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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이시하라 유우의 정체는 뭘까?
작성일 : 24-06-29 08:24     조회 : 7     추천 : 0     분량 : 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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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화

 이시하라 유우의 정체는 뭘까?

 

  - 뭐? 노무라 증권이라면 쥰페이?

 - 그래, 노무라 쥰페이를 알아?

 

 짐짓 놀라는 듯한 이시하라 유우의 반응이었다. 차가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 알고 말고, 내 절친중에 절친, 형제 이상이야, 넌 어떻게 알았어?

 

  훅 치고 들어오는 내 물음에 유우가 약간 당황했다.

 

 - 친구의... 남친이야...

 - 뭐? 넌 카이세이 영재 출신이잖아, 걔들은 가쿠슈인 출신이고.

 

 내 다그침에 유우의 머리는 복잡하게 돌아갔다. 눈치채면 안 돼...

 그런 눈빛이었다. 태연한척했다. 어설픔이 한껏 묻어났다.

 여고생이 어른 흉내 낸, 완벽하다고 생각한 얼굴화장이 자기만

 모를 뿐 다른 사람은 다 아는 그런 눈속임이었다.

 

 - 물론 쥰페이는 가쿠슈인 중학교지만 음... 유리나하고 미나미하고 아야코하고는

  카이세이 영재 중학교 졸업했어, 물어봐 다 알아...

 

 이시하라 유우가 더듬거리며 내 의구심을 지우려고 했다.

 

 - 절친?

 - 응... 학생 수가 적어서 다 친했어...

 

 많이 차분해진 유우의 대답이었다.

 

 - 혼다 유리나(本田 友梨奈)와 사카모토 미나미(坂本 南), 스에마쓰 아야코,

  이 셋은 가쿠슈인의 삼총산데, 잘 안다, 말이지?

 - 도쿄에 우리가 자주 만나는 장소가 있어, 거기서 노무라 쥰페이를 만났어,

  아니 처음 본 뒤 그다음 번에 유리나가 소개해 줬어...

 

 나는 형사가 문초(問招)하듯 딱딱하게 따졌다.

 그때 프로펠러 소리인 듯한 파열음이 밖에서 간간이 들렸다.

 뒤에 알았지만 그게 헬리콥터 프로펠라 돌아가는 소리였다.

 베아트리체 엄마가 탁자에 장치한 벨을 눌렀다.

 30대 정도의 여비서가 뛰어왔다, 베아트리체가 귓속말을 했다.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는 여비서.

 

 - 자슥, 잘생겨서 나라도 자랑했을 거야, 아랑드롱 젊었을 때 판박이지,

  근데, 왜 난, 널 모르지? 넌 날 아는 거 같은데?

 - 응, 나는 널 알았어...

 - 어떻게?

 -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니 말을 했으니까...

 - 자연스럽게 왜, 그 삼총사는 니 말을 안 했지?

 

 이상했다. 유리나나 미나미가 내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일본인 특유의 민족성도 있지만 그들의 리더격인 스에마쓰 아야코가

 싫어해서가 아니라 스에마쓰 아야코를 생각해서 나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럼 스에마쓰 아야코에게서 나에 대해 유우가 들었단 말인가?

 천만에, 아야코는 내가 뭐라고 귀한 보물인 양 감추고 싶어 했다. 특히 같은 동성에

 게는 이상하리만큼 예민했고, 넌지시 질투 같은 것을 보였다. 유리나와 미나미는 뜻밖이었다고 했다. 아야코에겐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런 모습 보였다고 했다. 미나미가 언젠가 나에게 그랬다. 은연중에 내가 떠날까 조바심 같은 것을 보였고, 사라질까 봐 불안해했다. 언뜻언뜻 눈치 안 채게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유리나나 미나미가 조심스러워했다. 저럴 애가 아닌데 하면서 은근히 아야코 눈치를 봤다고 했다. 그러니 자연 그들에겐 내가 대단한 존재로 보였다. 일종의 착시효과(錯視效果)였다. 벽창호인 나는 어울려 노는데 정신없어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도 남이 말해 주지 않으면 모르지만...

 물론 나와 쥰페이, 다이히토, 그리고 가쿠슈인 삼총사와는 스스럼없이 지냈지만 다른 이성(異性)에게는 아야코가 경계의 눈빛을 보였고, 만일 그 이성(異性)하고 내가 이야기라도 나누면 아야코는 아무 말 없이 그 이성을 바라봤다. 그 이성은 아야코가 의식이 되는지 아니면 이상한 초능력에 의해서인지 몇 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서둘러 사라졌다. 그래서 내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시하라 유우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시하라 유우가 갑자기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되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졌다.

 모두, 나와 유우를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쳐다봤다.

 뭔가 폭탄 발언이라도 기다리는 듯이...

 

 - 그러게 말이야,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니 참 생경하네...

 - 당신 정체가 뭐야?!

 

 내가 갑자기 궁색해진 이시하라 유우 어깨를 잡고 소리쳤다.

  유우의 그 큰 눈이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그것도 내가, 이 조몽대가 몰아붙인 게 속상했다. 스무고개를 해보자, 차근차근

 고개를 하나씩 넘다 보면 유우의 정체는 탄로 나겠지.

 

 - 나?... 몰라?

 

 (E) 철썩!

