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마흔 다섯 번째 추억.
(2021년 내일을 찿는 오늘의 마지막 여름날 . )
내등에 업혀있는 시영은 내려달라고 했지만 ..
난 기어코 집안으로 들어 갔다 .
그런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시영이의 향기 가 내 코뜻을 찔러왔다 .
방안에 들어가 시영을 내려주고 ..
이불을 덮어주었다 .
시영이는 나를 보고 뭐라 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
“ 뭐해 ? ”
얼이 탄체 주변을 구경하던 나에게 말하는 듯 ..
“ 아니 ..그냥 주변좀 살펴 봤어 . ”
“ 살펴 볼게 뭐 있다고 그래 .. 이 쪼그만 대에서 . ”
“ 근데 .. 가족사진이 하나도 없네 ? ”
시영이는 잠시 머뭇 거리는 듯 ... 설명을 이어 나갔다 .
“ 나 혼자산다고 말안했나 ? ”
시영의 말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
분명 말한 것같은데 .. 이망할 기억력을 탓하고 있었다 .
“ 아 분명 말했지 .. 근데 집이 쫌 썰렁 한거 같은데 ? ”
시영이는 희미하게 미소를 보이며 이렇게 얘기했다 .
“치 .. 뭐가 그렇게 불평이 많아 ? ”
“ 불평은 ..그냥 온기가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 . ”
“ 그건 .. 나혼자 살아서 그런걸 거야 . ”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 얘기를 하니 마음이 더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
그렇게 해맑고 수줍었던 .. 아침햇살의 시영인줄로 만 알았는데 .. 이런 아픈 기억이 있을 줄은 ..
나는 너무 안일 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
나에게는 가람 , 유린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 민하 ..
또 .. 가끔이지만 이모까지 곁에있어준 사람들이 있었지만 .. 지금 시영 곁에는 아무도 없는것만 같았다 .
시영의 앞에 떡 하니앉아 .. 손을 잡고서 입을 열어나갔다 .
“ 내가 항상 곁에 있어줄게 .. 그렇니 . ”
시영이는 계속 웃기만을 반복하는 듯 보였다 .
“ 그렇니 ? 말하다 말아 너는 .. ”
굳은 입술을 힘겹게 움직여 보는 나 .
“ 수술 받자 ! 응 ? ”
시영이가 왜 ..어째서인지 피식 웃고 있었다 .
“ 또 그 소리야 ? 받는다니까 ?일단 내 소원을 들어 줘야지 ! ”
소원이라하면 .. 무엇일까 ...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직 얘기를 안한 것 이 떠올랐다 .
“ 그렇니까 그게 뭔데 ? 얼른 말해봐 . ”
잡고있는 손에 떨림이 시영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
“ 왜이렇게 떨어 .. 이상한거 안바래 . ”
“ 그렇니까 .. 뭐 말만해 .. 하늘에 별도 따다줄테니 . ”
시영은 그런 나를 보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고있었다 .
“ 어머 .. ? 진짜 ? 그거 기대되네 ? 일단 그건 킵 해놓고 .. 내일 뭐해 ? ”
시영이 물어 보는 내일의 안부였다 .
“ 내알 .. ? 그건왜 ? ”
“ 그렇니깐 ..뭐하냐구 ? ”
시영의 물음에 대답을 이어갔다 .
“ 아무것도 안하는데 .. ”
내 말을 듣고 시영이 잘됬다며 입을 열어 나간다 .
“ 그럼 우선은 내일 나랑 어디좀 가 . ”
“어딜 .. ? ”
시영이의 얼굴이 순간 정색을 한 듯 눈매가 올라가있었다 .
“참 말이 많아 졌네 .. 민석아 그냥 내일 데이트하자고 . ”
데이트 .. 내가 지금 이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면 마냥 좋아서 방방 뛰었겠지만 ... 지금의 난 그럴수 없었다 .
그런사실이 한탄 스럽고 원망스럽고 ... 정말 신이 있기는 한걸까 ?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순간이였다 .
가만히 있던 ..나를 보고 시영은 시무룩해진 표정을 내보이며 입을 열어 나갔다 .
“ 왜.. ?싫어 .. 치 뭐든 다들어 준다면서 .. ”
시영이의 말에 바로 대답을 이어갔다 .
“ 그럼 그게 소원인거야 ? ”
시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을 열었다 .
“ 뭐가 그리 급해 ..일단 데이트 하자는건데 . ”
시영의 단호함에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 알겠어 .. 알겠으니 일단 자 . ”
시영이의 두눈이 스르륵 감기는 걸 확인했다 .
나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어갔다 .
“ 시영아 .. 니옆에서 지켜줄게 .. ! ”
뒤이어 눈을 뜬 시영 .
“ 거기서 뭐해 ? ”
나는 아무소리를 못들었다 .
아무런 대꾸가 없자 ..내이름을 부르짖는 시영이 아닌가 ?
“ 민석아 ! 뭐하냐고 ? ”
화들짝 놀란 ..나
“ 어 ..! 깼어 ? ”
시영은 재차 물어 봤다 .
“ 뭐하냐니깐 .. ? ”
시영의 물음에 왠지 머쓱해지는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
그이유는 .. 내밑에 놓여진 짐가방 .. 그리고 그가방 밖으로 나온 옷가지들 때문 ..
