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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헬리아스: 대륙의 구원자
작가 : 인프제
작품등록일 : 2022.2.8

역사적 사건 이후 A.O 396년, 이레네 대륙에 다시한번 전운이 감돈다. 암흑과 공포, 그리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하지드'가 깨어나려 한다!
'하지드'가 봉인된 이후 수백년간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리고 마법사가 다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가운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예언된 구원자, '헬리아스'다.
대륙이 400년을 기다린 구원자, 누가 될 것인가?

 
6화 - 소튼 회담(2)
작성일 : 22-02-17 12:45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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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회담을 휴정한 후 제넌 아르테스와 프레데릭 타이가르는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오크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니요? 이전에도 간혹 출몰했던 것 아닙니까?”

 

 “이번엔 조금 다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놈들일 수도 있는 것 아니오?”

 

 프레데릭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이전의 놈들과는 다르오. 더 커졌고 행동 패턴도 이전과는 달랐소.”

 

  “뭐 새롭게 나타난 놈들이다. 그런 것이오?”

 

 제넌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하지드가 깨어나기 전의 이상 신호일 수 있소. 당장, 금지된 골짜기에 연합군을 파견해서 확인해야 하오.”

 

  “갑자기 말이오? 수백 년 전에나 등장했던 자가?”

 

  “녀석들이 나타난 곳이 아니발 왕국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요.”

 

  “그럼 어디에 또 나타난다는 말이오?”

 

  “칼라덴...”

 

 제넌이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10여 년 전, 금지된 골짜기와 지리적으로 가까웠던 아니발 왕국은 대대적으로 기존의 오크들을 정리한 바 있었다. 그 후 간혹 아니발 왕국에는 남은 오크들이 넘어올 때가 있었지만, 그조차도 대부분 ‘가디언’들의 칼을 피해 가지 못했었다.

 

 이번 상황은 달랐던 것.

 

  “마법사들은 왜 가만히 있지?”

 

  “얼마 전에 의회에서 피살 사건이 일어났다지.. 마법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아 보이오.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소.”

 

  “아, 아?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내 조력 마법사의 조언을 들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소.”

 

  “무엇이 우선인지 부디 잘 생각해보게. 마법사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지도 모르오.”

 

 제넌은 집무실을 나섰고 프레데릭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숙소에서는 램프티가 작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제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제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우리만이라도 골짜기에 가야 봐야 할 것 같아. 모두 자기 이권이 우선이더군. 각자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

 

  “램프티, 회담이 끝나는 대로 우선 베일리를 만나서 아라엘에 가봐야겠어.”

 

 램프티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제넌을 바라봤다.

 

  “예? 엘프들의 소굴에요?”

 

  “드워프들의 도움도 필요할지 몰라.”

 

 오래전 인간들과 사이가 나빠져, 지금까지 교류가 거의 없던 엘프과 드워프가 제넌을 반길지는 미지수였다.

 

 한편, 프레데릭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입술을 뜯으며 침실 이곳저곳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시스웰 왕국을 가장 부유한 국가로 만들어놨지만,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항상 불안해했다.

 

  “프레데릭, 생각이 많아 보이네요?”

 

  “회담이 원활하지 않았소.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탁자에 올려져 있던 포도주를 한 번에 들이키며 말했다.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잠시 잊고 침대로 돌아와요.”

 

 침대에 누워있던 왕비가 이불을 펼쳐 보였다.

 

  “아이어, 우리가 왕국을 얼마나 잘 키워 놨는데... 칼라덴의 위협에...”

 

  “데릭.”

 

  “오크에... 심지어 핸디 리안은 해양 무역권을 달라고 하지 도대체 뭐부터..”

 

  “프레데릭! 그만.”

 

  “놈들이 망치게 두진 않겠소... 읍!”

 

 순간 왕비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포개어졌고 여자의 손길이 그를 이불속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

 .

 .

 

 다음날, 재개되었던 회담은 역시나 오래가지 못했고 다시금 휴정하게 되었다.

 

 가문들은 각자 따로 의논하고 있었다.

 

 복도 한 부근에서는 핸디 리안과 프레데릭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제넌은 회담이 더 진전되지 않는다면 먼저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게 특유의 아우라를 가득 품은 마법사가 등장했다.

 

 마법사 후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길게 늘어뜨린 흑발을 하고 있었고 입술은 매혹적인 붉은색이었다.

 

 그녀는 곧장 프레데릭에게 다가갔다.

 

  “폐하, 안녕하십니까.”

 

 일면식이 없는 마법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의 원래 조력 마법사, 말렌이 징계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아, 그 새롭게 온?!”

 

  “라드나라고 합니다.”

 

  “정말 정말 정-말 잘 왔소.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그는 의심할 생각도 없이 조력자를 다시 얻었다는 기쁨에 사로잡혔다.

 

  “제넌, 마법사와 의논 후에 다시 오겠네. 잠시 기다려줄 수 있겠소?”

 

 제넌은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프레데릭과 마법사를 바라봤다.

 

 라드나는 그런 그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회담장을 천천히 지나쳤다.

 

 프레데릭은 가문의 수장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법사와 함께 집무실로 향했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폐하, 저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저들은 시스웰이 무너지면 자기들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압니다.”

 

  “음..”

 

  “그리고 폐하께서는 지금까지 다른 국가들의 도움 없이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를 만드셨지 않습니까.”

