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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패왕마검사
작가 : 인기영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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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시엘.
그가 지키지 못했던 플로렐 공작가와의 언약이 오랜 세월을 흘러
그 후손에게 이어지게 되는 순간 잠들어 있떤 패왕의 피가 다시금 들끓는다.

 
제 19 화
작성일 : 16-07-15 14:03     조회 : 544     추천 : 0     분량 : 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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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르젠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테르제스를 뽑아들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자 루스펠이 몬스터에게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익스플로전!”

 루스펠이 6서클의 화염 마법 익스플로전을 시전하자 검은 털 몬스터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녀석이 있던 자리에서 대지를 뚫고 커다란 화염이 솟아올랐다.

 기민하게 움직인 녀석이 루스펠의 코앞으로 다가와 주먹을 휘둘렀다.

 우워어어어어!

 콰앙!

 고막을 후벼 파는 괴성과 함께 주먹이 땅을 후려쳤다. 지진이라도 난 듯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가까스로 주먹을 피한 루스펠은 곧 두 번째 마법의 시전에 들어갔다.

 “홀딩!”

 대상의 움직임을 묶어버리는 마법이었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검은 털 몬스터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하지만 일시적이었다. 녀석은 홀딩 마법을 거부하며 크게 몸부림쳤다.

 그사이에 하라드가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검은 털 몬스터가 홀딩을 풀어버렸다.

 그대로 있었다면 머리가 두 조각이 났겠지만, 몸을 피하는 바람에 머리 대신 놈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크아아앙!

 “끝이다. 플라즈마 볼!”

 루스펠이 시전어를 외치며 손으로 검은 털 몬스터를 가리켰다.

 그러자 손끝에서 생겨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파직거리며 녀석에게 날아가 작렬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소리가 들리며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크륵, 쿠우우…….

 검은 털 몬스터의 전신이 걸레처럼 너덜거렸다. 그러더니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웨에!

 검은색 살점 같은 것도 토해내기 시작했다.

 쿠웨에에! 쿠엘! 쿠엘!

 코에서도 그런 것들을 동시에 토해내기 시작했다.

 쿠르르! 쿠헤르엘! 쿠헤르!

 “아… 역겨워 죽겠네. 야, 저거 빨리 죽여!”

 보다 못한 아르젠이 소리쳤다.

 이에 하라드가 최후의 일격을 선사하려는 찰나, 뒤로 멀리 물러난 녀석의 몸이 급속도로 회복되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검은 털 몬스터는 그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입과 코로 이상한 것들을 토해댔다.

 쿠르! 쿠헤르엘! 퀘레렉!

 “이런 젠장, 토하든가 회복하든가 한 가지만 해!”

 온몸이 회복되고 잘렸던 팔까지 재생된 검은 털 몬스터가 전보다 더 붉어진 눈빛으로 아르젠 일행을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제대로들 해라.”

 “알겠습니다.”

 루스펠과 하라드가 2차전에 들어가려 하던 그때였다.

 “음?”

 언제 몰려온 건지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르젠은 재빨리 마기를 발산시켰다. 그러나 몬스터들은 그의 명령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렇다면 설마…….’

 “저 녀석의 다크 스톤이 몬스터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다크 스톤보다 마기가 강하다는 얘기군.”

 사위에서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그 바람에 루스펠과 하라드가 바빠졌다.

 루스펠은 아르젠의 앞을 가로막고 선 채 쉴 새 없이 광범위 마법을 시전해나갔고, 하라드는 바람처럼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베어버렸다.

 워낙 마법과 검술에 출중한 두 가디언이 활개치고 다니니 몬스터들은 쉽사리 아르젠의 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몬스터들이 머뭇거리는 순간 루스펠이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트윈 사이클론!”

 거대한 2개의 회오리가 시전어에 따라 일었다.

