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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8화 - 두 가문의 비극(2)
작성일 : 22-02-18 16:39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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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

 

 땡~!

 

 땡~!

 

 전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봉화가 올라왔다!!!”

 

  “봉화야!”

 

 종탑에 있던 감시병이 소리쳤다.

 

 이레네 대륙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성, 티르겔이 한껏 시끄러워졌다.

 

 프레데릭은 영주 여러 명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폐하! 칼라덴이 변방에 위치한 여러 개의 성을 일제히 기습했습니다! 대규모 공격입니다.”

 

  “소튼, 소튼 성은 어떠하지?”

 

  “머지않아 포위될 것 같습니다!”

 

  “소튼 성의 영주는 소식이 따로 있는가?”

 

  “결사 항전의 뜻을 밝힌 상태입니다. 폐하가 오실 때까지 버티겠다고 합니다.”

 

  “용병들이 바다를 건너올 때까지는 못 버틸 것인데...”

 

 그는 초조해졌다.

 

  “라드나를 불러오라!”

 

 라드나가 곧장 그에게로 다가왔다.

 

 다른 신하들과 영주들의 표정은 심각한 반면에 그녀의 태도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부르셨습니까.”

 

  “염려가 현실이 되었어. 라드나, 지금이라도 연합군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 않겠나?”

 

  “용병들이 곧 도착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수도 근방을 지키시지요. 한 걸음 전진을 위해서 한 발 후퇴해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프레데릭은 석연찮은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친히 군대를 이끌고 소튼으로 가야겠네.”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자네는 서기관과 함께 용병들이 도착할 시간을 벌어주게. 연합군에게 도움을 청하든, 군대를 만들어내서든 말이네!!!”

 

 프레데릭은 다급한 상황 속에 이미 흥분한 상태였고 그를 말릴 순 없었다.

 

 사실, 라드나의 입장에서는 일이 잘 풀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성을 잃고 전장에 뛰어드는 군주는 언젠가 깊은 수렁에 빠지기 마련이니까...

 

 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라드나는 그를 따라갔다.

 

  “폐하, 제가 걱정되어 말씀드립니다. 진정하십시오. 아드님과 왕비 마마를 생각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라드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네가 나에게 어떤 충성심을 보이고 있는지 잘 아네.. 하지만, 내가 얼마 전까지 머물렀던 소튼 성에는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있네. 그들을 버려둘 순 없어.”

 

 라드나는 그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설득하려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프레데릭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여기 남아서 내 어린 아들과 왕비를 챙겨주게.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알겠나?”

 

 라드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프레데릭은 바로 침실로 방향을 틀었다.

 

 방문을 열자 아들이 보였다.

 

 왕자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열심히 기사 놀이를 하고 있었다.

 

  “챙! 챙!”

 

 왕자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다!”

 

 하고는 엄마의 품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상황은 어떤가요? 많이 안 좋은 상황이에요?”

 

  “음...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아. 용병이 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여.”

 

 그의 시선은 왕자에게 고정된 채 말했다.

 

  “다른 왕국들은요?”

 

  “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소식이 없소. 모두 관망할 뿐이지...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더 견고해졌다는 것을 보여야 해.”

 

 아이어가 일어나서 그를 살며시 안아줬다.

 

  “무사히 돌아오길 바래요.. 데릭, 시스웰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줘요.”

 

 그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가만히 안겨있었다.

 

 그때, 왕자가 그의 바짓단을 잡고 흔들었다.

 

  “가면, 기사들도 볼 수 있어요?”

 

  “그럼,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기사들이 아빠를 보호할 거란다!”

 

 아들의 물음에 프레데릭이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와!!! 그럼, 나도 데려가요!!! 챙! 챙~!”

 

  “다음에 키가 조금만 더 크면 그때 데려가 줄게, 구스.”

 

 작은 미소를 띠며 왕이 말하자 왕자는 잔뜩 실망한 듯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약속하자꾸나.”

