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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톡톡히 창피당한 성제
작성일 : 24-07-11 16:52     조회 : 8     추천 : 0     분량 : 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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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화

 톡톡히 창피당한 성제.

 

  - 새끼 새끼 하지 마라 새끼야, 듣는 새끼 기분 나쁘다. 새끼야...

 - 큭...

 

 유치한 내 발상에 선의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 저 시궁창 같은 입 딱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시궁창에 썩어가는 쥐새끼 바라보듯 불쾌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 이시하라 유우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성제 패거리들이 움직였다.

 베아트리체 사람들도 하는 일을 멈췄다.

 보통 이러면 일반적인 여자들은 약간 긴장하는데 이시하라 유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워낙 막강한 집안이라 자기를 건드리면 조상이 시끄러울 거라 생각해서

 그런가? 아닌데... 악마 성제가 그런 걸 따질 놈이면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고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한 참 뒤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 몽대야, 안 되겠다, 우린 괜찮으니까 부모님 모시고 가거라...

 - 아닙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위해 목숨을 거는 건 자식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저 악마 같은 놈이 무슨 해꼬지를 할 줄 모릅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깔끔 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던전, 지하 감옥에 가둬버리게요.

 

 베아트리체 엄마가 우리 가족에게 성제 대문에 누가 끼칠까 봐 걱정했지만,

 나는 시원하게 배설하듯 뇌까렸다.

 성제 패거리들이 내 말에 비위가 상했는지 아니면 살기를 느꼈는지 한바탕하려고

 보란 듯이 우리를 에워쌌다.

 나는 우스웠다. 평상시면 베아트리체 엄마가 가라고 하지 않아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도망갈 궁리를 했을 텐데 지금은 나에게 용천이 있지 않은가? 우하하하!~

 나는 속으로 웃으며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용천이 든 가슴께를 톡톡 쳤다.

 

 - 야, 합죽이... 니 도망가고 보니까 니 이빨 땅바닥에 몇 개 뒹굴고 있더라, 그래서

  너 합죽이가 된 거 아냐? 이빨 남은 거 마저 뽑아줘? 이참에 이빨 다 뽑아 줄

  테니 아예 틀니로 갈아끼워라.

 

 내 팔에 감긴 용천의 맛을 톡톡히 본 거머리 쫄다구 합죽이가 찔끔하더니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아마 자기들끼리 쉬쉬하고 나의 위력에 대해 거머리와 공유를 하지 않은 거 같았다.

 

 - 제갈아?!

 

 아버지의 냅다 던진 일갈은 그 넓은 거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압도할만했다.

 그래서 성제뿐만 아니라 모두 일시에 긴장했다.

 한때 서면 바닥을 주름잡은 왕년의 주먹인 아버지의 카리스마는 결기가 대단했다.

 

 성제 아버지가 아버지를 반사적으로 쳐다봤다.

 

 - 여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별 하자가 없으면 대통령이 될 거다... 그래서 내 한마디

  하마,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이 말 명심해라, 한때는 정치적 동지로서 너에게 충고를 한다, 그리고 성제야 한 때 내 아들 친구였기에 내 한마디 하마, 인간이 만든 법망(法網)은 빠져나갈 수 있 어도 하나님이 만든 그물은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새겨들어라, 그리고 양심껏 살아라, 제수씨, 우리가 있으면 불편할 거 같네요, 대접 잘 받고 갑니다, 가자...

 

 아버지가 쿨하게 돌아섰다. 본래 멋있었는데 오늘은 더 멋있어 보였다.

 이시하라 유우가 여기에 있어야 할지, 아니면 우리를 따라가야 할지 결정을

 못해 살짝 당황했다.

 

 - 이모, 그림 보여줘?

 - 으응, 그래, 좋지, 그래도 돼?

 

 선의가 유우의 손을 잡으며 구세주로 나섰다. 유우는 구세주의 손을 꽉 잡고

 손에 힘을 주면서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다.

 

 - 잠깐, 수진 씨...

 

 이사하라 유우가 수진 누나에게 남을지 말지 의사를 묻는 거 같았다.

 괜찮다며 수진 누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나에게 간다고 손짓했다. 누나도 살며시 손을 들어주었다.

 베아트리체를 쳐다보자 베아트리체도 내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뛰어가 베아트리체 엄마를 힘껏 안고 한 바퀴 돌고 싶었다.

 성제에게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다. 내가 딸막이자 베아트리체 엄마가

 내 속을 꿰뚫었는지 손바닥을 보이며 막았다.

 

 

 뒤에 알겠지만, 이시하라 유우가 우리랑 동행한 건 그들에겐 천만다행이었다.

 성제는 운이 좋았다. 남의 일에 나서지 않는 이시하라 유우의 성격이긴 해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해결사로 나설 유우이기에 그렇다. 참았다가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에게 뭔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먼저 나설 공산이 컸다.

 어떻게 보면 난장판이 되기 전에 우리가 자리를 비켜준 것이 잘한 거 같았다. 어떻게 됐든 일이 커지면 베아트리체 엄마와 수진 누나에게 어쩔 수 없이 피해가 가기에 그랬다.

 

 거머리와 패거리들이 문까지 우리를 따라왔다. 그들은 우리를 쫓아내려는 게 아니고 목적이 다른 데 있었다.

