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쉰 번째 추억 .
(2021년 모든 추억들을 지우러 가는 쓸쓸한 마지막 ..여름)
삭막해진 집안의 공기 ..
시영의 말을 바로 이해할수가없었다 .
“ 그게 무슨 말이야 ? 기억을 .. ? ”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시영 ...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않았다 .
시영은 이렇게 얘기했다 .
“ 우리가 만났던 추억들... 지워줘 !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이야 . ”
그녀의 눈에 비추는 내모습이 이렇게 토라하게 보일줄은 몰랐다 .
“ 그렇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 ? 다른 소원은 다들어주겠는데 그것 만큼은 .. 아니 너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 ”
그렇게 말하고 ..시영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고있었다 .
하지만 시영은 옅은 미소를 보이는게 아닌가 ?
“ 수술 니말대로 받을껀데 ..난있잖아 민석아 너가 나로인해 아파하지 앟았음 좋겠어 .. ! ”
“ 그게 무슨말이야 ..장난하지말고 .. 내가 왜아퍼 수술받고 건강해지면 되건데 . ”
시영은 나를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
“ 그 수술 있잖아 성공확률이 그리 많지 않다는거 나도 알고있어 .. 그리고 만약 성공한다해도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그렇니 있잖아 . ”
시영의 말을 가로채어 입을 열고있었다 .
“ 잠깐만 ..있어봐 지금 내머리로는 이해가 되질않아서 ..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이라니 ? 그런게 있을 리가 . ”
시영은 내입술을 손가락으로 막고서 입을 열어나갔다 .
“ 그냥 내소원 들어준다고 했잖아 .. 그거 거짓말이였어 ? ”
시영의 말 ..더욱 알수없어진 기분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있었다 .
“ 들어줄 거야 ! 근데 .. 아니 설령 그런 병원이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해 ! 내가 어떻게 너를 잊으라고 . ”
시영이 무언가 말하는 듯 보였다 .
내 몸은 앞으로 쏠리고 말하려던 시영을 와락끓어앉고있었다 .
내품에 앉긴 시영 ..내두눈가는 또다시 고장난것처럼 말썽을 부리고 있었다 .
두눈가에 흐르는 눈물 ..이것들은 마치 시영과 만났었던 때부터의 추억들인것만 같아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
그렇질못했다 .
이 차오르는 슬픔을 만약 애써참는다면 ..
먼흣날 더욱 후회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
나는 지금 이감정에 충실해지기로 마음을 먹고있었다 .
내 품에 앉긴 시영은 등을 토닥여주고 이렇게 말했다 .
“ 그럼 들어주는거지 .. ? ”
뭐라 할말이 생각 나질 않았다 .
지금은 그저 울고 싶은 기분뿐 ..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내가 초라할 때 ..
시영은 다시 입을 열어 나갔다 .
“ 밥먹자 ! ”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는 창가가 보이고있었다 .
눈물이 멈추지않았던 ..그때 직감을 한 것 같았다 .
지금 밥먹자는 시영의 말의 뜻을 말이다 .
이것은 마지막으로 밥을 먹자 ..
즉 마지막 만찬인 듯 보였다 .
시영은 내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다시 열어나갔다 .
“ 뚝 ..그만 울고 ! ”
시영이 괜찮다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부엌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
그곳에 냉장고를 열고 반찬들을 하나둘 꺼내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
“ 민석아 일로와 어서 밥먹자 그만 울고 쫌 . ”
시영은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
정말 저 이쁘장하게 해맑은 얼굴 뒤에 는 어떤 얼굴이 있는건지 ..
여태 시영을 만나면서 모르는 사실이 너무 많다 라는 것을 이때 깨닫고있는중이였다 .
밥을 우걱 우걱 .. 먹는중 ..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입안으로 밥풀들이 들어서고 ...
