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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제3의 카니발
작가 : anak****
작품등록일 : 2025.3.13

6600만 년 전 지구의 공룡을 멸종시킨 후 지구에 안착하려는 아틀란티스인과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 지구인들의 이야기

 
옛 연인의 경고
작성일 : 25-04-05 16:02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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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그넬린은 입가에 머물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더없이 고요해진 네시안의 시선과 마주했다.

 

 “너답지 않구나, 네시안.”

 

 감정이 솟구치면 한동안 주체가 되지 않는 네시안이었다.

 카라와 헤어지라는 말에 한바탕 난리를 피울 것이라는 예상을 했던 시그넬린에게 차분해진 아들의 모습은 되려 어색했다.

 그러나 네시안은 당황한 어머니의 표정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차분히 질문을 던졌다.

 

 “뇌 개선 계획 말입니다. 접종할 백신이 며칠 안에 나온다죠?”

 “그래. 첫 번째 접종자를 추리고 있단다. 그건 왜…,”

 

 턱을 괸 채 아들의 말을 천천히 곱씹던 시그넬린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너 혹시!”

 “네. 어머니가 예상한 그대로예요. 첫 번째 접종에 지원할 겁니다.”

 “뭐라고!!”

 

 시그넬린의 고성에 네시안은 순간 멈칫했다.

 이제껏 저렇게 화난 어머니의 표정은 처음이었다.

 

 “정신 나갔구나 너!”

 

 시그넬린이 화를 내는 경우는 오직 하나였다.

 그녀가 화를 낸다는 건 상대에게 자신의 기분을 드러내야만 할 때, 즉 자신의 속내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었다.

 시그넬린에게 있어 화를 낸다는 것은 일종의 ‘쇼’와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어머니, 시그넬린은 진심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불허한다. 절대!”

 

 뇌 개선 임상 실험이 완벽하지 않다는 라세탄의 주장을 시그넬린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다.

 단지 복제 인간이라는 안전장치가 ‘설마’라는 그녀의 불안감을 억제하고 있었을 뿐.

 일단 첫 번째 접종자 만 명을 선별해 어느 정도 추이를 살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가문의 후계자인 아들의 느닷없는 선언에 시그넬린은 놀라움을 넘어 분노에 휩싸였다.

 

 “못 들은 걸로 하마.”

 

 말투는 평소대로 돌아왔지만 시그넬린의 표정은 싸늘하다 못해 냉기마저 흘렀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역정에 잠시 주춤했던 네시안은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하세요. 못 들은 걸로 하시란 말입니다.”

 “네시안! 너는 나, 시그넬린의 자식이기 전에 아메리가의 일원이다.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이끌어갈 유일한 후계자란 말이다!”

 “역시 그런 의도였군요. 에녹스3에서의 주도권을 차지한다? 애초부터 어머니 안중에는 아틀란티스 백억 인구 따위는 없었어요. 과연 아메리의 철혈 여제답군요.”

 

 빈정대는 듯한 아들의 말투에 결국 시그넬린의 평정심이 다시 한번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제껏 표출한 적 없던 격앙된 어조로 연신 네시안을 질타했다.

 

 “이제껏 많이 참았다. 네가 카라와 사귈 때도, 그 잘난 사관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어림없다. 너는 결코, 지원하지 못한다!”

 “네? 이제껏 참았다고요? 좋아요. 그럼 한 번 더 참아야 할 겁니다. 어머니 계획대로 되지는 않을 거란 말입니다!”

 

 천천히 시그넬린에게로 다가선 네시안은 그녀의 서늘한 시선을 마주하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경고 하나 하죠. 만약 나를 막는다면 오늘 있었던 긴급회의에 관한 내용을 아틀란티스 주요 언론에 보낼 겁니다.”

 “흥, 어리석은 놈.”

 

 시그넬린은 더없이 차가운 냉소를 흘리며 아들을 노려보았다.

 “네시안. 내가 너 하나 막지 못할 것 같니? 지금이라도 당장, 널 구속해서 외부와 단절시킬 수 있다. 필요하면 영원히.”

 “하하하. 그거 협박인가요? 어머니, 아직도 내가 코흘리개 꼬마로 보이세요?”

