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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리버스 빌런
작가 : 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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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충실히 살아왔을 뿐이라고.

호랑이보고 풀만 먹고 살라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달라지려고 노력했는데.

이놈의 사회가 가만히 두지를 않네.

얌전히 살려는 사람을 건드리면 빡쳐, 안 빡쳐?

이건 전적으로 너희 탓이다, 내 잘못 아냐!

 
1권-025화
작성일 : 16-07-12 15:38     조회 : 1,083     추천 : 0     분량 : 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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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장 각성

 

 

 

 각성 시기는 평균적으로 17세로 규정된다. 그러나 개개인의 잠재 등급에 따라 각성 시기는 달라진다. 정우의 속성 잠재 등급은 3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잠재 등급이었고, 17세인 현재 속성을 각성했다.

 “심장 부근에 기운이 뭉쳐졌네.”

 중학교 방학이 시작되고,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기였다. 정확히 1월 1일이 되자 정우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일곱 살에 환골탈태를 한 이후로, 2번의 환골탈태를 했다. 상중하단의 내공이 관천하여 현천의 극에 도달해 있었다. 현천공이 8단을 넘어서려고 했다. 벌써 과거의 경지를 넘어선 상태다. 관조를 통해 육체를 완벽히 컨트롤했다고 여기는 순간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속성은 천성이라는 건가?”

 천부적으로 주어진 재능. 이는 인간이 노력해서 얻은 성과와는 반대가 된다. 가지고 싶다 하여 가질 수도 없으며, 버리고 싶다 하여 버리지도 못한다. 심장의 기운은 내공과는 달랐다. 융화하지 않으며 독자적인 기운을 구축하고 있었다.

 “어쩐다?”

 내공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르다고 할 수도 없는 성질이었다.

 17세가 되는 동안 육체와 내공의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9단의 벽은 남아 있었다. 정체된 시기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심장에 쌓인 기운은 내공에 비하면 미약했다. 사용하지 않는다 하여 불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의 호기심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힘을 외면하는 건, 낭비지.”

 그렇다고 내공으로 녹여내는 건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정우는 인터넷을 이용해 심장에 기운이 쌓이는 증상에 대해서 검색했다.

 -심장에 기운이 뭉치는 것은 분노를 풀지 못해 화기가 쌓이는 증상으로…….

 검색한 첫 장에는 한의사 광고였다. 화기를 내버려두면 화병이 나서 죽을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성 멘트가 압권이다.

 -심장에 쌓이는 기운은 마나라는 것으로, 마법을 배우기 위한 필수적인 속성이다.

 -마나는 특히 서양인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특성이지만, 동양인도 간혹 보이기도 한다.

 정우는 마나의 속성을 관조를 통해 관찰하고, 내공을 이용해 자극해 봤다. 인터넷에 나온 내용은 범용적이라 세세하게 알아내기 어려웠다.

 -마법이란?

 -대자연의 속성을 심장의 마나를 운용해 활용하는 능력이다.

 내공과 일맥은 비슷했다. 다만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성된 마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마나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마법의 기초이론을 알고 있어야 했다.

 -마법의 기초?

 -검색을 통한 배움은 위험할 수 있으니 능통한 마법사에게 가르침을 청하거나, 유니크 전문학교에 다니기를 권고합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 보네.”

 마법이론은 검색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법을 활용하여 마물을 퇴치하는 장면은 간혹 나오지만, 운용방법을 알아내지는 못 했다. 마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가르침이 달랐다. 마법사를 찾아가서 배우기보다는 유니크 전문학교를 추천했다.

 “원소 마법이야, 내공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공간이동과 아공간 활용은 무공만으론 불가능하다. 거리와 공간의 제한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배교의 술법을 깊이 파 보는 건데.”

