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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존경받는 김궤의 통솔력
작성일 : 24-06-09 21:19     조회 : 9     추천 : 0     분량 : 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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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戰爭)

 

 141화

 존경받는 김궤의 통솔력.

 

  김궤의 부하들이 일제히 외치는 소리가 우렁찼고 야심한 밤을 깨웠다.

 적병 1,000여 명 중에 500여 명은 김궤의 부하가 되었고, 200여 명은 고향 앞으로,

 200여 명은 그곳에 눌러살았다. 경미(輕微)한 죄를 지은 자는 죄를 면해 풀어주고 어

 디로 갈지 선택권을 줬다. 반면에 마적(馬賊)과 비적(匪賊) 등 도적으로 악질적인 약탈과 살인을 일삼은 자들은 중죄로 다스렸다. 극악무도한 자들은 참형(斬刑)을 시키고 개전(改悛)의 여지가 있는 자들은 태형(笞刑)을 친 뒤 감옥에 가뒀는데 그런 자가 100여 명이 되었다. 그중 50여 명은 허술한 감시망을 피해 탈옥하여 연잠과 진풍의 잔당 본대에 합류했다. 김궤 부대는 추격하지 않았다. 들리는 말에는 일부러 풀어줬다는 소문도 있었다. 왜냐하면 데리고 있으면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죄지은 적병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리 김궤 부대가 최정예 부대고 군율(軍律)이 엄격해도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로 주로 이루어져 사소한 문제로 서로 간에 다툼도 있었다. 혈기를 식히는 차원에서 군기 교육도 시킬 겸 유치장에 넣었다. 그것도 소수 인원이었고 유사시에는 모두 석방했다. 김궤 부대는 인간미(人間美)를 중시하는 독특한 부대였다. 모두 끈끈한 정과 의리로 서로를 위했다. 그리고 주군 김궤와 수로를 추앙했고 경외했으며 김궤와 6형제에 대해 무한한 신뢰(信賴)를 바탕으로 한 충성심은 하늘을 찔렀다. 김궤 부대원들은 김궤 가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기로 결의했다. 그들을 위해 바치는 목숨은 추호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순교(殉敎) 의식이라 여겼다. 특히 원(原) 김궤 부대 구성원인 1,000명이 그랬다. 그렇듯이 김궤와 수로의 5형제도 부대원과 부대원의 가족을 위해 충심으로 잘했으며 살신성인(殺身成仁)했다.

 

 총 부대원이 2,000여 명이 되었는데 1,000여 명은 전투를 치르면서 적군이 아군이

 된 경우라 믿음이 덜 갔다. 물론 마노와 같은 특수한 예외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도적 떼를 피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곡기(穀氣)를 해결하기 위해서 김궤 부대에 합류한 일반 병사였다. 그리고 그중 반은 보급부대 일을 하거나 부대 내 잡무, 아니면 경비 등을 맡았다. 전투병은 적었다. 이번처럼 한곳에 오래 머물게 되면 원래 농부로 돌아가 논과 밭을 갈았다. 그러다가 그 지역의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결혼해 정착하거나 운 좋게 김궤 부대의 여군(女軍)과 눈이 맞아 그곳에 눌러앉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궤 부대의 순수 정예 요원 1,000여 명은 고향이 아닌 부대 주둔지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군사 훈련을 했다. 철저히 군인으로 살았다. 군인이 천직(天職)이라 믿었다. 태평시대(泰平時代)가 오기 전까진 군인이 되라는 천지신명의

 지상명령(至上命令)이라고 생각했다. 김궤 부대에는 여군이 150여 명이 있었는데 전

 투병은 모진(母眞) 등 여 장수의 지휘로 움직이는 50여 명이 있었고 나머지 100여 명

 은 보급부대 일이나, 식사, 빨래 등 여성이 필요한 병참(兵站) 일을 했다. 남녀가 있

 으니 자연 남녀 간의 애정 전선이 형성되는 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섭리였다. 부대

 안에 제법 연애담이 흘러나왔다. 고지식한 어느 장교가 모진(母眞)에 대한 상사병에

 앓아누운 적이 있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진이가 빨리 죽으라

 며 나무 관을 짜서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장교는 모진의 냉혹함에 진저리를 치

 고 자기를 간호하던 여성과 눈이 맞아 결혼했다고 했다. 그 사건은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 되어 전설이 되었다고 했다. 그 뒤로 모진은 뭇 남성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고,

 모진은 그렇게 된 것에 매우 흡족해했다. 모진의 마음 깊은 곳엔 업고 키운 수로와 5형제가 전부였다. 김궤는 언감생심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지난(至難)한 대상이기에...

