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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어플 피플
작가 : 마일드
작품등록일 : 201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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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장물] [스마트폰] [어플]
공짜폰을 샀는데 치트키가 덤으로 왔다.

 
10. 개미굴 (2)
작성일 : 16-09-29 09:15     조회 : 637     추천 : 1     분량 : 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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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개미굴 (2)

 

 

 더벅머리에 얼굴이 퉁퉁하고 상체를 훌러덩 벗은 남자가 보인다.

 남자는 상체에 도깨비 문신을 하고 있었고 생기가 죽은 눈빛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태수는 돼지 같은 남자보다는 그의 뒤로 비춰지는 다른 것들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쌓여 있는 배달음식의 흔적들, 테이크아웃 커피의 빈 컵들, 빈 담배곽 등등 슬쩍 봐도 저곳이 양방 사무실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태수는 서둘러 장면들을 캡처한 다음 추적해낸 본체의 위치를 확인했다.

 "대구?"

 대구시 황은동.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 게다가 이미 자정이 훌쩍 넘은 터라 대구로 갈 수 있는 차편도 없었다.

 태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탄식했다.

 "주소를 알아냈는데 갈 수가 없다니!"

 "왜?"

 "이미 자정이 넘어서 갈 수 있는 차가 없어."

 "난 또 뭐라고. 아까 전에 웹캠으로 중계하던 방들 캡처했지?"

 "하긴 했는데, 왜?"

 "[이미지 택시]라는 앱을 추천할 게. 사진만 있으면 그 사진 속에 있는 장소로 갈 수 있는 앱이야."

 "수, 순간이동도 돼?"

 "안 될 건 또 뭐람?"

 놀랍다는 태수의 반응에 비해 딜러는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태수는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럼 그건 체험판으로 줘. 그것도 일단 외상으로 살게."

 "나야 좋지."

 

 [이미지 택시의 다운로드를 시작합니다.]

 

 곧이어 바탕화면에는 구형 카메라의 몸체에 택시 간판이 달린 특이한 그림의 아이콘이 생성되었다.

 태수는 서둘러 [이미지 택시]를 실행시키려다 순간 멈칫했다.

 "잠깐만."

 도박 사이트를 만들 정도라면 분명히 질이 좋은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아까 보았던 흉측한 문신들! 하마터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쳐들어갈 뻔했다.

 "양아치 고딩들은 그렇다 치고··· 조폭들은 어떡하지?"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

 솔직히 고딩들도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넘겼는데 하물며 조폭들은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태수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때 딜러가 넌지시 한마디 했다.

 "이참에 호신용 앱 하나 장만하지 그래?"

 "호신용 앱?"

 딜러는 꽤 날카로운 타이밍에 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태수가 알기로는 호신용 앱들은 하나같이 비싼 것들뿐이었다.

 딜러가 말했다.

 "일단 외상으로 줄게. 일이 끝나고 나서 나랑 천천히 정산하는 게 어때? 뭐가 됐든 200만 원 보단 나을 거 아냐?"

 "그렇긴 한데······."

 "그리고 너 용량도 꽉 찼어. 뭐든 사기 전에 용량부터 늘리는 게 어때?"

 [긴장 먹는 하마]와 [링크 장의사], 그리고 [이미지 택시]까지 벌써 세 개의 어플을 구매한 터라 기본 용량인 3을 꽉 채워 버렸다.

 태수는 하는 수 없이 버전업으로 받은 스탯 포인트 두 개를 용량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었다.

 

 [용량이 상승합니다.]

 [용량이 상승합니다.]

 

 이로써 용량 스탯이 5가 됐다.

 태수는 용량을 든든하게 늘린 후 다시 한 번 딜러와 거래하기 시작했다.

 "추천 좀 해 줘."

 "조폭들 상대로는 이게 딱이지."

 딜러는 태수에게 [조폭 김형사]를 추천했다.

 사람을 패기 위해 형사가 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범죄자에 한해선 한없이 강해지는 호신용 앱의 일종이었다.

 "일반인한테는 사용할 수 없지만 범죄자들을 상대론 엄청난 싸움 실력을 발휘하는 앱이야. 전제 조건 때문에 요구 이해 스탯이랑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딜러는 추천하는 척하며 능숙한 말솜씨로 태수를 구워삶았다.

 거기에 넘어간 태수는 고민 없이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그럼 이걸로 할게. 이건 정식판으로 줘. 그리고 외상으로 달아 둬."

 "그래그래."