 

  “하지만,, 칼라덴의 위협과 ‘하지드’의 조짐에는 협력이 필요하지 않겠소?”

 

 프레데릭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저들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드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의 장점을 이용해 용병들을 고용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모라 대륙에는 위대한 전사들이 많다고들 하지요. 칼라덴은 그들을 상대하지 못할 겁니다.”

 

  “그럼, 금지된 골짜기는..”

 

  “마법 의회에서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은 별 특이점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은 시스웰의 앞날만을 생각하시지요.”

 

 두 사람이 오랫동안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자, 핸디 리안은 팔짱을 낀 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방금 도착한 마법사가 시스웰의 상황을 얼마나 잘 알고 얼마나 조언하겠는가.

 

 제넌은 그들의 시간이 길어지자 근심이 쌓였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듯 하자, 소튼을 떠날 참이었다.

 

  “제넌, 벌써 가는 겁니까?”

 

 프레데릭이었다.

 

  “그렇소. 더 논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소…”

 

  “아쉽게 되었군요. 마침 시스웰도 금지된 골짜기에 대해 마법 의회의 요청이 있다면 그때 나서겠다고 결정했소. 너무 서두르지는 맙시다..”

 

 제넌도 포기한 듯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프레데릭은 돌아서서 각 가문의 수장들을 바라봤다.

 

  “시스웰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오.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요구에 시스웰은 응하지 않겠소.”

 

 그러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럼, 칼라덴에 대항하는 것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거군요?!”

 

  “우리 없이 어디 잘 버티나 봅시다!”

 

 비난의 목소리에 프레데릭이 지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이것만 명심하시오. 시스웰이 무너지면 다음은 여러분일 것이오.”

 

 그의 발언에 회담장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역시나 달라지는 것이 없군요. 프레데릭!”

 

 리아누 왕국의 핸디가 외쳤다.

 

 회담장은 급속히 냉랭해졌고 반 칼라덴 연합은 해체되는 분위기였다.

 

 제넌은 몇몇 가문들과 함께 회담장을 먼저 빠져나왔다.

 

  “제넌.”

 

 익숙한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봤을 때 그레고리 햄슨이 멀찍이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레고리.”

 

  “자네가 한 이야기를 듣고.. 나도 고민하고 있었네. 만에 하나 자네의 말이 맞는다면 정말 큰 일인 것 아니겠나.”

 

  “빨리 확인해야 할 문제지…”

 

 그레고리가 말을 이었다.

 

  “우리 햄슨 가의 콜란 왕국은 자네를 도와 군대를 지원하겠네. 이제 이전의 국경분쟁은 잊고 함께 하길 원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콜란 왕국의 왕, 그레고리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건 나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잘 생각했네.”

 

 그의 태도 변화가 조금 미심쩍긴 했지만, 콜란 왕국과 사소한 국경분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참에 그와 화해하는 것은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에.. 시스웰이 무너지면 서로 연합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허허.”

 

 그레고리가 악수를 청했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화친을 제안하겠네.”

 

 왕궁 밖에서는 램프티가 떠날 준비를 마치고 제넌을 기다리고 있었다.

 

  “콜란 왕국이 우리와 협력할 거야. 대륙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도움을 준다는군.”

 

  “그레고리 햄슨이요? 그들과는 분쟁하는 중 아닙니까?”

 

  “그들도 이젠 아군이 필요했겠지. 아무도 신경 안 쓰던 중에 그래도 다행이야..”

 

 제넌은 램프티와 대화 도중 성의 난간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라드나를 발견했다.

 

 경계의 눈빛이었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램프티에게 속삭였다.

 

  “램프티, 베일리가 모르는 마법사도 있을까?”

 

  “글쎄요, 베일리도 이제 입지가 있어서 웬만하면 다 알 것 같은데요?”

 

  “저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램프티도 제넌이 바라보던 곳을 따라 쳐다보았지만, 이미 라드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서둘러 돌아가자.”

 

 제넌의 일행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을 달렸다.

 

 그레고리는 제넌이 소튼 성을 나서는 것을 보고는 그 또한 회담장을 빠져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더 챙겨 나올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숙소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레고리 햄슨?”

 

 라드나였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계시는 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음, 프레데릭에게 덕분에 잘 있다 간다고 전해주시오.”

 

 그레고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드나가 가까이 다가섰다.

 

  “내가 경고 하나 하죠.”

 

  “별로 궁금하지 않소.”

 

  “제넌 아르테스와 연합하는 것은 당신에게 큰 화가 될 겁니다.”

 

 라드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허벅지까지 천천히 쓸어내렸다.

 

  “앞으로 어디 말을 들어야 할지 잘 아시게 될 겁니다.”

 

  “방금 온 일개 마법사 년이! 이 무슨 협박이야. 현 시국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세 치 혀로 프레데릭을 설득한 거야? 아니지, 마법으로 홀렸나?”

 

  “분명 경고했습니다.”

 

 갑자기 등장해 프레데릭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준 마법사, 라드나는 거침이 없었다.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다시 생각해볼 날이 올 겁니다. 그때가 오면 절 찾아오십시오.”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때가 되면... 당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세요. 응답할지 모르겠지만. ㅎ”

 

 그녀는 기분 나쁜 말만을 남기고 소튼 성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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