 

 네시안은 보란 듯이 손바닥보다도 작은 휴대용 전송기기를 그녀에게 들어 보였다.

 

 “이미 관련 내용을 모처에 전송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말입니다,”

 

 잠시 시간을 확인하던 네시안은 입꼬리를 한껏 치켜올리며 말했다.

 

 “앞으로 두 시간 안에 내게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오늘 있었던 일들이 주요 언론사에 알려질 거예요. 어머니가 버린 아틀란티스의 모든 이들이 알게 될 거란 말입니다.”

 

 “너, 너!!”

 

 움켜쥔 시그넬린의 두 주먹이 분노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만약 네시안의 말대로 회의 내용이 외부에 유출된다면 아틀란티스의 백억 인구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것을.

 선택된 200만 명만이 새로운 터전으로 떠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이미 행성 외기권에 설치된 에녹스3의 공간 게이트에 대한 취재도 곳곳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제 말, 이해한 걸로 알겠습니다. 어, 머, 니!”

 “네시안!!”

 

 시그넬린은 목청을 높였다.

 뇌 개선에 투입될 백신은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이대로 네시안을 보내면 자칫 아메리의 유일한 후계자를 잃을지도 몰랐다.

 

 “네시….”

 

 그러나 시그넬린은 다시 한번 더 아들의 이름을 부르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뒤돌아선 네시안을 다시 불러세울 수 없었다.

 

 ‘만약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시그넬린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상상 만해도 끔찍했다.

 사실이 알려진다면 아메리의 후계가 문제가 아니었다. 네시안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다.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백억의 인구. 그들이 일으키는 폭동과 소요는 선택받은 자들이 에녹스계로 떠나기도 전에 아틀란티스는 자멸할 것이었다.

 외계인이 침략하기도 전에 스스로 말이다.

 

 “휴우. 감히 어미를 농락하다니….”

 

 전신에 힘이 빠진 시그넬린이 그렇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을 때였다.

 비서의 홀로그램이 바닥에서 투사되었다.

 

 “의장님,”

 “뭐죠!”

 “네, 그러니까,”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운 시그넬린의 말투에 비서의 목소리가 움츠러들었다.

 

 “저기…, 베흘란 장관께서 오셨습니다만.”

 

 순간 시그넬린은 깨달았다. 자신이 베흘란을 호출했었음을.

 그때, 들여보내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베흘란이 들어섰다.

 

 “음, 내가 시간을 잘못 맞춘 것 같군.”

 

 냉랭한 분위기를 감지한 베흘란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에요 아저씨. 방금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네시안은 마치 어머니가 들으라는 듯 더욱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참, 카라는 제가 바래다주겠습니다.”

 “그래?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만….”

 

 둘의 대화에 한마디도 보태지 않은 채 뚝뚝 한기를 떨구어내는 시그넬린의 표정에 베흘란은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시그넬린을 본체만체하던 네시안은 도리어 쾌활하게 웃으며 집무실을 나섰다.

 

 “하하, 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그렇게 네시안이 나간 뒤에도 집무실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부른 이는 시그넬린었지만 베흘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렇게 잔을 가득 채웠던 뜨거운 차가 사라지고 바닥을 드러낼 무렵에서야 그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협조할 거지?”

 “그게 걱정이 돼서 부른 건가?”

 “협조할 거냐고 물었어.”

 “흠….”

 

 베흘란은 남은 차를 단숨에 비우고 말했다.

 

 “어차피 물은 엎질러졌어. 협조하고 말고 할 게 없잖아. 아틀란티스의 명맥을 이으려면 말이야.”

 “글쎄…. 과연 그게 당신의 진심일까?”

 

 시그넬린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상대를 향해 속내를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베흘란 톨베르트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아. 당신이란 인간은 그 무엇보다 정의와 신념이 중요하지. 그 되지도 않는 개똥철학 같은 거 말이야.”

 “칭찬으로 들으면 되는 건가? 더 할 말 없으면 나가도 되겠지.”

 

 씁쓸한 미소를 돋우며 베흘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들은 아메리의 시그넬린을 두고 철혈이니 냉혈한이니 그따위 말을 서슴없이 하지. 하지만 진짜 냉혈한은 여기에 있는데 말이야. 베흘란 당신.”

