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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리버스 빌런
작가 : 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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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충실히 살아왔을 뿐이라고.

호랑이보고 풀만 먹고 살라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달라지려고 노력했는데.

이놈의 사회가 가만히 두지를 않네.

얌전히 살려는 사람을 건드리면 빡쳐, 안 빡쳐?

이건 전적으로 너희 탓이다, 내 잘못 아냐!

 
1권-001화
작성일 : 16-07-12 15:12     조회 : 1,326     추천 : 0     분량 : 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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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우주는 무한하다. 우린 그렇게 배워왔다. 우주가 그렇다면 차원은 또 어떠할까? 무한한 우주의 제곱, 어쩌면 3제곱쯤 된다고 보면 맞을까?

 -인간은 창조신을 믿지 않는다. 우주의 법칙에 의해 생성, 소멸되는 과학적인 증명을 믿는다. 차원 역시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인간의 오만이다. 차원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관여해서도, 관여할 수도 없는 분야다.

 -여기서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차원은 유한하다. 생명력이 다한 차원은 새로운 차원의 거름이 된다.

 -그럼 어떤 차원이 소멸하게 될 것인가? 다윈의 진화론과 비슷한 맥락이다. 약육강식, 진화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차원 역시도 먹이사슬의 흐름을 따를 뿐이다.

 -이는 창조의 법칙이 만들어 놓은 흐름이다.

 -반대로 소멸당하는 차원의 생명체에게 창조신은 과연 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창조신은 악마일지도 모른다.

 

 

 

 

 

 제1장 악연 (1)

 

 

 

 강호 무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헤아리기 어려운 수많은 무공이 탄생하고, 무인이 등장하여 무림을 이룬다. 인간이 육체로 발휘할 수 있는 극의를 이룬 자들의 집합체다.

 어떤 시대든 무림은 평온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는 인간의 본질적인 맥락과 연관이 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본능에 충실하다.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목적보다 강력한 생존 욕구만 있다. 성장하면서 규율과 법칙, 관습을 익혀 절제할 뿐이다.

 무인은 강함을 추구하는 존재다. 자기 절제와 수양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무인은 강함을 추구하며, 강해지기 위해 매진한다.

 그럼 강해지면?

 절대적인 힘을 갖춘 무인이 있다 치자. 세상이 정해놓은 규범, 규칙, 관습, 법을 준수할 무인이 얼마나 될까?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라.

 만상을 초월한 절대자가 산속에 틀어박혀 은인자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이는 정(正)을 추구하는 무인도 마찬가지다. 뼈가 부서져라 무공을 익혀 고수가 되었는데, 평생 산속에 틀어박혀 무위자연하며 조용히 살기를 바랄까?

 개중 몇몇은 특이한 놈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

 하나, 사람들 전부가 달마나 노자처럼 초탈한 삶을 살진 못한다. 대부분은 뽐내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정(正)을 추구하든, 마(魔)를 추구하든, 패(覇)를 추구하든. 결론은 드러내기를 선호하는 무인들의 호전성을 간과할 수 없다.

 강함을 확인할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겨룸이다.

 싸워봐야 강한지, 약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패배를 인정하고 얌전히 물러날 것이냐다. 그런 무인은 좀처럼 보지 못했다. 무인의 복수는 강산이 변해도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무인치고 속 넓은 놈 본 적이 없다. 겉으로는 호협(豪俠)이네, 대협(大俠)이네를 논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밴댕이 소갈딱지보다 좁아터졌다.

 무림은 호전성 강한 무인들의 집합체다. 평범한 사람도 권력을 위해 분란을 일으킨다. 하물며 강력한 무력을 소유한 무인이 얌전하게 지낼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이롭다. 속된 말로 굶주린 호랑이보고 고기 먹지 말고, 풀 뜯어 먹으라는 소리다.

 결국 무림의 역사는 환란, 또 환란, 그리고 또 환란으로 종결된다.

 평탄한 날을 꼽기도 어렵다. 태평성대(太平聖代), 그건 그야말로 환상에 젖은 몽상가의 헛소리가 불과하다.

