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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전드 감독관의 귀환
작가 : 딜란
작품등록일 : 2017.6.2

가진건 마법막대 하나뿐, 세상을 구할 단 한 명의 감독관이 돌아왔다.

 
왕의 이름으로 2
작성일 : 17-06-11 11:17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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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막상 모라섬을 떠난다고 생각하자 익숙하던 모든 것이 달리 보였다.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집과 정원 그리고 숲속에 자주 찾던 나무둥치까지.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피터가 손에 든 엘샤드를 내려 봤다.

 할아버지의 선물.

 어쩌면 마법사의 길을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를 자신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고마운 존재.

 피터의 마음속에 엘샤드에 대한 왠지 모를 애틋함이 샘솟았다.

 '그래 최대한 빨리 엘샤드와 친해져야지.'

 "엘샤드. 잘해보자."

 '그래. 우리 잘해보자.'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들린 것 같았다.

 낯선 목소리에 놀란 피터가 재빨리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었나?"

 피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놀랐니?'

 이번에는 좀 전 보다 더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역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흥! 어떤 녀석이냐!"

 눈에 힘을 준 피터가 긴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야 나. 엘샤드.'

 다시 한 번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피터가 움찔 놀랐다.

 "엘샤드?"

 놀란 피터가 하마터면 떨굴뻔 했던 엘샤드를 내려 봤다.

 "정말 너가 말한 거니?"

 '말한 건 아니고, 표현하자면, 마음에 울림 정도겠지."

 "아항. 말한 게 아니다......?"

 생각해보니 낯선 목소리는 방향 없이 들렸다.

 하긴 입도 없는 막대기가 말한다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그럼, 넌 의식이 있는 거야?"

 '의식이라. 그렇지. 마나의 기억이지.'

 "마나의 기억?"

 '응. 모든 존재들은 마나를 품고 있으니까.'

 "나도?"

 '당연하지. 마나가 없다면 넌 살아있지 못해.'

 "할아버지는 내가 마나 감응력이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응. 그건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마나를 끌어 모으지 못한다는 뜻이지.'

 "하하. 어쨌든 놀랍다. 그럼 날 주인으로 선택한 거니?"

 '주인이라......친구정도로 하자.'

 "친구......?"

 '아쉬운가 보군. 네가 좀 더 강해지면 나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좋아. 네가 날 받아들였다는 게 중요하지."

 "할아버지도 네가 의식 있는 존재란 걸아시니?"

 '그레이 말이지?'

 엘샤드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친구처럼 부르자 뭔가 이상했다.

 "응."

 '그레이는 나와 대화를 한 적이 없지.'

 "한 번도?"

 '응. 그레이는 감응력도 좋았고, 마음을 전달하는 집중력도 좋아서 맘속으로 주문을 생각하면 내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대화라는 걸 할 필요가 없었어."

 "그 말은 난 형편없기 때문에 말을 걸었다는 거야?"

 피터가 맥 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헨릭과는 많은 대화를 나눴지.'

 "헨릭이라면, 헨릭 폰토피 경을 말하는 거야?"

 헨릭 폰토피 경이라면 할아버지의 스승이자, 인간 마법사중 유일한 7써클급 그랜드 마스터였던 전설의 존재였다.

 엘샤드의 말에 자신도 폰토피 경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래. 그러니까 형편없다는 말 따윈 하지마.'

 엘샤드는 피터의 안에 뭔가 대단한 힘이 감춰진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인간 역사상 유례없이 대단한 존재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숲 저편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괴성이 들렀다.

 그리고 그 소리는 피터를 향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일인지 가보기로 했다.

 

 "무슨 일인지 가볼까?"

 '이동 마법을 발동해 달라는 거니?'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엘샤드가 대답했다.

 혼잣말처럼 한 말에 엘샤드가 반응한 것이다.

 "뭐......좋아. 이동 마법을 걸어줘."

 '너 이동 마법 배웠어?'

 "아니. 그건 7써클 마법이잖아. 아직 이론도 못 봤지."

 '그럼 당연히 이동 마법을 걸 수 없지.'

