 뺐다. 그의 몸은 납작했다.

  "당신들이 지금 무척 허기지다는 것을 알겠는데, 자 보시오. 껍데기뿐인 나를 섭취해봤자 당신들의 몸속에서 포도당을 만들 수 없음은 물론이고, 썩은 내 몸뚱이 때문에 당신들도 썩어갈 것이요."

  "우리는 지금 허기지지도, 당신을 섭취할 생각도 없어요."

  "그럼 왜 나에게 다가온 것이요."

  "궁금해서요. 살아있는 것이 신기해서요."

  "그럼 나를 보았으면 떠나시오."

  "당신은 누구요?"

  "지금 보고 있는 게 당신이 궁금해 하는 것이요. 그게 전부요."

  점액이 흥건한 돌기가 번들거렸다. 돌기의 신경이 마비되어 표피 모공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흘러나온 점액이었다. 막이 찢기고 뚫린 곳으로 희미하게 핵막이 보였다. 겁에 질린 그의 표피가 갑자기 거무스름하게 변했다.

  가네샤는 그의 돌기에 위족을 대었다. 그는 폈던 위족을 다시 자신의 몸속으로 숨겼다. 가네샤는 위족으로 그의 돌기에 번들거리는 점액을 닦았다. 점액 속에 묻혀있던 쭈글쭈글한 그의 돌기가 들어났다. 훨씬 더 쭈그러졌다.

  가네샤는 그의 돌기에 자신의 돌기를 접착시키고, 원형질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그의 납작한 몸체에 맑은 원형질이 돌았고, 의식이 점차 안정되는지 거무스름하게 변하던 몸도 서서히 반투명으로 부풀어 올랐다.

  라스까는 곁에서 이를 지켜만 봤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 지 알 수 없다. 살아 있는 것이 없는 길이다. 금방 허기질 것이다. 하지만 가네샤의 행동이다. 더 중요한 무슨 의도가 있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가네사가 돌기를 분리했다.

  "당신은 누구요?"

  "가네샤입니다."

  "나를 알아보겠나?"

  "네."

  "그래야지."

  "난 누구입니까?"

  "찬다의 하수인이지."

  "찬다들은 저를 신이라 말합니다."

  "신과 하수인은 같은 거야."

  "하여튼 그 이전에 내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이전엔 당신이 아니었지."

  "제가 아라자에게서 복제된 것이 맞습니까?"

  "당신 몸의 근원을 굳이 찾자면 아라자는 맞는데, 복제 가 아니라네. 진화한 것이야."

  "진화?"

  "아라자들이 갖지 못한 자아와 자유 그리고 불멸을 얻었지 않은가."

  "자아 자유 불멸과 함께 성장 복제 확장하는 것이 진화입니까. 진성이 사라지는 것이 진화입니까."

  "열심히 살았지 않은가. 최선을 다해 생을 유지한 결과가 이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당신에게 그런 능력을 준 어쭙잖은 신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신은 없습니다."

  "당신이 신이 없다면 없는 것이지."

  "그럼 누가 잘못 했지요?"

  "아무도 잘못 하지 않았어."

 

 무엇이 잘못 한 것이고 무엇이 잘한 것인가. 왜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 까지 걱정해야 하는가. 지금 그의 임무는 선홍빛을 찾아 가는 것이다. 저 아래 흐르는 검은 물줄기의 시원을 찾아 가는 것이다. 저 물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고, 다시 연분홍색으로, 선홍빛으로 변하는 그곳까지 가야 한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습니까?"

  "기억이 없다. 당신의 원형질을 받고 의식이 돌아왔다."

  "그전에도 우리를 보고 겁을 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다. 나보다 앞서는 본능이다. 나는 나의 의지만 기억한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난 여기에 머물 것이다."

  "같이 가시지요."

  "싫다."

  "왜요?"

  "너는 나의 신이다. 너는 나에게서 아득하게 멀어지고, 희미하게 잊혀 질 때 밝게 빛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는 더럽다."

  "이 광경을 보고도 신이 있다고 믿으십니까?"

  "없으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신이다. 만들지 못하면 강제로라도 어디에선가 잡아와야 한다. 잡아올 것이 없으면 죽은 NK세포의 사체를 신으로 만들어 믿어야 한다. 신 없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 봐라 참혹한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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