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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제3의 카니발
작가 : anak****
작품등록일 : 2025.3.13

6600만 년 전 지구의 공룡을 멸종시킨 후 지구에 안착하려는 아틀란티스인과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 지구인들의 이야기

 
녹아 내리는 뇌
작성일 : 25-04-06 19:33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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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란티스의 두 번째 달 지하 기지.

 두 번째 달이 외계의 침략을 피해 아틀란티스를 떠나 온 지 25개월째 되는 날이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허기지지…”

 

 기술자 그룹에 속한 가젤란은 입에 가득 찬 음식물을 채 씹어 삼키기도 전에 다시 고깃덩어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며칠 전부터 몸이 이상했다. 평소와 달리 끊임없이 허기가 밀려왔던 것이다.

 음식을 먹어도, 끊임없이 먹어도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배가 이렇게나 부른데.”

 

 말이 기술자이지 달에 승선한 300만의 인력 중 가장 낮은 레벨인 5등급에 속하는 가젤란은 과식한 탓에 마치 올챙이의 그것처럼 부풀어 오른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몰라, 우선 먹고 보자.”

 

 가젤란은 혹여 뺏길세라 해동도 되지 않은 냉동건조 고깃덩어리를 얼른 입안에 욱여넣었다.

 누가 봤더라면 마치 몇 날 며칠을 굶은 사람으로 보일 만큼 그의 모습은 간절했다.

 

 우걱, 우걱.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 위치한 밀폐된 방에는 오직 고기를 씹어 삼키는 소리만이 을씨년스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쩝쩝, 모자라, 더 먹고 싶어.”

 

 순식간에 주먹만 한 고깃덩이를 삼켜버리다시피 한 가젤란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의 시야에는 더 이상의 먹거리들은 보이지 않았다.

 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그에게 할당된 일주일 치의 식량을 모두 먹어 치운 것이었다.

 그때 그의 시야에 좀 전부터 자신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감시하고 있는 카메라가 들어왔다.

 

 “먹을 걸 줘, 더 달라고!”

 

 가젤란은 주먹을 불끈 내밀며 자신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포효했다.

 

 “배고파, 배고파 죽겠다고 이 새끼들아!!!”

 

 가젤란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실핏줄들이 흰자위를 온통 검붉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야! 너희들 내 말 다 듣고 있는 거 알아. 그러니 모른 척하지 말고, 응?”

 

 그러나 애원에 가까운 그의 호소에도 외부에서의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

 

 쾅! 쾅! 쾅!

 

 결국 분노에 찬 가젤란은 굳게 닫힌 금속 문을 두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한 덩 이만, 딱 한 덩 이만 더 가져와, 가져오라고!!!”

 

 가젤란의 주먹이 터져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니들만 처먹지 말고, 나도 좀 먹게 해달란 말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울부짖던 가젤란은 화를 내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듯 다시 태도를 바꿔 이번에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마치 조울증에 걸린 정신이상자를 떠올리게 했다.

 

 “조금만, 응? 그럼 더는 달라고 안 할게. 부탁이다, 제발!!”

 

 그때였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질문에 답하면 음식을 더 공급하죠」

 

 천창의 스피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입니까? 아, 아무거나 물어봐요. 전부 말해 줄 테니까!”

 

 「당신의 이름과 소속」

 

 “뭐라고?”

 

 음식을 준다는 말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잔뜩 기대하고 있던 가젤란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새 다시 주먹을 움켜쥐고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이 봐, 장난쳐? 그따위 뻔한 걸 왜 물어보는 건데?”

 

 가젤란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상대가 장난을 친다고 여긴 듯 다시 목청을 높였다.

 

 「이름과 소속」

 

 하지만 상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피커 속의 여자는 태연히 이름과 소속을 되묻기만 했다.

 

 「이름과 소속을 말하세요」

 

 “젠장. 좋아, 니들 말이야 만약 날 속인 거라면 가만두지 않아. 명심하라고. 내 이름은,”

 

 도돌이표 같은 상대의 질문에 체념한 듯 가젤란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다.

 

 “내 이름은, 그러니까 내 이름은…,”

 

 그러나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젤란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연신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름과 소속」

 

 거듭 재촉하는 여자의 질문에 가젤란은 기억을 강제로라도 소환하고 말겠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벽에 몇 차례 찧은 후에야 겨우 입을 뗐다.

 

 “내, 내 이름은….”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젤란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이름 첫 글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모르겠어. 생각이 나지 않아!”

 

 그는 머리를 감싸 안으며 기억을 짜내려 애썼지만 끝끝내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게다가 생각이 나지 않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잠깐만, 여긴 어디지?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거야?”

 

 떠오를 듯 말 듯 하던 자신의 이름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이제 이곳이 어디인지,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조차도 생각나지 않았다.

 

 “헉!”

 

 순간, 그의 코에서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피였다.

 인중에 묻은 피를 혀로 살짝 맛보던 가젤란이 얼어붙은 듯 갑자기 멈춰 섰다.

 이제는 두 눈에서 피와 점액질이 섞인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렸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가젤란이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헉, 앞, 앞이 보이지 않아!”

 

 가젤란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토해냈다. 마치 암전이 된 것 같았다.

 시야가 흐리다 못해 깜깜한 암흑이 눈앞을 덮어 버렸다.

 

 “누가, 누가 좀 도와줘!”

 

 그는 눈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카메라가 있을 법한 곳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곧 비릿한 피 내음이 코끝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고 있던 실핏줄이 터져나간 것이다.

 순간 가젤란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털썩!

 

 곧이어 마치 기도라도 하듯 카메라를 향해 두 손을 맞잡고 있던 가젤란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 이게 대체. 사, 살려….”