 이런 얘기를 왜 하냐고?

 왜겠어?

 답 나오잖아.

 내가 바로 그 무인이자 환란의 주재자야. 오랜 고생 끝에 힘이 생겼고, 좀 써 보겠다는데 왜 그렇게 방해를 하는 거야? 인간의 기본 성향이잖아. 난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이보다 더 인간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하아아아!

 그놈만 없었으면!

 질긴 인연, 악연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하늘도 무심하지, 나를 보내고 왜 이놈을 또 내보내. 내 억장 무너지는 거 보려는 것도 아니고.

 강호 무림의 역사에 혈풍(血風)은 10년 단위로 불어왔다. 알다시피 속이 좁은 놈들이라 어찌 보면 10년도 많이 참은 것이다. 실상, 소소한 충돌까지 셈하면 매년, 매월, 매일, 매시, 매분 벌어졌으니까.

 수많은 충돌 중에서도 대혈풍(大血風)은 다섯 차례로 나눈다.

 나누는 기준이 뭐냐고?

 살상된 무인의 수로 보면 돼.

 기본 단위가 1만이 넘지 않으면 혈풍 축에도 끼지 못하고, 최소한 10만은 넘어야 대혈풍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난 20만이다.

 크크크크!

 미안, 자랑이야.

 대혈풍, 다른 말로는 환란의 시대.

 다섯 차례면 200년을 주기로 벌어졌다는 견적이 나온다.

 자, 들어봐.

 

 -1차 대혈풍.

 천마(天魔)의 난(亂)으로 불린다.

 단일 문파로는 최강인 마교(魔敎)의 지존, 3대 천마의 고난과 역경을 그린 눈물 없이는 차마 볼 수 없는 분투기다. 마교는 항시 독고다이다. 일대일로는 가장 강하다.

 당시 정을 추구하는 백도의 단결력은 가히 괘씸한 수준이었다. 저들끼리 담합해서 대륙 전체를 나누어 먹는 꼴을 지켜보기 질리잖아. 그거 좀 같이 또이또이 하자는데 새끼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럼 빡쳐? 안 빡쳐?

 천마는 마교도를 총집결해 백도를 쳤다.

 숫자만 믿고 까분 백도 무림은 천마의 가공할 무력에 짓밟혔다. 당대의 절대고수는 천마의 각개격파에 모조리 다 죽었다. 일대일이면 필승, 1대 5면 쪼까 힘들었기에 각개격파가 답이었다. 참고로 전대 천마는 절대고수의 한 축에 불과했다. 3대 천마가 유난히 강하고, 아름다우며, 세련되었다. 전대 천마를 쩌리로 만드는 가공할 무력을 소유했다.

 백도의 절대고수가 죽었으니 천마의 세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완전 노 난 거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되는 세상이 열렸다.

 웬걸?

 천마의 바람은 신룡(神龍)의 등장에 꺾이고 말았다.

 산통 깨는 망할 놈의 신룡!

 용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쌍놈의 용!

 대사도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악마의 화신이여, 천벌을 달게 받아라!”

 “이런 미친 새끼!”

 천벌이 무릎 꿇고 손들면 끝나는 거냐?

 어떤 미친놈이 죽음을 달게 받아.

 3대 천마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했다.

 신룡과 천마는 만나자마자 치고받았다. 곱게 끝나지 않을 악연의 시작이었다.

 신룡은 강했다. 그러나 천마는 더 강했다.

 그런데 천마는 죽었다.

 강한 놈이 왜 죽었냐고?

 신룡은 미친놈이라니까.

 자신을 불살라 악을 징벌한다는 기치를 내세워 주저하지 않고 동귀어진했다. 처음부터 동귀어진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수작을 알았다면 정면대응 하지 않았을 거다.

 이 치사한 신룡 놈아!

 

 -2차 대혈풍.

 수라(修羅)의 화신(化身)이 주인공이다.

 그는 전대 혈풍의 주역, 천마보다 진일보한 기량을 선보였다. 중원 무림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대의 오천존(五天尊)이 합공을 했음에도 300초 만에 패배했다.

