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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이야기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6.7

매일 상상만 하던 헤어진 첫사랑에게 연락이 왔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평범한 지훈의 소소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10화. 회사 동료와의 첫 술자리란?
작성일 : 24-07-02 17:17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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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훈 주임님, 이거 이렇게 작성하면 될까요?”

 한우주 주임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서류를 보여주자,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대답했다.

 “잠시 만요. 이것만 좀하고요.”

 작성하던 서류를 대충 마무리하고 직장인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저장 버튼을 누른 뒤, 그제야 한우주 주임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우주 주임이 서류를 든 체 의자를 끌어다 내 모니터를 계속 같이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 미안해요.”

 “아니에요. 바쁘신데 제가 죄송하죠.”

 “줘 보세요.”

 한우주 주임의 서류를 건네받은 나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했다. 어려운 서류가 아니라 기본적인 문서작업이었지만, 사회초년생에게는 이 처음 시작하는 서류를 어떻게 마스터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정 업무 능력이 달라졌기 때문에 나름 책임감이 들어 진지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음…. 글자체랑 포인트는 잘 맞췄는데 읽기 편하게 자간 조절은 해주시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회사 양식 틀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잘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네? 어떤 거요?”

 “예를 들면 여기 표 삽입한 것 보시면-”

 “오, 이제 제법 선임 티가 나는데?”

 언제 왔는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차명환 과장이 말없이 손짓하자, 나는 들고 있는 서류를 차명환 과장에게 건네주었다. 한우주 주임이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괜찮다는 눈짓을 해주었다.

 “지훈 주임 말이 맞아.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 데라는 마인드가 잔뜩 담겨 있어서 기특하긴 하지만, 서류는 동료들 간의 약속이나 마찬가지야. 마음대로 바꾼다는 건 동료들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죄, 죄송합니다.”

 한우주 주임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자, 차명환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뭘 또 그렇게까지. 혼내는 게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들어.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 데라는 한우주 주임의 생각을 새로운 양식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있는 양식에서 어떻게 표현하면 더 좋을지를 고민한다면 좋을 것 같아서 한 소리야. 제법 가능성이 보이거든. 그렇지 박 주임?”

 “네? 아, 네.”

 차명환 과장은 서류들 다시 돌려주면서 한우주 주임과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두 사람 꽤 친해졌네?”

 “예?”

 그냥 서류 이야기밖에 안 했는데요?

 “이거, 이거. 김 대리가 서운하겠어.”

 “예?”

 이 아저씨가 갑자기 무슨 말을…. 가만히 있던 김민지 대리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차명환 과장은 눈치 채지 못한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젊은 동료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좋지. 같이 식사도 하고 그러라고. 껄껄껄.”

 껄껄껄은 무슨.

 “어흠.”

 하필이면 나란히 앉은 세 사람 사이에 괜히 어색한 기운이 돌자, 어색하게 웃으며 김민지 대리에게 말했다.

 “서운하신 거 아니죠? 하하핫.”

 “네?”

 아까보다 눈썹이 더욱 찌푸려지는 김민지 대리의 표정을 보고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자 한우주 주임이 눈치가 없는 건지, 넉살이 좋은 건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오늘 저희끼리 치맥 어때요?”

 김민지 대리가 평소 회사 사람들과 사적인 자리는 물론이고 회식조차 꺼리는 것을 알았기에 얼른 한우주 주임을 입을 틀어막든, 목덜미를 내리쳐 기절을 시키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김민지 대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이요? 음….”

 “아, 저기 불편하시면….”

 “아뇨, 괜찮아요.”

 “예? 정말요?”

 내가 놀라 되묻자, 김민지 대리가 얼른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쉿. 대신 우리끼리 가요. 얼른 자리로 돌아가세요.”

 파리 쫓듯 김민지 대리가 주변을 살피며 손을 휘적거리자, 한우주 주임은 차명환 과장과의 술자리의 경험을 떠올린 듯 눈치 있게 얼른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근데 왜 내 의사는 안 물어보지….

 “후….”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서류를 작성하려고 할 때, 모니터에서 메신저 알람이 떴다.

 - 한우주 주임: 짠. 비밀리에 치맥방을 개설했습니다!

 - 김민지 대리: 오, 센스 좋으시네요.

 - 한우주 주임: 제가 근처 치킨집 알아볼게요.

 - 김민지 대리: 퇴근해서까지 이곳에 있기 싫어요ㅠ

 - 한우주 주임: 앗...

 - 김민지 대리: 그리고 근처에서 보면 회사 사람들 만날 수도 있으니까 제 차 타고 좀 이동

  해서 먹어요.

 - 한우주 주임: 좋아요!

 - 김민지 대리: 박 주임님은 어때요?

 평소 대화도 안 나누던 사람들이 만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채팅이 올라오자, 여간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 박지훈 주임: 좋습니다. 하하핫^^

 

 “오…. 여기 분위기 좋은데요?”

 한우주 주임이 마카로니를 입에 넣으며 주위를 쓱 둘러보며 말하자, 김민지 대리가 기분이 뿌듯한 듯 입꼬리의 미소를 숨기지 못하였다.

 “흠, 흠. 회사에서 좀 멀긴 해도 괜찮죠? 진짜 친한 친구들이랑만 다니는 단골집이에요.”