 

 프레데릭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손을 무시한 채 왕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른 곳으로 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데려가~ . 데려가! 챙! 챙! 챙!”

 

  “데려가~. 데려가! 챙! 챙! 챙!”

 

  “데려가~. 데려가! 챙! 챙! 챙!”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방 안을 빙빙 돌면서 외쳐댔다.

 

 한동안 그렇게 돌아다니던 왕자가 지쳤는지 아이어에게 다가왔다.

 

  “엄마, 젖 줘. 피곤해!”

 

 왕자는 뛰어오르며 그녀를 보챘다.

 

  “구스! 구스, 정신 차려, 너 이제 아기 아니잖아? 맞지?”

 

 프레데릭이 아들의 양쪽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

 

  “젖 줘. 피곤해..”

 

 왕자는 그의 손을 기어코 뿌리치고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이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이어갔다.

 

  “데릭, 내가 재워야겠어요.”

 

 아이어는 데릭에게 나가달라고 신호를 줬고 프레데릭은 눈을 한 번 질끈 감고 방을 나갔다.

 

 아이는 자라 갈수록 자폐증이 심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라드나는 왕비와 왕자에게 접근했다.

 

  똑똑

 

  “누구시죠?”

 

  “라드나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그녀가 왕비의 침실로 조용히 들어왔다.

 

  “라드나, 어서 와요.”

 

 대답 대신 얕은 미소를 머금었다.

 

 라드나는 왕비의 가슴에 안긴 채 잠든 왕자를 볼 수 있었다.

 

 왕자는 어느 순간부터 잠이 오면 왕비의 젖을 물고 자는 버릇이 생겼고 지금도 그러다 잠든 것처럼 보였다.

 

  “왕자님이 잘 주무시고 계시군요.”

 

 왕비는 왕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드나는 잠든 왕자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왕자님인데.. 음.. 건강하셔야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가실 텐데.. 어쩌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요?”

 

 라드나가 상냥한 표정으로 왕자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듯 말하자, 왕비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

 .

 .

 

 소튼 성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 검은 바탕에 황금빛 말이 그려진 휘장이 펄럭이고 있었다.

 

 제이드 가문의 깃발이었다.

 

  “왕자님, 소튼 성의 영주가 결사 항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고생 좀 하겠군.. 영주들을 불러 모으게.”

 

 홀더 제이드의 명령에 따라 영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는 영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소튼 성을 함락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제 생각엔 무리하지 말고 이들을 포위한 후, 공성전으로 그들의 힘을 빼놓는 것이 어떨지 싶습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나? 이곳은 거대한 성이야. 시스웰의 후속 부대가 올 때까지 점령하지 못하면 실패네.”

 

  “저에게 하나 생각이 있습니다.”

 

 옆에서 고심하던 아더 호크만이 몇 가지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능숙한 전략 계획에 왕자와 영주들은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지금의 칼라덴 왕국이 있도록 공을 세운 사령관이었다. 전장에서의 잔뼈가 굵었다. 그런 그에게 옥에 티가 있다면 아니발 왕국의 제넌 아르테스를 만난 전투에서는 항상 졌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성의 약점을 파고드는 작전이었다.

 

 칼라덴의 병사들은 여러 개로 이어진 성의 수로에 구멍을 내는 데 성공했고 각개침투 작전이 먹혀들었다. 소규모 부대로 큰 효과를 보려는 심산이었다.

 

 이들의 첫 번째 전투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외곽 성을 거의 점령했다!!! 외곽 성문을 열어라!”

 

  “와아아아!”

 

 소튼의 외곽 성은 삽시간에 칼라덴 병사들에게 점령당했다.

 

 하지만 또다시 문제에 봉착했다.

 

 궁지에 몰린 소튼 성의 사람들이 내곽 성문을 굳게 닫고 외곽 성보다 높은 탑에서 불화살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이 성만 함락시킨다면 나머지는 시간문제다! 싸워라!!!”

