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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16화 - 달이 구름에 가려질 때(1)
작성일 : 22-02-26 19:53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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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 회당

 

  “사무엘, 뭐가 좀 나왔나요?”

 

  “어어, 빗세라,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소.”

 

 대마법사 사무엘이 시신을 부검하던 손으로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베일리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뭐라던가?”

 

  “금지된 골짜기로 함께 갈 마법사들을 붙여달라고 합니다.”

 

  “어, 이왕이면 최대한 많이 데려가라고 하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돌아오라고 전해주고.”

 

 빗세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검실을 나가서 곧장 베일리에게 향했다.

 

  “베일리, 여기 남아있는 마법사들을 최대한 동원하도록 돕겠네. 일이 생기면 바로 이곳으로 오고!”

 

 빗세라의 말에 베일리는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베일리를 포함한 20명 정도의 마법사들이 각자의 말을 타고 이동했다.

 

  “젊은 마법사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 없겠군요.”

 

  “흠... 아직 저들은 미숙해.”

 

 대마법사 사무엘이 근심 어린 눈빛으로 마법사들을 지켜봤다.

 

  “빗세라.”

 

  “네?”

 

  “이곳의 수사를 자네에게 맡겨도 되겠나?”

 

  “저들과 함께 가시려는 겁니까?”

 

  “그렇네.”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아니야, 지도층 중에 몇 명은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나. 자넨 여기서 범인 무조건 색출해내게. 자네를 믿네. 나는 이제 늙어서 들여다보기 힘들더군, 머리도 안 돌아가고 말이야.”

 

  “...”

 

 사무엘이 미세하게 웃어 보이더니. 마법사의 후드를 착용했다.

 

 총 21명의 마법사가 하지드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금지된 골짜기로 여정을 떠났다.

 

  “베일리.”

 

 대마법사의 목소리에 앞서가던 마법사들이 모두 뒤를 돌아봤다.

 

  “사무엘!?”

 

  “어쩐 일이십니까? 의회당에 계셔야 하지 않습니까?”

 

 젊은 마법사들이 말했다.

 

  “나를 ‘하지드’를 경험도 못 해본 애송이들이 금지된 골짜기로 보내고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원로 마법사로 만들지 말게나. 허허허.”

 

 사무엘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며칠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았다.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남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들 서두릅시다.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사무엘이 앞장서며 말했다.

 

 마법사들이 그를 따랐다.

 

 사무엘은 현존하는 마법사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았다.

 

 무려 800세 이상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그의 정확한 나이는 아는 사람이 없다.

 

 그는 500년 전에서 400년 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경험한 몇 안 되는 원로 마법사였다.

 

 사무엘은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며 400여 년 전의 사건을 떠올렸다.

 

 때는 100년간의 ‘Chaos & Order’ 시기 중 어느 때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먹구름이 대륙의 하늘을 가렸고 해와 달이 가려졌다.

 

 오크들이 세상에 창조된 모든 것들을 파괴했다.

 

 사무엘의 동료들은 쓰러져갔다. 몇몇은 힘을 다해 소멸했고 몇몇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사무엘의 코에서는 코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드’의 혼을 입은 스마엘의 힘은 실로 엄청났다.

 

 스마엘에게 대항하던 수많은 엘프, 드워프, 인간들이 불타 사라졌다.

 

 그를 막기엔 힘이 부족해 보였을 무렵, 불의 검을 쥔 자가 나타났다.

 

 당시의 대마법사, 가브리엘이었다.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던 그는 불의 검으로 스마엘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 강한 빛이 일었고 모두 자리에 쓰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가브리엘과 스마엘, 그리고 검이 사라지고 없었고 스마엘이 있던 자리에는 그저 잔디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불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사무엘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당시에도 이런 날씨였지...”

 

  “마지막 혼돈의 시기를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이번엔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 아니길 바라야지.”

 

  “[그가 우리에게 헬리아스를 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질서 너머를 경험할 것이다.]”

 

 사무엘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대 예언을 읊었다.

 

  “신이 약속한 것 아닙니까.”

