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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기타
한없이 부자연스러운 우리는.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7.3.10

이서륜(29세)180cm 71kg. 기획사 캐스팅 팀장
우울증에 걸린 히스테릭한 엄마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무감각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염세적인 남자이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밝고 따스하게 웃고 싶은 남자.
그러나.... 삶은 녹록지 않고, 피로와 고민에 찌들어 진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항상 웃고 싶은데, 웃으면 안 될 것 같고 웃을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자유롭게 웃을 수 있는 곳은
결국 꿈에서 뿐이야."

신지은(23세) 150cm 55kg 네일숍 직원
집에서나 밖에서나 밝게 있지 않으면 언제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상처를 입기만 했기에 부당한 대우와 상처를 받지 않으려 항상 웃고 있으나 어디에서든 마음 놓고 제댈로 울고 싶은 여자.
그러나 ... 역시 사람들 틈에서 제대로 울 수는 없다.
"난 정말 우울해서 미칠 것 같은데, 무엇때문에 매사에 우울한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울고 싶은데.... 울 수 없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고장난 눈물샘을 막아내는 것이나, 때와 장소를 모르고 웃기만 하는 나도 싫고, 너무 지쳐. 그런데.... 난 결국 웃을 수밖에 없잖아. 울어지지 않잖아. 어딘가로 피해서 ...제대로 울고 싶어.
어딘가에서 마음 편히."

 
1999년. 4월 1일
작성일 : 17-04-19 17:00     조회 : 869     추천 : 3     분량 : 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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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9년 4월 1일

 고등학교 1학년의 철없던 나는 친구들과 만우절 장난을 치며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없는 하루를 보내왔다.

 별로 친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심한 장난으로 인한 야유를 들으면서도 ‘나만 즐거우면 돼! 인생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 마음으로 아무리 친구들이 기겁을 하더라도, 선생님이 내 장난으로 인해 곤란한 일을 겪어도 ‘만우절에는 모든 장난이 용납되는 날이니까.’ ‘이런 날이 아니면 어떤 날에 만우절 장난을 치겠어?’ 낄낄거리며 걱정도 생각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이 잘못이었던 것일까?

 하늘은 그 날,

 나에게 가장 잔혹한 벌을 내렸다.

 고민도 없이 세상을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너의 성격엔 문제가 있다고.

 그런 삶은 잘못된 것이라고.

 마치 아무 고민 없이 가장의 의무를 져버린 채로 마냥 즐거운 삶만을 추구하는 아버지와 같은 성격으로 살아가면 안 된다고 깨우쳐 주듯이.

 하늘은 내게 거짓말 같은 고통의 형벌을 내린 것이다.

 “거짓말.”

 [서륜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의 문자를 받고도 한참 동안 나는 이것이 엄마의 만우절 장난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상에 온갖 문제를 떠안고 살아가듯 우울함으로 충만했던 엄마라면 모를까.

 무슨 일이 있어도 웃어버리고 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일은 없다고 여겼다.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이유는 없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돈을 벌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빈둥거리며 한량처럼 시간 허비에만 애쓰고 있어도, 엄마의 히스테리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도,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일은 없다고.

 아버지는 언제나 웃고 말 뿐이었고, 별로 집안의 문제에 관해 심각하게 여기는 분이 아니었기에.

 달리 그리 믿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의 히스테리는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나날이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내 성격은 누구보다 아버지를 닮았고, 태생적으로 즐거움 이외의 것은 듣고 흘려버리는 무신경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버진 딱히 일다운 일을 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즐기며 살았고, 앞으로도 변치 않는 성격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싶어 하셨다.

 아버지는 아무런 이유도 알려 주지 않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더욱이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가 그 전 날 이미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귀찮은 일은 무시하기 일쑤였으나 아버지가 끔찍이 좋아하시던 낚시 여행에 관한 약속이라면 어길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아버지는 주말에 나와 낚시 여행을 떠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채, 아무도 아버지가 자살 해 버릴 이유조차 모르게 만드신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그 문자 역시, 고약한 만우절 장난 중 하나일 것이라 믿어버렸다.

