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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17화 - 달이 구름에 가려질 때(2)
작성일 : 22-02-26 19:5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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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디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은 맷집을 기르고 전투기술을 익혀야 했다.

 

 왕실에서 자랐던 에단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유리했다.

 

 첫 번째 과정은 매일 지속되었다.

 

  “어이, 약골, 정지. 정지! 그게 아니지.”

 

 가야바가 검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핀을 보며 훈수를 뒀다.

 

  “왕자 양반, 이리 나와봐.”

 

 에단에게 손짓했다.

 

 고개를 돌려서 나머지 훈련생들을 바라봤다.

 

  “거기, 왼쪽 덩치, 너도 나와봐!”

 

 얼마 전, 에단과 주먹다짐을 했던 덩치였다.

 

 에단과 덩치가 가야바 앞에 와서 섰다.

 

 덩치의 눈에는 아직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좋아, 약골! 잘 보라고 이렇게 싸워야 하는 거야. 잘 보고 배워. 안 그럼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가야바가 날이 갈린 검, 한 자루를 에단과 덩치의 발 앞에 던졌다.

 

  ‘뭐야, 진 검이잖아?’

 

 에단과 덩치가 머뭇거렸다.

 

  “뭐해, 어서 집어 들어! 전에는 서로 거의 죽일뻔하고서는 말이야. 이제 공식적으로 내가 인정해주지. 어디 한번 해봐.”

 

 가야바의 두 눈을 매섭게 뜨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진한 보라색이 되어있었다.

 

  “이런 눈을 가지고 싶어? 가지고 싶다면 어서 능력을 보여줘!!!”

 

 가야바가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얏!”

 

 덩치가 검을 먼저 들고 에단을 향해 휘둘렀다.

 

 가까스로 그의 검을 피하고 주변에 버려져 있던 나무판자를 잡고 일어났다.

 

  휙!

 

 에단은 뒷걸음질을 치며 덩치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파사삭!

 

 나무판자가 반으로 갈라졌다.

 

 덩치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에단이 판자를 내던지고는 주먹으로 그의 명치와 얼굴을 차례로 때렸다.

 

 덩치는 검을 놓쳤고 에단은 검을 주워서 그의 턱에 가져다 댔다.

 

 에단이 그를 찌르는 줄 알고 몇몇 훈련생들은 눈을 가렸다.

 

 하지만, 에단은 덩치에게 검 대신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게, 덩치..”

 

 덩치도 잠시 당황했지만,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가야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먼 산을 바라봤다.

 

  “저렇게 나약해서야..”

 

 에단은 그를 일으켜 세워주고는 검을 던져버리고 숙소로 향했다.

 

  “야 임마! 어디가, 아직 훈련 안 끝났다.”

 

 에단은 가야바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또다시 먹을 것이 주어지지 않았고 에단은 핀이 남겨준 감자를 먹고 있었다.

 

  “에단, 괜찮은가?”

 

 핀이었다.

 

 에단이 돌아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네, 아까 자네가 먼저 간 후에 저 덩치가 나에게 사과를 하더군! 들어보니, 저 친구도 상황이 딱한 친구더라고... 난 이제 괜찮으니, 둘도 이제 그만 화해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네.”

 

 덩치 쪽으로 눈을 흘겼다.

 

 덩치도 그의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때, 숙소의 문이 열렸다.

 

 이시스가 내려다보며 에단에게 나오라는 신호를 줬다.

 

 집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따라 올라갔다.

 

 이시스가 한숨을 내쉬며 에단을 돌아봤다.

 

  “다음부터는 다른 훈련생의 상황에 개입하지 말게. 알겠나?”

 

  “타인의 불행과 불의를 보고도 참으라는 것인가? 이게 가디언이 하는 일인지 의문이 드는군.”

 

  “자네가 지금 착각하는 모양인데, 가디언은 당신이 원하는 기사의 모습과는 달라, 이게 우리가 생존하는 방식이네, 이 방식에 의문이 든다면 지금이라도 이곳을 나가게!”

 

  “...”

 

  “이곳에서 정말 가디언이 되고 싶다면, 인내하고 이곳의 규칙을 지키는 법부터 배워.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자네를 쫓아내겠네.”

 

 이시스가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허틀란드에서의 훈련 과정은 철저한 적자생존이었다. 에단은 첫 훈련 과정을 통과하게 되었지만, 그다음 과정부터가 문제였다.