 마법에 대한 검색을 하면 할수록 배교의 술법과 비슷했다. 기문진법과 일맥을 같이하기는 하나, 술법보다는 무공에 특화되어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아저씨한테 마법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가 진짜였다. 일반 학교로 진학을 하든지, 유니크 양성 전문학교로 가든지 둘 중 하나다. 잠재 등급이 보통인 경우 일반 학교를 진학해 대학교를 가려고 하겠지만, 70% 가까이가 유니크 전문학교에 진학하려고 한다.

 현시대는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그보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훨씬 유용하다.

 유니크 전문학교는 속성 훈련뿐만 아니라 케이브에서 나온 에너지스톤을 비롯한 광물을 처리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대학교 나와서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는 기술을 배우는 쪽이 유망했다.

 “10년 전에 비해서 많은 것이 변했고.”

 격변의 시대가 지나고, 인간은 변화된 세상에 적응했다. 그러나 7년 전, 적응한 인간들에게 시련이 왔다. 케이브의 등급이 갑자기 올라갔고, 열리는 타이밍이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등급이 높은 유니크의 필요성이 강해졌다.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 유니크가 되는 것이었다. 예전에 비해 등급 내의 평가가 상향 조정되기는 했어도 최소 4급 이상만 되어도 먹고 사는 데는 충분했다.

 “강해지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같단 말이야.”

 방에서 고민을 끝냈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장래가 촉망되는 귀여운 소녀, 정우의 동생 수연이다. 13살이 된 수연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나보다 잠재 등급이 높기도 하고.’

 아빠, 엄마의 자식 중에서 잠재력만 놓고 보면 수연이 가장 높았다. 본인도 등급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유니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여성 유니크 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 블랙로즈의 길드장 강설현의 극성맞은 팬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유니크 7급의 여인이었다. 여인으로서는 한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륵!

 들어오기가 무섭게 제비처럼 날랜 동작으로 치고 들어오는 수연이었다. 초등학생이라고 방심했다면 큰코다친다. 수연은 정우의 현천공을 이어받았다. 여자라서 다른 무공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나의 무공을 알고 싶다고 해서 가르쳤다. 실상 현천공은 개인의 성향, 속성,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똑같은 무공을 가르쳐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었다.

 지잉!

 정우는 자신과 수연 사이에 기의 공막(空膜)을 쳤다. 생활용품에 타격을 받으면, 엄마한테 혼날 수 있으니 방비를 한 것이다.

 파파파팟!

 수연은 전력을 퍼부었다. 가지고 있는 공격기를 시험하고 싶은 순수한 열망이 느껴졌다.

 정우는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수연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 교묘하게 흐름을 끊어내며 수연의 파상공세를 대수롭지 않게 막아냈다. 제자의 재롱을 지켜보는 사부의 거만함이 느껴진다.

 “이제 그만.”

 밥 먹을 시간이다. 수연도 오빠를 부르기 위해서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짬을 내서 그간 익힌 현천공을 테스트했다.

 톡!

 정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연은 콘크리트 철벽에 맞은 충격을 받고 날아갔다.

 휙!

 이 정도 위력이면 벽을 뚫고 나가야 되나, 방 안은 정우의 제공권에 장악되어 있었다. 수연을 잡아채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아야야야!”

 온몸이 욱신거리는 수연이었다. 현천공을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오빠의 손짓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같은 무공을 배우고 있는데도 이런 차이는 반칙이 아닐 수 없다. 잠재 등급의 차이는 거짓말이었다.

 “오빠!”

 “왜?”

 “제대로 가르쳐 준 거 맞아?”

 “아닌 것 같아?”

 “오빤 7살 때 6단인데, 난 지금 겨우 4단이라고.”

 수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재 등급만 보면 자신이 위에 있었다. 그런데 오빠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이기기는커녕 의자에서 일으켜 세우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럼 잘못 가르쳤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다른 애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했다. 오빠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이다.

 “수연이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잖아. 너무 완벽해도 매력 없어.”

 “사돈 남 말 하시네. 내가 오빠를 모를 것 같아?!”