 

 고대 예언을 듣던 젊은 마법사가 말했다.

 

  “난 천 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하지드’를 마무리 지을 헬리아스는 나타날 낌새도 없구나.”

 

  “...”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더군, 어쩌면 이 악랄한 세상을 신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야.”

 

 젊은 마법사와 대마법사의 대화가 이어질 무렵,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을 만큼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대마법사님, 이 근처에서 하룻밤 묵고 가야 할듯합니다.”

 

 베일리가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

 .

 .

 

 사무엘과 일행이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빗세라!”

 

  “빗세라!!”

 

 역사 기밀 보관소 아래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빗세라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피살 사건 이후 사라진 서적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법 의회당의 모든 견습생이 투입되어 마법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살펴보는 중이었다.

 

  “누가 날 찾았니?”

 

 빗세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는 견습생이 보였다.

 

  “그래, 에드가, 뭘 좀 찾았니?”

 

  “네, 이것 좀 보세요!”

 

 제목이 없는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책장을 쭉 넘기다 보면 이상한 것이 보일 겁니다.”

 

 빗세라가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가운데 있어야 할 페이지가 사라지고 없었다.

 

 빗세라의 표정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원래 훼손된 책일까요?”

 

 에드가가 질문했다.

 

  “아니!”

 

 빗세라가 그 책을 가지고 급하게 이동했다.

 

 에드가도 그런 그녀를 빠르게 따라갔다.

 

  “이걸 왜,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빗세라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책입니까? 제목도 없고..”

 

 영문을 모르는 에드가도 어쩔 줄 몰라하며 따라다니며 물었다.

 

  “봉인은 풀려있었니?”

 

  “봉인이라뇨?”

 

  “원래, 제목이 없는 책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서 웬만한 마법사는 열어보지 못하게 봉인을 해둔단다.”

 

 에드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빗세라가 책의 제목 부분에 손을 대고 고대어를 외웠다.

 

 그러자, 책의 상단에 제목이 드러났다.

 

  [Chaos & Order]

 

 빗세라와 에드가는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재빨리 다시 페이지가 없는 부분을 찾았고 대충 어느 부분인지를 확인했다.

 

 다시 목차로 돌아갔다.

 

  ‘11. 하지드의 위치 716. p ~ 724. p’

 

 하지드가 봉인된 위치가 적힌 페이지였다.

 

 빗세라와 에드가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사태가 매우 심각함을 느꼈다.

 

 퍼즐이 맞춰졌다.

 

 ‘하지드’를 완전히 깨우기 위해 누군가 페이지를 가져간 것이 분명했으며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마법 견습생이 피살된 것이었다.

 

 책의 봉인을 풀 권한이 있는 마법사는 몇 없었다. 400년 전 ‘하지드’를 직접 겪은 자들, 빗세라, 대마법사 사무엘, 리아누 왕국의 로버트 홀센, 그리고 칼라덴 왕국의 바엘 뿐이었다.

 

 이 중에 ‘하지드’를 다시 깨우려는 자가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살해 용의자가 하지드의 위치를 찾아낸다면 그 용의자가 누가 되었든 찾아내는 것이 무의미했다.

 

 시간이 없었다.

 

  “에드가...”

 

 빗세라와 에드가는 모든 견습생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았고 현재 상황을 상세히 말해주었다.

 

 그러고는 그들의 앞에 서서 말했다.

 

  “너희가 중요한 메신저들이다. 메시지를 받은 너희가 세상을 구하는 거야.”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너희는 모든 인간 왕국과 마법사들과 가디언들과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고모라 대륙까지 이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하지드’가 깨어난다고! 마법 의회가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해라!!!”

 

 견습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훌륭한 학생들이었고 이제 진정한 마법사가 될 자격이 있다. 부디, 살아서 보자!”

 

 빗세라가 말을 마쳤고 견습생들은 메시지를 가지고 뿔뿔이 흩어졌다.

 

 한시가 급했던 빗세라는 어떻게든 빨리 금지된 골짜기로 가야 했다.

 

 그녀가 말에 올랐다.

 

  “빗세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요!”