 김민지 대리가 뿌듯해하는 이유는 프랜차이즈 치킨 집을 말하던 우리의 의견을 꺾고, 아저씨들이나 올 만한 외관을 가진 호프집으로 데려왔을 때 우리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기 때문일 것이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제법 깔끔했고,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겨 정말 술이 잘 들어갈 것 같은 호프집이었다.

 “여기 간장치킨이 진짜 맛있어요.”

 “간장치킨이요?”

 “제가 먹어 본 간장치킨 중에 탑이에요.”

 “맨날 샐러드만 드시기래, 치킨은 닭가슴살만 드시는 줄 알았더니….”

 한우주 주임의 말에 김민지 대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먹는 대로 확 찌는 타입이라 평소에는 관리해야 해요.”

 “아하….”

 “저런….”

 대답하기 어려운 고해성사에 분위기가 어색해질 뻔했지만, 중년의 여사장님이 들고 오는 성수 덕분에 금방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먼저 한잔할까요?”

 셋 중에 제일 선배인 김민지 대리가 500cc 잔을 들자, 나와 한우주는 얼른 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김민지 대리가 오히려 당황한 듯 서둘러 말했다.

 “아, 아니. 저희끼리 그러실 필요 없어요. 회사도 아니고, 나이도 또래인데 편하게 마셔요.”

 그 말에 한우주 주임이 크로스 체크가 필요하다는 듯 나를 슬쩍 바라보며 정답을 갈구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김민지 대리와 사적인 자리는 처음인지라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단은 적당히 맞장구쳐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핫. 네, 네. 드시죠.”

 “짠~”

 한우주 주임이 어색하게 따라 웃으며 잔을 내밀자, 가볍게 건배를 하고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셨다. 그 모습에 나도 고개를 돌려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 김민지 대리가 다시 황급히 서둘러 말했다.

 “아니, 아니. 편하게 마시세요, 제발.”

 거의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진심 어린 호소에 나는 한우주 주임과 눈을 마주치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조금은 경계를 풀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캬…. 맥주 맛도 좋네요. 하하핫.”

 “맥주 맛은 거기서 거기-”

 툭. 아직 사회성이 덜 발달한 한우주 주임의 말을 얼른 막고는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민지 대리님하고 술 마시는 건 처음이네요.”

 “그러게요. 일한 지 꽤 됐는데 오늘이 처음이라니….”

 “정말요? 두 분 친하시잖아요?”

 한우주 주임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김민지 대리가 멋쩍은 듯 말했다.

 “우리 회사가 회식 문화가 없기도 하고, 제가 차명환 과장님이 따로 불렀을 때 한 번도 안 나가서 따로 자리를 마련하기가 좀 그랬을 거예요.”

 “아….”

 “차명환 과장님이 좋으신 분인 건 아는데 제가 상사들과 마시는 술자리는 좀 불편해서요.”

 혹시나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봐서인지 김민지 대리가 서둘러 말을 덧붙이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아무래도 여성분이다 보니 더 불편하셨을 거고요.”

 그 말에 한우주 주임이 고개를 획 돌려 나를 보자, 나는 슬쩍 눈을 피하며 말했다.

 “오, 치킨 나오네요, 치킨.”

 사장님 나이스…. 아무래도 사장님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 계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영롱한 간장치킨의 자태에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어버렸다.

 “와…. 냄새가….”

 “고명으로 올려진 청양고추가 더 입맛을 자극하는데요?”

 “백문의 불여일견. 일단 드셔보세요.”

 한우주 주임과 내가 떨려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순살 치킨을 포크에 찍어 한 조각을 들어 올리자, 김민지 대리가 긴장된 표정으로 우리를 계속 바라봤다.

 바사삭. 간장양념에 한번 무쳤것만 튀김옷이 살아있다니…. 게다가 달달하면서도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은은하게 따오면서 이것은 한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김민지 대리님 말대로…. 간장치킨은 도내 탑클래스급이네요….”

 나의 평가에 김민지 대리가 그제야 긴장을 풀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후….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네요.”

 “와…. 짱 맛있어요. 앞으로 여기 자주 와요!”

 거의 반쯤 눈이 돈 한우주 주임의 두 눈에 식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정하세요. 왼손에 든 포크는 제 것이에요. 한우주 주임 포크는 오른손에 쥔 거 하나랍니다.”

 “젓가락은 두 개가 한 짝이잖아요.”

 “두 개를 한 손으로 쓰기 때문에 한 짝이라 불리는 겁니다.”

 “그렇담 포크를 두 개를 한 손으로 쓰겠습니다.”

 “두 개를 쓰든, 세 개를 쓰든 상관없지만, 일단 그건 제거라고요.”

 나와 한우주 주임의 대화에 김민지 대리가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두 분 진정하세요. 부족하면 더 시킬게요. 사장님, 저희 포크 좀 더 주세요!”

 진짜 포크를 더 시켰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소리 내 웃는 모습이 처음이라 그 모습에 더 놀랐다. 저렇게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저 밝은 사람을 사회가 저렇게….”

 “예?”

 “아뇨, 김민지 대리님도 어서 드세요. 지금 한우주 주임이 치킨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하는 중이라 곧 빈 접시가 될 겁니다.”

 “그럼 미리 더 시켜야겠네요. 저희 간장치킨도 한 마리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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