 

 - 큰형님,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 야이 개 아들놈아... 큰형님이 뭐야? 아버님이면 아범님이지...

 

 내가 발끈했다.

 

 - 야, 넌 좀 빠져라, 우리 세계엔 그런 게 있다.

 

 거머리가 계면쩍어했다.

 거머리가 성제 눈치 본다고 아버지에게 깍듯이 못 했는데 성제가 보이지 않자

 그쪽 세계의 몸담고 있음을 일부러 드러냈다. 패거리들도 90도로 몸을 숙였다.

 아버지는 속된 말로 그들을 개무시했다. 투명인간 취급했다.

 

 - 어이, 거머리... 너 언제까지 성제 새끼 싼 똥 닦아주고 살래?

 - 야 임마, 우리는 회사야, 신변 보호하는 경호회사....

 

 거머리가 구차한 변명을 했다.

 말을 하면 뭐하냐, 내 입만 아프지... 측은한 듯 쳐다보고 돌아섰다.

 

  * * *

 

 우리 다섯 사람은 QM5에 올라탔다. 나는 내심 내 옆자리에 이시하라 유우가 앉기를

 바랬지만 엄마가 뒷자리 안에 타고 다음으로 선의가 타면서 유우 손을 잡고 탔다.

 아구, 저 앙큼한 거... 내 딸 선의는 내 속을 꿰고 있었다

 자연 아버지가 내 옆자리에 탔다.

 

 약간 경사진 길을 내려오는데 창원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졌다.

 고속도로 들어설 무렵에 선의는 피곤했는지 성제가 준 CD와 유우가 준 테블릿 PC를 꼭 안고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백미러로 흘낏 보자 이시하라 유우가 천진난만하게 자는 선의의 모습과 엄마를 보며 흐뭇한지 포근한 미소를 흘렸다. 백미러로 보는 내 눈과 마주치자 유우는 피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그윽하게 쳐다봤다. 오히려 내가 민망해 눈을 피했다. 어머니, 선의와 내 옆에 앉아 졸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나를 번갈아 보며 유우는 어떤 상상을 할까?

 

 (E) 카톡...

 

 창원도 도심은 차가 많이 밀렸다. 거북이걸음이 되자 카톡을 봤다.

 

 - 행복해...

 

 이시하라 유우의 카톡이었다.

 뭐가 행복하다는 거야, 얄궂네... 괜히 속으로 트집을 잡다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이시하라 유우도 내 옆에 앉고 싶었구나, 만구 내 생각이지만, 그것을 간파한 영악한 내 딸 선의...

 

 상습 정체 구역에서 지체가 길었다. 성제의 하수인이 된 거머리와 그 패거리들이 생각났다. 김해 공항에서의 일은 이시하라의 유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머리 단독 플레이었다. 즉 타겟이 나였다. 서민교 때문이었다. 순전히 거머리 개인감정이었다.

 지 여자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 질투는 큭...

 

  - 니 아빠랑 잘 안 돼도 너랑은 잘되고 싶은데, 그래 줄래?

 

 샤크 킥으로 목덜미를 내리치듯 결혼할 거냐고 물은 내 딸의 말에 내가 우물쭈물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민교가 눈치 빠르게 내 딸 조선의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 이모, 아님 고모?

 - 다 좋아 친구도 좋고 내 멘토도 좋고...

 - 그럼,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그때그때 부를게.

 - 고마워, 정말 땡큐다.

 - 근데 만일 아빠랑 합쳐도 엄마라고 안 부를 거야.

 - 당근, 그럴 일도 없겠지만...

 - 민교야 그런 소리 하지 마, 저 인간이 뭐 대단하다고 기가 죽어?

 

 엄마가 민교한테 미안한 것인지 아니면 가족이 됐으면 하는 바람인지 민교를 다독였

 다.

 

 - 저한텐 대단해 보여요...

 - 뭐, 모성 본능?

 

 엄마의 말에 민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딸은 킥킥대며 웃었다. 입속에서 밥알이 튀어나왔다.

 아버지는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었다.

 

 - 아이고, 그놈의 얼어 죽을 모성애, 저놈은 왜 그걸 가지고 태어나가

  여럿 괴롭히냐...

 

 과장된 듯한 엄마의 말이 내 탓도 아닌데 나를 더 우습게 만들었다.

 

 - 학교는 언제 옮겼어?

 

 생뚱맞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나를 희화화(戲畫化) 시키는 것 같아 짐짓 내가 건조하게 물었다.

 

 - 2학년 여름 방학 때...

 - 학교에서 떠나라고 했겠지.

 

 아버지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불쑥 한마디 거들었다.

 

 - 아닙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지만, 타의가 아니더라도 자의(自意)로 옮겼을 겁니다. 성제와 그 패거리들이 보기 싫었으니까요. 그들과 어울리기 싫어서 피해 다니다가 일부러 텐프로로 뛰어들었어요.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나는 민교의 거침없는 자기폭로에 깜짝 놀라 얼음이 되었다.

 

 - 텐프로가 뭐야? 아빠 핸폰.

 

 내 핸드폰으로 검색하려고 내게 손을 내밀며 선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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