 

 각종 살인 기구들로 구성된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해야 하는 과제였다.

 

 협동도 필요했고 개인의 신체 능력도 탁월해야 했다.

 

 두 번째 과정부터 실전에 가까웠고 탈락할 확률이 최고에 달했다.

 

 허틀란드에서의 탈락이란 곧 죽음을 뜻했다.

 

 .

 .

 .

 

 금지된 골짜기의 입구

 

 흙의 색깔은 온통 시커먼 빛깔이었다.

 

 이끼가 잔뜩 긴 바위와 악취를 풍기는 웅덩이가 여러 개 보였다.

 

  “사무엘, 여기는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군요.”

 

  “그렇지, 이곳의 웅덩이에 잘못 빠졌다가는 오크가 되어 나올수 있으니. 다들 조심하거라.”

 

 21명의 마법사들은 말에서 내렸고 웅덩이에 빠지지 않게 사무엘을 따라갔다.

 

  “대마법사님, 이 길로 어디까지 가야 합니까? 우리가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 겁니까?”

 

 대마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마법사님?”

 

  “어어, 그래, 이 골짜기를 돌아서 안으로 들어가면 보일 것이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던 사무엘이 대답했다.

 

 웅덩이는 마치 살아있는 듯이 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골짜기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출몰한다던 오크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데, 이런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니. 신기하군.”

 

  “그러게 말이야, 이런 말이 있었잖아, 절대 골짜기에 혼자 가지 마라. 근데, 의문이 들 만큼 아무것도 안 보이는 군...”

 

 젊은 마법사들이 떠들어댔다.

 

  “쉿!”

 

 베일리가 검지로 입을 가렸다.

 

 사무엘은 언덕 위에 올라가 잠시 멈춰있었다.

 

  “베일리...”

 

 사무엘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베일리와 다른 마법사들에게 손짓했다.

 

 그가 ‘후시 화산’ 방향을 가리켰다.

 

 붉은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점차 뒤덮고 있었다.

 

  “사무엘, 화산이 폭발하는 겁니까?”

 

  “화산을 보지 말고 그 앞을 보게나.”

 

 사무엘이 재차 가리켰다.

 

 베일리가 눈을 찡그리며 사무엘이 바라보는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썩은 나무들 사이에서 안개와 함께 흑암이 요동치는 모습이 보였다.

 

 흑암 근처에 어떤 무리가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바엘입니다!”

 

 베일리가 외쳤고 마법사들이 웅성거렸다.

 

  “바엘이었구나... 사무엘, ‘하지드’를 깨우기 전에 서둘러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 가자꾸나!!! 모두 준비하라!”

 

 마법사들은 말라비틀어져 썩어버린 고대 목들을 빠르게 지났다.

 

 바엘이 마법사들을 의식했고 그가 손짓하자, 안개 속에서 오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일리가 고대어를 외웠고 오크들이 못 넘어오도록 가드를 쳤다.

 

 오크들이 덤벼들었다.

 

  크아아아!!!

 

 베일리의 가드를 건든 오크가 저만치 날아갔다.

 

 다른 마법사들도 손을 뻗어 주문을 외우며 다가오는 오크들을 밀어냈다.

 

 베일리가 사무엘 근처로 달려가는 오크를 발견하고 가드를 풀었다.

 

  “사무엘!”

 

 고대어를 중얼거리더니 단번에 오크의 목을 졸라 죽였다.

 

 오크들은 쉴 새 없이 나타났다.

 

  “미안하다.”

 

 사무엘이 베일리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오크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무엘은 조용히 바엘을 향해 걸어갔다. 이상하게도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오크들은 그가 없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 털끝 하나 건들지 않았다.

 

  “사무엘, 도와주십시오! 사무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일리가 코피를 흘리며 외쳤다.

 

 20명의 마법사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바엘이 그들이 알지 못하는 고대어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거품을 내뿜던 웅덩이에서 썩은 나무뿌리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이 올라왔다.

 

  끄아악!

 

 마법사 한 명이 나무뿌리에 끌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가드!!!”

 

 베일리가 다급하게 외쳤고 20명의 마법사들을 감싸는 가드가 만들어졌다.

 

 그의 눈에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사무엘의 뒤통수와 맞은편 바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사무엘!”