 서로 맞부딪치며 전진하는 회오리는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서 찢어발겼다.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에서는 고깃덩이처럼 짓이겨진 몬스터의 시체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가히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그때 트윈 사이클론을 뚫고 검은 털 몬스터가 다가왔다.

 아르젠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테르제스를 높이 들어 녀석의 가슴을 겨냥했다.

 “저놈은 내가 맡도록 하마!”

 검은 털 몬스터가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래, 맞아도 맞아도 재생되는 게 마기의 힘이라면 그 천적인 신성력으로 상대해주마!”

 아르젠이 테르제스에 마나를 주입시켰다.

 파직! 파지직!

 거대한 전류가 검신에서 일었다. 아르젠은 그 전류에 신성력을 있는 대로 실었다.

 쿠워어어어어!

 검은 털 몬스터는 어느덧 아르젠을 가로막고 선 루스펠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녀석이 루스펠의 정수리를 향해 주먹을 내리꽂으려는 순간, 아르젠이 테르제스에 마나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하아압!”

 검신에서 쏘아져 나간 뇌전이 녀석의 가슴을 직격했다.

 쿠웨에에!

 번쩍번쩍하며 검은 털 몬스터의 몸이 가슴을 중심으로 타들어갔다.

 털이 벗겨지고 살이 녹아내리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쿠뤠에! 쿠레에에엑!

 입과 코에서 또다시 토사물을 쏟아붓는 검은 털 몬스터! 한데 녀석의 아래에 있는 것은 바로…

 “이 멍청한 미물이!”

 루스펠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떨어져 내렸고, 루스펠은 순식간에 토사물로 샤워를 하고 말았다.

 아르젠은 계속해서 검에 마나를 불어 넣어 뇌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녀석의 가슴살이 쩍 벌어지며 박혀 있던 다크 스톤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르젠이 그것을 빠르게 낚아채며 테르제스에 주입하던 마나를 끊어버렸다.

 크르르르르…….

 검은 털 몬스터는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후우! 저 지경이라면 죽었겠군.”

 아르젠은 손에 들린 2개의 다크 스톤을 타스카의 신성력으로 제압했다.

 “멈춰라.”

 2개의 다크 스톤에서 뿜어진 엄청난 마기가 모든 몬스터들의 정신을 지배하며 그대로 멈추게 만들었다.

 아르젠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주변의 몬스터들을 훑어본 뒤 낮게 말했다.

 “명하노니… 자결하라.”

 푸푸푸푸푹!

 동시다발적으로 몬스터들이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박아 넣는 소리가 들려왔다.

 촤촤촤촤촤악!

 녀석들은 일시에 심장을 뽑아들었다. 뻥 뚫린 가슴에서 붉은 피를 왈칵왈칵 쏟아내던 몬스터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림잡아도 이삼백은 되어 보이던 몬스터들이 죽어 넘어지는 순간, 2개의 다크 스톤도 파괴되어버렸다.

 삽시간에 주변은 몬스터들의 시체로 바다를 이루었다.

 “하하하하하하! 내가… 내가 해냈어. 해냈다고!”

 아르젠은 몬스터들의 천지였던 페레니안을 손쉽게 정복했다. 그리고…

 “옷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페레니안을 정복하신 것, 너무너무 감축드리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토사물을 뒤집어쓴 루스펠이 결국 삐치고 말았다.

 

 ***

 

 검은 털 몬스터를 잡은 이후부터는 아예 페레니안에서 노숙을 해가며 남은 몬스터가 없는지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가끔가다 그다지 세지 않은 몬스터들이 발견되긴 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었다.

 때문에 내가 실전 경험을 쌓는 데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어주었다.

 페레니안 전역을 둘러보는 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에 나는 완전히 야생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페레니안에 광물들이 많이 묻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물론 내가 알아낸 건 아니고 루스펠에게 들은 이야기다. 루스펠은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리치이기 때문에 그런 지식에 해박했다.

 내가 정복하게 된 땅에 광물이 많이 묻혀 있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당장 광산을 만들어 광물을 캐낼 만큼의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래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드워프들이 이 땅을 봤다면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겠지만 난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다.