밥을 먹고있던 시영은 나를 사랑스러운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 민석아 ! 있잖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 ”
시영의 말에 ..두눈가에 차오른 슬픔을 뒤로한체 겨우 대답을 이어갔다 .
“ 어 ..그때 기억나지 ! ”
“ 그때 ..실은 나 너 알고있었어 . ”
알고있었다라는 시영의 말 ...
나는 화들짝 놀랄수 밖에없었다 .
“ 알고 있었다니 .. ? ”
“ 그때 ..강당에서 너 쓰러졌을 때 말이야 .. 내가 기달려줬잖아 . ”
시영의 말에 내머리속에 첫만남과는 다르구나 라고 생각이들었다 .
내 머릿속에서 처음 만난 시점은 버스 안에서 인데 말이다 ..
“ 그래 .. ? ”
울먹거림을 주체할수가없었다 .
시영은 대답을 이어가는 듯 입을 열어갔다 .
“ 너는 기억 안나는 것 같지만 .. 나 막 전학 왔을 때 .. 너 처음 봤었는데 .. 마음이 가더라고 . ”
마음이 간다라 ..저게 무슨말일까 ..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납득이 되질 않았다 .
“ 뭐 ..라고 ? 전학왔었어 ? ”
“ 치 ..그것도 모르는구나 . ”
“ 미안 ...지금 보니 내가 모르는게 너무많네 .. ”
시무룩해진 기분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시영에대해 모르는게 너무나 많았다 .
애초에 알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나보다 .
“ 왜그래 ..또 시무룩햅지고 혼내는거 아냐 ..화난것도 아니고 .. 그냥 섭섭한거지 . ”
“ 그게 그거 아냐 ? ”
갑자기 문득 굼금해진 첫만남 ...
그때의 일을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 .
‘ 처음 만났었을 때 ..어땠는데 ? 어떻게 만났길래 ? “
시영은 그때의 기억을 되짚으며 추억들속을 산책하는 듯 입을 열어나갔다 .
” 아 ! 그때 전철역에서 머리가 핑돌아 쓰러졌는데 .. 너가 오더라고 . “
그때의 기억 ..분명 기억나질않았다 .
부끄럽게도말이다 .
하지만 아는척 해보는 나 .
” 아 ~ 그때 .. ! “
시영은 내얼굴을보며 입을 열어 나갔다 .
” 치 .. 기억 안나는거 같은데 ? “
고개를 밑으로 내릴수밖에없는 기분이였다 .
시영은 아직 할말이 남은 듯 대화를 이어가고있었다 .
” 그때 너가 도와줘서 ... 마음에 계속 간직해두고 있는데 .. 강당에서 너를 또 본거야 그래서 이건 운명이구나 하고 직감했지 . “
너무도 해맑은 그녀의 표정 .
시영은 왜이렇게 사랑 스러운걸까 ..
갑자기 아까 했던 말이 머릿속을 해집고있었다 .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가자 .. ‘
라는 말이 말이다 ..
머리가 아파올 때 .. 용기를 내어 시영에게 얘기하고있었다 .
” 시영아 내가 소원을 다 들어준다고 했지만 아까 한말은 취소해주면 안될까 ? “
이렇게 치졸하고 비겁할수 없는 부탁이였다 .
하지만 시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 초롱초롱 빛이 나고있었다 .
” 그건 ..안되 ! 약속 지켜줘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야 . “
” 그게 ! 뭐가배려야 ! “
화를 버럭 내는 나 ..
정말 한심했다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자신에게 화가 난것인데 ..
그것을 시영에게 풀고있는 꼴이 말이다 .
시영은 이런 나도 사랑스럽게만 쳐다볼뿐 ...
이렇게 얘기했다 .
” 그렇지마 .. 들어줬으면 좋겠어 ..민석아 . “
대화를 다 마친 우리 ..
식탁의 반찬들은 텅비어 있고 ..밥은 어느세 다먹었다 .
마음에 준비가 안된지금 ..
하지만 시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을 열었다 .
