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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인어공주의 부군은 누가 될까?
작성일 : 24-06-13 17:15     조회 : 7     추천 : 0     분량 : 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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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화

 인어공주의 부군은 누가 될까?

 

  도영은 전혀 망설임도 없었고 부끄러움도 없었다.

 박수 소리와 함께 바로 노래가 나왔다.

 

 - 그리움 사무쳐 눈물 흘러 양자강을 이루네.

  외로움에 지쳐 잠든 꿈속 배게 흠뻑 적시네.

  날 오라 부르는 그대 손짓에 강 속인들 마다하리

  무작정 뛰어든 강 속 끝 모를 몽연(夢淵) 하염없네.

 

 인어공주가 천상의 목소리로 청아하게 진주를 뿜어내듯 좌중을 압도했다.

 노래가 끝나자 감동에 모두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박수를 보냈다.

 훌쩍이는 병사와 아녀자도 있었다.

 그러나 대로만 불만 가득 손뼉을 치지 않고 팔짱을 꼈다.

 

 - 얘, 넌 왜 손뼉 안 쳐, 건방지게?

 - 까불지 말고 빨리 집에 가슈...

 

 인어공주가 대로에게 노골적으로 기분 나쁘다는 듯이 지적을 하자

 대로는 귀찮다는 듯이 대꾸를 했다.

 

 - 소갈머리하고는, 어떻게 대장군이 되겠어?

 - 남이야, 빨리 가, 너 때문에 분위기 다 깨졌어...

 - 말끝마다, 어린 게, 맞는다?

 

 대로는 인어공주 말에 어이가 없다. 말장난하는 것 같고 짜증도 났다.

 인어공주와 주고받는 말 때문에 소인배로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인어공주가 식사 당번이 들고 있던 물항아리를 받아 물을

 머리에 붓고 하늘의 태양을 향해 바라보며 눈을 살포시 감았다.

 그리고 머릿결에 맺힌 물이 마르기 전에 가볍게 바람에 머릿결을

 휘날리듯 흔들었다.

 귀신 곡할 일이 벌어졌다.

 머리에 맺힌 물방울이 크고 작은 백진주, 흑진주가 되어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영롱하게 빛났다.

 경이로운 현상에 모두 놀라 말문을 닫았고 입을 벌렸다.

 

 - 이래도, 싫어? 얘들아, 주워서 살림에 보태 써, 니들 인간들 보석이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병사들이 욕심이 생기지만 수로 눈치를 본다.

 수로가 가져가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우르르 달려들어 진주를 주머니에

 넣었다. 박이 터졌다. 하나라도 더 주우려고 목숨을 걸었다.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부들일 것이다. 수로와 5형제, 모진, 마노는 지켜만 볼뿐이다.

 

 - 넌, 분명 요물이야.

 

 병사들이 진주를 보자 현혹되는 것을 보고 큰일이다 싶어 대로가 덥석 인어공주를

 안아서 강 속으로 던져버렸다.

 

 - 으아!~ 왜 그래?!

 (E) 풍덩!~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강 속으로 떨어지는 인어공주.

 물속 깊이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모두 고개를 빼서 살폈다.

 

 - 크앙!!~

 

 그때,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150척은 족히 넘어 보이는

 공룡급 범고래가 물속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올라 땅에 사뿐히 안착했다.

 꼬리는 물속에 담근 채, 범고래 머리에 인어공주가 타고 있다.

 범고래가 장난친다고 입을 벌려 물을 내뿜었다. 수로와 형제들, 모진, 마노는 가볍게 물세례를 피했지만, 나머지 병사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된통 당했다.

 잠깐 보여준 날카로운 이빨이 인상적이었다.

 수로 형제 빼고는 모두 대경실색(大驚失色)했다.

 대로는 한발 더 나아가 칼을 빼 들었다.

 

 - 놀랬지? 이호(二虎)라고 내 호위무사야, 인사해.

 - 안녕, 이호야, 이호면 삼호 사호도 있다는 겁니까?

 

 마노가 궁금했다.

 

 - 응, 백호까지 있어... 일호가 군단 총사령관이고 얘가 부사령관...

 - 야~ 군단까지...

 - 말도 하나요?

 

 마노가 또 궁금했다.

 

 - 응, 하지, 다만 우리끼리 통해, 나처럼 너희들 말은 못 해, 알아듣기는 해도,

  감으로, 킥...

 - 근데 공주님은 어떻게 우리 말을 하죠?

 - 이 바보야, 배워야지... 왕실의 전인적 공부법이라고 있어, 너희들 말뿐만 아니라

  색목인(色目人) 나라말에다 골치 아픈 수학(數學)도 해야 돼, 그래서 공부하기 싫어

  도망 나왔다가 니들을 만난 거야...

 - 아, 그렇구나, 어느 나라이든 공주 하기 쉽지 않네요?

 - 그래서 시집이나 갈까해서, 호호, 농담, 큭...

 - 호위무사가 오는 걸 보니 용왕께서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모진이가 마노의 궁금증 유발을 끊을 겸 한발 나서서 차분하게 말했다.

 

 - 눈치도 빠르네, 니들 둘, 어쩔래? 내 부군 되는 거 빨리 결정해.

  아버지께 말씀드리게... 니들끼리 결혼하는 건 별거 아닌데 나라와 나라 끼리 결혼은 되게 복잡해,

  우리 오빠 보니까 그렇더라...

 - 오빠? 누구신데요?