 순식간에 세 개의 앱을 팔아치운 딜러는 태수 몰래 히죽거렸다. 태수가 얼마나 팔랑귀 호구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모든 준비를 끝마친 태수는 옷을 정돈한 후 심호흡을 했다.

 개미 도박으로 딴 3200만 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원금 200만 원이라도 되찾고 싶은 게 태수의 솔직함 심정이었다.

 태수는 떨리는 손으로 [이미지 택시]를 실행시켰다.

 

 [사용하실 사진을 첨부해 주세요.]

 

 태수는 사진함에서 아까 전에 캡처해뒀던 더벅머리 남자의 사무실 사진을 첨부했다.

 확인 버튼을 터치하자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펑!

 

 목적지를 하달 받은 [이미지 택시]는 화면을 밝게 물들이더니 이어폰 단자에서 영롱한 빛 덩어리를 뿜어냈다. 뿜어진 덩어리는 허공에서 커다란 포탈을 만들어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북극성의 오로라를 연상케 했다.

 "우와······."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포탈이 눈앞에 실제로 나타났다.

 태수는 허공에 일렁이는 포탈이 너무 신기한 나머지 포탈 속으로 주먹을 넣었다 뺐다 하며 온몸으로 감탄사를 내비쳤다.

 게다가 포탈 속으로 들어간 주먹은 정말로 반대편에선 보이지 않았다. 태수는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처음 본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치트가 말했다.

 "흠흠, 주인님?"

 "아아! 어, 그래. 가야지."

 다소 민망했던지 치트가 헛기침을 했고 태수는 얼른 포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대구시 황은동의 어느 오피스텔.

 갈림길 작업장의 막내, 김동욱은 사장님과 형님들이 사이트를 폐쇄한 기념으로 거하게 회식을 하러 간 사이, 쓸쓸하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에휴······."

 어딜 가나 막내는 서러운 법이다.

 형님들은 지금쯤이면 개미로 벌어들인 돈을 흥청망청 뿌려대며 뻑적지근하게 룸싸롱에서 놀고 있을 터였다.

 김동욱은 쭉쭉빵빵한 여자들을 끼고 놀고 있을 형님들을 생각하니 더더욱 외로움이 사무쳤다.

 사무실에 남은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뿐.

 김동욱은 그나마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게임에 점점 몰입하며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때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지직-

 "엥?"

 김동욱이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먹고 버린 빈 커피잔들과 배달 음식 통들을 쌓아놓은 쓰레기더미 위로 새파랗게 젊은 꼬맹이가 어색한 얼굴로 서 있었다.

 꼬맹이가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너! 너! 뭐냐!"

 너무 놀란 나머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목에 걸린 헤드폰과 아까 전에 쏟은 콜라 때문에 실수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 위로 태수가 날렵하게 몸을 날려 김동욱의 턱을 걷어찼다.

 "컥!"

 베테랑 형상의 발차기는 깔끔하게 김동욱을 기절시켰다.

 태수는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나간 발차기를 신기해하며 나지막이 감탄했다.

 "주인님, 정신을 차리기 전에 얼른 포박하셔야 합니다."

 "아, 그렇지!"

 태수는 주위에 김동욱을 묶을만 한 게 있나 둘러보던 중, 근처에서 노끈을 발견했다.

 양방 사무실에 웬 노끈이겠냐 싶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태수는 급한 대로 기절한 김동욱의 손발을 단단히 묶은 뒤 매듭이 잘 묶였는지 확인했다.

 "됐네."

 태수는 매듭이 튼튼하게 잘 묶였다는 걸 확인한 후 김동욱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커허헉!"

 김동욱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기절 상태에서 깨어났다.

 태수는 덥수룩한 앞머리가 김동욱의 눈을 가리자 매듭으로 김동욱의 앞머리를 묶어 사과머리를 만들어 주었다.

 정신이 든 김동욱이 말했다.

 "너, 너 누구야? 여긴 12층인데 어떻게 들어 온 거야?"

 "아, 여기가 12층이었어?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었네. 그나저나, 너 내 돈 어떻게 했냐?"

 "도, 돈이라니?"

 "갈림길의 좌우 개미, 그거 너네가 만든 거잖아. 내가 여기에 돈 걸어서 얼마를 땄는데··· 감히 먹튀를 해?"

 조폭 김형사의 영향으로 태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태수의 얼굴에서 김형사의 얼굴을 보았는지 김동욱이 벌벌 떨면서 말했다.

 

 "저, 저는 막내라서 잘 모르구요. 도, 돈은 사장님이 관리하셔서······."