 “시그넬린, 미안하지만 당신과 말씨름할 여유는 없어. 후우…, 그만하지.”

 

 팔짱을 낀 채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향해 베흘란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뭘 그만해? 왜, 정곡을 찔려서 기분이 별로인가?”

 

 시그넬린은 마치 연인에게 투정을 하듯 억지를 부리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만약 지금의 시그넬린에게 익숙한 이들이 봤다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메리의 수장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생소한 모습,

 그녀는 그런 낯선 모습을 베흘란에게 보이고 있었다.

 

 “베흘란, 당신의 신념은 언제나 상대적이지. 사랑하는 연인은 안중에도 없는.”

 “그만하라고 했어. 다 지난 일이야.”

 “왜?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다시 한번 말해주지. 당신은 이기적이야. 항상 자신만 생각해.”

 “시그넬린!!”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베흘란의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시그넬린은 코웃음을 시작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흥, 그날, 왜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지? 그렇게 내 아버지가 두려웠어? 아니면 당신 가문을 위해서?”

 “아, 시그넬린, 그게 아니야, 아니라고!”

 

 베흘란의 뇌리에 25년 전의 그날이 스쳐 지나갔다.

 

 풋풋한 이십 대 초반,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시그넬린의 아버지이자 아메리의 수장인 아게아니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어찌 보면 정적이자 앙숙인 두 가문의 자식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가련한 두 연인, 베흘란과 시그넬린은 어리석게도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베흘란과 시그넬린은 결국 자신들의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했고 이에 격분한 시그넬린은 베흘란에게 신분을 숨기고 도피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약속한 그날, 베흘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그넬린은 절망했다. 그리고 절규했다. 그렇게 더 이상 한 방울의 눈물도 나오지 않을 때쯤 그녀는 다짐했다.

 평생토록 연인, 아니 한때 연인이었던 베흘란을 저주하고 또 저주하리라.

 그렇게 시그넬린은 이제껏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여긴 것이다.

 

 “당신은 겁쟁이야. 결국 무서워서 피한 거잖아. 그것 말고 무슨 이유가 있겠어? 더러운 위선자!”

 

 베흘란은 독설을 쏟아내는 옛 연인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었어. 당신 아버지가 내게 말했지. 만약 당신과 헤어지지 않는다면 두 가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하지만 그것보다도 나는…, 하아. 시그넬린.’

 

 베흘란은 눈을 감고 말았다.

 그가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단지 자신들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게 겁이 나서가 아니었다.

 

 ‘당신 아버지, 아게아니스가 헤어지지 않으면 당신을, 당신을 죽여버리겠다고 했다고!!’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베흘란은 자신의 입가에 맴돌던 이 말을 몇십, 아니 몇백 번이나 다시 삼켜버렸는지 몰랐다.

 

 아게아니스 아메리.

 그는 철저하게 가문의 이익을 위해 사는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혈육인 시그넬린을 죽이겠다고 했다. 그것은 경고가 아니었다.

 만약 시그넬린과 헤어지지 않는다면 실제로 일어날 일임을 뜻했다.

 

 ‘내가 그때 당신에게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자신과 달리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시그넬린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이것이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던 베흘란은 다시 한번 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나는 형제들을 제치고 가문의 수장이 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네시안을 후계로 삼을 수 있었지. 다, 베흘란 당신 덕분이야.”

 

 한바탕 쏟아부었던 시그넬린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베흘란의 빈 잔에 차를 따르며 무심히 말했다.

 

 “단지, 내가 시시콜콜 묵은 일을 꺼낸 건 허튼 생각, 허튼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야. 만약 예전 그날처럼, 다시 한번 나를 실망시킨다면,”

 

 주르륵…

 찻잔을 가득 채우며 넘실대던 차가 잔을 넘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시그넬린은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주전자의 차를 남김없이 바닥으로 흘려보낸 후에야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이번에는 당신, 아니 당신 가문을 세상에서 지워 버릴 거야.”

 

 옛 연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를 뒤로 한 채 베흘란은 쓸쓸히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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