 고약해서 눈물이 나는.

 그러나 그것은 고약한 장난 따위가 아니었다.

 “이 서륜. 집에 좀 가 봐야겠다.”

 장난을 멈추지 않고 있던 나를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던 담임의 모습과 웅성거리던 아이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을 때.

 그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정말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집 안은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 속의 아수라장과 같았다.

 항상 걱정이란 없을 것 같던 아버지의 죽음을 나와 마찬가지로 친척들 역시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자살을 미심쩍어했고, 죽음의 원인에 엄마가 있을 것이라 의심했다.

 물론 나 또한 잠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근심 걱정 없이 한량으로 살아온 아버지 앞에서 우울하게 있을지언정 가정에 충실했던 엄마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만한 이유가 뭔가 싶었다.

 엄마는 그저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해했고, 다분히 신경질적이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포기하고 있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 어쩌겠어.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로 저 사람 역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인 걸. 바꾸려 할수록 나만 더 힘들 뿐이야.’

 엄마는 그렇게 자조적인 말을 쏟아내며 매일 밤마다 술로 밤을 지새우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우울한 엄마의 모습.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즐기기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렇게 엄마와 아버지는 물과 기름 같은 생활을 고수해 왔다. 완벽한 포기. 무관심. 아버지 역시 그런 것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것 같았다.

 엄마가 아버지를 포기한 이후로 아버지는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운 사람으로 통했다.

 딱히 일을 하지 않아도 엄마가 어떻게든 벌어오는 돈으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며 밤이고 낮이고 돌아다니는 생활. 혼자 산다고 해도 아버지의 능력과 성격으로는 그런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기에 아버지는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친척들은 마치 엄마가 아버지를 죽여서 무슨 이득을 보기라도 했다는 듯이 몰아붙이며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난 어쩐지 간헐적인 비웃음이 튀어나오는 듯했다.

 별 볼일 없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돈 한 푼 벌지 않고 살아가다가 그 집안에서조차 내쫓긴 아버지와 십몇 년 동안 살아온 엄마를 친척들이 뭐라 할 자격은 없는 것이었으니까.

 엄만 아버지께 불만을 쏟아놓긴 했어도 뭔가를 집요하게 요구한 적이 없었다.

 요구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들어줄 리 만무하지만 아무튼 엄마는 불만과 우울함을 달고 사는 여자였던 대신에 한량 생활을 묵인해 왔다. 그러니 아버지가 뭔가를 희생한다거나, 괴로울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서로가 그런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살아왔으니.

 현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귀를 막고 있어도 엄마의 신음소리는 여전했고, 친척들의 드잡이는 끊임이 없었지만 몇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떠나갔다.

 참 우스운 것이 아버지에게 보험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진이 빠질 대로 빠져버린 엄마에게 물었다.

 “왜? 어째서 보험 하나 만들어놓지 않은 거야?”

 그때 엄마는 힘없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보험이 왜 필요해. 암이 걸리더라도 내가 걸릴 거고, 일찍 죽더라도 내가 죽을 건데. 생명보험을 들어놓으려면 나한테 들어야지. 그 사람한테 들어 놓을 이유가 뭐냐고. 죽더라도 수혜자는 어차피 나일 수 없으니까. 너나 네 아버지라도 즐겁게 살아야지.”

 나는 그날, 엄마의 유일한 웃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 웃음은 무표정이었던 여느 날 보다 더 위태롭고 슬픈 웃음이었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또다시 웃음을 잃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전보다 더 위태로워져 있었다.

 나는 어쩐지 엄마가 아버지를 따라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엄마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엄마와 같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것을 싫어했으니까. 아버지를 닮은 날 보면 엄마는 불안해하고 힘들어했으니까

 웃고 싶어 미칠 것 같아도 웃음을 내보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살하기 전에는 감정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 온 내가 엄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우울한 엄마의 모습을 닮기 위해 애쓰며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울한 모자의 삶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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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아 17-11-04 00:20
 
작가님~
수정하다가 구경 왔어요!^^ 첫화부터 임팩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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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흑나비 17-11-12 16:38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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