 "너네 사장 어딨는데?"

 "지금은 회식 때문에 밖에······."

 "아이씨!"

 "죄, 죄송합니다!"

 덩치가 아깝다는 말이 참 잘 어울렸다.

 김동욱은 덩치와 문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태수에게 몹시 빌빌거렸다. 그러나 태수는 그런 김동욱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돈을 받아낼 궁리를 했다.

 "어떻게 한다······."

 조용히 돈만 받고 나가고 싶었는데 뜻처럼 되지가 않는다.

 그 순간 태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 지갑 어딨어?"

 "지, 지갑은 왜요?"

 "어딨냐고, 확 씨."

 "저기요! 저기! 컴퓨터 옆에 있어요."

 태수는 김동욱이 가리킨 책상 위에서 명품 브랜드의 마크가 찍혀 있는 갈색 지갑을 발견했다.

 태수는 지갑 안에 있는 두툼한 현금 뭉치와 김동욱의 신분증을 꺼내들었다.

 "네 신분증, 나한테 있다. 그리고 돈은 왜 이렇게 많아? 이게 다 얼마야?"

 "아, 안 돼요! 제 수당 정산 받은 거라 아직 입금도 못 시켰는데······."

 5만 원짜리가 가득 꽂혀 있는 지갑에서 돈다발을 꺼내 보니 척 봐도 몇백만 원은 되어 보였다.

 태수는 그것을 곱게 접어 바지 주머니에 넣은 뒤, 근처에 세워져 있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김동욱 앞으로 다가왔다.

 "동욱아.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이제부터 여기에 경찰을 부를 생각인데, 너네 아직 컴퓨터 정리도 못 했지?"

 "······."

 "침묵은 긍정으로 알게. 그럼 여기서 질문! 지금 여기에 경찰을 부르면 가장 곤란하게 될 사람이 누굴까?"

 침묵을 지키던 김동욱의 눈동자에서 당혹스러움이 스쳤다.

 곧이어 묶여 있던 김동욱이 발악하며 몸을 허둥대기 시작했다.

 "제발요! 제발! 그러면 저 죽어요! 저 이번에도 걸리면 얄짤 없이 감방행인데 저 그러면 진짜로 큰일 나요!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불법 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범죄는 잡히면 무조건 현행범으로 징역살이를 한다.

 태수도 이 사실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기에 넌지시 겁을 준 것이다. 그리고 효과는 굉장했다.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나한테 니네 사장이 현금을 숨겨놓은 곳만 말해주면, 네 몫도 챙겨 주고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을게. 어차피 니네들 현금 털려 봤자 계좌에는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있을 거 아냐."

 맞는 말이었다.

 혹시 몰라 유동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몇 억 정도는 현금으로 항상 꺼내놓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이 사실 또한 범죄 영화에서 본 적이 있어서 넌지시 찔러본 것이었다.

 그런데 어리숙하기 짝이 없는 김동욱이 그 미끼를 덥석 물고 만 것이다.

 "···정말이죠?"

 "당연하지. 아니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징역살이나 할래?"

 "아뇨아뇨! 절대 안 됩니다! 근데 돈이 있는 위치를 말해 주면 저는 그 후에 어떻게······."

 "글쎄?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신경 써 줘야 할 부분은 아니잖아?"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적당히 챙겨줄 테니까 너도 소신껏 튀어. 그러면 되잖아."

 "하··· 안되는데······."

 "싫으면 관두고. 그럼 112에 콜 때린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여기 근처에 조금만 나가면 와이디 편의점이 있는데 그 옆에 골목에 보시면 검은색 에쿠스가 한 대 있습니다. 그 에쿠스 트렁크에 보시면 사장이 유동적으로 쓰는 현금 금고가 있습니다. 이제 다 알려드렸으니까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선생님! 제발이요!"

 "금고 비밀번호는?"

 "그건 정말 저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그래,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 그럼 돈 찾아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럼 저는요?"

 "네 말이 진짠지 구란지 확인해봐야 될 거 아냐.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허튼 수작 부리면 죽인다."

 태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바깥으로 연락할 수 있을 만한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들은 죄다 화장실 욕조에 던져두었다.

 그런 다음 근처에 있는 청색 테이프로 김동욱의 입을 틀어막고 손을 흔들었다.

 

 "그럼 갔다 올게."

 현관문이 닫히고 불이 꺼진 방안에서 김동욱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거실 바닥에서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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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원 17-02-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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