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금강문 (3)
강천의 큰형, 강현.
그는 대련을 처음부터 지켜봤다. 강우가 비록 걸음마에 들어선 단계라고는 하나, 일방적으로 제압당할 줄은 몰랐다. 선수를 내주어서 당했다는 말은 변명이다. 속도, 힘, 기술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보통 꼬마가 아니기에 시험 삼아 금강팔격(金剛八擊)의 비섬각(飛閃脚)을 펼쳤다. 막아내는 과정을 지켜볼 심산이었건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대체 뭐야?’
강현은 조금 전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동생을 압도적으로 제압한 실력이라면, 충격을 받더라도 큰 탈은 없을 거라고 봤다. 웬걸, 기습 공격을 막아낸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반격을 해 왔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발이 잡힌 채 꺾었을 것이다. 그 짧은 타이밍에 발을 잡고, 발목을 비틀려고 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반응이 빠르네요. 헤헤.”
정우는 해맑게 웃었다.
오싹!
강현은 소름이 돋았다. 동생이 매일 진다고 하기에 호기심이 들기는 했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고작 해 봐야 7살, 며칠 후 8살이다. 저 나이에 이런 동작이 가능한 일인가? 섬뜩함이 뇌리를 강타했다. 상식적인 수준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잠재 등급이 3등급도 안 되는데.’
속성을 파악하기 위한 기계가 속속 등장했다. 그에 따라 잠재능력을 일정 부분 체크하는 도구가 있었다. 강현이 가지고 있는 잠재 등급 게이지에 표시된 정우의 등급은 2.9등급에 불과했다. 강우, 강천보다 속성 등급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현실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너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알면서 왜 그래요.”
“헛소리 하지 마, 너는 7살이라고! 7살짜리가 내 공격을 막고 반격까지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형도 다른 애들보다는 훨씬 강하잖아요.”
강현은 불신 가득한 두 눈으로 정우를 봤다. 말투도 그렇고, 전혀 7살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보낸 자객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근래에 들어 잠재 등급이 높은 애들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한 무리를 사회의 변절자, 고스트라 불렀다.
“어디서 보낸 녀석이냐?”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면 엄마가 화낼 텐데.”
정우는 전생을 설명하기보다는 엄마를 팔았다. 이쪽이 설명하는데 편했다. 강천이나 강우 같은 경우에는 대충 말해도 알아듣겠지만, 강현은 좀 달랐다. 그럴 때일수록 밀어붙일 필요도 있다.
“잠……깐!”
“확인이 필요하다면서요?”
정우가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자, 강현은 당황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부정하고, 조금 전엔 시험 삼아 기습 공격까지 했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특히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절대 가만있지 않으실 것이다. 의심이고, 나발이고 정우를 말려야 했다.
‘젠장, 이게 말이 돼?!’
정우가 맞다 치자. 7살이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가했다. 전력은 아니더라도 하마터면 낭패를 당할 수 있었다. 상기하면 할수록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날 수는 없지.’
찜찜하기도 하고, 아버지는 다른 건 다 참아도 지고 들어오면 가만두지 않는 성격이다. 아버지 왈, 시작을 했으면 반드시 끝장을 보라고 했다. 이도 저도 아닌 흐지부지한 결말을 원하는 분이 아니었다.
“이번엔 내가 도전하마.”
“들어서 알겠지만 대가 없는 승부는 하지 않아요.”
강현은 멈칫했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마저 알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 꼬마가 아니다. 그러나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대신에 너도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해.”
“물론이죠.”
강현은 정우를 테스트해 본다는 안일함을 지웠다. 한 수의 공방만으로 정우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직시했다.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개망신을 각오해야 한다.
‘형제 중에 그나마 똑똑하네.’
강천과 강우는 아버지를 꼭 닮은 게 분명하고, 강현은 상황 판단이 빠른 편이었다. 방심하지 않는 자세는 물론, 내기를 빌미로 정체를 확인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휘릭!
강현은 직선으로 치고 들어가다가 방향을 틀었다.
금강문의 기본 걸음, 탄보(彈步)의 발현이었다.
우와!
굉장히 빠른 움직임에 강우, 강천 형제가 감탄했다. 실력의 격차가 보였다. 큰형이라면 정우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
정우는 관전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발을 내밀었다.
툭!
방향을 틀어 시야에 혼란을 주려던 강현은 균형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쿠다다당!
속도가 정점에 이르려는 타이밍이었기에 몸의 균형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기가 어려웠다. 바닥을 볼썽사납게 굴렀던 강현은 재빨리 일어서려고 했다.
‘어떻게?’
우연? 절대 아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힘을 실으려고 하는 찰나, 발이 불쑥! 들어왔다. 탄보의 맥을 읽었다는 의미가 된다. 고속의 신형을 낱낱이 파악했기에 가능한 수다.
“한눈팔면 안 되죠.”
구른 후 일어났을 때 강현은 정우를 잃어버렸다. 찌르고 들어오는 감각이 위험을 감지했다. 매일매일의 훈련으로 육체는 단단해지고, 감각은 예민해졌다. 전후좌우가 아닌 허공에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고개를 드는 타이밍보다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신속(迅速) 발현.
탄보에 더해진 신속, 강현의 신형이 흐려졌다.
우우웅! 파아앗!
압축된 공기가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거친 광풍을 일으켰다. 허공을 점한 정우의 일격, 기력이 실린 면장(面掌)이었다. 평온했던 공간을 찢어발기는 위력적인 장법이기는 하나, 내력 회수가 순식간에 이루어져 파괴의 현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찌릿찌릿!
