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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비현실적인 프로젝트 무르익다
작성일 : 24-06-24 15:38     조회 : 7     추천 : 0     분량 : 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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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화

 비현실적인 프로젝트 무르익다.

 

  병사들이 주운 것인데 부대 살림에 보태라고 모두 내놨다고 했다.

 

 - 병사들이 우리 부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해와 같습니다, 장군...

 - 절대로 받을 수 없다. 이 진주는 병사들 것이다, 다 돌려줘라.

 

 수로가 엄중하게 말했다.

 수로의 불호령에 경극 배우가 되고 싶은 장수가 긴장을 해 사색이 되었다.

 나름 좋은 일 하려다가 역효과가 난 꼴이었다.

 진주알을 주운 병사들을 독려해서 내놓으라고 했던 장수와 고침 병사들도

 무참해져 바짝 긴장한 채 수로 눈치를 봤다.

 김수로의 이런 불호령은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장군, 제가 속이 좁았습니다, 바로 분부대로 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 잘 생각했다.

 

 경극 배우가 되고 싶은 장수가 생각을 잘해봤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수로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고 복종했다. 워낙 서로 살가운 사이지만 수로의 단호함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경극 배우가 되고 싶은 장수는 주변 장수들과 함께 서둘러 진주를 주인인 병사에게 한 개도 빠짐없이 되돌려줬다.

 

 취사선택(取捨選擇)은 순전히 병사들의 몫이었다. 그러면 책임과 권리도 그들의 것이

 다. 처음부터 군령(軍令)으로 정하지 않았다면 군(軍)은 어떤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

 라 개입도 있을 수 없다고 수로는 생각했다. 바로 이런 것에서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똬리를 튼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천황적(破天荒的)이었다.

 

 이 모든 것을 푸른 호수에 드리워진 천년송 나뭇가지 위에 맥(貊)이 턱받침하고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러다가 노곤에 살포시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물기둥이 솟아올라 맥이 자고 있던 나뭇가지를 덮쳤다.

 맥은 창졸간에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허우적대며 맥이 물속 깊이 들어갔다.

 

  - 으아, 으아, 아이 차가워!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퍼더버리고 앉아 졸다가 나는 물세례를 받고 허겁지겁 뛰어나

 왔다.

 내 딸 조선의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세면대 위에 올라가 세면대 수전의

 수도꼭지를 빼 들고 있었다.

 황금도금인지 진짜 황금 수도꼭진지 깨물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수도꼭지에서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 왜~에?~

 - 다들 찾고 있잖아.

 - 아빠 술 약한 거 알잖아, 좀 봐주면 안 돼, 딸?

 - 안 돼.

 

 장난끼가 눈에 가득했지만, 선의는 단호했다. 그래서 계속 물세례를

 퍼부을 작정이었다.

 

 -딸이 아빠를 안 봐주면 누가 봐줘?

 -정실은 사업을 망치는 지름길이야, 정실 때문에 폭망한 회사 낱낱이 읊어?

 - 체질이 그런데 어떡해... 날 낳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탓이지...

 - 또 누구 탓이야, 쫌뱅이 근성... 남자가 그리 술이 약해서 사업하겠어?

 - 그 있잖아, 세상은 넓고... 그... 아, 뭐더라...

 - 할 일은 많다. 김우중 회장?

 - 그래, 그, 김우중 회장은 술 한잔도 못 했대... 그래도 난 두 잔 하잖아.

 - 손에 쥔 거 뭐야?

 - 어, 이거... 넌 몰라도 돼.

 

 내 손을 보니 용천을 들고 있었다. 얼른 등 뒤로 감췄다.

 

 - 칼 들고 죽으려고? 화장실에서?

 - 아냐, 그런 거 있어, 공주께서는 모르셔도 됩니다.

 

 선의 나이는 모든 게 호기심 천국이라 더 관심을 보이면 골치가 아플 거 같아 등 뒤에서 얼른 옆구리에 찬 직호문녹각제도장구에 용천을 꽂았다. 왠지 마음이 놓였다.

 

 - 나한테 주기 싫어서 그러지?

 - 뭘?

 - 용천.

 

 나는 깜짝 놀라 선의를 쳐다봤다. 용천인지 어떻게 알았지?

 그럼, 벌써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한 거야?

 

 - 용천 아냐...

 -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내꺼라고...

 

 선의가 말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단숨에 매조졌다.

 

 - 아냐, 아직은 내 거야, 내가 아버지한테 물려받았으니까, 다음에 내가

  너한테 물려주면, 그러면 네게 돼, 그게 순서야.

 - 그럼, 지금 줘.

 - 내가 좀 더 쓰고...

 - 할아버지가 아버지는 관심 없는 거 같으니 한 단계 뛰어넘어 너 가져라, 했어.

  아주 슬픈 사슴 눈을 하면서 말이야, 아몽에 대한 실망이 상당하던데.

 - 아냐, 관심 있어, 많아, 그리고 지금은 너한테 물려줄 수가 없어 위험해.

 - 아몽이 더 위험해, 감정이 절제가 안 되잖아?

 - 아냐, 내가 알아서 잘 쓰고 있어, 감정을 절제하면서, 용천 있어야 아빠가 제대로 힘을 써, 폼도 잡고...

 - 폼, 폼, 허구헌날 폼... 폼생폼사야? 알았어, 나약하기는, 징징대지 말고 빨리 가봐... 열띤 토론 중이야, 일을 벌였으면 책임을 져야지.

 - 알았어... 거기 수건 쫌...