”자 손 ! “
내게 손을 내미는 시영 ..
말없이 그손을 덥썩 잡았다 .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시영의 감정 ..
이것은 두려움같이 느껴졌다 ..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손끝으로 떨려오는 감정이 장난이 아니였다는걸 안 나는 그것을 승낙하고 있었다 .
” 알겠어 ..! 가자 . “
그길로 집을 나선 우리 ..
버스도 타지 않고 ..대중교통도 타지 않은 체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
어느덧 도착한 그곳 ...
한건물이 보였다 병원처럼 보이는 그런데 간판이 없는게아닌가 ?
수상쩍은 건물에 입을 열어가고있었다 .
” 여긴 어딘데 .. ? “
내말을 듣고 시영은 뭐가웃긴지 시익 웃고있었다 .
” 풉 .. 괜찮으니 들어가자 . “
들어간 그곳 ...
안으로 쭉들어가는데 ..그앞에 보이는 낡은 나무로된 문하나 ..
시영은 손잡이를 잡고 문을 벌컥 열어 갔다 .
그곳 앞에 앉아있는 한사람 .
붉은 머리 ..뽀글거리는 파마 낡은 뿙태안경을 삐뚤게 쓰고있는 그사람은 ..문언이 아닌가 ?
” 어! 왔어 ? “
아마 시영에게 한말인 듯 보였다 .
그런데 이 치근함은 뭘까 ..
시영과 잘아는 사이일까 ?
시영은 문언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
” 아저씨 ! 저왔어요 . “
문언은 손짓을 하며 우리 둘을 앞에 앉혔다 .
그런데 아무말하지 않았다 .
그저 시영과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볼뿐 ...
한참을 바라보던 문언이 입을 열었다 .
” 기억 ...을 지우러 왔구나 결국 ! “
문언의 굵직한 한마디 ...
시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 문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따라와 ! 너희둘 . “
문언의 말 에 자리에 일어나 그곳으로 향했다 .
수술을 들어가기전 낡은 침대 위에 누운 우리 .
수술방 가는내내 손을 꼭 붙들고있었다 .
너무나 수상쩍은 기분이였지만 ...
이런걸로 장난 치지 않을꺼라 다짐하고 ..
수술방이 가까이 오자 ..마음이 조급해져갔다 .
” 내가 ..말안한게 있는데 기억을 지워도 니 이름은 절대 잊지 않을께 .. ! “
내가 말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수없었다 .
시영은 나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짖고 있을 때 ..
대화를 이어가는 나 .
” 그렇니까 내가 무슨말을 하냐면 ..기달려 ! 내가 반드시 찿아갍테니 .. “
그말 끝으로 수술방 문이 열리는데 ...
옅은 빛사이로 비추는 시영의 입모양...
‘ 사 랑 해 ’
라는 입모양이 보였다 .
이순간은 절대 잊지 않으리 ... 내머리는 기억을 잃어도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
가슴에 새겨진 너와의 추억들 절대 잊지 않으리 ..
다짐하며 ...
시간이 한참 지난뒤에야 눈을 떴다 .
그곳은 새하얀 천장이 보이고 ...
눈이 너무 부셔 손을 치켜들고있는 나 .
일어나려 몸을 일으키는데 ..
통증이 머릿속에서부터 차올랐다 .
” 아야 ..! “
그때 다가오는 문언 .
” 어 깼어 ? “
어안이 벙벙한 의식 ...
문언을 보고 뭐라 얘기하는데 ..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나조차도 알수가 없었다 ...
그 이후 문언은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 해주었는데 ..
가슴이 이로 말할수없이 답답함만 들었다 .
얘기하는 단어중 ..가슴 속에 새겨드는 단어들 !
기억 ... 추억 ... 그리고 아프지 않을 꺼라는말 .
밖을 나온지금 .. 이곳은 기억과 추억 들이 모여드는 경계선에 서있는 기분이 들고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