강현은 온몸에 돋아 있는 소름을 체감했다. 조금 전의 일장(一掌)은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해선 안 되었다. 적중되었다면 금강의 신체가 깨져버릴 수도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네요. 그게 형의 속성인가요?”
“괴물 같은 녀석이구나.”
“형도 만만치 않아요.”
평균적으로 17살에 각성한다. 그래서 각성자를 위한 교육기관에 들어가는 나이가 17살로 정해졌다. 이에 따르면 강현은 천재에 속했다. 15살 전에 각성을 했으니, 누구나 탐을 낼 인재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강현은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맞이하고 있었다. 좀 전의 공격에서 보여준 완벽한 출-회수는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자신은 아직 꿈도 꾸기 어려운 경지다. 저토록 어린 꼬마애가 이런 경지에 올라서도 되는 것인가? 속성을 각성하지 않은 주제에 이미 평범한 경지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으득!
이를 악물었다. 눈앞의 꼬마, 이젠 아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강현은 전력을 모조리 다 끄집어내기로 했다. 그럼에도 승산이 많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금강공 개방.’
내부에서 운용된 진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금강문의 무공은 외공을 기반으로 하나, 내공을 사용하면 위력이 더해진다. 금강공은 총 7단으로 되어 있으며, 3단공에 이르면 진기로 육신을 강화할 수 있다.
-신속 극의.
금강공에 신속을 더했다.
슈슈슉!
강현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내공, 탄보, 신속의 결합으로 자아낸 삼중주다.
두두두!
금강팔격의 기본은 전신공격을 기반으로 둔다. 팔, 다리, 팔꿈치, 손, 발가락, 무릎, 어깨 머리를 전부 활용했다. 그야말로 전신을 병기화한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내공과 신속이 더해진 강현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나아가는 속도에 공기가 파장을 일으키고, 흔들렸다.
꿀꺽!
수련장의 가장자리에서 지켜봐야 했던 강우, 강천은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대결이 이런 식으로 격하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너무 빨라서 눈으로 쫓기도 힘들고, 충돌이 있을 때마다 불어오는 파장에 소름이 돋았다.
‘형!’
강현을 걱정하는 강우와 달리 강천은 마주하는 정우의 놀라운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으로서는 다가서기 어려운 경지였다.
‘지지 않을 거야.’
정우의 강함을 보고서도 물러서지 않는 강천의 투지가 빛을 발했다. 그것만으로도 강천의 자질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파파파팟!
공수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우는 현 시대의 무문을 감상하고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실리적이군.’
기교나 기술보다는 파워, 체력, 스피드를 중시했다. 또한 공격수법이 급소를 노린다. 예와 형을 중시하는 정도문파와는 길이 달랐다. 금강문의 이상이 읽혀졌다.
‘패도군.’
강함을 중시한다.
정우는 그것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순수했다.
‘강함의 순수함은 매력적이지.’
강현은 나이를 감안해도 강한 축에 속했다. 전생의 자신과 비교를 하는 건 무리지만, 천재에 꼽히는 자들에 필적하는 재능을 갖추었다. 속성을 개방했다 해도 무공에 녹아내기란 말처럼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재능이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허점투성이야.’
나이에 비해서 우수한 재능임은 인정하나,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금강문의 진의(眞意)를 알아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일례로 순수한 능력치로도 정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환골탈태를 하기 전에 붙었더라도 필승이었다.
‘아무리 강력해도 분산되면, 소리만 클 뿐이지.’
강현의 내지르는 주먹에 공기가 충격을 받아 시끄러운 소음을 내었다. 소리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기가 죽을 만큼 위협적이다. 그러나 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닌 정우였다. 살육전을 경험한 정우에게 있어 강현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궤적을 흔들어주어야겠군.’
팽팽한 맞수로 어울렸던 정우의 흐름이 변했다. 권각술은 근접 거리를 두고 싸우지만, 정우는 그 안에서 거리를 벌려 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거리를 제한했다.
‘응?’
강현은 위화감을 느꼈다. 파고들어 오고 있었다. 거리를 좀 두어야 한다. 자신의 팔다리에 비해 정우는 짧다. 간격을 유지해야 유리했다. 한데, 손발의 궤적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타격점을 벗어나며 사정권을 잃어갔다.
마침내 정우에게 제공권을 내주고 말았다.
퍽!
주먹이 날아왔고, 아찔한 충격을 받았다. 팔다리의 궤적이 외부로 벗어나 있을 때 정우의 주먹이 턱을 강타했다. 턱은 뇌와 직결되어 있어, 작은 힘이 가해져도 육체의 중심을 잃는다. 강건한 육체가 아니었다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 것이다.
퍽!
정우의 주먹이 명치를 가격했다.
촌음 간에 연결된 2연타.
강현은 숨이 턱 막혔다. 턱에 이은 명치, 단전을 파고들어 오는 무릎에 소름이 돋았다. 한 호흡에 이어진 3연타에 강건한 육체도 흔들렸다. 긴장의 끈이 단숨에 끊어지면서 육체는 의지를 배반했다.
‘이걸로.’
정우는 3연타로 만족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강현을 끊어내기 위해 관자놀이를 팔꿈치로 쳤다. 끝낼 때는 확실하게 여지를 주지 않았다. 허점은 언제나 방심과 여유에서 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