 오빠는 공부를 잘한다. 그런데 반에서 1등을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등수에 맞추고 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어린 시절 나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 오빠이기 때문이다. 전교에서 1등을 해도 오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보다 오빠 각성했다.”

 “속성 종류가 뭐야?”

 “심장에 마나가 생겼더라고.”

 “그게 뭐야? 안 좋잖아.”

 어제까지 가만있다가 뜬금없이 각성했다고 전하는 오빠의 무성의함에 수연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게다가 무공을 익히고 있는 가운데 마나라니.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잘못 익혔다가는 상충하는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저 무사태평함은 도대체 뭐지? 압도적인 강자의 여유라서 살짝 재수가 없기까지 했다.

 “마법을 배울까 고민이야.”

 “무지막지한 무공 놔두고 마법을 왜 배워?!”

 “둘 다 배우면 좋지. 다다익선이라잖아.”

 “그러다 둘 다 폭망하는 수가 있어.”

 수연은 오빠의 등급이 조금이라도 더 높았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속성 잠재 등급이 낮아 배운다 해도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렵다. 무공만 익혀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텐데, 괜한 일에 힘 빼는 것 같았다.

 “너도 슬슬 각성할 때가 됐지?”

 “요즘 들어 정령력이 늘고 있어.”

 수연은 벌써부터 징조가 오고 있었다. 올해 아니면 내년에는 속성력을 각성하게 될 것이다. 지금 보여주는 흐름을 보면 정령술을 익히는 데 적합했다.

 “그러게 오행신공을 익히라니까.”

 “싫어. 오빠의 무공보다 못하잖아.”

 “그건 그렇지.”

 전생의 오행마제(五行魔帝)가 이 소리를 들었으면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을 테지만. 오행마제는 당시의 절대고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다. 오행신공에 능통하게 되면 천지만물과의 동화가 가능해져, 자연력을 무제한적으로 끌어 쓸 수 있었다. 따라서 정령술과는 궁합이 꽤 좋은 편이다.

 ‘현천의 흐름에 비하면.’

 정우의 현천공에는 오행신공도 포함이 되었다. 수연이 제대로만 익힌다면 각성 시, 중급 이상의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오빠는 지금 몇 단계야?”

 “8단.”

 “헐!”

 4단을 익힌 수연은 안다. 3단까지는 그런대로 따라왔지만, 단계마다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감도 오지 않은 경지였다. 내 오빠지만 괴물이 분명하다. 호극 아저씨가 쩔쩔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나저나 효린이는 어쩔 거야?”

 “아직 꼬맹이잖아.”

 “아저씨와 효린이는 그렇게 생각 안 하던데.”

 이호극은 기어이 딸을 낳았다. 순영 아줌마가 그때부터 밤잠을 설쳤다는 엄마의 투정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아빠만 들들 볶였다. 순영이 남편은 그 나이에도 정정한데, 당신은 그게 뭐냐고.

 “그런데 오빠는 왜 나서지 않아?”

 “나서서 뭐 하게?”

 “유명해지고 좋잖아.”

 유명세가 뭐가 좋다고 그러나. 알고 보면 별거 없는데. 따지고 보면 전생의 슈퍼스타는 모두 나였다. 내가 가장 강하고, 가장 화끈했으니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날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 듣는다. 되게 피곤한 일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맘 편히 밥을 못 먹는다. 먹으려고 하면 피하거나, 덤비거나. 그럼 다 죽음이지.

 “난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 없는데.”

 “그럼 뭐 하러 죽어라 무공을 파는 거야? 동생 자격지심 생기게.”

 수연이 볼멘소리를 하며 투정 부렸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시기하지 않는다. 오빠가 강해서 좋아하고 있었다.

 ‘때가 아닌 것도 같고.’

 정우는 그놈이 이 세상에 같이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감추려고 노력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드러내서 놈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모순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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