 

 그러나 살려달라는 그의 외침은 끝을 맺지 못하고 웅얼거리듯 입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눈, 코, 입. 귀에서 흘러나온 핏물과 점액이 바닥을 흥건히 적실 즈음 달싹이던 가젤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결국 숨이 끊어진 것이다.

 

 ***

 

 두 번째 달 상황실.

 

 이 모든 것을 화면으로 지켜보던 일단의 무리 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라세탄 바라이드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생명 징후, 없습니다.”

 

 라세탄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채 아직도 귀에서 핏물을 토해내고 있는 사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잠복기를 끝낸 바이러스가 발현하면 최대 10일 안에 사망합니다. 음, 초기 증상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라세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기억 감퇴가 선행됩니다.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죠. 그리고 사망 60시간 전부터는 이상 식욕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셨다시피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됩니다.”

 

 널브러져 있던 가젤란의 사체에서 유독 불룩하게 솟아오른 복부로 사람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이유는 뇌가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뇌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죠. 이렇게 바이러스에 오염된 뇌세포는 점점 기능을 상실해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막바지에 이르면, 뇌가 녹게 되는 거죠. 이렇게 말입니다.”

 

 복부를 향해있던 카메라가 바닥을 적시고 있는 점액질로 옮겨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핏물인 줄만 알았던 그것은 라세탄의 말대로 곤죽이 된 뇌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척수액이 피와 함께 흘러나온 것이었다.

 

 우웩!

 

 비위가 약한 몇몇 장관들이 헛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뇌 개선 임상실험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라세탄의 말과 함께 일련의 사건이 시그넬린의 뇌리를 스쳐갔다.

 

 아틀란티스를 멸망시킨 외계 침략자들은 곧바로 정찰선을 보내 에녹스계로 향한 두 번째 달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틀란티스 생존자들의 흔적을 쫓던 그들은 언젠가부터 더 이상 추적대를 보내지 않았다. 아니 보낼 수가 없었다.

 생존자들이 아틀란티스를 떠난 지 일 년이 되던 날이었다.

 아틀란티스에 심어놓은 바이러스가 외계인들을 감염시키고 그들의 모선과 행성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데 걸린 시간이 일 년 남짓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계획대로 외계인들이 추적을 뿌리친 후 생존자들은 다음 단계를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기나긴 대 여정을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 첫 번째 시작은 냉동 수면이었다.

 냉동 수면, 그것은 천년이 넘는 긴 여행을 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첫 번째 그룹의 동면이 시행되려는 순간 재앙이 닥쳤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이었다.

 

 “뇌가 녹아내리는 병이라니….”

 

 시그넬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뇌가 녹는 병.

 반년 전에 발생한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이 최악의 사태는 다름 아닌 뇌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접종했던 백신으로부터 비롯됐다.

 아틀란티스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중력과 환경이 다른 우주에서의 변수가 백신 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했다.

 처음에는 우주 바이러스로 인한 희귀병인 줄로만 알았던 이것은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지금, 얼마나 심각한 거죠 박사?”

 

 시그넬린이 다리를 꼬고 앉아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라세탄에게 물었다.

 

 “현재 환자들의 수는,”

 

 잔뜩 긴장한 라세탄이 태블릿 화면을 터치하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첫 번째 백신 접종자들 중 6만 2천 명에게서 병이 발생했습니다. 그중 5만 명이 죽었고 나머지도 일주일 안에 전부 사망할 것입니다.”

 

 “후우, 이럴 수가.”

 “최악이군.”

 

 곳곳에서 탄식이 흘렀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사태에 그들은 말을 잊었다.

 

 “그게 다인가요?”

 

 시그넬린은 ‘그게 전부가 아닐 텐데’라는 표정을 내비치며 무심히 질문을 던졌다.

 

 “아닙니다. 진짜 재앙은 이제 시작입니다.”

 “박사, 재앙이라뇨, 지금 저게 전염병이라도 된단 말이오?”

 

 재앙이라는 라세탄의 말에 누군가가 반박을 했다.

 그러자 금발을 귓가로 쓸어올린 라세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분명 전염병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병이 뇌 개선 계획에 사용된 백신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라세탄의 말에 눈치 빠른 몇몇 사람들의 낯빛이 파랗게 변했다.

 

 “아시다시피 두 번째 달에 승선한 300만 명 모두가 백신을 맞았습니다.”

 “그, 그렇다는 것은!”

 “네. 시간문제일 뿐, 저것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라세탄의 손끝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가젤란을 가리키고 있었다.

 

 “백신을 맞은 모든 사람들의 체내에서 뇌를 괴사시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이유는 단지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복? 그렇다면 발병까지 얼마나 걸리는 거죠? 그리고 발병 확률은?”

 

 시그넬린의 질문에 화면 가득히 수치가 나열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접종자들 이후 약 60일 뒤에 전체 접종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차는 있겠지만 대략 50일 전후로 모든 사람들에게서 징후가 시작될 것입니다. 일단 징후가 시작되면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치사율은 현재까지…,”

 

 설명을 멈추고 잠시 뜸을 들이던 라세탄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백프로입니다.”

 

 라세탄의 충격적인 말에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그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봐, 치료제가 있다는 거 알아! 나도 듣는 귀가 있다고!”

 

 바로 바이단이였다.

 그는 아들 마리드 몬티아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노구를 일으켰다.

 

 “이 봐 박사. 우리 몬티아가를 우습게 보지마시게. 그쪽에도 우리 사람이 있으니 말이야. 치료제에 대해서 말해봐. 아니면…, 내가 말할까?”

 

 마치 나도 다 알고 있으니 허튼수작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듯 노인의 입매가 연신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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