 

 - 앗 따가워라?!

 

 엄마가 내 등짝을 손바닥으로 스매싱했다.

 

 - 그렇게 몰아붙이니까 겁을 먹고 저 큰 눈에 눈물 맺힌 것 좀 봐, 왜 그래?

  버릇없게.

 - 아니, 이상해서, 정체가...

 - 넌, 저 큰 눈에 눈물이 맺히면 잘 잘못을 떠나서 가슴이 시리지 않냐, 나쁜 놈, 얼음같은 놈...

 - 저, 잠깐 화장실...

 

 천군만마 같은 엄마의 지원에 이시하라 유우는 위긴지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상하고 당황스러운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허둥대며 화장실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 죄송합니다, 제가 예민하게 굴어서... 제가 언젠가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 니 애인하고 저 유우라는 아가씨하고 삼각관계야?

 

 이 무슨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만치 앞서가는 발언인데... 참 엄마도...

 당황스러웠다.

 

 - 애인은 또 뭐고, 삼각관계는 뭔데?...

 

 내가 강하게 부정하듯 손사래 치며 말했다.

 엄마 말에 베아트리체와 수진 누나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의는 눈을 한번 흘기고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 함부로 그 큰 대물 놀리지 마라, 내시 안 되려면...

 - 엄마, 여친하고 애인은 달라, 뜻도 다르고 느낌도 달라...

 - 이게, 누구 앞에서 말장난이야? 그게 그거지, 공자 앞에 문자 쓰냐, 번데기 앞에 주름잡고?

 - 그럼, 여사친이고 여친이야?

 

 선의가 불쑥 끼어들었다.

 

 - 그 여학생 집에서 휘슬런가 하는 회사 인수했다고 떠들고 할 때는 언제고,

  오리발이야...

 - 그래요? 휘슬러를 인수한 회사가 있어, 일본에?

 

 엄마의 폭로에 수진 누나가 이상하다는 듯이 갸우뚱하며 혼자 말을 하다가 기억을 더듬으며 베아트리체를 쳐다봤다.

 베아트리체도 말 대신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 테슬라!~

 

 그 비싼 술을 반병이나 비운 아버지가 느닷없이 소리쳤다.

 

 - 뭐?! SM, 스에마쓰 그룹의 스에마쓰 아야코가 애인이었어?

 - 아냐, 애인... 아니 여친, 한때 잠깐, 사귀었어...

 

 누나가 냅다 물어서 불쑥 부인은 했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야코랑 커피숍에서 마주 보거나 아니면 그 흔한 문자라도 ‘우리 이제 끝내자, 빠이 빠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야코가 끝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계속 사귀는 상탠데 어떤 말 못 할 사정이 생겨 지금 뜸한 건지, 그것도 알 수가 없는 애매모호 한 상태로 ing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거대한 힘이라고 딱 부러지게 구체적으로 뭐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건 왠지 그렇지 않았겠냐 하는 순전히 일방적인 내 추측이었다.

 

 - 니가 큰소리친 건 다 계획이 있었구나...

 - 누나 그러지 마, 중뿔나게 나 뭐 없어, 허당이야...

 - 그렇구나, 난 또 이쁜 며느리 보나 했지, 이이하고 니 아버지하고 나만 헛물켰네...

 

 엄마는 그동안 나한테 눈치만 보고 스에마쓰 아야코에 대해 입만 달싹거리다가

 내가 언젠간 말하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둘 사이 파토(파투:破鬪)가 났다고 하니 어지간히 실망한 것 같아 중언부언했다.

 

 - 니 입으로 애인이라고는 안 했지만 니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만난 그 여학생이

  본인이 자기 입으로 니 여친이라 했잖아? 일본 말 잘하는 삼촌이 통역 잘못할 리가

  없고, 자가용 비행기까지 띄워서 우릴 데리고 갔잖아... 대충 사귀는 사인데 왜 그

  래? 그럼 우리 앞에서 돈 자랑했어? 그 집은 대충 사귀어도 자가용 비행기 띄우고

  그래?

 - 아 참,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고, 모르면서 그래, 엄마는... 돌겠네...

 

 엄마는 여봐라 내 아들, 이 정도야, 떠들고 싶었겠지만

 나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나 해서 언짢았고 짜증이 났다.

 

 - 사실 니 아버지랑 엄청 흐뭇했고 흡족했어, 그 애를 보니까 거역할 수가 없는 뭔가

  감이라고 할까, 그런 게 느껴졌어, 그냥,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 둘의 미래에 대한

  김칫국물부터 마시고 마냥 니 아빠랑 좋아했었지, 속이야 육두 벼슬을 하는지는 잠 깐 봐서 알 수가 없었지만, 그 애도 보통 미인이 아니대, 요즘 애들 말로 천상계 미모였어, 뭐라고 하냐, 자체 그 뭐고? 아우란가 그게 쫙 비치는 게, 아이구야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거기에다 몸매는 미스코리아 저리 가리 지, 쭉쭉빵빵 한 게, 우리 선의가 크면 그래 될 거야, 아마...

 - 그래요? 그 정도로 놀라울 미인이에요?

 

 엄마의 어연번듯한 뻐김이 장황한 설명에 녹아 있었다.

 누나까지 호들갑 떨며 엄마 장단에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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