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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15화 - 살아남은 자(3)
작성일 : 22-02-24 22:26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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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보기 쉽게 높이 올리고 천천히 걸어 나와.”

 

 엘프가 활시위를 반쯤 당긴 상태를 유지하면서 말했다.

 

 에단은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리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몸을 더듬어 수색했고 에단의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빼내어 바닥에 멀찍이 던져 버렸다.

 

  “좋아.”

 

 에단에게 이제 손을 내려도 좋다는 신호를 줬다.

 

  “드워프의 단검, 저게 왜 인간에게 있지? 훔쳤나?”

 

  “길에서 만난 드워프 일행에게서 받은 것이오.”

 

 뻐근해졌던 팔을 빙빙 돌리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단검을 주우면서 대답했다.

 

  “드워프 일행? 같이 왔나?!”

 

 에단의 말에 엘프가 다시 활에 손을 가져다 댔다.

 

  “워워, 지금은 없네. 나 혼자야!”

 

 에단이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엘프는 에단이 완전히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활을 다시 집어넣었다.

 

  “이런 곳에 왜 혼자 왔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계신 따뜻한 집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난 돌아갈 집이 없네.”

 

  “그거 안타깝군.”

 

 별로 신경 안 쓴다는 표정으로 엘프가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래서 당신 같은 가디언이 되고 싶네. 당신들이 가진 힘을 가지고 싶어. 뭐든 하겠네!”

 

 엘프의 눈에서 보랏빛이 사라졌고 보통 엘프들이 지닌 연두색 동공으로 돌아왔다.

 

 마치 두 눈동자는 숲을 품은 듯 고요해 보였다.

 

 엘프가 에단을 돌아보았다.

 

  “가디언 중에 엘프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

 

 에단이 조금은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

 

  “하루아침에 가디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는 버틸지 모르겠군, 인간... 잃을 것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살아남아서 가디언이 될 확률도 낮아.”

 

  “자네는 긴 수명을 포기하고 지금 가디언이 된 것 아닌가,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는 법이지.”

 

 엘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길을 나서려 했다.

 

  “전에 내가 한 가디언에게 들은 말이 있네. 금지된 골짜기...”

 

  “누구? 백발이었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이름이 앨리슨이라고 했네.”

 

  “어디,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엘프의 눈이 다시 보랏빛으로 물들면서 에단에게 무섭게 다가왔다.

 

  “그건 나도 잘... 금지된 골짜기에서 생길 일을 경고하더니. 중요한 일을 하러 간다는 것이 마지막 말이었소.”

 

 에단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다.

 

  “더 아는 거 있나?”

 

 에단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엘프는 남쪽을 잠시 바라봤다.

 

  “임박했다... 역시 그의 말이 맞았어.”

 

 혼자 중얼거리던 엘프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뒤에 멀뚱히 그를 바라보고 있는 에단이 그의 눈에 보였다.

 

  “어이 인간, 따라올 거면 따라오게... 단, 가디언 양성소가 있는 곳까지는 같이 가 주겠다만, 목숨은 보장 못 하네.”

 

 에단이 그를 조용히 따라갔다.

 

  “앨리슨이 당신에게 왜 그런 경고를 해주었지? 친분이 있었나?”

 

 엘프가 앞만 바라보고 걸으며 말했다.

 

  “난 아르테스 가의 둘째 아들, 에단이오. 그 가디언이 아버지께 ‘하지드’에 대한 경고를 전하라 했었지.”

 

  “그럼, 아니발 왕국의 둘째 왕..자? 둘째 왕자는 아니발의 왕과 함께 죽었다고 들었는데?!”

 

 엘프가 그때에야 비로소 에단을 똑바로 쳐다봤다.

 

  “살아남았으면 베렌투스로 돌아갈 것이지. 왜 이곳에 와 있지?”

 

  “‘하지드’가 깨어나면 돌아가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소. 이제 상관없소...”

 

  “남은 가족을 챙겨야 할 것 아니오?”

 

  “힘이 있어야 챙기지 않겠소?”

 

 에단이 엘프에게 반문했다.

 

  “그래... 하긴, 각자의 사연이 있는 법이지.”

 

  “글쎄, 엘프 양반, 난 아직 당신 이름도 모르고 따라가고 있소. 이제 자네가 누군지 알려줄 차례 아닌가?”

 

 에단이 다시 화제를 바꾸었다.

 

  “음... 자네가 더 부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디언 중에 유일한 엘프, 이시스라고 하네.”