 

 에드가가 달려 나왔다.

 

 빗세라가 서두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요!”

 

 에드가가 잠깐 회당 안으로 들어갔다가 얼마 후 다시 나왔다.

 

 그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제가 기록 중인 역사서입니다. 16년 전부터 기록했었죠.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빗세라가 책을 쳐다보자 에드가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래, 그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가자꾸나.”

 

 빗세라와 에드가는 남쪽으로 말을 달렸다.

 

 .

 .

 .

 

  챙!

 

  퍽!!!

 

  “으악!”

 

  “약골! 그것밖에 안 되나?”

 

 비쩍 마른 사내가 상대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그의 눈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한쪽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목검을 더 들어 올리란 말이야. 그런 식으로 해서 괴물을 잘도 처리하겠군!”

 

 가야바가 비꼬며 말했다.

 

 사내는 목검을 들고 상대에게 다가갔다.

 

 상대는 체구가 좀 있는 남자였다.

 

 그는 가볍게 비쩍 마른 청년의 목검을 피했고 무릎으로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으윽.”

 

 그의 입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에단은 더 지켜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덩치 큰 남자가 그의 가슴을 발로 꾹 눌렀다.

 

  “아아악.”

 

 덩치가 목검을 들고 가야바의 눈치를 봤다.

 

 가야바는 왜 자기에게 물어보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말라깽이야! 여기서 항복하면 넌 이제 나가는 거야! 나갈 거야? 그럼 항복해!”

 

 덩치가 그의 목검으로 그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으악, 으아악, 그만! 제발 그만!”

 

 가야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덩치에게 끝내라는 신호를 줬다.

 

 덩치가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가디언들은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고 멀찍이서 이시스도 있었다.

 

 비쩍 마른 사내의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였다.

 

 에단이 앞으로 나왔다.

 

  “멈춰! 넌 뭐야!!!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야! 다시 들어가!”

 

 가야바가 그를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에단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앞으로 돌진했다.

 

 약골이 떨어뜨린 목검을 주웠다.

 

  퍽!

 

  끄아아악!

 

 덩치가 머리를 부여잡고 뒤로 쓰러졌다.

 

 에단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래, 어떻게 하나 보자!”

 

 가야바도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곧 덩치가 그에게 달려들었고 에단이 그의 목검을 가볍게 피했다.

 

 램프티에게 훈련을 받았던 그는 몸에 기술이 이미 잘 익혀져 있었다.

 

  탁!

 

 덩치의 중심을 무너뜨렸고 그의 등 뒤로 돌아나갔다.

 

  퍽! 퍽! 퍽!

 

 에단은 덩치의 등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덩치가 반격했다. 워낙 힘이 좋았던 그는 에단의 팔을 잡고 비틀었다.

 

  “아악!”

 

 에단이 목검을 놓치자, 에단의 얼굴에 머리를 박았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이시스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에단과 덩치가 바닥을 뒹굴면서 난투극을 벌였고 둘의 얼굴은 온통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에단이 덩치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여러 차례 날렸다.

 

 덩치가 의식을 거의 잃은 것 같았다.

 

  “어이, 그만해!! 그만!!! 이만하면 됐어!”

 

 이시스가 내려와서 에단을 뜯어말렸다.

 

 에단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에단, 자네는 인내라는 것을 좀 배워야겠군...”

 

 가디언의 연습생들은 숙소로 돌아와 그들에게 주어진 식량을 먹었다.

 

 에단에게는 한 끼 식사가 제한되었다.

 

 순간을 인내하지 못하고 교육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곳 생활이 이렇게 녹록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봐...”

 

 그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아까 자신이 도와줬던 비쩍 마른 사내였다.

 

 성치 않은 손으로 그에게 감자 한 알을 내밀고 있었다.

 

  “아까, 고마웠네. 도와줘서...”

 

  “됐네. 난 괜찮으니 자네 마저 먹게.”

 

 에단이 정중히 거절했다.

 

  “난, 난 핀이라고 하네... 이건 감사의 의미로 두고 가지.”

 

 에단의 옆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 한 알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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