 

 김궤와 수로는 이곳 부강(涪江) 지류에서 겨울을 나기로 했다. 아미산(峨眉山)을 품은

 부강(푸장강)은 가릉강(자링강) 상류(上流)에서 빠져나온 지류(支流)다. 깊은 숲과 가

 파른 계곡이 이어져 있는 민산 산맥(岷山山脈)의 주봉인 황룡설산(黃龍雪山)의 정상 설보정(雪宝頂) 부근의 분수령에서 부강이 발원(發源)하지만 끝내는 쓰촨성(泗川省) 땅을 휘둘러 장강(長江)과 합류하는 위엄 있는 큰 강으로 알려져 있다.

 

 김궤 부대는 이 지역 형편상 보기 드문 넓은 평야와 평야를 둘러싼 숲이 우거진 크고 작은 산들, 그리고 풍부한 유량(流量)의 부강(涪江)이 곡창지대를 살찌우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에 둥지 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라 이곳을 중심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로 갈라진 잔당 세력들의 분기(奮起)를 잠재우고 제압하여 변방의 세력들이 또다시 후한(後漢) 광무제에게 반기(反旗)를 들지 않도록 감시 감독하는 것이 정주(定住)의 목적이었다.

 수로가 마노를 처음 만났던 오륙십 호 마을에 김궤 부대의 본대를 뒀다. 본부는 마노가 비첩으로 살았던 장수의 저택을 접수해서 그곳을 사용했다. 수로의 칼에 의해 절

 명한 장수의 가족들이 그날 밤 후환(後患)이 두려워 짐을 싸서 야반도주하여 빈집이

 되었던 거였다. 그 마을의 주민들 상당수는 공손술 세력의 일원이었기에 김궤의

 부대가 진입하자 절명한 장수의 가족들과 함께 도주해 여기저기 빈집이 많았다. 그래

 서 김궤 본대는 따로 공사를 하지 않고 빈집을 차지해 부대 막사로 사용했다.

 

  * * *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휴식이었다. 사방 백리(百里)를 평정하여 후한(後漢)의 땅으

 로 만든 김궤 부대는 그곳 태수의 직언(直言)으로 광무제 유수의 하사금을 받아 병사

 들의 사기진작과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야유회를 갔다. 부대에서 5리만 벗어나자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명경지수(明鏡止水)의 큰 호수에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지

 고 울창한 숲이 어울려 장관(壯觀)을 이루는 곳이 나타났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절

 경(絶景)을 보고 병사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서둘러 짐을 풀었다. 닭, 돼지, 소를 잡았

 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았다. 한솥에 몇십 명이 먹을 수 있는 수십 개의 큰 쇠솥에 밥을 짓고 물을 끓였다. 육류를 삶았다.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웠다. 성질 급한 어떤 병사들은 아무리 따뜻하게 햇살이 비치는 초겨울 오후라 해도 추울 텐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야유회의 대장은 수로가 맡았다. 아버지 김궤는 천천히 간다는 핑계로 따라나서지 않았다. 같이 가지 않으면 자신도 안 가겠다는 수로를 달래 먼저 보냈다. 김궤는 알았다. 혈기 왕성한 이팔청춘들이 젊음과 끼를 마음껏 발산해야 하는데 김궤 자신이

 끼어있으면 병사들이 자기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들 거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땐 슬쩍 빠져 주는 게 자기 위치에 있는 자들의 도리고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자기도 수로처럼 젊을 때 불만을 가졌던 부분이기에 그랬다. 세대 차

 이가 나는 대장이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으면 분위기는 싸해지고 흥이 다 깨져 재미

 는 반감돼 오히려 병사들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다 설상가상으로

 나 때는 이랬다저랬다 설교에다 잔소리까지 곁들이면 그날 야유회는 최악으로 치닫고

 나중에는 병사들은 다 사라지고 없고 어쩔 수 없이 옆에 붙어 주사(酒邪)까지 감당해야 하는 장수들만 불만 가득 입이 튀어나온다는 거였다.

 

 김궤는 늘 그랬다. 대승(大勝)을 거둔 뒤 전군(全軍) 차원에서 축제의 잔을 들 때 말

 고는 젊은 병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비슷한 나이 또래끼리 둘러앉아 이런저런 시시

 콜콜 얘기하며 술 추렴하는 게 훨씬 좋았다. 그래서 이번 야유회 때도 김궤는 산전수

 전에 동고동락을 같이한 비슷한 연배의 장수와 잔류병으로 남아 권커니 잣거니 술 추

 렴을 했다.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모진이는 낙빈과 함께 술 시중을 드는데 이번에

 는 김궤가 등창에 시달리는 아로에게 바깥 구경도 시켜줄 겸 같이 가라고 했다. 안

 가려고 하는 것을 김궤는 명령이라고 하며 억지로 따라 보냈다. 모진이는 금강석 같

 은 맑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김궤의 명령에 따랐다.

 

 - 주군, 저도 술추렴 할 줄 아옵니다.

 - 아니, 더는 자네 주사를 감당할 재간이 없네...

 - 네, 제가 언제 주사를 했다는 겁니까?

 - 자네는 기억을 못할 뿐이네... 그러니 어서 가게, 자네 주사를 마음껏 받아주는

  수로와 그 형제들에게,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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