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야수 파티
다음날 아침, 시즌 엔터테인먼트 사옥.
숙취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찌든 몸을 꾸물대며 출근한 그곳 회사엔 관리 중이지만 자주 보고 싶지는 않은 녀석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있었다.
‘뭐야, 이 광경은?’
“이 실장. 오늘 중요한 파티가 잡혀 있으니 이 친구들을 파티 장으로 데려가게.”
“저 녀석들을······. 말입니까?”
“그래. 왜, 문제 있나?”
“아니......”
‘심하게 문제가 있는데 말입니다.’
머리에 충격이 온다.
사장이 뭐라는 거지?
지금 나더러 저기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야수 무리를 끌고서 그 중요한 파티 장이란 곳에 가라는 건가?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멍청한 표정으로 사장을 쳐다보니 사장이 의아한 얼굴로 돌아본다.
“왜 그러나?”
“아니, 아니, 아무래도 혼자서는······.”
“어렵나?”
‘물론입니다.’
“왜 이러나. 자네 같이 노련한 매니저가 아마추어같이.”
‘사장님. 이건 아마추어가 아니라도 어려운 일이라 봅니다만.’
“믿네. 자네가 아니면 누가 저 친구들을 통솔할 수 있겠나! 그렇지?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아뇨. 사장님. 부탁하지 마십시오. 이건 부탁이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명령이지 않습니까.’
“사장······.”
소리 없는 절규에 상관없이 엄청난 일을 떠맡아버렸다! 떡이 된 몸뚱어리로, 저 까다로운 괴물들을 하나도 아닌 십 수 명이나 데리고 중요한 파티에 가야만 한다.
“내가 왜 저것들을 캐스팅했을까.”
“팀장님~!”
야수 같은 놈들이 단체로 히죽대며 합창을 한다. 저 놈들은 아는 것이다.
내가 지금으로부터 몇 분 안에 딱, 미칠 정도로 힘들게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업보다. 업보!
지금의 이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는 내가 사장을 이겨먹지 못할 정도로 약하다는 것 말고도 다루기 어려운 우울하고 까칠한 사내놈들로만 캐스팅해서 관리 중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저 성깔만 빼면 저만큼 매력적인 놈들도 없단 말이지. 내가 저 놈들을 뽑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굳이 내가 아니라도 저놈들을 뽑지 않곤 배길 수 없는 일이었다고! 암! 그렇고말고!’
오늘만은 나의 이런 심미안을 저주한다.
난 어째서 우울하고 매력적인 놈들에 이리도 약하단 말인가.
어째서 이런 놈들 따위에 매료되어 사장에게 발목을 잡혀버렸단 말인가.
애초에 다루기 힘든 성격의 우울한 놈들만 뽑아서 스타로 키웠으니, 딴 사람들이 관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뽑는 능력과 다루는 능력 모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내가 왜 저것들의 스케줄을 안 겹치게 조정하고 아이돌처럼 마음 맞는 놈들끼리 팀을 짰는지 생각을 하라고. 망할 사장!’
방법을 아는 내게도 버거운 일이라 내가 관리 중인 시즌 엔터테인먼트의 녀석들의 스케줄은 몇 년간의 스케줄 텀이 있다.
한 팀이 몇 달에서 일 년 사이에 활동을 끝내고 나면 다른 팀이 활동을 하고, 그 기간만큼 놈들에겐 긴 공백기가 생긴다.
나는 이 야수 같은 놈들의 스케줄도 관리하지만 공백기가 생기는 놈들이 날뛰지 않도록 관리까지 해야 해서, 애초에 숨 쉴 시간도 아깝게 바쁜 입장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착오도 보통 착오가 생긴 게 아니었다.
‘무사히 파티 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 도착 후에는?’
자신이 없다.
***
흑....짧앗.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