 

 묘한 느낌에 모진이가 선뜻 물었다.

 

 - 해모수(解慕漱)야, 어쩔래? 여기 눌러앉을까? 안되면 둘이서 가위바위보라도 해.

 - 저는 정인(情人)이 있습니다, 동생이 공주마마께 관심이 있는 듯하옵니다...

 - 아, 형 왜 그래? 여자는 싫어, 더욱이 고기는 더 싫고?!

 

  수로가 장난치듯 말하자 대로가 발끈했고, 수로가 거짓말로 정인이라는 말에

  모진과 마노 등 모든 병사가 범고래 튀어 오른 순간보다 더 놀라워했다.

 

 - 아니, 저게 사람보고 고기라니? 저 무뢰한(無賴漢)... 근데 너 갈수록 매력 있다,

  나랑 사귈래?

 - 너 호위무사 회 쳐 먹기 전에 빨리 가, 좋은 말 할 때...

 - 얘 말하는 거 봐, 너 이길 자신 있어?

 - 있어?!

 - 언젠가 후회한다.

 

 대로가 짜증 듬뿍 내며 빼든 칼로 위협을 했고,

 인어공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을 올렸다.

 여차하면 피비린내가 날 것 같았다. 애먼 인어공주 호위무사만 당할 것 같았다.

 수로가 황급히 나섰다.

 

 - 마마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데 어찌 한순간의 감정으로 결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차차 숙고(熟考) 끝에 결정함이 어떻겠습니까?

 

 수로가 정중하게 차분한 어조로 말했지만, 거역하지 못하는 짓누르는 기운

 같은 게 느껴졌다.

 

 -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 알고 있지? 좋아, 갈게, 더 이상 있다간 시집 못 가서

  애원하는 것처럼 비추어지겠다, 그래도 명색이 공준데, 결정하면 연락해,

  나도 생각해 봐야겠지만, 강 속에 들어와서 공주님! 하고 날 불러, 꼭 강 속에 발을

  담그고 말해야 돼,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나 연못은 안 돼, 음파가 전달이 안 돼,

  그러나 물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호수나 저수지, 연못 등은 괜찮아, 알겠지?

 - 알겠습니다.

 - 만일 혼사 문제를 떠나서도 내 도움이 필요할 땐 그렇게 해, 그럼 바로 나타날 테니까...

 - 고맙습니다. 단단히 새겨듣겠습니다.

 

  수로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빨리 보내고 싶었다. 대로가 객기를 못 이겨 참극을 부를지 모른다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혹 나도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더 컸다.

 가벼워 보이는 언행 같지만, 시원시원 말투에 미모 또한 모진 누나나 마노를 능가

 하면 했지 전혀 뒤지지 않았다. 어머니 낙빈과 비교될 정도로 절세의 미인이

 었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릴까 서두른 것이었다. 모진이나 마노도 같은 생각이라 인어공주를 돌려보내고 싶은, 안달 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휘이잇!~ 휘이잇!~

 

 인어공주가 휘파람을 불었다.

 전설로만 회자 되던 진짜 해마(海馬)가 나타났다.

 다리 두 개가 달린 몸의 반은 흰말이요, 몸의 반은 은빛 비늘 반짝이는 용의 몸통과 용의 꼬리를 하고 있었다.

 이 해마는 빛처럼 빨리 물 위를 달린다고 했다.

 놀라운 광경이 잇달아 일어나자 사람들은 현실인지 상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반쯤 혼이 나간 듯했다.

 수로 형제만 빼고...

 해마가 광채를 뿜으며 뚜벅뚜벅 걸어 앞으로 나가자 모든 말들이 기가 질려

 꿇어앉아 고개를 숙였다. 서서 잔다는 말들도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 꿇어앉기를 했다.

 해마는 지상의 말이 아니었다. 해마는 현실의 말이 아니었다. 인간의 상상이 빚어낸 동물이었다.

 그걸 현실로 눈앞에서 봤으니 범인(凡人)인들 기가 질릴 수밖에...

 

 - 이별의 포옹도 안 해 줘?

 

 수로, 모진, 마노, 아로, 고로, 벽로 등과 가볍게 포옹을 했다.

 대로는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인어공주가 눈을 흘기고는 포기했다.

 인어공주가 엎드린 해마 위에 탔다.

 

 -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후회 안 하지?

 - 안 해?!

 - 부정을 강하게 하는 걸 보니 내가 좋구나, 대로야?

 - 이게, 요절을 낼 거야!

 

 대로가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들고 달려들자 범고래가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엄청난 양의 물이 달려오는 대로를 덮쳤다.

 대로가 일직선으로 내뿜는 물 폭탄을 받고 뒤로 넘어질 듯 넘어질 듯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뻗댔다. 대단한 힘의 소유자 대로였다.

 

 - 그봐 내가 언젠가 후회한다고 했잖아?, 깔 깔~

 

 인어공주가 깔깔대며 웃다가 대로의 뻗대는 엄청난 힘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좌중은 일시에 긴장감이 돌았다.

 씩씩대며 대로가 칼을 들고 범고래에게 다시 달려들자 수로가 제지했다.

 인어공주가 해마 위에서 가볍게 날아 대로 뒤에 사뿐 내려앉았다.

 

 - 우아!~ 우아!~

 

 병사들이 신기해 감탄사를 연발했다.

 인어공주 도영이가 대로 어깨를 톡톡 쳤다.

 대로가 획 돌아서면서 도영을 잡으려고 두 손을 뻗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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