 

 베일리가 힘들어하며 다시 그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사무엘, 뭐 하시는 겁니까?!”

 

 사무엘이 바엘의 옆에 서는 것이 보였다.

 

 베일리의 시선이 사무엘에게 고정되었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가드가 풀렸고 또 다른 마법사 한 명이 오크의 검에 맞아 죽었다.

 

 다른 마법사들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크으으! 사무엘, 사무엘! 제발!!!”

 

  “대마법사님!”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사무엘이 그때에서야 뒤를 돌아섰고 가드로 겨우 버티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봤다.

 

 나무뿌리가 그들의 가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힘을 다한 마법사들이 하나둘 소멸하기 시작했다.

 

  “베일리, 사무엘이 우릴 배신한 거야! 우린 죽은 목숨이라고!”

 

 흑갈색 머리카락의 마법사가 외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그가 이럴 수 있겠나!”

 

 베일리는 못 믿겠다는 듯 대답했다.

 

  “사무엘, 이들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가두어 두게, 그래도 내가 가르친 정이 있으니 기회를 줘야지..”

 

 바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항한다면, 알아서 처리하게.”

 

 나무뿌리가 그들을 가두고는 땅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사무엘!!!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소! 신이 두렵지 않소?!”

 

 베일리의 외침이 마지막으로 마법사들을 가둔 나무뿌리는 땅속 어딘가로 사라졌다.

 

 사무엘이 연민 어린 눈동자로 그들을 쳐다보고는 다시 흑암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암은 이렇게 외쳤다.

 

  [오라..]

 

  [와서 날 자유롭게 해줘...]

 

  [내가 자유로워지는 날엔 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야!]

 

 흑암으로 홀린 듯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너도 신이 한번 되어보는 거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사무엘을 이끌었다.

 

 400년 전에 느꼈던 공포가 희열로 바뀌어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기회가 열렸다.

 

 사무엘이 그대로 흑암에게 몸을 맡겼고 바엘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로다!”

 

 그때, 강한 힘을 동반한 파동이 바엘을 덮쳤다.

 

  “크윽!”

 

 희뿌연 먼지가 휘날렸다.

 

 백발의 가디언이 보랏빛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불이 붙은 검을 든 채!

 

 바엘이 다시 한번 손짓하자 무지막지한 수의 오크들이 가디언에게 달라붙었다.

 

 처음에는 마법과 불의 검을 이용하여 방어했지만, 오크들의 검이 사방에서 쉴새 없이 날아들었고 가디언은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크앗!”

 

 가디언은 달려드는 오크들을 뿌리치면서 흑암으로 다가갔다.

 

 흑암을 향해 검을 뻗으려는 찰나, 바엘이 그를 저지했다.

 

 그의 마법이 가디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가디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잊었나? 우리 마법사들이 아니었으면 넌 이 세상에 없었어. 너희는 만들어진 하등한 존재일 뿐이다!”

 

 바엘이 살인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가디언이 힘을 주었지만 아슬아슬한 거리로 검이 흑암에 닿지 않았다.

 

  “젠장...”

 

 그 순간, 모든 세상이 암흑으로 덮었고 곧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흑암에서 주황색 불꽃이 일었다.

 

 이 모든 힘은 사무엘이 들어간 흑암 속에서 발원했다.

 

 인근에 있던 모든 숲을 태웠다.

 

  코과광!!!

 

  콰지지직!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땅이 흔들렸고 뒤틀렸다.

 

 ‘하지드’의 부활을 알리는 그 충격은 고스란히 대륙의 모든 곳에 전해졌다.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고 베렌투스, 소튼, 딕토, 두 거석 협곡, 아둔이 흔들렸다.

 

 허틀란드에서는 보초를 서던 알파의 눈에 남쪽에서 발생한 시커먼 구름이 보였고 숲을 따라 말을 달리던 빗세라와 에드가는 금지된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먹구름과 붉은빛을 목격했다.

 

 금지된 골짜기의 웅덩이에서는 오크들이 빠른 속도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가디언이 정신을 차렸다.

 

 그의 손에는 불꽃이 사라진 검이 쥐어져 있었고 주변에서 오크들이 꿈틀거리며 올라오자, 검이 푸른빛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무엘을 삼킨 흑암과 바엘은 보이지 않았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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