 피터는 엘샤드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이동 마법을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피터. 내가 뭘 해줄 순 없어. 난 네가 마법 시전에 대해 정확히 그리면 네가 생각한 대로 마나의 흐름을 조절해서 마법의 실행을 도울 뿐이지.'

 "칫! 알았어."

 

 빨간머리를 뒤로 묶은 젊은 청년과 두 소년이 세 명의 사내들과 싸우고 있었다.

 '모라섬에 사는 사람들은 아닌데.'

 싸우는 자들 모두 피터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낯선 자들이 하필이면 외딴 섬까지 와서 싸운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 싸움이었다.

 롱 소드의 사내와 빨간머리 청년은 거의 비등한 실력이었다.

 롱 소드를 휘두르던 사내의 얼굴이 잔인하게 일그러졌다.

 

 "네놈 뼈를 발라주마."

 사내가 빨간머리 청년을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

 "얼마든지."

 청년이 여유롭게 대답했다.

 ​잠시 서로를 노려보더니 롱 소드의 사내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롱 소드가 청년의 몸통을 둘로 갈라놓을 기세로 덮쳐왔다.

 사내의 기세에 놀란 청년이 서둘러 몸을 피했다.

 ​자칫 여유를 부렸다간 저승객이 될게 뻔했다.

 이리저리 피하던 청년이 사내의 헛점을 발견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사내의 몸으로 파고든 청년이 쾌검을 휘둘렀다.

 청년의 검이 사내의 복부를 쓸고 지났다.

 공격에 성공했는데도 청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쳇! 역시 무리였군.'

 상대가 옷 아래 입은 사슬갑옷을 베지 못한 것이었다.

 껑충 뛰어 뒤로 물러선 사내가 청년을 경계하며 자신의 복부를 만졌다.

 붉은색 벨벳으로 만든 더블릿이 예리하게 베어져 있었고 안으로 회색 사슬갑옷도 일부 찢겨져 있었다.

 사내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사슬갑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내장을 땅에 쏟고 죽었을 지도 몰랐다.

 "이 녀석!"

 청년을 노려보던 사내가 롱 소드를 두 손으로 고쳐 잡았다.

 ​왠만하면 마나력을 아끼려 했는데 일반 검술로는 승부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내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저 녀석 마스터급 검사잖아!'

 사내의 검에서 푸른 기운을 본 청년이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사내의 얼굴에 차가운 웃음이 지어졌다.

 "간닷!"

 사내의 신형이 맹렬한 기세로 청년을 향해 돌진했다.

 

 '이건 위험한데.'

 상황을 지켜보던 피터가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음을 알았다.

 '일단, 구하고 보자.'

 위험에 처한 청년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으론 엘샤드 사용법을 실전에서 익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됐다.

 피터가 수풀 뒤에 몸을 숨긴 채 마법 시전을 하려했다.

 마법은 마나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피터는 엘샤드를 통해 들어오는 마나를 느꼈다.

 '좋아 이런 기분이로구나.'

 피터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마나의 흐름을 즐겼다.

 마나의 흐름을 느끼게 된 피터가 전격마법을 시전 했다.

 그의 몸에 흐르는 마나가 엘샤드를 통해 대기에 뿜어져 나가며 뇌전을 일으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것이다.

 "엘샤드 너의 친구가 말하노라. 대기의 마나여 나의 적에게 뇌전의 힘을 보여라. 에너지 볼!"

 엘샤드로 모여든 마나가 점점 짙어지더니 밝은 빛의 구슬 같은 것이 쏘아져 나갔다.

 청년을 몰아 부치던 사내의 검이 이제 막 청년의 목을 베려던 참이었다.

 사내는 밝은 빛의 구체가 자신을 강타하려는 것을 느끼고는 급한 마음에 검으로 막았다.

 '빠~찍!'

 에너지 볼의 충격으로 사내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에너지 볼은 1써클의 뇌전계열 공격 마법이다.

 당연히 사내의 검에 닿은 에너지 볼은 뇌전류로 바뀌어 검을 쥔 사내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어서 이리로!"

 수풀에서 몸을 드러낸 피터가 청년과 소년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앞에 있던 사내가 튕겨자 나가자 기회를 잡은 청년이 두 소년과 함께 피터가 있는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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