 

 선의가 아빠를 너무 몰아붙이고 핀잔을 줬다 싶은지 수건을 가져다줬다.

 내 몰골이 꼭 마당에 나뒹구는 찌그러진 개밥 그릇이 비 맞은 꼴 같으니까 딸 보기에도 약간은 거슬리고 불편한 거 같았다.

 거울을 보니 딱 그랬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수건을 받자마자 갑자기 선의를 잡아 뺨에 마구잡이로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 싫어,싫어, 이 인간이, 할머니!! 저리 가, 떨어져, 할아버지!! 강도야!!

 

 선의가 끝내 내 팔을 물었다.

 

  - 아야, 내 딸이 아빠를 문다! 사람 살려!!

 

 선의가 내 손에서 벗어나자 냅다 달아났다.

 수건으로 머리와 옷을 대충 닦고 뒤쫓아 갔다.

 모임은 식당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거실 탁자에 간단한 안주와 술병이 놓여 있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和氣靄靄)했다. 상쾌지수(爽快地數)가 최고조로 달했다.

 선의는 할머니 즉 이 조몽대의 어머니 곽세린 여사 옆에 바투 앉았다.

 그리고 뒤따라온 나에게 혀를 에~ 하고 내밀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만취 상태라 모든 게 기분이 좋았다.

 뭔 생각을 해서인지 아니면 보이는 게 그런지 흐뭇한 미소가 귀에 걸려있었다.

 

 - 깨웠어?

 - 응, 꼭 물에 빠진 생쥐 같잖아, 큭...

 - 니가 그렇게 만들었구나, 잘했어, 귀염둥이, 쪽...

 

 엄마가 묻자 선의가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엄마가 다시 잘했다고 선의를 안고 뽀뽀까지 했다.

 아니 이 집은 날 골통이 먹기이기로 메뉴얼을 만들었나,

 할머니랑 손녀가 손발이 너무 잘 맞네.

 

 - 니가 선문답(禪問答)하는 큰 스님이야?

 - 성철 큰 스님, 경남 산청 단성면 묵곡에서 태어나셨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

 - 지금 선문답(禪門答)해?

 - 왜, 그러시오, 낭자?

 - 1,000조(兆)를 툭 던져 놓고 사라졌잖아?

 - 미안, 내가 보기보다 술이 약해...

 

 수진 누나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한 수수께끼 같은 1,000조에 골머리가 아팠다.

 그 원인 제공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나니 조금은 짜증이 났다.

 

 - 그래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찾았니? 묘책을 찾았니?

 - 머리에 너무 선명하게 하나가 박혀서 딴 건 생각이 안 났어...

 

 누나가 앞에 한 말이 걸렸는지 의도적으로 부드럽게 물었다.

 나는 또 장난끼가 도졌다.

 

 - 그래? 그 선명한 게 뭔데?

 - 누나 엉덩이, 헤...

 - 작은엄마 몽대 좀 뭐라하세요?!

 

 베아트리체는 빵 터졌고, 이시하라 유는 얼굴을 돌려 키득댔다.

 엄마와 선의는 어이구 인간아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자, 봐, 실컷 봐, 보기만 해, 엉뚱한 상상하지 말고, 에이 나쁜 놈. 배드 보이!

 

 수진 누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예쁜 엉덩이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 그래 봐서 아나?...

 - 뭐 어쩌라구, 그럼 벗을까?! 엄마 몽대 좀 때려주세요, 저 인간 미워 죽겠어.

 

 내가 능글능글 굴었다.

 수진 누나의 과민반응은, 아니 호들갑은 다분히 이시하라 유우를 의식했다.

 유우가 모를 리가 없지만...

 

 - 창문이 어디 있더라, 우리 집에 베이징 대학 창문 같은 게 있나...

 - 엄마?!

 

  베아트리체 엄마는 언제나 내 편이었다. 나를 기준으로 놓고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을 판단했다. 순전히 정실(情實)이었다. 그런 베아트리체 엄마의 발상이

 앙증맞다고 할까, 귀엽다고 할까? 큭... 사업 말아먹으면 어쩌지 살짝 걱정이 앞섰다.

 베아트리체의 농담에 수진 누나는 더 약이 올랐다.

 약간의 오버(over)도 보였다. 꼭 연적(戀敵) 이런 거 떠나서 보이는 유우에 대한

 본능적 경계심?

 하여튼 누나의 행동은 좀 과해 보이긴 했다. 벽창호인 내가 봐도...

 엄마가 고개를 빼서 수진 누나의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훔쳐보고

 당신의 엉덩이와 고개를 돌려 비교했다.

 

 - 이쁘긴 이쁘네, 유명세라 생각해라, 그렇다고 내 아들이 묵언 수행하는

  수도승 할 거도 아니고, 이쁜 걸 이쁘다 하는데 입을 막는 건 좀 그렇다...

 - 이번만 봐주시죠, 수진 씨?

 

 내 모친 곽세린 여사까지 은근히 나를 두둔했다.

 이시하라 유우는 곽세린 여사의 반응에 살짝 위기감을 느꼈고 비위가 거슬렸다.

 그런 자신에 화들짝 놀라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아차 싶었다. 속을 읽히면 안 된다. 페이스에 말리면 안 된다, 포커 페이스...

 

 - 솔직히 여자로서 니가 부럽다, 내 엉덩이는 축 처졌는데...

 - 참 나 배부른 소리 한다, 동상 내 거 봐, 난 내려앉았어, 몽대 아빠 보지 마요,

  부끄럽게...

 - 어딜 봐, 이 엉큼한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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