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언니 어디갔었어?"
"미안 변태 남주한테 납치당했었어."
이하연은 나랑 의상실에 가는 것을 꽤나 기대했었는지,
표정이 많이 않좋아 보였다.
"지금이라도 다시 갈래?"
"아니, 됐어. 언니는 항상 그런식이지?"
와, 큰일 났다.
저거 제대로 삐졌나본데.
머리속에 딱 그 생각이 든 순간 부터.
어서 빨리 이하연의 화를 풀어줄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근데. 이하연이 뭘 좋아했더라.
그러고 보니, 딱히 우리가 이곳에서 만난다음 둘이 놀러나가진 않았던 것 같다.
이참에 데이트 코스 처럼 쫙 짠다음에 나갈까?
연극 보는 것도 좋아하고,
쇼핑이나, 시장 구경하는것도 좋아하니까.
이참에 나가서 기념품이나 잔뜩 사줘야겠다.
그런데, 과연 나랑 둘이 나가서 노는게 재밌을까?
여기서 또 난관이 생긴다.
이하연은 나와 둘이 노는 것을 더 좋아할까,
아니면 남주들을 불러서 다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될지, 하나도 정리가 안되서,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니,
안그래도 텅빈 머릿속이 더 텅 비어버렸다.
이래서 바람은 무섭다니깐?
감히, 든것도 없는 내 머리의 지식을 훔쳐가?
내가 생각해놓고, 내가 웃겨서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갔다.
"아, 예쁘다."
"아!"
깜짝 놀래서 입을 벌렸다.
그러자 바로 혀가 나의 입속을 파고 들어간다.
또 당하고 말았다.
"후, 하......"
특히 이 자식은 꼭 숨쉴 틈을 안준다.
역시 이 변태 괴물 앞에서는 놀라지도 입을 벌려서도 안된다.
칫, 잠깐 한눈 판 사이에 키스를 해버리다니.
역시 수준급이라니깐.
내 키스, 두번이나 뻇겼어.
"이런 아가씨, 아무리 내가 좋아도 잠옷을 그리 훌렁 벗으려 하면 쓰나."
"네가 이렇게 만든거잖아."
"아니, 내가 만들었으면, 아가씨 지금 못 서 계시지."
진짜, 변태다.
이런 입발린 소리에 넘어가면 안된다.
이 자식의 호감도는 겨우 22%,
근데,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냥 굴다니,
이런 호감도가 보이지 않았더라면, 진심이라 생각하고 훌러덩 넘어가 잡아먹혔을 것이다.
"아가씨, 데이트는 다음주 주말 아때?"
거절해야한 단 걸 아는데,
달이 너무 밝아서,
별이 오늘 따라 더 많이 떠서
바람이 갑자기 불어,
그 변태에 머리카락이 내 몸에 스쳐서.
그래서 받아준것이다.
그리고 또!
공작에 대해 조사도 해야되는 거니까,
"난 이유가 있어!"
그래, 이유가 있으니까, 이건 합당한거야!
절대, 잘생긴 얼굴에 넘어간게 아니라고!!
"난! 그런 사람 아니야!!!"
그날 밤, 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저택에선 큰일이 난줄 알고 발칵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