“ 아 ... 내가 말했지 ? 평생 니옆에서 지켜준다고 . ”
시영은 그제서야 뜻을 이해 했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 .
“ 그래 ? 그럼 밥먹자 ! ”
시영의 해맑은 목소리가 돌아와있었다 ..
다행이 지금은 괜찮은 듯 보였다 .
“라면 끓여 줄까 ?”
시영은 시무룩해진 얼굴로 대답을 이어 나가고있었다 .
“ 또 라면이야 .. ? ”
잠시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 시영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됬어 ! 내가 해줄게 ..밥 , 넌 앉아있어 . ”
“ 그래도 ..넌 쫌 셔야지 .. ”
내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뜬 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고있었다 .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 ! 너 요리 못하잖아 배고파 죽겠어 . ”
그렇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부엌으로 걸어 가고있었다 .
그사이 짐을 정리하고 ...있던 나를 부르는 소리 .
“ 민석아 ! 나와 . ”
아마도 밥이 다된 듯 .. 짐을 부랴부랴 정리하고 밖으로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
그런데 ... 식탁을 보니 자신만만 했던 시영이 차린 밥상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가없었다 .
중앙에 놓인 달걀 후라이 .. 그리고 계란말이 ... 가 전부 .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
“ 자신만만 하더니 ..이게 다야 ? ”
괜시리 시영이가 웃기 바래서 이런말을 했다 ..
하지만 어떻게 들으나 저렇게 들으나 반찬 투정 하는 소리일뿐 ..
하지만 새침한 얼굴을 한 시영은 내생각을 안것일까 ?
“ 치 ..집에 계란 밖에 없어서 그래 ..다음에는 더 맛있는거 해줄게 . 그렇니 투정 말고 먹어 ! ”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시영의 얼굴에서 슬픈 그늘이 비추는건 기분탓일까 .. ?
입가는 미소를 지으고 있지만 눈빛은 슬픔이 가득 차있었다 .
다음이라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밥을 우걱 우걱 먹고있었다 .
시영이는 나를 보며 입을 여는 듯 .. 이렇게 얘기했다 .
“ 우리 다먹고 ... 산책 가자 ! ”
산책이란 단어 ... 내 코끗이 왜 찡해지는거지 ..
이유는 알수없지만 어쨌든 ..시영은 너무 잤다 ..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 그럴까 ? 소화도 시킬겸 나가자 . ”
어느덧 다 먹어 가는 밥 ..
시영은 이따 정리 하자며 말을 이어갔고 ... 밖에서 기달린다고 먼저 현관문을 나섰다 .
혼자 남은 나 ... 왠지 눈물이 차올랐다 ..
다음이란 우리에게 존재하는걸까 ? 라는 무시무시 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해집어 놓고 있었다 .
현관문으로 가기전 방안을 들어 섰는데 ..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저건 무엇인가 ?
이건 .... 사진 이였다 .
얼마전 카폐 앞에서 찍은 .. 나와 함께 해맑게 웃고 있던 시영의 사진 ..
참고 참아왔던 눈물이 그제서야 .. 뚝 뚝 .
한방울 두방울 .. 사진 의 시영 얼굴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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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과거를 직면하는 오늘 .)
기억의 그곳 ..집안에 들어선 순간 ..느껴지는 아련함이 공기 곳곳에 묻어 있었다 .
“여긴... 대체 어디길 래 ? ”
발걸음이 시켜서 오긴 했지만 ..처음 보는곳인가 ?
아니면 내 지워진 기억들 속에 존재하는 곳인가 몹시 햇갈렸다 .
주변을 돌아 보다 .. 저 구석에 놓인 저것은 내가방이아닌가 ..
정말 말도 안되지만 그앞으로 다가갔다 .
주섬주섬 가방을 살피는 내눈에 들어온 .. 먼지가 묻은 사진 한 장 .
“ 이건 ..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 ”
거기에 보이는 한 여자의 얼굴 ..
“ 이사람이 시영 이라는 사람인가 ? ”
그말이 나왔다 .
말 끝에 묻어 나있는 먹먹함은 진짜였다 .
슬픔이란 감정이 또다시 가슴속에 휘몰아 치는 듯 ..
내두눈가가 촉촉이 젖어 올랐다 .
한방울 두방울 ... 물줄기들이 내눈가를 타고 .. 그사진 여자 얼굴에 부딪힌순간 ...
떠오른 기억 ... 그곳에 추억이 떠오르는게 아닌가 ?
그곳에 나는 분명 이곳에 살았다 .
그증거로 있는 이가방 .. 그리고 이사진 !
뭐든게 맞아 떨어지는 듯 ..
굵은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나의 고장난 감정선 ..
어느덧 나는 오열하면서 울고있었다 .
이 눈물은 슬픔 뿐만이 아닌 그리움 도 섞여있었다 .
정신 이 몽롱해 지는 기분이 뭘까 ..
갑자기 숨이 안셔지고 있었다 .
과호흡이 온 듯 아니나 다를까 귓가에 들리는 삐 소리 정말 지긋 지긋 한 통증으로 다가왔다 .
통증을 견디다 못해 결국 그곳에서 쓰러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