 

  “반갑네, 이시스.”

 

 이시스가 눈썹 한쪽을 찡긋거리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길을 걸었다.

 

  “당신은 왜 엘프의 수명을 포기하고 이 일을 하는 것이오?”

 

  “그건, 나중에 자네가 가디언이 되면 그때 말해주지. 지금은 갈 길이 바빠.”

 

 .

 .

 .

 

 그들은 어느덧 트롤 골짜기에 와있었다.

 

 척박해 보이는 땅에 우뚝 솟은 돌무더기들과 거대한 동굴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시스가 동굴로 들어가려 했다.

 

  “이 길이 맞소?”

 

 에단이 물었다.

 

  “사실, 조금 더 빠른 길로 가고자 이곳으로 왔소.”

 

  “여긴 대체...”

 

 동굴에서는 곧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이 섬뜩했다.

 

  끄그그그그

 

 안에서 어떤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에단은 다시한번 이시스를 바라봤다.

 

  “유감이지만, 난 지금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이 단검 하나뿐이오.”

 

 드워프의 체구에 맞게 제작된 단검을 뽑아 들고 말했다.

 

 이시스가 손이 많이 간다는 듯,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거 쓰게, 에단.”

 

 그는 자신의 칼자루에서 검을 꺼내어 건넸다.

 

 앨리슨이라는 가디언의 검, 그리고 고대 검과 유사했다. 단, 고대어가 적히지 않았을 뿐.

 

 에단은 자신이 주웠던 그 검이 가디언들이 주로 쓰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여기서 죽거든 그 검 당신이 가지시오.”

 

 엘프가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대체 안에 뭐가 있다는 거요?”

 

 에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시스가 그를 동굴로 밀어 넣고 자신도 뛰어들어갔다.

 

 동굴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에단은 벽을 짚고 일어섰다.

 

  쿵!

 

  “악!”

 

 천장이 낮았다.

 

  “이게 무슨 짓이오? 대체 왜 이곳으로.. 불이라도 피워야 하는 것 아니오?”

 

  “쉿! 여기서는 불도 안되고 소음도 안 되오.”

 

 이시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시스의 눈에서 보랏빛이 도는 것이 보였다.

 

  끄그그그그

 

 동굴 안쪽에서는 아직도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자, 이동하자구. 테스트라고 생각해.”

 

 이시스가 앞장섰다.

 

 동굴 깊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동굴의 안쪽은 입구와는 달리 매우 넓고 높았다.

 

 공기는 매우 차가웠고 입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왔다.

 

  끄그그그그!

 

 이번에는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에단이 들고 있던 검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이건 지금 이렇게 되어도 괜찮은 것이오?”

 

  “쉿!!!”

 

 이시스가 그의 입을 막았다.

 

  따닥 따닥 따닥

 

 에단과 이시스는 위를 자신들의 위쪽을 쳐다봤고 검을 높이 들어보았다.

 

  쿠에에엑!!!

 

 거대한 턱을 가진 벌레 수십 마리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에단... 놈들이 우릴 따라오고 있소.”

 

 이시스와 에단의 눈이 마주쳤다.

 

  “뛰어!!!”

 

  쿠에에에엑!!!

 

 출구를 향해 뛰어가는 그들을 향해 거대한 벌레들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녀석들은 그들의 속도를 따라잡았고 에단과 이시스 사이를 떨어뜨려 놨다.

 

  “젠장!”

 

 에단의 눈앞에 거대한 턱이 딱딱거리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녀석의 옆으로 이동해서 바위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그가 들고 있던 검이 푸른빛으로 변했다.

 

 놈이 달려들자, 에단은 큰 턱을 피하고 난 다음 녀석의 다리 하나를 잘랐다.

 

  쿠에에엑!

 

 주변으로 더 몰려드는 것을 보고 그는 전력으로 달렸다.

 

  “에단!!!”

 

 이시스가 출구 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력으로 달리고 있을 때, 발에 돌부리 같은 것이 그를 걸어 넘어뜨렸다.

 

 다리 쪽을 확인하니 웬 거대한 뼈대가 그의 발에 걸려있었다.

 

 벌레가 달려들었다.

 

 에단은 재빠르게 몸을 굴렸고 검으로 놈의 턱을 받아냈다.

 

 녀석의 연약해 보이는 배를 향해 검을 꽂아 넣었다.

 

 검은 녀석의 살을 녹이고 있었다.