 전무후무(前無後無)의 아수라 그 자체였다. 그 어떤 무공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수라의 마검(魔劍)이 대륙을 철저하게 유린했다.

 그런 수라의 행보 앞에 검의 절대자, 검절(劍絶)이 등장했다. 검절은 수라의 강력한 패도(覇道)를 우직하게 막아섰다.

 “수라의 화신이여, 천벌을 달게 받아라!”

 “이런 미친 새끼!”

 또 달게 받으라네!

 당과 주는 거냐!

 웃기는 개소리를 잘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말로는 끝나지 않는다.

 검절은 강했다.

 수라는 더 강했다.

 그런데 수라가 죽었다.

 또 왜 죽었냐고?

 검절은 반듯하게 생긴 것과 달리 간교한 놈이야. 우직하기는 개뿔! 독을 썼다니까. 최후의 일격을 선사하면 뭐하냐고. 내가 죽게 생겼는데.

 ‘에이, 또 죽었네.’

 

 -3차 대혈풍.

 피의 그림자가 대륙을 집어삼켰다. 그는 강했다. 독보지존을 이룰 최강의 무인이다. 당대의 절대고수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격차를 더욱 벌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 이때쯤 나타나는 놈이 있지.

 혈영(血影)이 가는 길에 하늘의 굳은 의지를 이어받는 새끼가 나타났다.

 혈영과 천강(天强)의 격전이 벌어졌다.

 “독 따위는 통하지 않아!”

 “이번엔 고독이다.”

 고독?

 그거 남만에서 파생된 징그러운 생명체잖아. 그건 둘째 치고 싸우기 전에 몸 상태를 확인했었다.

 “대체 언제?”

 “일전에 여자를 품었을 테지.”

 여자까지 이용한 거냐?

 “이 치사한 자식!”

 “치사하다니! 그녀의 남편을 네놈이 죽이지 않았느냐.”

 “혈풍에 휘말린 사람 중에 누가 죽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일일이 세면서 신상명세를 작성하며 죽이라는 거야, 뭐야?

 고독이 작용하자, 능력이 반감되었다.

 그래도 포기 못 하겠다.

 오기가 발동한 혈영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고독을 제거할 시간을 벌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그러나 천강(天剛)은 집요했다.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전신을 불살라 피의 그림자를 태웠다.

 “너…… 그만 좀 해!”

 

 -4차 대혈풍.

 독의 제왕이 탄생했다. 그는 기어이 독의 마신이 되어 대륙을 순식간에 혈수로 녹였다.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독왕은 독은 물론 각종 무공에도 능통했다. 비범하며 완전무결한 무력을 지녔다.

 당대의 절대고수, 대륙십천(大陸十天)이 독공에 녹아내리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대륙의 어떤 무인도 감히 독왕의 혈로를 막지 못했다. 이젠 독왕의 시대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은 독왕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불의 화신이 등장했다.

 화령(火靈)의 신기가 독의 제왕을 막아섰다.

 “상성 죽이네.”

 “악행은 이제 끝이다.”

 독의 상극은 불. 이는 무공의 기본 논리다.

 비슷한 실력이라면 말이지.

 “상성 따위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한다.”

 독왕의 독수는 화기마저 능가했다. 절대자의 발악이 상성을 극복한 것이다. 참으로 눈물겹도록 기특한 노력이지 않은가. 이보다 더 노력파는 없을 거다. 천재로 태어나 성실함까지 겸비했다.

 웬걸!

 화령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거 뭐야?”

 “하늘이 내려준 신기이니라.”

 “치……사하게!”

 독이 통하지 않는 전설의 보갑, 천룡갑(天龍甲)을 화령이 두르고 있었다.

 불리하게 진행이 되어야 하나, 독왕은 검에도 조예가 깊었다. 문제는 화령의 각오였다. 그는 동귀어진을 마다하지 않았다. 독왕이 독수를 펼치고 실패하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영혼을 던졌다.

 “야…… 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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