 

 홀더가 병사들 사이에서 외쳤다.

 

  슉!

 

 그는 가까스로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지만, 뒤에 있던 다른 병사는 그대로 쓰러졌다.

 

  “끄아아악!”

 

 불화살 세례를 맞으며 나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외곽 성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사기 넘쳤던 병사들이 하나둘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마!!!”

 

 홀더 제이드의 외침은 점점 묻혀갔고 외성과 내성 사이는 피가 낭자하는 백병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검들을 받아내며 다시 한번 외쳤다.

 

  “도망가지 마라, 도망가는 자는 나에게 죽는다!”

 

 하지만, 그를 뒤로하고 병사들이 성 밖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홀더는 손에 있던 검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옆으로 스쳐 도망가던 병사를 자신의 검으로 무자비하게 베어버렸다.

 

  으악!

 

 도망가던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모두 다시 돌아서서 전진하라!”

 

 그의 포효가 병사들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왕자님!!!”

 

  “왕자님!!!”

 

 아더 호크만과 영주 한 명이 달려 들어왔고 아드레날린이 최고치에 달해있던 왕자를 뜯어말렸다.

 

  “적들의 저항이 매우 거셉니다. 우선은 재정비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뚫을 수 있어!!!”

 

 왕자가 그들을 뿌리치려 했다.

 

  “홀더, 지금은 막혔습니다. 병사들을 보십시오. 사기가 떨어졌어요. 싸울 기력이 없습니다.”

 

 그때에서야 홀더는 주변 상황을 제대로 감지했고 아쉬운 듯 검을 든 손을 내렸다.

 

 그들은 재정비를 위해 막사로 돌아왔다.

 

  “잘 싸우셨습니다. 오늘 안에 외곽 성까지 들어간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해내셨습니다. 왕자님.”

 

  “피해 상황은 어떻소?”

 

  “오늘 첫 전투로 1천여 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내가 너무 몰아넣었던 탓이다..”

 

 홀더는 스스로 자책했다.

 

  “왕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병력 증강은 계속 이루어질 겁니다.”

 

 아더 호크만과 영주들이 홀더 왕자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소튼 성에서의 첫 하루가 끝이 났고 전투는 다음 날도 이어졌다.

 

 소튼 성은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700여 년 전, 엘프들에 의해 지어졌으나 ‘하지드’의 등장으로 폐허가 되었고 400년 전쯤 인간들에 의해 더욱 견고하게 재건축되었다.

 

 칼라덴의 왕자, 홀더는 그런 난공불락의 성곽 가장자리를 위험천만하게 오가고 있었다. 뒤에 빠져있는 법 없이 항상 적진 깊숙이 들어갔다.

 

  “왕자님을 보호하라!!!”

 

 왕자는 내곽 성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내각 성의 마지막 감시탑이 보였다.

 

  ‘저기만 올라가면 다음은 시간문제다.’

 

  “벽을 기어올라라!”

 

 홀더가 병사들을 보채며 앞장섰다.

 

 탑 위에서는 돌멩이들과 화살이 쏟아져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디디며 전진했고 이윽고 탑 꼭대기를 내다볼 수 있었다.

 

 그를 발견한 소튼 성의 병사가 창을 들이밀었다.

 

 홀더는 옆으로 흘려버리듯 가볍게 피하고는 팔짱을 끼고 창을 잡아당겼다. 병사가 딸려오자 그의 검으로 목을 베었다.

 

 마침내 그는 내곽 성의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다.

 

  “모두 올라와! 올라..!!!?”

 

 별안간 날아든 강한 발길질이 그의 명치를 강타했고 그는 정신을 잠시 잃은 채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쿨럭!”

 

 오른쪽 팔에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앞이 희미해졌고 주변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왕자님이 떨어졌다!!!”

 

  “그를 보호하라!”

 

 병사들의 외침 소리가 점차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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