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도는 마음 ◉
제 1 화
내 마음에 뭔가가 돌고 있었다. 조금씩 아픔인 것도 같도 조금씩 슬픔인 것도 같고 조금씩 마음인 것도 같고 돌고 도는 마음들이 어느 덧 내 마음의 어딘가에서 슬픔이 되면, 또 하나가 돌고 또 하나가 되고 또 마음이 되고 그렇게 돌고 돌다가 내 마음이 확 터져서, 폭발음이 들리는 경고음이 되면, 내 마음에는 어느 덧 힘듦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내일을 살아가던 내가 내일로 가고 있었고, 모래로 가고 있었고, 조금씩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나는 어느 덧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떨었다. 마음에 도는 마음들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그런 슬픔들 때문이었다. 오늘을 도는 마음들,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들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을 살아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때, 김치찌개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들이 나를 이상하게 끌리게 했다. 나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제 2 화
식당에서는 벌써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앉을 만한 자리를 찾았지만, 혼자 온 다른 사람과 합석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한 중년남자의 틈을 찾아, 그 앞에 살짝 인사를 하고 합석을 허락받았다. 그 사람도 나도 말이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김치찌개가 익었다. 오늘의 메뉴가 김치찌개인 모양새였다. 중년남자가 먹는 백반을 나도 시켰다. 식사는 금새 나에게로 안내되었다. 기다리는데 오래걸리지 않았고, 김치찌개 시콩한 냄새 때문에 입맛이 돌았다. 맛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김치찌개를 호로록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살고 싶다는 것은 이런 거였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나는 이 김치찌개가 나의 목숨을 살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중년남자는 순식간에 식사를 마치더니, 호로록 나가버렸고, 잠시 뒤 하얀 머리로 가득한 머리의 할머니 한분이 내 앞자리에 합석허가를 요청받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먹던 밥을 마저 먹었다. 너무도 맛있었다. 이 세상이 달라보였다. 내게선 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 또 먹으러 와야지, 그렇게 음식을 먹기로 정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제 3 화
식사를 마치고 길로 들어섰다. 갑자기 햇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이 이렇게 맑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하얀 구름이 떠다녔고, 내 마음이 평온해졌다. 하늘 높이 오르는 푸른 기운들이 나의 마음들을 슬며시 퍼내고 있었다. 퍼내고 있었던 마음들로 오늘이란 시간이 내게 다른 의미를 주었다. 구름이 흘러가면서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너 지금 잘 살고 있어, 너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어, 라고. 맑은 구름과 맑은 하늘들이 내게 희망을 넣어주고 있었다. 밝은 날이 오늘 내게로 왔다. 더 밝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내일 무엇을 할까, 그리고 그 다음날은 무엇을 할까. 나에게도 희망이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게,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더 많은 희망의 날들이 내게도 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삶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여겨지던 때도 있었는데, 나의 마음들로 채워진 마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의로 가까운 곳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맛있는 식사 하나에, 그리고 거리를 걷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구나. 그러고 보면, 삶은 간단한 것이다. 매일 희망을 바라보고 잠시나마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이란 것이구나. 내게 그런 삶이었다면, 나는 더 많은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나는 앞으로 그런 삶을 살 것이다. 오늘 희망으로 내일의 희망으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작은 구름 하나가 양처럼 보였다. 그 양이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양에게 말을 건다. 음메~라고.
▷ 「마음에 도는 마음」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