 

  쿠에에에엑!!!

 

 쓰러지는 벌레를 간신히 피하고 이시스를 바라봤을때였다.

 

 그는 에단을 향해 화살을 겨냥하고 있었다.

 

 별안간 화살이 날아들었다.

 

 화살은 에단의 뺨을 가까스로 지나쳤다.

 

  쿠에에에!!!

 

 에단이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벌레의 입에 화살이 꽂힌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시스가 빨리 나오라고 손짓했다.

 

  “이시스, 날 쏠 뻔했어!!!”

 

  “이봐, 친구 난 정확히 계산하고 쏜 거라오.”

 

  “대체, 저긴 뭐가 사는 곳이오? 저 뼈는 무엇이고...”

 

  “봤지 않소. 벌레... 저 뼈는 옛날에 살았던 트롤의 뼈고.”

 

 그들은 동굴 밖으로 나와서 자그마한 언덕을 올랐다.

 

 앞에 펼쳐진 눈 덮인 지평선 끝에 허틀란드가 보였다.

 

  “저기군.”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던지, 몽롱한 정신 가운데 검고 거대한 요새가 보였다.

 

 요새의 출입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다 무너져 가는 집들이 있었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이시스?!!!”

 

 건물 위쪽에서 이시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시스가 양팔을 흔들어 보였다.

 

  “자네 뒤에 녀석은 뭔가?”

 

  “이번에 이곳에서 훈련받을 자네!”

 

 건물 위에서 곱슬머리의 한 남자가 고개를 내밀어 보였다.

 

 에단은 이시스를 따라 요새 안으로 이동했다.

 

  “이시스, 오랜만에 보니 좋구만!”

 

  “코바!”

 

 이시스와 코바라는 이름의 가디언이 서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녹색눈의 엘프!”

 

  “알파! 가야바!”

 

 홀의 안쪽에 앉아있던 나머지 두 명의 가디언들도 그를 반갑게 맞았다.

 

 알파라는 가디언은 왼쪽 눈에 선명한 흉터가 보였고 가야바는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뒤쪽에는.. 보아하니. 또 죽으러 들어온 철부지구만? 또 한 명 저세상으로 보내겠네.”

 

 알파가 에단을 쳐다보며 말했고 다들 한번씩 쳐다보며 씩 웃었다.

 

  “아니발 왕국의 왕자, 에단이네.”

 

 에단이 스스로를 소개했다.

 

  “네가 누군지, 어디 출신인지 우린 관심 없어 애송이. 이곳에 온 순간부터 넌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야.”

 

 알파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들의 힘을 나도 가지고 싶네.”

 

 에단의 말에 가디언들이 비웃었다.

 

  “애송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하하하하!”

 

  “이시스, 저 애송이에게 앞으로 지낼 곳을 소개해주게!”

 

 에단은 이시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반지하에 공간이 하나 나타났다.

 

 창문은 하나였고 지푸라기가 잔뜩 흩뿌려져 있었다. 그곳의 풍경은 말이 아니었다.

 

 에단 또래의 비쩍 마른 남자, 고아원에서 갓 나온 듯한 소년,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르는 노인 그리고 몇몇 평범해 보이는 장정들이 있었다.

 

  “에단 아르테스, 여기서 가디언이 되기란 쉽지 않을 거야, 과정 중에 실패하고 살아남더라도 저기 구석에 떨고 있는 노인처럼 이곳에 남아서 평생을 살아야 해. 그래도 할 텐가?”

 

 에단이 그들을 둘러보며 잠시 고민했다.

 

  “전에 말했듯이 나는 이제 갈 곳이 없소.”

 

  “그럼 알겠네. 우리의 정식 동료가 되길 바라오.”

 

 이시스가 포대 자루를 건내며 말을 이었다.

 

  “안에 열어보면 옷이 들었을 것이오. 그것으로 갈아입고 자네 소지품은 포대 자루에 다 담아서 나에게 주시오.”

 

 에단이 포대 자루를 받아들며 물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가디언들은 저 위에 있는 자들이 끝인가?”

 

  “아니, 다는 아니야. 많지는 않지만, 더 있네. 대륙 각 지역에 흩어져있지.”

 

  “결심은 했다만, 살아남을 확률은 있는가?”

 

  “나도 잘 모르오. 운이 좋길 바라시오. 아니면 자네가 섬기는 신에게 기도하거나.”

 

 이시스는 그 길로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험난한 일의 연속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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