 내가 죽기 전까지 저기에 광산을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페레니안에서 보낸 한 달 동안 마나 사이펀은 물론이고 검술 연습까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한두 시간 이상은 반드시 투자했다.

 “여기서 하루만 더 묵고 내일은 돌아가도록 하자.”

 페레니안과 변방 소국들의 경계선이랄 수 있는 드론 산맥 근처에서 노숙 준비를 마쳤다.

 준비라고 해봐야 내가 누울 자리만 마련하면 된다.

 루스펠은 그랜드 리치이고, 하라드는 카오스 나이트니 굳이 잠을 잘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잠에 들기 전 간단히 리듬의 초식들을 구사해보았다.

 2년간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구사하는 검의 초식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대단히 흥겨웠다.

 하지만 이것은 비전 검법의 기본기와 더 나아가 응용기를 익힌 것에 불과하다.

 정말로 리듬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려면 비기인 오르간을 시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오르간은 셈 어림에 맞추어 검의 궤도나 빠르기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검법이다.

 따라서 내가 검을 내 몸의 일부처럼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지 못하다면 결코 익히는 게 불가능했다.

 “후우.”

 한 시간 정도 리듬을 수련한 후 검을 집어넣고 모포 위에 몸을 눕혔다.

 열린 동공 너머로 허공에 가득한 마나들이 보였다.

 나는 일정한 규칙을 이루며 퍼져 있는 마나들을 몸 안으로 끌어들였다.

 규칙이 어그러지며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들이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나 사이펀을 이런 식으로 시행한다.

 다른 마법사들처럼 심신을 안정되고 바르게 한 뒤 눈을 감고서 마나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기운을 느낀 후에 몸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상상 따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내게는 마나가 보이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마나를 빨아들이던 어느 한순간, 심장 부근이 묵직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또 오는가?’

 이 묵직함은 기분 좋은 징조다.

 마나 사이펀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시행되었다. 이제는 무거운 돌덩어리가 가슴속에 들어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묵직하게 눌러앉은 그 기운이 천천히 회전을 일으켰다. 회전이 빨라지며 온몸에서 지독한 쾌락과 전율이 느껴졌다.

 휘이이이잉.

 내 몸 주변으로 일순간 작은 회오리가 형성되었다.

 후우우우웅.

 심장에서 회전하던 기운이 점점 빨라지다가 속도의 극에 달한 순간, 뚝 멈췄다.

 파앙!

 온몸에서 일순간 충격파와 같은 기운이 방출되었다.

 회오리가 멈추며 허공에 떠 있던 풀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5서클을… 이룩했다.”

 나는 온몸에 충만한 마나의 기운을 갈무리하고 루스펠을 바라보았다.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드립니다.”

 하라드 역시 내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축하드리옵니다, 로드시여!”

 기분이 매우 좋아지려는 찰나, 루스펠이 한마디를 더 했다.

 “저는 7서클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머십니다. 후후.”

 아, 저게 진짜…….

 

 ***

 

 “젠장,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음? 뭐야, 갑자기.

 알람음 대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난폭하군.

 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내 주변을 루스펠과 하라드가 둘러싸고 서 있었다.

 “방금 사람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산맥을 넘어온 변방의 인간인 것 같습니다.”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페레니안에 왜 들어온 걸까?”

 “알 수 없지요.”

 변방의 인간이라. 그래서 억양이 특이했군. 한데 오랜 시간 단절되어 살았으면서도 대륙 공용어는 사용하고 있었네? 억양이 촌스러운 것 빼고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니 의사소통에 무리는 없을 테고.

 “만나볼 필요가 있겠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가보자.”

 루스펠은 조금 전 들린 목소리를 유추해 거침없이 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저 멀리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한 명의 청년과 소녀가 보였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인기척을 감지하고 있었던 듯 우리가 나타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러다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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